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6건
경제

공원서 주사 놓은 수상한男, 순찰차 2대 들이받고 달아났다

마약 투약이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순찰차를 부수고 달아났다가 긴급 체포된 50대 남성이 구속됐다. 공주경찰서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A씨((51)를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일 오후 10시쯤 충남 공주시 금강공원 내 주차장에서 자신의 카니발 차량으로 경찰 순찰차 2개를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공주시 CCTV통합관제센터 직원은 모니터를 확인하던 중 금강공원 주차장에 주차된 카니발 차 안에서 한 남성이 자신의 팔에 주사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마약 투약을 의심한 직원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 경찰, 순찰차 3대 현장에 출동…포위망 뚫고 도주 신고를 받은 112상황실은 현장에 순찰차 3대와 경찰관 6명을 출동시켰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차량으로 다가가 신원을 확인했다. 아무런 반응이 없던 A씨는 갑자기 후진한 뒤 순찰차를 들이받고 달아났다. 경찰은 도주하는 차량을 쫓아갔지만, 검거에 실패했다. 경찰은 카니발 차량을 전국에 수배하고 차량 번호를 통해 확인한 A씨의 신원을 토대로 연고지에 형사를 급파했다. 추적에 나선 경찰은 사건 발생 나흘 만인 지난 24일 오후 4시40분쯤A씨를 긴급 체포했다. A씨는 경찰에서 마약 투약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A씨의 모발·소변검사 등을 통해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드러나면 혐의를 추가할 방침이다. A씨가 주차장에 머물 당시 함께 차량에 있던 여성은 범죄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주=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2021.01.27 15:58
경제

가짜경유 팔아 車 100여대 망가졌는데…'사업정지 3개월' 솜방망이 논란

가짜 경유를 팔아 차량 100여 대를 고장 나게 한 충남 공주시 A 주유소에 대한 행정 조치가 영업정지 3개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김정섭 공주시장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피해자 접수가 급증한 지난달 28일 해당 주유소 측에 영업 중단을 요청해 현재도 영업 중단 상태"라며 "시에서 별도 기간을 정해 3개월 사업 정지 처분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A 주유소는 2017년 불량 석유 판매로 한 차례 행정명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차례 적발 시 처분을 가중해 내릴 수 있으나, 사업장이 아닌 사업주가 바뀌어서 가중 조치가 어렵게 된 탓이다. 가짜 석유 판매·유통 업자들은 주유소를 단기 임대하거나 사업주 명을 자주 바꾸는 수법으로 석유를 판매하고 있다고 공주시는 설명했다. 김 시장은 "추후 재발 방지를 위해 석유관리원과 협력을 강화해 가짜 석유 유통 근절을 위한 홍보와 캠페인을 하고, 대표자 변경이 자주 있거나 가짜 석유 판매 등 위반사례가 있는 주유소 등을 대상으로 유통과 품질검사 등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짜 석유로 인해 차량 등의 피해를 보신 분들에게 유감의 뜻을 전한다"며 "가짜 석유, 정량미달, 불법유통 등에 대한 신고포상금 제도를 시민들에 홍보해 항시 감시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주경찰서는 지난 6일 가짜 경유를 판 주유소 사업주 B 씨와 공급책 C 씨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위반 혐의로 구속해 수사 중이다. 해당 주유소에서 판매한 경유는 지난달 30일 한국석유관리원 1차 품질검사 결과 가짜 경유로 판정됐다. 관리원 측은 자동차 경유에 각종 폐유를 섞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공주시에 따르면 이날 현재 해당 주유소 피해자 신고는 총 94건이다. 이 가운데 공주시에 15건, 개인정보보호 관계로 중복 접수가 확인되지 않지만, 석유관리원에 79건이 신고됐다. 이 중 공주시 거주자는 7명이다. 이들은 배기가스 저감장치 고장, 시동 꺼짐 현상 등으로 최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피해를 호소했다. 피해 차량 가운데는 충남 논산지역 119구급차도 포함됐다. 논산소방서 상월면 119지역대는 지난달 26일 환자를 대전의 대학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갑자기 시동이 꺼져 다른 구급차로 환자를 이송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피해자들은 차량 손상과 폐차, 영업 손실 등 물적·경제적 피해 보상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은 최근 온라인을 통해 모여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정부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관련 글을 올리는 한편, 가짜 석유 판매와 유통 등에 관한 법적 처벌 규정 강화와 근본적인 제도 개선, 해결 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충남도는 피해자 중 소상공인 또는 소기업 대표 등에 한해 한국신용보증재단을 통한 5000만 원 이내 보증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공주=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2020.11.11 17:18
연예

[차길진의 갓모닝] 651. 내면의 집

1956년 10월 진해 도천초등학교를 다닐 때의 일이다. 진해경찰서장이셨던 선친은 부임 7개월 만에 충남경비과장으로 좌천되셔서 다시 전주로 이사해야 했다. 모두들 의아해했다. 진해경찰서장에 부임한 서장들은 대부분 영전해 갔기 때문이다.진해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별장이 있었다. 한 달에 몇 차례 이 전 대통령이 진해에 내려올 때 인연을 잘 맺어 두면 좋은 자리로 승진해서 가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선친은 반대로 좌천을 당했다. 그해 정부통령 선거가 있었는데 진해에서 야당 표가 많이 나온 것이 이유 중 하나였다. 물론 선친의 승진을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의 모함도 많이 있었다.나는 진해가 좋았다. 뭔가 이국적인 도시였다. 커다란 열대 나무가 도심에서 자라고 한겨울에는 싸라기눈만 내려도 사람들이 눈을 구경하려고 거리로 모였다. 봄에 벚꽃이 피면 진해에는 하얀 벚꽃장이 시끌벅적하게 열렸다. 날씨가 더운 탓에 고등학생들은 반바지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녔다.아름다운 진해를 떠나기란 쉽지 않았다. 선친은 진해에서 각별한 인연을 맺고 계셨다. 마지막 송별회 자리에는 그동안 친분을 나누셨던 분들이 많이 참석해 주셨다. 당시 육군대학 총장이던 이모씨, 공군사관학교 교장이던 신모씨, 해군제독 이모 장군도 계셨다. 선친은 경찰보다 군 관계자들과 뜨거운 석별의 정을 나눴다.사실 선친이 진해경찰서장으로 근무할 당시 큰 사건이 있었다. 말썽을 부린 해병대 군인들을 체포해 유치장에 감금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경찰과 해병대는 한동안 초긴장 사태였다. 이외에도 진해에 있는 군인들은 원칙대로 처리하는 진해경찰서 때문에 곤욕을 당하는 일이 많았다. 지금도 그 일을 기억하는 해병대 관계자들은 웃으며 “참 대단한 서장이셨어”라고 선친을 회상했다.그럼에도 선친이 진해를 떠나실 때는 해병대 관계자들이 많이 찾아오셨다. 그리고 또 생생히 기억나는 한 분이 있다. 막 이삿짐을 꾸리고 있을 때 누군가 헐레벌떡거리며 진해 태평동 관사로 뛰어왔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인 내게 “아버지는 벌써 가셨니”라고 물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당시 박 전 대통령은 태평동 근방 육군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사단장을 지냈던 그분이 처음 진해에 도착했을 때 선친께서는 직접 하숙집을 알아봐 주시면서 정착을 도와주셨다. 그 인연으로 자주 관사에 찾아오곤 하셨는데 그날 편지가 들어 있는 노란 봉투를 아버지에게 건네시며 “차 서장, 정들자 이별이라더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진해에서 만난 분들은 훗날 신군부 중심 세력이 되셨다. 만약 선친께서 공주경찰서장 때 돌아가시지 않으셨다면 어떻게 되셨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진해 태평동에서 전주 태평동으로 이사를 와 다시 전주초등학교 4학년 때는 진해를 향한 그리움으로 마음이 헛헛했다. 그러던 어느 날 태평동 뒷산에 올랐다. 전주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진해도 아름답지만, 내 고향 전주도 아름답구나’라고 생각하며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하염없이 전주를 바라보는데 어디선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같이 살던 사촌 형들이었다. 해가 질 때까지 들어오지 않자 없어진 줄 알고 한참 동안 나를 찾았다고 했다.지금도 “집으로 가자”고 했던 형들의 목소리가 귀에 아른거린다. 호전되지 않은 건강 상태를 매일 접하며 이제는 돈·명예·욕망 등 세속적인 감정을 모두 내려놓고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가 계신, 나의 내면이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 2017.12.07 07:00
경제

차일혁 경무관 58주기 추모식, 아산 경찰교육원에서 열려

차일혁 경무관 58주기 추모식이 9일 충남 아산 경찰교육원 차일혁홀에서 열렸다.이날 추모식에는 강성복 경찰교육원장, 박종왕 제대군인정책국장, 김용해 대한민국 해군동지회 명예회장, 이봉엽 예비역 육군소장, 박우정 방송기자클럽회장, 김연갑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 등이 참석해 헌화했다.강성복 원장은 "경찰관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묻는다면, 차일혁 경무관의 말씀을 경청하라 말하고 싶다"며 "차일혁 경무관은 언제나 강자가 아닌 약자의 편에 서서 살아간 분”이라고 추모했다.유족인 차길진 차일혁기념사업회장은 "호국경찰, 문화경찰, 인본경찰의 상징인 차일혁 경무관의 추모식을 경찰교육원에서 많은 후배 경찰관들과 함께 하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모식이 열린 대강당 '차일혁홀'은 2009년 아산 경찰교육원이 고 차일혁 경무관의 호국경찰과 인본경찰 정신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붙였다.차일혁은 17세 때 상하이로 가 중국 중앙군관학교를 졸업하고 독립운동을 했다. 광복 후에는 일본 형사 사이가, 쓰보이, 하라다를 저격했다. 호국군 103연대장과 제15청년방위대 총무처장으로 일하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제 7사단 대위로 유격대를 조직하고 인민군과 싸웠다.1950년 12월 경찰에 투신, 제 18전투경찰대 대대장으로 빨치산 토벌에 나섰다. 대원 75명을 이끌고 빨치산 2000명을 상대해 지켜낸 정읍 칠보발전소 전투로도 유명하다. 1953년 서남지구전투경찰대 제 2연대장을 맡아 그해 9월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을 사살했다. 이후 진해경찰서장과 공주경찰서장을 지냈다.녹음기를 틈타 지리산 일대에 숨어있는 빨치산 은신처를 없애려고 화엄사를 소각하라는 명령을 어기고 구례 화엄사를 구해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ins.com 2016.08.09 17:20
연예

[차길진의 갓모닝] 481. 마산의 추억

지금은 창원시 마산구라는 행정구역만 남았지만 과거 마산은 예술과 교육의 도시로 유명했다. 마산고, 마산여고, 마산상고는 명문고로 정평이 나 있었고, 아름다운 남해를 바라보는 마산을 배경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곡들이 탄생하기도 했다.이원수 작사, 홍난파 작곡의 '고향의 봄'은 마산을 배경으로 만든 노래였다. 이 노래로 '고향의 봄'은 마산뿐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고향의 봄을 대표하는 곡이 됐다. 또 이은상의 시에 김동진씨가 작곡한 가곡 '가고파'의 첫 구절 ‘내 고향 남쪽바다~’에 등장하는 고향도 역시 마산이다. 이은상씨가 어린 시절 뛰어놀던 마산을 그리워하며 '가고파'를 썼고, 이 시가 가곡으로 재탄생해 한국을 대표하는 명곡이 됐다.그뿐 아니라 마산은 4·19 발발 직전 3·15 부정선거를 최초로 고발한 역사적 장소이기도 했다. 만약 마산에서 부정선거가 발각되지 않았다면 이승만 독재정권은 쉽게 막을 내릴 수 없었을 것이다. 박정희 정권 때는 유신독제체제를 반대하는 부마항쟁이 일어난 곳이기도 했다. 두 번의 독재정권을 거세게 흔든, 민주주의의 선봉에 서 있던 도시가 바로 마산이었다. 나는 그런 마산과 인연이 깊다. 1956년 2월 아버지께서 진해경찰서장으로 자리를 옮기셨다. 그리고 그해 여름 아버지는 나를 지프차에 태우시고 신작로를 따라 마산의 어느 로터리 2층에 있는 중국집에서 탕수육을 사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마산은 구마산과 신마산으로 편의상 나눠 부르고 있었다. 1956년 화력발전소가 생기면서 신마산은 크게 발전하고 있었다.1957년 초, 아버지는 공주경찰서장을 지내시다가 마산경찰서장으로 발령을 받으셨다. 어린마음에 마산으로 간다고 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맛있게 먹던 탕수육, 아름다운 남해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인사정보가 누출되었다면서 아버지의 마산 발령이 취소되는 바람에 며칠 동안 시무룩해있었던 기억이 난다.언젠가 할아버지께서 이런 예언을 하셨다고 한다. ‘나의 대를 잇는 사람은 합포(지금의 마산) 여인과 결혼할 것이다’ 나는 그 예언이 틀리기 바랐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경상도 여인과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결국 마산여자를 만나 이제까지 42년을 잘 살고 있다. 역시 이런 걸 천생연분이라고 하는지.우리가 결혼한 날은 3월 11일이었는데 회사일이 너무 바빠서 결혼식 준비도 제대로 못했고, 친척들에게 알리지도 못했다. 결혼식 당일에야 겨우 직장에 말을 하고 식장으로 뛰어갔더니 신랑 측 하객석은 텅텅 비었고 신부 측에만 사람이 가득 찬 반쪽자리 결혼식이 되고 말았다.42년 전, 아내를 처음 만나 마산에서 먹었던 꼬시락이 생각난다. 그때 꼬시락집은 아직도 잘 있는지, 처갓집은 어떻게 변했는지, 또 아버지와 함께 탕수육을 먹던 로터리 중국집은 그대로 있는지, 그동안 벼르기만 했었는데 올해는 아름다운 마산의 봄이 다 가기 전에 꼭 한 번 다녀오고 싶다.(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 2016.03.29 07:00
연예

[차길진의 갓모닝] 198. 어사주

고즈넉한 성북동의 한 음식점. 지인들과의 식사가 한창 무르익은 저녁시간, 음식점 주인이 한 번 맛보라며 술 한 병을 가지고 나왔다. 나는 술에 조예가 깊은 주인이 개인적으로 빚은 술이려니 생각하며 한 잔을 받아 마셨다. 그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술은 어사주가 아닙니까?" 내 말에 주인은 나보다 더 놀라는 눈치였다. "어머, 술만 마시고 어떻게 아셨습니까? 술맛으로 어사주를 판단하긴 여간 힘든 일이 아닌데요." 나는 오랜만에 맛보는 어사주 맛에 깊이 빠지고 말았다. 어사주란 조선시대 궁궐에서 왕이 신하에게 하사하던 술이었다. 안동 소주, 경주 법주와 함께 서울엔 어사주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조선 왕조가 일제에 의해 막을 내리고 일제 강점기와 6.25사변 등 역경의 역사를 거쳐 오면서 그 맥을 찾기는 더욱 힘들어졌다.조선의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과 결혼한 이방자 황태자비를 정성껏 모시던 분이 있었다. 조선 궁궐 문화의 산증인이자 학술적으로 귀한 위치에 계시는 한상복 여사님이시다. 궁궐 내 의식주 문화의 전통을 잇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그 분은 다름 아닌 우리 외할머니의 수라간 친구셨다.외할머니는 나와 60년 차이 나는 정해년 띠 동갑이었다. 은진 송씨 양반 가문의 딸로 태어난 외할머니는 자매들이 영친왕 친구와 결혼하거나 외국유학을 떠나 예술가가 되던 중에 홀로 궐에 들어가 험난한 궁 생활을 했다. 오직 왕의 여자만 돼야 했던 궐 생활은 외할머니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 남들이 볼 수 없는 귀한 책을 볼 수 있었고, 남들이 모르는 요리비법을 수라간에서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 일제는 왕권을 약화시키기 위해 최소 인원만 남기고 궁궐 사람들을 내쫓았고 외할머니도 할 수 없이 출궁해야만 했다.궐 밖으로 나간 외할머니는 중인 가문과 늦은 혼례를 올리신 뒤에도 늘 "은진 송씨는 재가를 하지 않는다"며 가문에 대한 프라이드를 잊지 않으셨다. 어린 나를 키우신 외할머니의 음식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최고였다. 가난했던 시절, 별반 좋은 재료도 아니었지만 외할머니의 손을 거쳐 나오는 음식은 기가 막혔다. 특히 뜨끈한 콩나물국밥은 정말 신기했다. 아무리 봐도 콩나물 한 줌에 소금 한 줌이 다인 것 같았는데 맛은 끝내줬다. 언젠가 한 지인이 TV의 음식 소개 프로그램을 보다가 "저건 재료가 좋아서 맛이 좋은 겁니다. 5만 원 짜리 갈치와 만 원 짜리 갈치가 같은 맛일 수 있겠습니까?"라고 평했다. 그때 내가 한 마디 했다.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엔 한계가 있습니다. 최고의 요리사는 비싸지 않은 재료로도 훌륭한 맛을 낼 줄 알아야 합니다."조선 왕실 수라간 출신이던 외할머니의 음식 맛 덕분에 나는 성북동 음식점에서 어사주를 분별할 수 있었다. 주인은 어사주를 절대 상업적으로 팔 계획이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알고 보니 그 분의 어머니가 한상복 여사를 지극히 모셨기에 받을 수 있었던 비법이었다고 한다. 외할머니의 음식 맛은 나의 어머니에게 전해졌다. 어머니의 맛은 선고께서 공주경찰서장 시절 공주 교육계의 사모님 H씨에게 전수되었다. 그 사모님은 여동생과 함께 한국전통요리의 대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으니, 외할머니의 맛은 지금까지도 면면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셈이다. 최고의 화가는 화구를 탓하지 않고, 최고의 대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 2013.05.30 07:00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