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로 떠나면서 ‘과연 소식처럼 가자미가 그리 많이 낚일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하지만 약간의 허풍이 작용하는 게 낚시 이야기인지라 편한 마음으로 설악의 눈구경도 염두에 두고 진부령을 지나 고성 공현진으로 향했다.
가자미 낚시란 편대 채비로 바닥을 툭툭 치며 고패질을 하는 전통적 방식으로 이어져 왔으며. 누구 하나 그 방식에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낚시 방법을 달리해서 많은 가자미를 낚아낸다니 현장을 직접 찾아가 낚시를 해 보는 게 상책이었다.
새벽에 도착한 공현진은 이미 먼저 온 많은 낚시인들의 북적거림으로 활기에 젖어 있었다. 주변 지역에서 동원된 낚시배들의 소음이 마을을 흔들고 있었다.
먼저 채비가 재미있다. 모래 속에 몸을 숨기고 지나가는 먹이를 잡아먹는 가자미 특성을 이용한 고패질 채비가 아니었다. 열기나 볼락을 공략하는 카드채비로 중층이나 바닥층을 공략한다는 발상 자체가 재미있다.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그런 채비에 많은 마릿수가 낚여 올라온다는 것이다.
약간은 들떠 있는 선장의 자신감에 찬 설명에 의하면 “어탐기로 물 속을 들여다보면 중층에서 노는 가자미 떼가 얼마나 많은지 고기떼와 바닥이 구분이 되질 않고. 40여m 수심에서 20여m까지도 가자미 떼가 부상을 한다”니 웃음 나오는 일이지만 쉽게 이해는 되질 않는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직접 배를 타고 나가는데 불과 10분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던 배가 멈추더니 채비를 내리란다. “30m의 수심층에 가자미 떼가 있으니 수심 조절을 하라”는 말도 덧붙인다. 80호 봉돌(약 300g)을 달고 바늘 열개 달린 카드채비를 하강시키니 어느 지점에선가 손끝에 입질이 전달되는데 보통 재미가 아니다.
한번 입질에 올리면 손해란다. 살짝 챔질을 해주곤 다시 채비를 놀리면 여러 바늘에 가자미가 걸리니 요령껏 해야 된단다. 걸려 나오는 가자미를 보니 마치 빨랫줄에 기저귀 걸린 듯한 착각에 빠져 버리고. 모두들 환한 표정으로 고기 낚는 재미에 정신이 없다. 몇 번의 포인트 이동이 있는데 움직이는 가자미를 쫓아 배도 이동을 하는 모양이다.
이번엔 바닥이란다. 역시 방법은 봉돌을 바닥에 닿게 하고 기다린다. 그러다 보면 배가 조류에 밀려 움직이면서 어느 순간 입질이 오는데 약간 기다렸다 올리는 것이 조과에 도움이 된다. 한 시간 정도 낚시를 하다 보니 요령이 생긴다. 급하게 채비를 올리면 고기를 떨칠 수도 있어 서서히 채비를 감아들이는 방법이 좋다.
그리고 미끼 없이 각 바늘에 달린 어피로 고기를 유혹하니 어피나 가지목줄의 정렬에도 신경을 쓰는 게 좋겠다. 릴은 수심표시가 가능한 전동릴이나 장구통릴이 좋으며 합사줄 3~5호줄이 감겨 있으면 더욱 좋을 듯하다. 어차피 바닥층이 사질대(모래나 흙)이니 밑채비가 뜯길 확률은 거의 없어 봉돌이나 카드채비는 여분으로 약간만 준비하면 되겠다.
날씨나 물때에 따라 조과 차이는 있을 것이다. 지난 1월 말부터 시작된 낚시인데 언제까지 이렇게 넉넉한 조과가 나올지는 현지인도 장담못하는 실정이다. 아마 2월 말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다. 전 채비를 현지에서 대여해 주기도 하지만 직접 가져가는 것이 낚시의 재미다. 낚싯대는 선상 낚싯대 2~3m 길이가 알맞으며 80호 봉돌을 견디는 힘이 있어야겠다. 김탁 바다낚시 전문가
■ 가는 길: 속초에서 고성군 쪽으로(7번국도) 10여분 차로 이동하다 보면 공현진 마을이 나오며. 인제군을 지나 진부령 넘어 속초 방향으로 진입해도 된다.
■낚시 방법: 선상 낚싯대와 전동릴 혹은 장구통릴. 카드채비와 봉돌 등 소품은 현지 구입이 편하다. 아이스 박스. 면장갑. 수건. 약간의 먹거리 및 음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