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1부) 전북 현대가 비셀 고베(일본)를 무너뜨리고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에 진출했다. 문선민(30)이 손흥민(토트넘)을 연상시키는 단독 드리블 돌파 득점으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전북은 22일 일본 사이타마에 위치한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에서 열린 고베와 ACL 8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3-1로 승리했다. 전후반 90분을 1-1로 비긴 뒤 연장 전반 14분에 나온 구스타보(브라질)의 헤딩 결승 골과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문선민의 추가 골로 승기를 잡았다. ACL에서 2006년과 2016년에 우승했던 전북은 6년 만에 대회 4강에 올랐다.
김상식 전북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꺼냈다. 대구FC와 16강전에 이어 또 한 번 송민규를 최전방에 배치했다. 2선에는 김보경, 바로우(브라질), 한교원이 포진했고, 중원에선 백승호와 맹성웅이 호흡을 맞췄다. 포백 수비는 김진수, 박진섭, 윤영선, 김문환이 지켰고, 골키퍼 장갑은 이범수가 꼈다. 구스타보는 대기 명단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양 팀은 전반까지 팽팽한 경기 양상을 보였다. 더 답답한 건 전북이었다. 롱 패스 위주로 풀어나갔으나 수비를 단단히 한 고베를 쉽게 뚫지 못했다. 점유율만 높았을 뿐 경쟁적인 득점 기회는 만들지 못했다. 결국 고베가 선제골로 균형을 깼다. 후반 19분 유루키 코야가 페널티 박스 안 혼전 상황에서 흐른 공을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전북은 여기서 무너지지 않았다. 곧바로 동점 골을 터뜨렸다. 후반 21분 역습 찬스에서 구스타보가 찔러준 패스를 바로우가 잡아 단독 돌파 후 왼발 슛으로 골키퍼 다리 사이를 뚫고 동점 골을 터뜨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연장 전반 14분 구스타보가 역전에 성공했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바로우의 크로스를 침착하게 헤딩 슛으로 마무리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연장 후반 추가시간 고베는 코너킥 상황에서 골키퍼까지 공격에 가담했다. 전북 이범수가 펀치한 공을 고베 선수가 잡았지만 전북 공격수 문선민이 가로챘다. 문선민은 하프라인을 넘어 단독 드리블을 치고 들어갔다. 이어 빈 골문을 향해 정확히 차 넣었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독일전에서 손흥민이 만든 득점을 연상시키는 장면이었다.
문선민은 일본 팬들 앞에서 방방 뛰는 ‘관제탑 세리머니’를 펼쳤다. 사이타마 스타디움은 박지성이 2010년 5월 열린 한일전에서 득점 후 일본 홈팬들 앞을 유유히 걷는 '산책 세리머니'를 펼쳐 한국 팬들에게 익숙한 경기장이다. 전북 선수 중에서 득점에 성공해 '산책 세리머니'를 펼치지는 않았지만 문선민은 '관제탑 세리머니'로 경기장을 침묵하게 했다.
ACL 동아시아 토너먼트는 16강에 진출한 동아시아 8개 팀이 일본 사이타마에서 모여 4강전까지 치러 결승 진출 팀을 가린다. 전북은 잠시 후 열리는 우라와 레즈(일본)와 빠툼 유나이티드(태국) 맞대결 승자와 오는 25일 준결승전을 치른다. 4강전 승리 팀은 서아시아 결승 진출 팀과 내년 2월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우승을 다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