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두산 베어스)도, 유강남(롯데 자이언츠)도 아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최대 승자는 리코스포츠에이전시(리코)다.
22일 자유계약선수(FA) 시장 최대어로 평가받던 양의지의 행선지가 결정됐다. 양의지는 NC 다이노스를 떠나 '친정팀' 두산과 4+2년, 최대 152억원에 계약했다. 계약 첫 4년 계약금 44억원, 총연봉 66억원을 받고 2026시즌 종료 후 2년 최대 42억원 규모의 선수 옵션 실행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152억원은 올해 3월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복귀한 김광현(SSG 랜더스)의 4년, 총액 151억원을 뛰어넘는 KBO리그 역대 최고 계약이다.
양의지의 '빅딜'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21일 포수 FA 유강남(LG 트윈스→롯데)과 박동원(KIA 타이거즈→LG)이 각각 4년, 80억원과 65억원을 받는 조건에 대형 계약을 했다. 두 선수보다 가치가 높았던 양의지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유강남과 박동원 계약은 오후 2시 동시 발표됐지만, 선후 관계를 보면 유강남의 롯데행이 먼저였다. FA 시장 개장부터 롯데행이 점쳐졌던 유강남이 LG를 떠날 조짐을 보이자 주전 포수 공백을 우려한 LG가 박동원을 영입하는 연쇄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유강남의 계약을 진두지휘한 공인대리인이 리코. 이 계약으로 FA 시장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리코는 22일 양의지마저 이적시켰다. 양의지 잔류를 최우선으로 한 NC는 4년 전 계약(총액 125억원)을 상회하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선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주전 포수를 잃은 NC는 이제 벼랑 끝에 몰렸다. FA 시장을 물색하거나 트레이드로 안방마님을 구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FA 시장에 남은 유일한 포수가 박세혁이다. 박세혁은 FA 시장이 열리기 전 이른바 '포수 FA 빅4(양의지·박동원·유강남·박세혁)' 중 인기가 가장 적었다. 2019년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안방마님이지만 최근 성적 하락이 뚜렷했다. 올 시즌에는 128경기 출전, 타율 0.248(351타수 87안타) 3홈런 41타점에 머물렀다. 그의 공인대리인 리코가 어떤 방법으로 계약을 끌어낼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결과적으로 유강남 계약으로 시장을 흔들고 양의지 이적으로 박세혁의 몸값을 키웠다는 평가다. NC는 차선책으로 박세혁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FA 시장에 남은 포수가 없으니 선택지가 좁다. 양의지와 유강남, 박세혁의 계약을 대리한 리코가 원하는 그림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리코가 원하는 모양새로 계약이 착착 진행됐다. 이번 겨울의 최대 승자는 이미 정해진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