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서지영 기자의 랜드 ing] 코로나19, 분양가 상한제 영향 미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정부의 ‘부동산과의 싸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최근 부동산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 제기한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 시행 유예 요청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란 종전 공공 분양주택에 적용하던 집값 상한선을 민간분양주택까지 확대한 것이다. 재건축 조합과 건설사로서는 최종 분양가가 과거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이익도 줄어들 수 있다. 정부는 오는 4월 29일부터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치솟는 주택 가격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분양가 상한제가 강남 지역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수익성을 크게 떨어트리고, 집값 과열을 부추기는 투기수요를 규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강경한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가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질 가능성이 생겼다. 앞서 강남과 은평구, 동작구청 등도 지난 2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연기를 요청하는 공문을 국토부에 보내거나 건의한 상태다. 대한건설협회와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3개 단체도 최소 6개월 연장안을 국토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재개발·재건축사업 조합 모임인 미래도시시민연대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3개월 이상 연기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하나같이 ‘안전’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연기의 이유로 들고 있다. 현재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다음 달 28일까지 관할 지자체에 입주자 모집 공고를 신청해야 한다. 또 조합원 총회와 모델하우스 등을 개관해 분양을 위한 각종 행사도 열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이런 대규모 모임 행사를 열기 힘들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이달에만 대규모 조합 총회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오는 30일에 열릴 예정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조합 총회는 규정상 최소 1000명 이상의 사람이 모여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정부로서는 난처한 상황이다. 국토부 측은 “제기된 민원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지켜본 뒤 분양가 상한제 시행 유예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업계와 각 이해관계자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권구철 미래도시시민연대 조합지원단장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연기하더라도 시장에 잘못된 신호가 가거나 혜택을 보는 현장이 늘어나진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경제정의실천연합 측은 “경제 상황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 시행 여부를 조절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도입보다는 여유를 주문하고 있다. 부동산 114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이슈는 이미 지난해부터 있었고, 분양가도 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분양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금처럼 정책을 서두르기보다는 조금 더 여유를 갖고 도입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0.03.16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