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따내지 못했다고 따로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진 않았다. 신경 쓰지 않았고, 이렇게 된 거 뭐라도 1등 해보자고 웃고 넘겼다."
82일 만에 승리를 거둔 임기영(29·KIA 타이거즈)에게 승운은 그저 해프닝에 불과했다.
임기영은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5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시즌 3승(11패)을 챙겼다. 지난 6월 21일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거둔 82일 만의 승리. 그동안 좀처럼 승운이 따르지 않던 그가 완벽투로 모처럼 승리를 챙겨간 경기였다. 임기영의 호투에 힘입은 KIA는 지난 7일 롯데전 이후 4연승을 내달렸다.
경기 후 임기영의 반응은 승리보다 투구 내용에 있었다. 임기영은 "내가 선발로 등판하는 날이면 항상 팀 연승을 끊거나 이닝을 길게 소화하지 못해 팀에 미안한 부분이 있었다. 오늘은 점수도 주지 않았고, 이닝도 길게 끌고 갔다. 올 시즌 들어 가장 좋은 경기였던 것 같다"고 기뻐했다.
호투의 비결을 묻자 임기영은 합을 맞춘 포수 박동원에게 공을 첫 번째로 돌렸다. 그는 "동원이 형의 리드가 너무 좋았다. 마운드에서 내가 약간 안 좋다 싶으면 이닝이 끝날 때마다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동원이 형은 나를 많이 믿어주고 사인을 냈다. 나도 그만큼 제구를 더 많이 신경 썼다. 그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전까지 임기영의 승리는 단 2승. 반면 패는 11개에 달했다. 삼성 라이온즈 백정현(12패)에 이은 리그 공동 2위 기록이다. 임기영은 "(불운이 따른다고) 특별히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했던 건 아니다. 주위에서는 정말 안타깝게 바라보셨다. 그런데 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며 "오히려 이렇게 된 김에 뭐라도 1등을 해보자는 식으로 웃으면서 (주변에) 농담을 던졌다"고 말했다.
남은 시즌 개인 목표를 묻자 임기영은 "(개인적인 목표는) 아예 없다. 팀이 일단 5강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춰 내 할 일만 하자는 생각만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