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원미경(60)이 진한 가족애로 안방극장을 물들였다. '80년대 트로이카'로 불리며 80년대와 90년대 안방극장, 스크린을 이끌었던 그녀. 탄탄한 연기력을 갖추고 있어 '믿고 보는 배우'로 통한다.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오던 중 지난 2002년 MBC 드라마 '고백' 이후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14년 동안 연기 활동을 쉬었다. '가화만사성'(2016)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기다려온 팬들에게 연기로 화답했다. 이번에도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지난 21일 종영된 tvN 월화극'(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에서 오랜 세월을 고스란히 담아낸 원미경(이진숙)은 남편 정진영(김상식)과의 사소한 오해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돌고 돌아 진심과 마주했다. 애틋함은 배가 됐다. 그간 말하지 못한 감정과 드러내지 못한 삶의 시간까지 깊은 감정선으로 표현했다. 이진숙 역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현실감 있는 연기를 펼쳤다. 코로나19와 싸우며 진행된 촬영. 쉽지 않았지만 배우와 제작진 모두가 똘똘 뭉쳐 이를 이겨냈다. "잘 끝나서 다행"이란 안도의 말에서 얼마나 긴장감 속 작품에 참여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인터뷰 1편에 이어...
-실제 어떤 엄마이고 아내인가.
"드라마 안에선 드라마틱한 사연이 있는 엄마이지 않나. 실제론 평범한 엄마다. 젊었을 때부터 일했기 때문에 아이들한테 따스하고, 여유롭게 못 해준 것 같아 미안하다. 그 미안함이 항상 남아있다. 너무 열심히 살려는 엄마였던 것 같다. 어떤 아내인지는 남편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다.(웃음)"
-어느덧 데뷔 43년 차다.
"정말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다. 시간이 흐를수록 연기의 맛도 다르다.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보면 그때 당시 느꼈던 감정과 다른 느낌이 들곤 한다. 작품이 달라진 게 아니라 내가 느끼는 게 달라진 것이다. 연기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정말 달라지는 것 같다."
-나이가 드니 좋은 점은.
"젊었을 때는 아무래도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고 '내가 어떻게 보일까?' 이런 걸 중점에 뒀던 것 같다. 지금은 '내가 하고 있는 감정이 어떻게 보일까'에 집중한다. 외모는 잘 신경 쓰지 않으니 연기할 때 자유롭더라. 표정에, 감정에 몰두하니 좋은 것 같다. 늙은 게 그거 하나는 좋다.(웃음)"
-'가족입니다'에서도 대부분 노메이크업 느낌이더라.
"입술은 아예 아무것도 안 발랐다. 오히려 원래 입술이 빨개서 파운데이션을 덧발랐다. 내가 예쁘게 보이려고, 멋을 안 내려고 노력했다."
-지금까지도 진한 여운이 남는 작품은.
"내가 악역을 소화한 '사랑과 진실'(1984, 1985)이란 작품이 있다. 마지막 촬영할 때 격한 신이 있었는데 소리를 지르다가 쓰러졌다. 그럴 정도로 정말 마음을 담아 연기했다. 4부작 특집극 '어디로 가나'(1992)도 떠오른다. 막내며느리 역할이었다. 진심을 다해 중풍 환자를 돌봐 나중엔 할아버지의 인정을 받게 된다는 내용인데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뜨거운 마음으로 연기했던 것 같다."
-하반기 계획은.
"그동안 뉴욕에 사는 큰딸이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미국 버지니아주 게인스빌)와 있었다. 나의 빈자리를 채워줬다. 살림을 도맡아 하면서 가족들을 챙겼는데 이제 딸을 쉬게 해줘야 할 것 같다. 엄마의 자리로 돌아가려고 한다. 가족들과 탁구 치는 걸 좋아한다. 아이들이 탁구 치자고 기다리고 있다.(웃음)"
-배우로서의 목표는.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 작품이 좋으면 욕심이 생기더라. 작품 생각하면 지금도 촬영 전날 흥분감에 잠이 안 올 때가 있다. '이 신에서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한다. 배우로서 행복하게 일했다. 앞으로도 행복하게 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