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김종혁 주심 “영광이는 국가대표 월드컵 16강, 나는 심판으로 월드컵 휘슬 꿈”
김종혁 주심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무릎 부상으로 축구화를 벗는 아픔을 딛고 심판의 길을 택해 성공적인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K리그 전임심판과 국제심판으로 활동 중인 그는 언젠가 월드컵 무대에서 서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축구를 시작해 프로까지 가는 선수는 전체의 1%다. 나머지 99%는 앞으로 뭘 할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 최순호 부회장은 지난 20일 홍은동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진행된 '브라질월드컵을 향한 태극마크 그 이름을 빛내라' 강연에서 학부모들에게 이같이 강조했다. 기성용(25·선덜랜드)의 아버지 기영옥 광주시축구협회장도 의미 있는 경험담을 털어놨다. 기 회장은 "지도자가 학부모에게 자녀가 선수로 대성하기 힘들다고 조언하면 절대 인정 안 한다. 인식을 바꿔야 한다. 꼭 선수만 길이 아니다”며 “고등학교 감독 시절 축구를 못 하게 된 제자에게 심판을 권했다. 그가 지금 K리그를 대표하는 심판으로 성장했다”고 소개했다. 기 회장이 말한 주인공은 K리그 전임심판 김종혁(31) 주심이다. 김 주심은 순천중앙초와 광양중, 광양제철고에서 축구를 했다. 최전방공격수였다. 국가대표 출신 골키퍼 김영광(경남FC)과 초, 고교 동창이다. 고2때 무릎을 다쳐 독일까지 가서 수술을 받았다.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축구화를 벗어야 했다. 당시 감독이던 기 회장은 심판을 권했다. 김 주심은 반발했다. 그는 “심판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 좋아 정말 싫었다. 감독님이 성격상 맞을 거라고 계속 설득하셔서 1주일을 고민하다가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고3때 3급을 시작으로 2년 만에 1급이 됐다. 2009년 국제심판 자격증을 땄고 2011년부터 K리그 전임심판으로 활동 중이다. 선수 출신인데다 성실함과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초고속 성장했다. 기 회장은 제자의 어떤 면을 보고 심판이 적성에 맞을 거라 했을까. 김 주심은 “학창시절 땡땡이 한 번 쳐 본 적 없다. 고지식했다. 그 부분을 눈여겨보신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심판은 고독하다. 언제 배정받을지 모를 1경기를 위해 철저히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 프로 선수들 모두 김 주심과 축구인 선후배지만 오해를 막기 위해 그는 사적으로 연락도 안 한다. 오심에 대한 강박관념은 상상 이상이다. 그는 “오심 한 번 하면 한 숨도 못 잔다. 저녁 경기 끝나고 집에 오면 새벽 3시쯤 되는데 비디오를 다시 보고 왜 실수했는지 확인하고 공부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토로했다. 김 주심도 결정적인 실수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2011년 성남과 수원의 FA컵 결승이었다. 수원의 득점에 부심이 오프사이드 깃발을 들었고 김 주심도 인정했다. 오심이었고 수원은 졌다. 온갖 비난이 들끓는 가운데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오심이 맞다”는 글을 올려 용기 있다는 격려도 받았다. 사실 오프사이드는 부심의 판단을 주심이 따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 주심은 “최종 판단은 주심의 몫이다.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 오심은 정말 죄송했지만 많이 배우고 성장한 계기였다”고 했다. 축구선수의 꿈이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을 누비는 것이듯 김 주심의 최종 목표 역시 월드컵 무대에 서는 것이다. 그는 “친구인 영광이가 남아공월드컵에서 원정 첫 16강의 역사를 썼다. 나도 언젠가 월드컵에서 휘슬을 불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축구협회는 월드컵 심판 배출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김 주심처럼 젊고 능력 있는 심판에게 문이 열려 있다. 김 주심은 자신처럼 축구를 도중에 그만 둬야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나도 처음에 축구를 못 하게 됐을 때 밥도 안 먹고 나가지도 않고 스스로를 가뒀다. 하지만 찾아보면 할 게 정말 많더라. 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체력과 정신력이 강해 사회생활에도 금방 적응한다. 그 힘든 운동도 이겨냈는데 못할 게 뭐가 있느냐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라."윤태석 기자 sportic@jongang.co.kr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2014.05.26 1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