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은 21일 10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1일 하루동안 1만 1690명의 관객을 동원해 1000만 270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했다. 개봉 후 53일 만에 이뤄낸 성과다.
봉준호 감독의 2번째 1000만 영화다. 봉 감독은 지난 2006년 '괴물'로 130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이후 13년 만에 다시 1000만 영화를 탄생시켰다.
국내 개봉 영화 가운데 26번째 1000만 영화이기도 하다. 또한, '극한직업', '어벤져스: 엔드 게임', '알라딘'에 올해 탄생한 4번째 1000만 영화다.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작품이다. 송강호·이선균·조여정·최우식·박소담·장혜진·이정은·박명훈 등이 봉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지난 5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됐고, 5월 30일 국내 개봉했다.
◆봉준호의 페르소나들
'기생충'의 큰 성공으로 출연진 또한 전성기를 맞았다.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 송강호는 진정한 월드 클래스의 자리를 굳혔다. 송강호는 8월 개막하는 제72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배우로는 처음으로 '엑셀런스 어워드'를 받는다. '엑셀런스 어워드'는 스위스 로카르노에서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유서 깊은 영화제 중 하나인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독창적이고 뛰어난 재능으로 영화 세계를 풍성하게 하는데 기여한 배우에게 헌정하는 상이다. 앞서 존 말코비치, 이자벨 위페르 등 국내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명 배우들이 이 상을 받은 바 있다. 로카르노 영화제 측은 "다양한 층위를 지닌 배우인 송강호는 한국영화가 뿜어내는 강렬하고 다양한 감정의 가장 뛰어난 전달자였다. 어떤 장르든 편안하게 녹아들었던 그의 얼굴과 육체는 봉준호·박찬욱·김지운 같은 감독의 작품들과 연결돼 강한 자취를 남겼다"며 "송강호가 아니었다면 그 누가 지난 20년간 한국영화가 보여준 뛰어난 성취를 자신의 연기를 통해 육화할 수 있었을까"라는 수상 이유를 밝혔다.
이선균은 단숨에 1000만 배우 대열에 합류했다. 종전 이선균의 최고 흥행작은 '내 아내의 모든 것'(2012)으로 459만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7년이 흐른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으나 그에 비해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으지는 못했다. 이선균은 이같은 서러움을 '기생충' 한 편으로 떨쳐냈다. 500만 관객의 단계를 뛰어넘고 바로 1000만 관객으로 향했다.
조여정은 '기생충'으로 생애 첫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18일 열린 제24회 춘사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주인공으로 무대에 올라 "연기를 하면 할수록 배우라는 직업이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절감한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도 배우 선배들,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나게 해주신 봉준호 감독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훌륭한 영화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기생충'의 숨은 영웅, 신스틸러 이정은도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춘사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그는 "사실 영화배우가 될 것이라고 생각도 못 했다. 연극 무대에서만 활동하면서도 그리움의 대상으로만 삼고 있었다. 나이가 오십이 되고 인생에 대해 생각하며 사심이 없어지니 이런 좋은 상이 온 것 같다. 더 부지런히 활동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정은씨 목소리가 너무 좋아요'라고 말씀해주셨던 봉준호 감독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우식은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20대 배우로 떠올랐다. '거인'(2014)으로 여러 영화제 신인상을 휩쓸며 주목받은 후 '부산행'(2016), '옥자'(2017), '마녀'(2018) 등 다양한 흥행작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그는 '기생충'으로 필모그래피에 방점을 찍었다. 주가가 수직 상승, 차기작만 3편을 준비 중이다. '청년경찰' 김주환 감독의 '멍뭉이'를 비롯해 사사키 조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하는 '경관의 피(이규만 감독)', 수지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김태용 감독의 '원더랜드'까지 쉴 틈 없는 '열일'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