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야심 차게 준비한 신규 서비스들이 잇달아 고배를 마시고 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해외 영토 확장을 노리지만 좀처럼 성과가 나지 않는다.
창작자 중심의 콘텐츠 생태계와 음성 소통 플랫폼 모두 쓸쓸하게 무대에서 퇴장했다. 이제 남은 건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취임 후 줄곧 외쳐왔던 카톡의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도약이다. 첫 단추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처럼 바뀌는 카톡 프로필이다.
카톡 탭까지 내줬는데…쓸쓸한 퇴장
2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오는 8월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 '카카오 뷰'의 일부 기능(마이뷰·발견 탭)을 다음 모바일에서 삭제한다. 네이버 뉴스 구독과 유사한 언론사 설정 기능으로 대체한다.
지난해 8월 출시한 카카오 뷰는 직접 콘텐츠를 만들지 않고도 이미 완성된 뉴스나 블로그의 링크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구독자 100명 이상에 1년 내 발행 보드 10건 이상이면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카카오는 뉴스 인공지능(AI) 배열의 편향성 이슈를 해소하고 1위 포털 네이버에 쏠린 콘텐츠 주도권을 빼앗기 위해 이용자 접근성이 높은 카톡 탭 한 곳을 할애하는 등 카카오 뷰를 적극적으로 밀어줬다.
올 1월에는 다음 모바일 첫 화면에도 적용했다. 당시 누적 창작 채널은 15만개, 보드는 260만개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언론사와 개인 창작자 채널이 섞이며 정보 선택의 혼란이 가중하고, 수익에 치중한 자극적인 제목의 콘텐츠가 쏟아진 것이다.
카카오는 이런 평가를 토대로 언론사와 개인 채널을 분리 운영하기로 하고, 뉴스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자문기구와 논의해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판 '클럽하우스'로 불린 '카카오 음'은 론칭 10개월 만인 지난 4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오은영 박사, 강형욱 훈련사 등 인사를 대거 투입했지만 이용률이 늘지 않았다. 대신 카톡 오픈채팅방의 '보이스룸' 기능으로 녹아들었다.
카카오는 모빌리티 사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으로 국내 시장에서 더는 발을 넓힐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콘텐츠 사업이 일본과 동남아에서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지만, 이를 제외하면 유일한 무기인 카톡으로 기회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카카오는 이용자 수요와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을 실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남궁훈 대표는 "(카톡 내) 뷰·쇼핑 탭이 기대했던 것보다 성과가 부족했다. 이용자들의 특성에 따라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메시지 확인 및 송수신이라는 확실한 목적성을 지닌 이용자들이 다른 카테고리의 탭에 접근할 이유가 충분치 않았다는 것이다.
메신저 말고 놀이터로…카톡 바뀐다
이에 카톡은 지인 기반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에서 비지인·비목적성 인터랙션(가벼운 소통)으로 서비스를 차츰 전환할 계획이다. 뷰와 쇼핑 탭을 바꿔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프로필과 친구, 대화 탭에 인터랙션 요소를 추가하는 전략을 펼친다.
먼저 하반기 내 카톡 프로필에 인스타그램을 연상케 하는 기능을 넣는다. 예를 들어 '오늘 힘들다'는 상태 메시지를 올려놓으면, 지인들이 응원 메시지나 이모티콘으로 답한다. 기분 전환용 선물을 하는 커머스 환경도 뒷받침한다.
현재 카톡 프로필을 변경하면 알려주는 '업데이트한 친구'는 의외로 이용자 체류 시간이 길어 활용 방안을 고민 중이라는 게 카카오 관계자의 설명이다. 프로필 업데이트는 연내 이뤄질 전망이다.
단순 프로필 신규 기능처럼 보이지만 카톡 메타버스 도약의 초석이나 마찬가지다. 멀티 프로필처럼 내가 아닌 새로운 인격으로 활동하는 공간을 조성해 텍스트 기반 가상세계를 만드는 것이 카카오의 청사진이다.
내년에는 관심사 기반 오픈채팅 기능도 선보인다. 멜론에서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팬들이 모인 단체방 링크를 안내해 자생적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비지인·관심사 기반이라 해외 진출에 용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궁훈 대표는 "개편을 준비하고 있는 프로필만 해도 새로운 콘셉트의 아이디어와 사업 모델이 굉장히 많다"며 "바쁜 출근길뿐 아니라 여유로운 퇴근길에 즐기는 맥락으로 서비스 구조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