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타는’ 김현수(32·LG 트윈스)가 다른 모습을 보여줄까. LG 주장 김현수가 친정팀 두산 베어스를 향해 방망이를 겨눈다.
LG는 2일 열린 키움과 프로야구 포스트시즌(PS) 와일드카드(WC) 결정(2승제) 1차전에서 연장 13회 말 신민재의 끝내기 안타로 키움 히어로즈에 4-3으로 이겼다. 1승을 안고 경기한 정규리그 4위 LG는 3위 두산이 기다리는 준플레이오프(준PO·3전2승제)에 진출했다. 두 팀의 포스트시즌 대결은 2013년 플레이오프 이후 7년 만이다. 당시엔 정규시즌 2위 LG가 두산을 기다렸다. 오히려 두산에 1승3패로 밀려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준PO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김현수다. 2006년 두산에 입단한 김현수는 2015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가 돼 미국에 건너갔다. 2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김현수는 두산이 아닌 LG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올해 PS에서 두산과 대결한다.
김현수는 통산 타율 4위(0.322, 3000타석 이상 기준)의 강타자다. 올해도 팀 내 타율 1위(0.331, 전체 8위)다. 그런 그의 방망이가 가을만 되면 유독 무뎌진다. 포스트시즌 통산 88경기에서 타율 0.260(281안타 73안타), 6홈런 36타점이다. 리그 ‘최고 타자’가 가을 야구만 시작하면 ‘평범한 타자’로 전락한다.
WC 1차전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김현수는 6타수 1안타에 그쳤다. 그나마 안타도 내야안타였다. ‘강한 2번 타자’를 선호하는 류중일 LG 감독은 김현수를 2번 타순에 배치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올 시즌 KBO리그 득점권 타율 1위(0.448)에 걸맞지 않게, 7회 2사 만루와 9회 2사 2루 찬스를 모두 날렸다. 류 감독도 “가을에 안 좋은 걸 본인도 알 것이다. 그걸 의식하는지 조급해지는 것 같다”며 답답해했다.
LG가 그래도 믿을 구석은 김현수다. 김현수는 올해 두산전에서 타율 0.367, 4홈런 등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 LG가 상대전적(6승1무9패)에서는 두산에 밀려도, 김현수 입단 첫해인 2018년(1승15패)보다 많이 좋아졌다. 두산 외국인 선발 듀오 크리스 플렉센(3타수 1안타), 라울 알칸타라(25타수 7안타, 1홈런) 상대로 괜찮았다.
LG는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WC 1차전 선발투수 켈리는 준PO 1·2차전 등판이 어렵다. 설상가상 연장 13회 접전 탓에 투수력 소모가 많았다. 팔꿈치 통증으로 WC 명단에서 제외된 타일러 윌슨도 3차전에서나 나올 전망이다. LG는 1·2차전에서 두산 원투펀치 알칸타라-플렉센을 상대해야 한다. 정규시즌 3위 두산은 나흘간 휴식했다.
LG는 1차전 선발로 신인 이민호(19)를 예고했다. 우완 이민호는 최고 시속 150㎞ 강속구와 슬라이더가 주 무기다. 올해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하자마자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정규시즌 성적은 4승4패, 평균자책점 3.69. 두산전 승리는 없다. 네 경기(2선발)에 나와 1패, 평균자책점 2.57로 잘 던졌다. PS 사상 세 번째 고졸 신인 선발승에 도전한다.
두산은 우완 플렉센이 나선다. 올 시즌 8승4패, 평균자책점 3.01이다. 7월16일 잠실 SK전에서 타구에 맞고 왼쪽 발을 다치는 바람에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다. 그래도 시즌 막판 투구 내용이 압도적이었다. 지난달 5경기에 등판해 4승, 평균자책점 0.85를 기록했다. 시속 150㎞대 빠른 공과 낙폭 큰 커브로 삼진 잡는 능력이 탁월하다. LG 상대로는 개막 3연전이던 5월7일 경기에 나와 6이닝 7피안타 3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