이젠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갈 만도 한데, 여전히 소박하고 겸손하다. 2011년 "안녕하세요. 에이핑크입니다"라며 수줍게 인사했을 때부터 변한 거라곤 훨씬 예뻐진 외모뿐이다. 그래서 '대세 걸그룹' 이야기가 나오자 발작이라도 일으킨 듯 심하게 손과 머리를 휘젓는다. 본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4년차 열심히하는 걸그룹'에 지나지 않는단다. '한류 스타'라도 되면 어깨에 뽕을 잔뜩 넣고 다니는 그룹들과는 그런 지점에서 분명히 다르다. 그 겸손함은 에이핑크의 성장 동력이자, 최대 장점이기도 하다.
최근 신곡 '러브'로 가요계 모든 차트를 '올킬'한 에이핑크를 음악 방송 대기실에서 만났다. 어제도 3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며 졸린 눈을 비비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금세 또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한결같음으로 사랑받는 그룹 에이핑크. 한결같이 '순수 컨셉트'를 고집해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많은 그룹 에이핑크. 본인들은 아니라지만, 이미 대세 걸그룹임을 모두가 인정한 그녀들을 만났다.
-순수 컨셉트의 변화에 대한 질문은 수도 없이 들었을 거예요.
"변화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고 있어요. '미스터 츄' 때는 너무 어려보이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했고, 이번에도 사실 큰 도전이었어요. 우리끼리는 성숙해졌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 변화를 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한 생각이 많았어요."
-섹시 컨셉트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죠.
(은지) "섹시한 컨셉트를 하는 분들을 보면 대단해요. 근데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과는 조금 다른거 같아요. 순수한 컨셉트를 유지한다는 생각보다는 우리 나이에 맞게 성숙해 가고 싶어요. 과하지 않고, 나이에 맞게 묻어나는 성숙함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걸 음악과 같이 해 나가는게 앞으로의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초롱) "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은건 아니에요. 그냥 암묵적으로는 우리의 색깔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걸그룹 변화의 최종 목적지가 섹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섹시 컨셉트가 가장 잘 어울릴 멤버는 누구라고 생각하나요.
(일동) "하영이나 남주가 잘 어울릴 거 같아요. 에이핑크의 색깔은 아니라도, 다른 무대에서라도 좋은 기회가 있다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멤버들의 매력이 정말 다양해요. 유닛이든 솔로든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팬들이 컨셉트가 조금만 변해도 눈치를 준다고요.
(보미) "무대 의상 같은 부분은 굉장히 조심하고 있어요. 치마를 입을 땐 속바지를 꼭 입고, 안감을 덧대서 입고 있어요. 꽁꽁 싸매는 편이죠. 하하. 팬들이 치마 길이나 재질까지 신경을 쓰더라고요. 우리도 레드카펫에서는 화려하게 입고 싶은데 그러면 싫어해요. 여동생들이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면, 오빠들이 혼을 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데뷔 초에는 소녀시대 선배를 가장 존경한다고 했어요. 이제는 그들과 가까워지는 걸 느끼나요.
(일동) "절대 아니에요. 소녀시대 선배님들은 글로벌 스타고, 저희는 한참 멀었어요. 선배님들이 지금도 도쿄돔을 팬들로 가득 채우는걸 보면 깜짝 놀라곤 해요. 저흰 거짓말 안하고 연습생때부터 좋아했어요. 한결 같이 예쁘고 실력도 최고라고 생각해요."
(초롱) "선배님들은 경험이 풍부하잖아요. 음악적인 시도도 여러 번 해보이셨고요. 우린 갈 길이 멀어요. 해외 활동도 이제 시작인걸요."
(보미) "우린 그냥 소녀시대의 팬이에요."
(하영) "팬들이 소녀시대 선배님들 사인을 구해와 우리에게 주기도 해요. 선배님들을 보면서 자랐어요. 가수 꿈도 키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