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리포트] 사직구장 커져도 소용 없다고? 롯데 투수들도 할 말 있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2.09.16 10:50

차승윤 기자

홈구장 투수진화적 변신 후
롯데 평균자책점 9위 그쳐
투수들 실점·피홈런은 줄어
넓은 외야 커버할 수비 문제

지난 5월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많은 야구팬이 입장한 가운데 펼쳐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많은 야구팬이 입장한 가운데 펼쳐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겨울 롯데 자이언츠는 부산 사직야구장을 리모델링했다. 홈플레이트를 2.9m 뒤로 밀었고, 4.8m였던 외야 펜스를 6m로 높이는 등 홈구장을 투수 친화적으로 바꿨다.
 
지난해 롯데 투수들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4.8km/h로 KBO리그에서 가장 빨랐다. 이런 빠른 공을 살릴 방도가 필요했기 때문에 사직야구장을 투수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바꾼 것이다.
 
지난해 롯데는 10개 구단 중 홈에서 가장 많은 실점(435점)을 했다. 올 시즌도 홈에서 389실점(울산구장 제외시 374점)으로 가장 많은 점수를 내주고 있다. 그렇다면 바뀐 구장의 효과는 없는 것일까? 또 롯데가 꿈꿨던 '투수 왕국'은 허상이었을까? 사직구장에서 65경기를 마친 14일 기준으로 바뀐 사직야구장과 함께 올 시즌을 들여다봤다.
 
2021~2022년 사직야구장에서 나온 홈런을 계산하면 유의미한 경향성이 보인다. 작년에는 원정팀들이 사직에서 롯데보다 21개 더 많은 홈런을 때려냈다. 올해는 4개 차이다. 롯데의 손해가 줄어든 셈이다.
 
홈·원정경기 전체 피홈런을 계산해도 선전했다. 롯데 투수진은 지난해 홈런 133개(전체 3위)를 허용했지만, 올해는 리그에서 가장 적은 76개의 홈런만 맞았다.
 
지난 8월 3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3회말 2사 2,3루 키움 송성문을 유격수 뜬공으로 잡아낸 롯데 선발 박세웅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박세웅은 3회말 4실점하며 키움에 역전을 허용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8월 3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3회말 2사 2,3루 키움 송성문을 유격수 뜬공으로 잡아낸 롯데 선발 박세웅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박세웅은 3회말 4실점하며 키움에 역전을 허용했다. 사진=연합뉴스

 
탈삼진과 볼넷 수치에서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K/9(9이닝당 삼진)은 지난해 7.47개(4위)에서 올해 8.35개(1위)로 늘어났다. 반면 BB/9(9이닝당 볼넷)은 4.65개(9위)에서 3.47개(5위)로 감소했다. 탈삼진이 늘고, 볼넷은 줄어든, 아주 이상적인 결과다.
 
인플레이 타구에는 운과 수비가 작용한다. 인플레이 타구를 제외하고 위에서 언급한 탈삼진, 볼넷, 피홈런은 순수하게 투수의 책임이라 볼 수 있는 세 가지 지표들(TTO·Three True Outcomes)이다. 롯데 마운드는 이를 기반으로 한 지표인 FIP(수비무관 평균자책점)가 뛰어났다. 지난 시즌 롯데의 FIP는 8위에 불과했으나 투수들이 성장한 올 시즌에는 2위(3.63)로 껑충 뛰어올랐다. 즉 롯데의 투수들은 새로운 구장의 덕을 톡톡히 보면서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이뤄냈다는 뜻이다.
 
하지만 팀 평균자책점과 함께 살펴보면 앞선 지표들이 무색하다. 올해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은 4.53으로 9위에 그치고 있다. 팀 평균자책점과 팀 FIP 값을 뺀 값을 살펴보면 0.89로 리그에서 차이가 가장 크다. 평균자책점의 경우 투수의 몫뿐만 아니라 운과 수비의 영역도 들어가는 지표이다. 그렇기에 투수의 책임으로 몰아가기에는 불공평한 부분이 있으며 운과 수비의 영역을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올 시즌 롯데의 수비는 어땠을까?
 
지난 5월 22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중견수 피터스가 두산 2회말 페르난데스의 타구를 잡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지난 5월 22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중견수 피터스가 두산 2회말 페르난데스의 타구를 잡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팀의 수비력을 판단하기 위한 지표로 인플레이 타구 중 팀이 아웃으로 처리한 비율인 DER(Defensive Efficiency Ratio, 수비효율)이 쓰인다. DER은 1에서 인플레이 타구의 타율인 BABIP를 뺀 값이다. 롯데의 DER은 0.659로 리그에서 가장 좋지 않다. 즉 롯데 야수들은 다른 팀 야수들보다 인플레이 타구를 아웃으로 많이 처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특히 포지션 조정을 한 스탯티즈 외야 수비 WAA(Wins Above Average, 리그 평균 대비 승리 기여)는 -4.743으로 가장 좋지 않았으며, -1.926으로 9위인 두산 베어스와의 차이도 컸다. 결국 롯데 야수들은 팀 평균자책점이 높은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투수들의 활약에 비해 야수들의 수비력은 아쉬웠다. 
 
올 시즌 넓어진 사직야구장 외야로 인해 외야 수비의 중요성이 일찍이 언급됐다. 롯데 구단도 이를 인지했다. 그래서 롯데는 외야 수비가 약한 손아섭과 결별을 택했다. 또 유격수 딕슨 마차도와 재계약하지 않았고, 외국인 타자로 외야에서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를 보여준 DJ 피터스를 영입했다. 프렌차이즈 스타였던 손아섭까지 보내면서 강도 높게 외야진을 개편했다.
 
하지만 피터스는 타격 부진으로 방출됐다. 또한 고승민, 잭 렉스, 전준우, 황성빈 등 외야에 포진된 선수들이 수비에서 부진하다. 
 
변화한 사직 야구장은 투수들에게 성적 향상의 기폭제였다. 반대로 롯데 외야수들은 넓어진 수비 범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홈구장이 오히려 부담스러운 환경이 되었고, 투수들을 도와주지 못했다.
 
그렇기에 롯데 투수들은 분명 할 말이 있었다. 우리는 수비 뒷받침이 절실했다고. 
 
순재범 야구공작소 칼럼니스트(경상국립대학교 정보통계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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