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위크
[리뷰IS] '허삼관', 하정우가 보여준 '상업영화 감독'으로서의 가능성
'감독' 하정우는 두 번째 연출작 '허삼관'을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허삼관'은 하정우를 '배우'가 아닌 '상업 영화 감독'으로 대중에게 다가게 만들어줄 작품이다. '허삼관'은 중국의 소설가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한 작품.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1950년대 충청북도 공주를 배경으로 평범한 가장 허삼관(하정우)이 가족을 위해 목돈이 필요할 때 마다 피를 팔아(매혈) 난관을 타개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원작이 중국의 최대 시대적 격동기인 '문화 혁명'을 배경으로 피를 팔며 삶을 연명하는 중국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담은 블랙 코미디라면, '허삼관'은 한 가장의 희생에 중점을 맞춘 휴먼 가족드라마다. 하정우 감독은 '문화혁명'이라는 원작 배경을 무리하게 살리는 대신, 한국의 시대적 배경에 맞게 과감하게 삭제하는 것을 택했다. 덕분에 영화는 한층 가볍고 산뜻해졌다. 영화는 허삼관이 동네 최고의 미녀 허옥란(하지원)과 결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초반, 11년의 세월이 흐른 뒤 허삼관이 첫째 아들 일락(남다름)이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중반, 뇌염에 걸린 일락의 병원비를 위해 전국의 병원을 돌아다니며 피를 파는 허삼관의 모습을 담은 후반으로 나뉜다. 초·중반은 허삼관과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주변 캐릭터가 시종일관 관객을 웃긴다. 성동일·김성균·조진웅·정만식·전혜진·윤은혜 등 스타급 조연들을 영리하게 활용했다. 개성 강한 배우들은 말그대로 적재적소에 나타나 '치고 빠지며' 오버스럽지 화면을 꽉 채운다. 특히 특수분장으로 '뚱녀'로 변신한 윤은혜의 변신은 놀라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흥행 보증 수표 하정우·하지원과 화려한 조연진이 아닌 첫째 아들 허일락 역을 맡은 남다름이다. 1600:1의 경쟁률을 뚫고 일락 자리를 꿰찬 남다름의 세밀한 연기는 노련한 하정우와 1:1로 맞붙는 장면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특히, 자신을 차갑게 대하는 허삼관의 뒷모습을 간절하고 아련하게 바라보는 눈빛에는 성인 연기자자 못지 않은 깊이가 느껴진다. 그가 허삼관을 향해 "아버지! 아버지!"라며 울부짖을 때는 모든 관객들의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하지만 '앞에서 웃기고 뒤에서 울리는' 뻔한 휴먼 드라마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 것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하정우는 '허삼관'으로 모든 관객들이 좋아하는 감동 코드를 선택해 '대중 영화 감독'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연출 데뷔작 '롤러코스터'에서 보여줬던 재기발랄함을 기대하는 팬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작품이다.14일 개봉. 이승미 기자 lsmshhs@joongang.co.kr
2015.01.09 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