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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일반

‘일본 애니=덕후 전유물’ 공식 깨졌다[상반기 결산]②

누가 일본 애니메이션을 덕후(열광적인 팬을 뜻하는 일본어 단어 ‘오타쿠’의 변형)의 전유물이라 하는가. 이번 상반기를 기점으로 극장가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은 그 입지를 완전히 달리 하게 됐다.1월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박스오피스 1위를 장기집권하며 일본 애니메이션 최장 흥행 기록을 썼고, 3월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이 곧바로 이 기록을 경신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1위 기록을 썼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 개봉한 모든 작품을 통틀어 역대 흥행 100위권까지 진입했다. 잘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에 이제 덕후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도 크게 호응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슬램덩크’가 끌고 ‘스즈메’가 밀었다상반기 국내 극장가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일본 영화 붐이었다. 시작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였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1990년대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 방영되며 시대를 풍미했던 TV애니메이션의 극장판. 일본에서는 ‘스포츠 만화의 교본’이라 불릴 만큼 이후 많은 스포츠 만화에 영향을 줬다.‘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슬램덩크’ 팬이라면 누구나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을 북산고와 산왕공고의 승부를 다뤘다.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각본과 감독을 맡아 두 팀의 명승부를 송태섭의 시점을 중심으로 풀어냈다. 형을 떠나보낸 뒤 그리움과 괴로움을 품에 안고 살던 송태섭이 끝까지 승부를 포기하지 않고 경기에 임하는 과정이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정신과 맞닿아 신드롬을 일으켰다. 1990년대 2D로 구현됐던 주인공들은 일본 애니메이션계 최정상 제작진의 손에서 3D CG로 업그레이드됐다. 1990년대 ‘슬램덩크’를 기억하는 중장년층까지 극장으로 불러들이며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누적 관객 수 469만 명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이 기록을 경신한 건 약 두 달 뒤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이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 작품은 규슈의 한적한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스즈메가 문을 찾아 여행하고 있는 청년 소타와 만나 재난을 부르는 문이 열리는 걸 막기 위한 여정을 그렸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유의 서정적인 작화와 감성적인 스토리가 합쳐져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스즈메의 문단속’은 ‘겨울왕국’ 시리즈에 이어 국내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가운데 역대 흥행 3위에 자리하게 됐다. 지난 3월 8일 개봉한 이 작품은 더빙판까지 추가로 개봉, 6월 현재까지도 여전히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일본이야 한국이야? 일본 톱스타들 줄내한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서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톱스타들도 줄줄이 내한하고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나 ‘스즈메의 문단속’에 앞서 소설을 바탕으로 한 실사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하 오세이사)도 좋은 성과를 거뒀기 때문. 일본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친근감이 더없이 올라갔을 때를 내한 적기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지난해 11월 개봉, ‘아바타: 물의 길’, ‘영웅’ 등 대작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상영관을 지키며 장기 상영했다. 이 영화가 극장에서 불러모은 관객은 약 110만 명. 이는 일본 실사 영화로서는 약 21년 만의 신기록이었다. 일본 현지에서 ‘천년돌’이라 불리는 ‘오세이사’의 주연 미치에다 슌스케는 지난 1월 한국 팬들의 성원에 감사의 의미로 내한하기도 했다.이후에도 일본 스타들의 내한은 계속됐다. 지난 2월엔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의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유키사다 감독은 국내에서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와 ‘나리타주’의 감독으로 유명하다. 또 이달 초엔 일본의 톱스타 사카구치 켄타로와 고마츠 나나가 영화 ‘남은 인생 10년’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남은 인생 10년’은 이 같은 배우들의 내한에 힘입어 누적 관객 수 13만을 돌파하며 순항하고 있다.최근엔 아마존 프라임비디오의 ‘시 히어 러브’의 아시아투어 일환으로 주연인 야마시타 토모히사와 아라키 유코가 내한했다. 아마존의 OTT 서비스인 프라임비디오는 아직 국내에서 서비스되지 않는 상황이다. 때문에 ‘시 히어 러브’는 극장 등 다른 창구를 통해 한국 관객들과 만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이렇듯 개봉 일자도 확정되지 않은 영화의 출연진이 한국을 찾는다는 건 그만큼 일본에서 한국 시장을 이전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 전문가들 “일본 붐보단 IP의 힘으로 봐야”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일본 콘텐츠의 인기를 ‘일본 붐’이라 하기엔 아직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좋은 콘텐츠 IP(지적재산권)에 국내 관객들이 반응한 것 뿐, 올 상반기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일본 콘텐츠들이 흥행한다고 보장하긴 어렵다는 시선이 상당하다.‘스즈메의 문단속’을 비롯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3부작’을 수입해 배급한 미디어캐슬의 강상욱 대표는 “작년 11월 ‘오세이사’부터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관객의 극장 관람 욕구를 충족시켜줄 만한 영화가 연달아 나온 것 뿐 이로 인해 ‘일본 영화’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의 시대가 왔다고 판단하기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오세이사’가 버틴 작년 하반기를 제외하고 올해 상반기로 한정한다면 오히려 ‘극장용 애니메이션 열풍’이라는 표현이 조금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한다”고 이야기했다.강 대표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와 ‘엘리멘탈’의 흥행을 언급한 뒤 “이 외에도 ‘짱구’와 ‘포켓몬’ 등 시리즈물들이 극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는 배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블록버스터급 실사 영화에만 올인하는 한국 영화계가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지점이라고 본다”고 짚었다.만화 전문 조경숙 평론가 역시 비슷한 분석을 했다. 조 평론가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 모두 갑작스럽게 나온 작품이 아니라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이전에 만화책과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됐고, ‘스즈메의 문단속’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3부작’인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와 연결돼 있다”면서 “이는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닌 그 전부터 빌드업된 콘텐츠의 폭발력이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이어 “어떤 문화권에서 대중과 상호작용을 했던 맥락이 콘텐츠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때문에 앞으로도 애니메이션, 혹은 일본 애니메이션은 무조건 흥행할 수 있다기 보다 그 맥락을 봐야 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또 조 평론가는 상반기 OTT 서비스 넷플릭스에서 인기몰이를 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스카이 패밀리’와 ‘최애의 아이’를 짚으며 “넷플릭스에서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뜨겁게 부상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넷플릭스에서 애니메이션의 인기를 이어갈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6.29 06:00
영화

[IS인터뷰] ‘쥐 치즈’ 유키사다 감독 “韓서 日영화 붐, 기쁘면서도 부담” ①

“굉장한 부담을 주시네요. 우리 영화도 잘 돼야 할 텐데요.”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최근 영화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쥐 치즈’) 개봉을 맞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며 웃었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에 이어 ‘더 퍼스트 슬램덩크’까지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일본영화 열풍이 불고 있다는 말을 듣고서다.그 어느 때보다 일본영화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한국 극장가. 여기에 ‘쥐 치즈’에 일본에서 메가히트를 기록한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개봉을 앞두며 일본영화 붐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유키사다 감독은 “이 영화만 잘 안 됐다는 이야기를 들을까봐 걱정”이라면서도 “한국에서 이렇게 일본 작품이 사랑받는 게 기쁜 일”이라고 이야기했다.미이케 다카시 감독 등 최근 내한하는 일본 감독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바로 한국 영화의 또렷한 성장세다. 아시아에서 ‘한류’로 시작된 K콘텐츠는 ‘스위트홈’, ‘오징어 게임’ 등을 거치며 전 세계가 사랑하는 콘텐츠가 됐다. 이에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OTT 서비스들이 한국 콘텐츠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면서 ‘승리호’, ‘정이’, ‘카지노’ 같은 큰 제작비가 드는 작품들도 나오게 됐다.그러는 사이 일본영화는 세계 시장에서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일본의 거장들이 “한국 콘텐츠를 보고 배우자”는 결심을 하게 되는 이유다. 유키사다 감독 역시 “한국의 콘텐츠는 세계 어느 콘텐츠와 견줘도 대등할 정도로 잘나가고 있고 일본의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약해져온 것 같은 마음이 있다”면서 “어째서 한국의 콘텐츠가 그렇게 파워풀한지 그 비밀을 캐고 싶은 마음이 내게도 있다”고 토로했다. 유키사다 감독은 그러면서 한국과 합작에 대해서도 마음을 활짝 열었다. 그는 관련 질문에 “날카롭다. 사실 인터뷰 전날 한국과 합작에 대한 회의를 했다”면서 “한국과 일본이 함께하면 또 다른 형태의 성공을 낳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방향과 마음만 맞다면 꼭 (한국과 합작을) 해보고 싶다”고 희망했다.사실 유키사다 감독과 한국 제작진과 협업은 이전에도 논의됐다. 유키사다 감독의 걸작으로 평가 받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를 한국에서 ‘파랑주의보’(2005)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 했을 때다. 유키사다 감독은 “처음에 ‘파랑주의보’ 각본에 참여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며 “나 나름대로는 ‘한국 상황에 맞게 이런 식으로 하면 되겠다’는 플랜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변경하고 싶은 방향이 있다고 해서 물러났다”고 설명했다.그럼에도 그때부터 한국의 영화계엔 관심이 컸다. 유키사다 감독은 “‘파랑주의보’가 만들어질 때부터 한국엔 신선한 배우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며 “한국 배우들은 일본보다 층이 두텁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몰랐던 파워풀함을 한국 배우들에게서 봤고, 함께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쥐 치즈’는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한국 발행본은 ‘궁지에 몰린’이 생략돼 ‘쥐는 치즈 꿈을 꾼다’라는 제목으로 독자들과 만났다. 남자와 남자라는 것만 빼면 유키사다 감독이 이제까지 여러 작품을 통해 그려왔던 열병 같은 사랑의 면면을 담고 있다. 다만 이 ‘남자와 남자의 사랑’이라는 점이 아직은 낯설기에 누군가에겐 파격으로 보일 수도 있다.유키사다 감독은 처음으로 퀴어 로맨스를 영화화한 이유에 대해 “내가 만드는 러브 스토리의 순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계속 느끼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그렇다고 뭐 불순해졌다는 건 아니다. (웃음) 불륜이라든가 그런 다른 형태로 자꾸 변해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원래 관심을 두던 연애 감정에서 고개를 돌렸다. 그런 이야기에 눌려 망가질 것 같은 경험을 몇 번 하면서 제가 인간과 인간이 마주하는 순도 높은 이야기에 굶주려 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쥐 치즈’를 선택했다.”유키사다 감독은 ‘쥐 치즈’의 원작을 읽고 ‘인간에 대한 호의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은 적중했다. 감독은 ‘쥐 치즈’를 연출하며 새로이 순도를 찾아가는 경험을 했다.“남자와 남자가 사랑하는 과정을 보면서 귀엽다는 생각을 했고 설레기도 했다. 새로운 문을 열고 새로운 순도를 발견한 것 같다.” 유키사다 감독은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은 만들지 않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렇지만 ‘리버스 엣지’(2018)를 지나 ‘쥐 치즈’에 이르며 변화가 생겼다. 유키사다 감독은 “원래는 만화가 원작인 영화를 하지 않았는데, 전설의 만화인 ‘리버스 엣지’를 작업하자는 얘기가 나왔을 때 거스르지 못 하고 참여하게 됐다. 마치 큰 변화가 일어난 것처럼 그 작품을 영화로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쥐 치즈’ 역시 ‘리버스 엣지’처럼 코어층의 지지가 탄탄했던 작품. 마니아층 사이에선 ‘전설의 만화’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유키사다 감독은 “‘리버스 엣지’와 비교하면 ‘쥐 치즈’가 더 만화다운 리얼리티를 가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영화적인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게 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영화와 만화에는 다소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는데 이에 대해 감독은 “원작이 소설이든 무엇이든 간에 영화의 테마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건 감독인 나의 몫”이라며 “그러한 나의 판단에 따라 가다 보니 결말이 조금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사실 원작에 대한 기억이 이젠 흐릿해서 원작과 비교해 영화에서 어떤 점을 다르게 표현했는지 정확하게 다 기억이 나진 않는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연기파 배우로 꼽히는 나리타 료는 ‘쥐 치즈’에서 오랜 시간 열병처럼 사랑을 간직해온 이마가세 역을 맡아 압도적인 감정 연기를 보여준다. 그와 호흡을 맞춘 건 인기 그룹 칸쟈니8의 멤버 오쿠라 타다요시다.유키사다 감독은 “나리타 료와 내가 이마가세 캐릭터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이 영화의 열쇠라고 생각했다”며 “사회적으로 동성애자는 소수자이지만 ‘쥐 치즈’ 속 이마가세 만큼은 강인하고 용감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쿄이치는 그와 반대편에 있는 캐릭터다. 이 두 캐릭터의 대비가 잘 표현된다면 이 영화는 성공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2.15 07:00
영화

[IS리뷰]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 사랑은 원래 지독하니까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또렷한 이유도 없이 8년 동안이나 누군가를 기약 없이 사랑하게 된다면 그것은 사랑보다는 사고에 가깝다. 영화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의 이마가세(나리타 료)가 그렇다. 일견 집요하게까지 보이는 이마가세의 사랑은 결국 쿄이치(오쿠라 타다요시 분)까지 말려들게 한다.이 작품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유명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첫 퀴어 영화다. 해야 할 것 같은 사랑과 맺고 싶은 관계 사이를 섬세하게 조망하는 이 영화는 ‘남자들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 BL(보이즈 러브)과 구분된다. 두 주인공을 남성이 아닌 남자와 여자로 치환하면 유키사다 감독의 전작들과 큰 차이가 없는 멜로다. 유키사다 감독은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에서도 사랑에 빠진 인물들의 심리를 깊이 있게 탐미하며 관객들을 매혹한다. 영화는 이마가세가 대학교 선배인 쿄이치의 앞에 갑자기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오랜 시간 쿄이치를 짝사랑했던 이마가세는 우연히 그의 아내로부터 남편의 뒷조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뒤를 밟고, 쿄이치가 회사 여직원과 불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게 된다.쿄이치는 미지근한 남자다. 마치 불같은 사랑이 존재하는 세상은 알지도 못 한다는 것처럼 자신을 좋다고 하는 사람에게 쉽게 곁을 내주고 떠나간다고 하면 굳이 잡지 않는다. 딱히 아내를 사랑하는 것 같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내에게 상처를 주기는 싫은 쿄이치는 이마가세에게 자신의 불륜 사실을 비밀로 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마가세는 그 대가로 키스를 요구한다. 이마가세는 실은 대학생일 때부터 쿄이치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쿄이치의 손에 들린 담배가 되고 싶을 정도로 지독했던 사랑은 그 후로 8년여간 이어졌다. 고등학생 때 일찍이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걸 인지했던 이마가세와 달리 쿄이치는 이성애자라는 성정체성을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은 상황. 두 사람의 기묘한 관계는 그렇게 시작된다.물론 키스 한 번 했다고 이마가세가 쿄이치의 마음을 쉽게 얻을 수 있을 리 없다. 쿄이치는 여전히 누구에게든 여지를 내주는 사람이다. 가졌지만 가진 것 같지 않은 쿄이치를 바라보며 이마가세는 애를 태운다. 애매한 성정체성만큼이나 자신의 감정 역시 정확하게 바라보지 못 하는 쿄이치는 그저 자신이 이마가세를 불행하게 하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사랑이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사랑에 빠진다는 건 상대에게 말려들어가 결국 자신을 잃고, 상대에겐 모든 예외를 허용하게 되는 과정이다. 자신의 사랑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는 이마가세는 쿄이치를 위한 선택을 하고, 쿄이치 역시 한 번도 말려들어가지 않았던 감정에 자신을 맡기기로 한다.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이 “이마가세와 쿄이치 가운데 선택하라”고 하자 고민 없이 이마가세를 선택했다는 나리타 료. 유수의 영화제에서 인정 받은 연기력을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에서도 유감없이 뽐낸다. 캐릭터에 맞게 확 바꾼 비주얼과 말투 탓에 알고 보지 않으면 초반엔 미처 이마가세가 나리타 료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 할 수도 있다. 이마가세의 리드에 맞춰 호흡하는 쿄이치는 일본의 인기 그룹 칸쟈니8 멤버 오쿠라 타다요시가 맡았다. 오쿠라는 나리타와 완전히 다른 온도와 속도로 두 사람의 절뚝이는 사랑을 완성한다. 다소 높은 수위의 베드신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청소년 관람불가. 131분.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2.15 07:00
연예일반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 스페셜 굿즈 패키지 상영회 일정 공개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유명한 멜로 영화의 거장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 신작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가 개봉 2주차를 맞아 다채로운 이벤트를 예고했다.‘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는 좋아해서 행복하고 좋아해서 괴로운, 빠져나갈 수 없는 사랑의 심연 한가운데에 갇힌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 속 2주차 상영을 앞두고, 스페셜 굿즈 패키지 상영회부터 씨네Q 스페셜 티켓 이벤트, 2주차 특전 이벤트까지 풍성한 이벤트 일정을 공개했다.먼저 오는 18일 오후 2시 메가박스 코엑스와 19일 오후 2시 메가박스 홍대에서 진행되는 스페셜 굿즈 패키지 상영회에서는 이마가세(나리타 료)와 쿄이치(오쿠라 타다요시 분)가 함께 바닷가를 찾았던 영화 속 명장면의 깊은 여운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는 배지와 배경지 세트를 증정한다. 씨네Q 스페셜 티켓 역시 영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오는 17일부터 소진 시까지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 관람객 대상으로 증정되는 이번 스페셜 티켓은 일러스트 포스터 비주얼을 담은 버전과 메인 포스터 비주얼을 담은 버전 등 2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받을 수 있다. 뒷면에는 각각 주연 배우 오쿠라 타다요시, 나리타 료의 비주얼이 담겨 있다.15일부터는 2주차 특전인 ‘A3 캘린더 포스터’를 만날 수 있다. ‘A3 캘린더 포스터’는 감성적인 일러스트를 담고 있다. 뒷면에는 주요 오브제 일러스트와 함께 2023년 달력이 담겨 있다. 이벤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극장 홈페이지 및 모바일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두 남자의 강렬한 사랑을 담은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는 전국 극장에서 절찬리에 상영되고 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2.1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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