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멋지다!" 깜깜한 어둠 속 반딧불이를 보고 크게 소리친 건 아이가 아닌 엄마였다. 에버랜드의 체험 프로그램 '한여름 밤의 반딧불이'에서 비행하는 반딧불이를 보는 10여분 내내 아이는 물론 함께 온 엄마·아빠의 감탄이 이어졌다.
지난 20일 요즘 에버랜드에서 핫한 '한여름 밤의 반딧불이'를 체험했다. 이 체험은 에버랜드 어트랙션 '로스트밸리' 근처 체험장에서 진행되며, 오는 28일을 끝으로 한 해를 쉬어간다.
매일 밤 5시30분부터 30분 간격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늘 문전성시인 듯했다. 현장에서 시간 맞춰 대기하는 인원을 보고 방문객 여럿이 "지금 줄 서면 볼 수 있나요?"를 묻고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체험 현장 직원은 "한 타임마다 40팀 정도씩 2번으로 나누어 진행된다"고 말했다. 10~15분 간격으로 총 80팀의 가족이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었다.
가장 첫 타임 시간에 맞춰 반딧불이 체험에 들어갔다. 1층과 지하 1층으로 나누어진 체험장은 먼저 1층에서 진행됐다.
장소는 그야말로 어둠이었다. 반딧불이의 불빛을 관찰하기 위해 문과 창이 모두 막혀있었다. 어둠이 무서운지 한 아이는 아빠에게 안겨 강의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한 팀마다 한 테이블씩 자리를 잡으면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테이블 위에는 반딧불이의 알부터 애벌레, 번데기, 성충까지 순서대로 놓여 있었다.
이날 진행을 맡은 차승희 사육사는 "이 모든 과정을 거쳐 반딧불이가 되기까지 무려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반딧불이 성충은 자그마한 보물상자 안 유리통 안에서 빛을 내고 있었다. 유리통을 들어 어둠을 배경으로 톡톡 치면 반딧불이는 더 밝은 빛을 뿜어낸다.
차 사육사는 "반딧불이의 빛으로 수컷과 암컷을 구분할 수 있다"며 "두 줄로 빛을 내면 수컷, 한 줄은 암컷"이라고 설명했다.
유리통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빛을 내는 방식이 암수가 확연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 불빛으로 테이블 위에 마련된 책의 제목을 읽어보는 시간도 있었다.
아이들은 "반딧불이야 고마워"를 외쳤다.
이것으로 반딧불이 체험이 끝난 것이 아니다. 하이라이트는 지하 1층 '반딧불이 숲'이다.
반딧불이 숲에는 1만 마리가 살고 있다. 안전을 위해 최소한의 불빛을 켜두니 반딧불이 일부만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사육사는 이내 '하나, 둘, 셋'을 외치고 소등했다.
감탄은 이때부터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와!"를 연발하며 공간을 가득 메운 반딧불이에 정신이 팔렸다. 오히려 동심으로 돌아간 듯, 흥분한 어른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순간이었다.
밤하늘의 별이 눈앞에 있는 듯하고, 자연의 경이로움에 울컥하기도 한다.
사육사는 이어 100마리 반딧불이의 첫 비행을 함께하자고 했다. 한꺼번에 불빛이 쏟아져 나오더니 이내 흩어지는 장관이 연출됐다.
아이들을 위한 퀴즈 시간도 있다 '암컷이 많을까, 수컷이 많을까?' '반딧불이의 별명은?' 등의 질문으로 체험에 집중도는 더욱 높아졌다.
차 사육사는 "제가 키웠어요"라며 웃음을 자아내며 체험 프로그램을 마쳤다.
체험장에서 나갈 때는 반딧불이가 붙어 함께 집에 갈 수도 있으니, 온몸을 탈탈 털어야 한다. 혹여나 체험장 밖에서 반딧불이를 발견하면 사육사에게 얘기하면 된다.
반딧불이는 1년이 걸려 자라 열흘 남짓만 불빛을 뽐낸다.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28일까지 45일간의 올해 체험 프로그램은 이미 예약이 끝났지만, 기회는 내년에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1년부터 반딧불이를 키우고 있는 김선진 사육사는 "환경오염으로 자연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반딧불이를 직접 보시면서 잠시나마 자연 보호에 대해 생각하실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며 "반딧불이가 다시 개똥벌레라고 불릴 만큼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용인=권지예 기자 kwonjiye@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