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故 고유민 유족, 현대건설 횡포 주장...구단은 반박
"악성 댓글이 아니라 구단의 따돌림과 갑질이다." 고유민 전 현대건설 배구단 레프트의 유족이 호소한 내용이다. 구단은 반박했다. 고유민의 어머니 권 모씨와 법률 대리인 박지훈 변호사는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이 알려진 바와 다르다고 전했다. 유족 측은 "많은 이들이 악성 댓글이 원인이라고 하지만 현대건설 코칭 스태프의 따돌림, 배구 선수로의 앞길을 막은 구단의 사기극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고유민은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2019~2020시즌에 레프트에서 리베로로 포지션을 전환한 그는 적응 기간 부진했고 악플에 시달렸다. 이 사건은 주요 포탈 사이트의 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 중단 방침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유족은 고유민이 댓글이 아닌 구단과의 관계에서 생긴 문제에 더 큰 상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머니 권 모씨가 팻말을 들고 거리 1인 시위에 나선 사진이 게재되기도 했다. 이날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전한 것. 박지훈 변호사는 "고유민 선수가 생전 가족, 동료와 모바일 메신저 등으로 '감독이 나를 투명 인간 취급한다'. '나와 제대로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말을 일관되게 했다"며 "의도적인 따돌림은 훈련 배제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계약상에 문제도 제기했다. 박 변호사는 "고유민 선수가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구단은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이를 미끼로 고유민 선수에게 3월 30일 선수 계약해지 합의서에 사인하도록 유도했다. 5월 1일 일방적으로 선수를 임의탈퇴 공시했다"고 전했다. 임의탈퇴로 묶인 선수는 원소속구단이 이를 해지하지 않으면 V-리그에서 뛸 수 없다. 선수 계약해지가 3월에 이뤄졌고, 이미 자유계약선수가 됐는데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 구단이 임의탈퇴 처리를 하면서 선수의 앞길을 막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구단은 3~6월 급여를 고유민에게 지급하지 않은았다. 유족 측이 구단의 사기 갑질을 주장하는 이유다. 배신감과 막막함이 고인을 극단적 선택까지 몰고 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대건설은 같은 날 유족 측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문을 전했다. 구단은 "자체 조사 결과 훈련이나 시합 중 감독이나 코치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만한 행위를 했다는 것은 전혀 확인디지 않았다"고 했다. 고유민의 출전 경기 수가 전년대비 늘어난 점을 예로 들며 "경기 및 훈련을 제외시켰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임의탈퇴 공시 경위도 설명했다. 고유민이 2월 29일 무단이탈을 했고, 선수가 심신 쇠약을 이유로 "구단을 떠나 있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기 때문에 상호합의로 계약을 중단했다는 내용이다. 현대건설은 "한국배구연맹(KOVO)이 고인에게 직접 연락해 계약 지속이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FA 절차 종료 뒤인 5월 1일부로 임의탈퇴를 정식 공시한 것"이라고 했다. 6월 15일에 고민과 미팅을 갖고 진로에 관해 얘기를 했지만,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도 전했다. 박지훈 변호사는 "KOVO는 '현대건설 배구단이 선수와의 계약해지 합의서를 연맹에 제출한 적이 없다. 그런 게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KOVO는 "연맹과 구단이 소통하던 중 놓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구단의 입장문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8.20 1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