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종료 후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를 앞뒀던 인천 SSG랜더스필드 홈 더그아웃에는 '2022 KS 수비 PLAY 약속 사항'이 크게 붙어 있었다. 수비가 중요한 단기전을 앞두고 SSG 분석팀이 선수단에게 당부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포스터 내용은 크게 세 가지였다. '공보다 빠른 사람은 없다' '정확한 게 가장 빠르다' '미스해도 괜찮다. 단, '1플레이-1미스'로 끝냈다'였다.
SSG 수비진에는 변수가 많았다. 풀타임 유격수 2년 차이자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는 박성한, 올해 루키였던 1루수 전의산, 2루와 1루를 병행하는 최주환, 수비력이 빠르게 떨어진 이재원 등이 단기전에서 어떻게 터질지 몰랐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데서 문제가 터졌다. 2018년 KS MVP(최우수선수)였던 주장 한유섬, 베테랑 포수 김민식, 그리고 리그 최고의 중견수로 꼽히던 최지훈의 실수가 경기의 승패를 결정했다.
선발 김광현은 힘으로 누르기보다 범타를 유도하는 스타일이다. 이날도 직구 최고 시속 150㎞를 기록했지만, 주 구종은 44구를 던진 슬라이더였다. 수비 지원이 필요했지만, 제 역할을 못하면서 김광현을 돕지 못했다.
처음 실책이 나온 건 5회였다. 김광현이 송성문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는데, 한유섬이 이를 더듬고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타자 김태진과 주자 김휘집이 이를 놓치지 않고 한 베이스를 더 나아갔다. 여기에서 막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한유섬의 송구가 살짝 빗나갔고, 이를 놓치지 않은 김휘집이 홈으로 쇄도해 득점으로 연결했다.
끝이 아니었다. 후속 타자 김준완 타석 때는 김민식이 김광현의 공을 포구하지 못하면서 송성문까지 홈으로 들어왔다. 안우진에게 만들었던 '귀한' 2점이 순식간에 사라진 꼴이 됐다.
6회는 더 충격이 컸다. 이날 선발 출전했던 최지훈은 선수 투표와 수비 스탯을 기반으로 뽑은 플레이어스 어워드 외야수 부문에서 수상한 자타공인 리그 최고 수비수였다. 그런 그였지만, 포스트시즌은 처음인 3년 차 선수일 뿐이었다. 6회 SSG가 3-2로 앞서던 상황에서 김태진이 단타성 타구를 쳤는데 최지훈이 이를 커트하지 못했고, 2루타가 됐다. 1루 주자였던 이정후는 틈을 놓치지 않고 단숨에 동점 득점을 만들었다. 흔들린 김광현은 후속 타자 이지영에게도 적시타를 허용, 4실점 째를 기록했다. 외야수들이 정상적으로 지켜줬다면 모두 주지 않을 점수들이었고, 포스터가 당부했던 '1플레이-1미스로 끝낸다'조차 지키지 못했다. 말 그대로 뼈아픈 1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