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31일 오후 9시 광화문 광장. 록 밴드와 국악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선율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을 때, 전인권이 이렇게 외쳤다. 광화문은 20분 동안 진도 팽목항이 됐다. 그리고 그는 노래를 시작했다.
'오늘도 너를 만나러 가야지 말해야지 먼 훗날에 너와 나 살고지고/영원한 이곳에 우리의 새 꿈을 만들어 보고파'
이날 전인권과 신대철은 광화문 메인광장에서 '송박영신' 콘서트를 열고, 신대철의 아버지 이자 '록의 전설'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1974년 작사·작곡) '을 부르고 연주했다. 1000만의 시민이 광장을 촛불로 밝힌 63일 만에, 2016년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신대철과 전인권, 록 전설의 두 만남은 요즘 시국만큼이나 드라마틱하게 이뤄졌다. 신대철 지난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전인권과 함께 '아름다운 강산'을 20분간 부른다고 알렸다. 아버지 신중현이 핍박받던 시절 만들고 부르던 노래를 '박사모'가 맞불집회에서 부른다는 소식을 전해듣자 분노가 치밀대로 치민 터 였다. 그는 "여러분들이 깜짝 놀랄만한 전설과 함께 무대를 꾸미겠다"고 덧붙였다. 전인권과 콜라보는 이렇게 이뤄졌다.
둘은 공연 전 대기실에서 일간스포츠와 인터뷰를 가졌다. 신대철은 "(이 노래는) 신중현이 독재자 찬양을 거부하고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찬양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탄생한 노래"라고 말했다.
아버지의 뜻이 왜곡되자, 신대철은 직접 편곡을 했고, 한국인의 정신을 담기 위해 국악과 협연을 기획했다. 그리고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속에 20분간 혼신을 다해 연주했다. 여기에 한 깊은 전인권의 목소리가 더해지자 촛불을 들고 있는 시민들의 마음은 뜨겁게 불타올랐다. 전인권, 신대철의 진심과 1000만 촛불이 만나니 '아름다운 강산'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이들은 공연 전 설렘 반 긴장 반이었다. 또한 '대단한' 노래를 망치면 안되겠다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국정농단 사태에 그들 곁에 없는 한 사람을 떠올렸다. 바로 신해철. "그가 살아있었으면 '아름다운 강산'을 부르며 '아름다운 욕'을 했을텐데."
①편에 이어
- '아름다운 강산'이 지닌 힘은 무엇일까.
(전) "보통 노래와 달라 에너지가 강하다. 가사만으로도 의미가 전달이 잘 된다. 음악적으로 잘 만들어진 노래이기 때문에 잘못 부르다간 큰일 난다. 내가 감히 얘기하건대, 세계 10대 록 음악 중 이 노래가 손꼽힌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속 1위 곡이다."
- '아름다운 강산' 가사에 '새 희망'을 말하자는 말이 있다. 청년들에게 어떤 '새 희망'을 전해주고 싶나.
(신) "기성세대의 숙제다. 새 희망이라는 게 별다른 게 아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가 만들어지면 된다. 여태까지 그렇지 않았다는 게 이제 밝혀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공정하고 투명한 보통의 사회를 만들면 그때부터 다시 희망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인권을 보컬로 선택한 이유는.
(신) "(전)인권이 형님이 아니면 이 노래를 못 한다. 웬만큼 노래를 잘하는 젊은 가수들이라고 해도 절대 소화할 수 없는 노래다. 인권이 형의 음악은 하나의 장르다. 적어도 40년 정도 내공이 쌓여야 할 수 있는 노래라고 생각해서 바로 연락 드렸다. 흔쾌히 요청을 받아줘서 감사했다."
- 문화계 블랙리스트도 다시 화제다.
(신) "단것만 먹으면 일찍 죽는다. 단명하려고 환장한 것 같다.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설마 21세기에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있을까 긴가민가하다. 탐욕에 물들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
- 지금 시국에 예술인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뭘까.
(전) "민심처럼 무서운 것도 없다. 진실이 감동이 돼도 거칠 것이 없다. 지금처럼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면 사람으로, 사람답게 사는 길이 열릴 것이다."
- 10차 촛불집회다. 누적 참여자 수가 1000만 명을 넘었다. (전) "이런 모습이 진정 우리가 원하는 길이고, 음악 하는 사람들도 원했던 일이다. 1000만 명이 모였다는 것은 정말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