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자궁 임대', 中대리 출산 요즘 더 활개치는 이유
“하나는 신장에 문제가 있었고, 둘은 선천성 심장병, 셋은 조산이었죠” 중국 대리 출산 업계 관계자의 입에서 나온 ‘거래 실패’ 사례. 이런 경우 ‘고객’ 대다수가 아이를 데려가지 않으며, 잔금도 지불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대리 출산은 여전히 불법이다. 하지만 수요가 있고 수익이 발생하니 음성적으로 거래하는 ‘지하 경제’가 오랜 기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대리 출산 산업 사슬은 의뢰 고객, 대리 출산 업체, 난자 공여자, 대리모, 시술 담당 의사, 출생증명서 발급 담당 병원 등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태어나는 아이가 ‘상품’으로 전락한다는 사실이다. 성별, 건강 상태, 쌍둥이 여부 등 고객의 요구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아이는 방치된다. 중국 매체 펑파이(澎湃新闻)는 광저우(广州) 선전(深圳) 등지의 대리 출산 업체들을 취재한 결과 “코로나 19 이후 대리 출산 수요가 확연히 늘어났으며, 그에 따라 비용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법적, 윤리적 문제가 걸려있는 대리 출산 시장의 행태는 점점 더 기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펑파이 보도에 따르면, 대리 출산 업체는 계약이 성사되면 위챗(微信웨이신) 단톡방을 만들어 고객(의뢰인)을 관리한다. 단톡방 구성원은 담당 직원, 고객, 의사, 대리모 등이다. 고객은 질문을 하고 직원은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단톡방에 공유한다. 이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단톡방 구성원들은 대리 출산을 통해 새생명을 맞이하게 된다. 12년 간 이 업계에 몸 담은 한 관계자는 “많은 업체들이 해외 대리 출산 중개 회사라고 간판을 걸지만, 실제로는 국내를 기반으로 사업을 펼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19로 해외 이동이 제한돼 중국 국내 시장이 더 활개를 치고 있다. ━ “성별 보장, 성공 보장 가능합니다” 고객은 조건에 따라 30만 위안(약 5000만 원)에서 88만 위안(약 1억 5000만 원) 선까지 천차만별의 비용을 지불한다. 1회 시도 상품의 경우 가격이 저렴하지만 성공하지 못하면 다시 추가 비용을 내야한다. ‘성공 보장 세트’의 경우 조건에 맞는 아이가 탄생할 때까지 서비스가 지속되지만 가격은 오른다. 시험관 아기 등 보조생식기술이 발전하면서 대리 출산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의뢰인 부부의 난자와 정자로 인공수정을 한 후 대리모를 거치는 방법, 둘 중 하나를 제3자에게 공여받아 대리모를 거치는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보편화 된 방법은 난자를 공여 받아 대리모를 통해 출산하는 방식이라고 펑파이는 보도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이 업계를 더욱 기형적으로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체외수정의 경우 태아의 유전적 결함 유무를 검사한 다음 이상이 없을 시 자궁 내 이식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대리 출산 업체들은 이를 바탕으로 ‘성별 보장, 유전자 선별, 쌍둥이 여부’ 등의 조건을 내걸고 소위 '영업'을 한다. ━ 코로나 이후 국내 수요 늘며 수수료 동반 상승 펑파이가 취재한 다수의 대리 출산 업체에 따르면, 코로나 19 발발 후 대리 출산 의뢰 건수가 두드러지게 늘었다. 해외 업체로 가던 수요까지 중국 국내에서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현지 업체 종사자는 “올해 4월부터 지금까지 4개월 동안 의뢰 건수가 400건에 달했다”며, “지난해 전년의 70%에 해당하는 주문량을 4개월 만에 채운 셈”이라고 밝혔다. 난자 공여자에 대한 사례금이나 대리모 고용 대금은 계속해서 오르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대리모 고용비가 1-2만 위안 가까이 올랐다”며, “대리 출산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업체들이 단순 중개를 넘어 대리모를 모집해 인력 풀로 활용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털어놓았다. 대리 출산의 합법화에 대한 입장은 어디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합법화 반대측은 난자·정자 공여와 대리모 출산을 생명과 사람의 신체를 ‘자원’으로 보는 '생명 경시'라고 판단한다. 반면, 시장의 수요를 고려해 합법화를 시키고 음성적인 시장을 뿌리뽑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중국에서는 두 아이 출산을 허용한 이후 대리 출산 수요가 더욱 늘어났다고 한다. 이미 가임기를 넘긴 부부들이 둘째를 얻는 차선으로 대리 출산을 택했기 때문이다. 불임, 난임, 동성혼 부부가 증가하는 추세도 대리 출산 수요가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다. 일부 국가에서는 임신 및 출산이 어려운 부부를 위한 인도적 차원의 조치로 대리 출산을 합법화하고 있다. 다만, ‘성별 보장, 쌍둥이 유무 선택 가능’ 등의 맞춤 조건을 내건 일그러진 행태는 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조건에 맞춘 아이가 나올 때까지 선별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생명이 방치되는 부작용이 따른다. ‘맞춤형 아기’를 주고 받는 행위를 단순히 새생명에 대한 간절함으로 포장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차이나랩 홍성현
2020.10.01 0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