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복지부, '음주 미화' 술병 연예인 사진 금지키로…업계 "억지 주장"
앞으로 소주 등 술병에서 수지·아이린 등 여성 연예인의 사진을 볼 수 없게 될 전망이다.보건복지부는 술병 등 주류 용기에 연예인 사진을 활용해 음주가 미화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연예인 사진을 통해 음주를 미화시키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다.현재 주류 광고의 기준은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제1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주류 광고를 하는 경우에 '음주 행위를 지나치게 미화하는 표현'은 금지되고 있다.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만취 폭행, 음주운전 사고 등 음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부각됐음에도 정부의 절주 정책은 금연 정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국제암연구기관(IARC)에 따르면 우리가 마시는 소주 등 술은 1급 발암물질이다. 담배도 술과 같은 등급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현실적으로 술과 담배를 대하는 태도에 차이가 있다.담뱃갑에는 폐암 환자의 사진 등을 붙여 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소주병에는 여성 연예인 사진이 광고 및 마케팅 활동에 쓰이고 있다.국내 주류 기업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연예인들을 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특히 소주 제품의 경우 과거부터 꾸준히 '소주=미녀'라는 공식하에 여성 연예인들을 모델로 내세우며 큰 인기를 얻었다. 그동안 하이트진로 '참이슬' 모델로는 이영애·황수정·김태희·성유리·하지원·이민정·아이유·아이린 등이 활약해왔다. 롯데주류 '처음처럼'의 모델로는 구혜선·이효리·유이·고준희·신민아·수지 등이 활동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술병에 연예인 사진을 붙여 판매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 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정부 예산 및 담당 부서 운영에도 큰 차이가 있다. 2019년 기준 국가금연사업은 1388억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지만, 음주 폐해 예방관리 사업 예산은 13억원에 불과하다. 금연사업을 전담하는 정부 부서는 있지만, 음주 폐해 예방에 대한 전담 부서는 없는 상황이다.지난 한 해 건강보험이 지출한 연간 총급여액은 58조7490억원이었고, 이 가운데 음주로 인한 급여액 지출은 2조2064억원에 달했다. 한 해 동안 술 때문에 치료를 받은 환자 수가 연간 2881만명에 달할 정도로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과 비교하면 급여액 지출은 16.4% 증가해 흡연으로 인한 지출액보다 더 빠르게 늘어났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사진이 부착된 주류 광고는 청소년에게도 큰 영향을 줄 수 있고, 소비를 조장할 수 있다"며 "관련 규정 개선 등 절주 정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주류 업체 관계자는 "소주에 부착된 연예인 사진이 음주를 미화한다는 주장은 다소 억지가 있다"며 "실제 규정을 변경하더라도 소주 매출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인지도가 낮은 업체들의 경우 가장 큰 홍보 수단이 사라지게 돼 조금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관련 시행령 개정 전 각 업체의 입장을 듣는 자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2019.11.04 1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