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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S] "봉준호 리스펙" '기생충'→'기생춘', 에로영화 감독 변신 김영희[종합]

영화 '기생춘'을 통해 에로 영화 감독으로 변신한 김영희가 첫 영화 연출 소감과 향후 계획에 관해 이야기했다. 24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기생춘' 언론배급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기생춘'은 엉뚱발랄한 소녀 감성의 여주인공 춘이가 절친 가희와 함께 자신의 남친 집에 얹혀 살며 바둥거리지만 결국 목표를 잃은 삼포세대로 흡수되어 버리고, 그래도 미래에 대한 고민을 떨칠 수 없던 춘이가 우연한 기회에 대저택으로 숨어 들어가게 되면서 완벽한 기생을 위해 절친 가희, 그리고 남친과 함께 치밀한 작전을 짜게 되는 작품이다. 개그우먼 김영희의 첫 연출작이다. 김영희는 감독 데뷔 소감을 묻자 "성인영화는 11년간 솔로일 때 저를 가득 채워준 고마운 장르라 깊게 빠지게 됐다. 그로 인해 배우 민도윤을 보게 됐다. 옷을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다작하던 친구"라며 "패러디물이 많이 사라진 터라, 패러디물을 꼭 해보고 싶었다. 장르를 수면 위로 올리고 싶었다. 조금의 오지랖에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시각적으로 아름다웠으면 했다. 베드신을 아름답게 만들려고 했다. 저만의 안전벨트 베드신을 하나 만들었다. 그것이 오늘 버전에서는 삭제됐다"며 '기생춘'만의 무기에 관해 전했다. 이날 편집본을 공개한 김영희는 "감독판은 4월 중 나온다. 곳곳에 베드신이 날아가 있다. 많이 불편하실까봐 이 버전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하며 "앞으로도 제 작업은 계속될 거다. 기대해달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처음 제작 환경에 뛰어들면서 스스로 걱정했다"는 김영희. "감독으로 뛰어든 건데, 행여나 감정이 훅 올라오지 않을까. 중심을 못 잡지 않을까. 그래서 그 전에 트레이닝했다. 여배우들을 조금 더 디테일하게 챙겼다. 촬영이 끝난 후 (옷을) 덮어준다거나. 베드신도 디테일하게 원하는 방향으로 디렉팅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그는 연출자 김영희를 부캐 풍만대로 만들 예정이라고. 이에 대해 "부캐가 만들어졌다. 풍만대다. 배가 나와서. 이 부캐로 활동할 것 같다"며 웃었다. '기생춘'의 탄생은 영화 '기생충'이 있기에 가능했다. 김영희는 "봉준호 감독님을 정말 좋아한다.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는 사람을 다루고, 사람 사는 냄새를 다루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굉장히 좋아한다"며 "저도 그런 느낌을 담고 싶었다. 사람 냄새 나는 성인 영화. 장르는 다르지만, 제가 하는 영화도 그런 부분을 담고 싶었다. 존경한다. 저에게 영감을 주시는 영화를 많이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생춘'은 IPTV를 통해 4월 공개된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21.03.2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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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IS] "역사로 만든 역사" 74세 윤여정 오스카行 '최초'의 희망

희망의 '미나리', 원더풀 윤여정이다. 배우 윤여정(74)이 한국 영화계, 더 나아가 글로벌 영화계의 새 역사가 됐다. 영화 '미나리(정이삭 감독)'를 통해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 여우조연상 노미네이트에 성공한 윤여정은 한국 배우 최초는 물론, 첫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아카데미 입성이라는 대업을 세웠다. 이로써 칸·베를린·베니스로 이어지는 세계 3대 영화제를 넘어 할리우드의 심장, 아카데미시상식 후보 지명까지 세계 무대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는건 100% 충무로 여배우들의 차지가 됐다. 데뷔 56년 차, 74세 배우에게 남은건 아름다운 은퇴로만 여겨졌다. 시니어, 중견, 원로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왕성한 활동을 해도 할 수 있는 역할, 행보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 결론 내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제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주위의 반대에도 감행한 도전은 최초라는 역사와 희망이라는 새 꿈을 선물했다. 윤여정의 아카데미시상식 입성은 역사적 기록을 넘어 새 활로의 개척이라는 의미를 더한다. 타이밍은 분명 좋았지만, 굴러 온 기회를 잡고 천운을 이끌어낸건 윤여정 본인이다. 50여 년간 연기로 쌓은 역사가 있었기에 새 역사도 윤여정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살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목숨 걸고 했던 연기만큼은 결국 윤여정을 배신하지 않았다. 또한 만인의 선생님으로 대우받고 존경만 받아도 마땅한 상황에서 제자리에 안주할 수 없다는 이유와 배우로서의 욕심으로 미국행을 택한 과감함도 신의 한 수가 됐다. 작은 힘은 큰 영화의 밑거름이 됐다.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연기에 발을 들인 윤여정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1971년 드라마 '장희빈'과 영화 '화녀'를 동시에 히트시키며 '천재 여배우'로 각광받았고, '사랑과 야망'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넝굴째 굴러온 당신' '디어 마이 프렌즈' 등 크고 작은 역할을 가리지 않으며 수 많은 드라마에서 열일 활동을 펼쳤다. 김수현 작가의 원조 페르소나로 한 손에 꼽기 힘든 대표작이 수두룩하다. 충무로 활약도 빛났다. 리메크판 '하녀'를 비롯해 '바람난 가족' '여배우들' '돈의 맛' '계춘할망' '죽여주는 여자' 등 장르와 캐릭터에 한계를 두지 않는 열연을 선보였다. '미나리'의 순자는 윤여정이 걸어 온 50년 연기인생의 산물이다. 해외 관객들이 매료된 것도, 국내 관객들이 익숙하게 빠져든 것도 윤여정의 내공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기 때문. 과거엔 감히 예상 못했을 결혼 후 10여 년의 미국 생활 고충도 훗날 찬란한 역사를 이룩하는데 꽤나 큰 도움이 됐다. 엄마, 할머니에 국한되지 않은 윤여정의 도전적 행보는 해를 거듭할 수록 눈에 띄었다. 특히 해외에서도 낯설지 않은 호흡으로 윤여정의 능력과 똑부러진 마인드를 새삼 확인케 했다. 2015년 워쇼스키 자매가 감독한 미드 'Sense8'에 비중있는 카메오로 출연하며 해외 활동에 물꼬를 텄고, '꽃보다 누나' '윤식당' '윤스테이' 등 나영석 사단 예능에 합류하며 본연의 매력과 함께 영어 실력도 자랑했다. 패셔너블 분위기 또한 윤여정의 전매특허 이미지다. "믿기 힘들다" 표현했지만 이미 거머쥔 32개의 트로피는 현실을 말한다. 윤여정은 전미 비평가위원회로부터 LA, 워싱턴 DC,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뉴욕 온라인, 그레이터 웨스턴 뉴욕, 오클라호마, 캔자스시티, 세인트루이스, 뮤직시티, 노스캐롤라이나, 노스텍사스, 뉴멕시코, 샌디에이고, 아이오와, 콜럼버스, 사우스이스턴, 밴쿠버, 디트로이트, 디스커싱필름, 미국 흑인, 피닉스, 온라인 여성, 할리우드 비평가협회와 미국 여성 영화기자협회, 팜스프링스 국제 영화제, 골드 리스트 시상식, 선셋 필름 서클 어워즈, 라티노 엔터테인먼트 기자협회 등 연기상만으로 통산 32관왕을 수상하며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아카데미시상식 입성만으로 또 하나의 역사적 한 페이지를 쓴 윤여정은 이제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로 오스카를 노린다.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아시아 배우가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건 지난 93년간 '사요나라'(1957) 우메키 미요시, '모래와 안개의 집'(2003) 쇼레 아그다쉬루, '바벨'(2007) 키쿠치 린코, 그리고 윤여정까지 단 4명이다. 윤여정이 수상까지 성공한다면 우메키 미요시 이후 63년만 두 번째 아시아 여우조연상이 탄생하게 된다. 지난해 '기생충(봉준호 감독)'에 이어 2년 연속 기적의 낭보에 환호하게 만든 '미나리'와 윤여정. 전 국민이 온 마음을 다해 희망하고 있는 순자의 미소와 눈물, 그리고 수상소감이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21.03.1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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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심장 발칵 뒤집었다…'미나리' 윤여정 난리난 이유

“전형적인 할머니. 왜 그런 것 있잖아요, 전형적인 엄마. 나 그런 거 하기도 싫어요. 내가 조금 이렇게 다르게 하고 싶어요. 그건 내 필생의 목적이에요.”배우 윤여정(74)의 이 ‘필생의 목적’이 미국 영화 시상식들을 뒤집어놨습니다. 재미교포 2세 리 아이삭 정, 한국이름 정이삭 감독의 독립영화 ‘미나리’가 지난해 초 선댄스 심사위원대상·관객상부터 받기 시작한 59개의 상 중 20개가 그의 여우조연상입니다. 코로나19로 올 4월로 미룬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기생충’도 못한 한국 국적 최초 배우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도 점쳐집니다.1966년 TBC 3기 탤런트 데뷔해 올해 56년차. 그가 새 전성기를 연 ‘미나리’는 정 감독의 1980년대 자전적 가족 이민사가 토대입니다. 미드 ‘워킹 데드’, 영화 ‘버닝’ ‘옥자’의 한국계 미국 배우 스티븐 연이 제작 겸 주연을 맡아 ‘이민자의 나라’ 미국의 심장을 건드렸지요.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 격인 미국영화연구소(AFI)가 꼽은 ‘2020년 올해의 영화’ 10편에도 들어갔습니다. 윤여정이 연기한 순자는 이민 간 딸 모니카(한예리)를 따라 된장 냄새 풍기며 미국에 온, 여섯 살 손주 데이빗(앨런 김)의 외할머니입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미나리 씨앗을 미국 시골에 심으며 남긴 명대사가 있습니다.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란단다. 원더풀 미나리, 원더풀.” 어디서든 뿌리내리고 살아가야 하는 이민자 가족의 운명.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 ‘여배우들’에서 한류 스타 후배 배우들에게 “난 재래시장이나 지킬게” 했던 윤여정은 그 재래시장 감각으로 세계 무대를 접수했습니다. 윤여정은 3일(현지 시간) 발표되는 미국 아카데미 전초전 골든글로브상 후보로도 거론되는데요. 영화 & 드라마 속 멋진 언니들에 관한 본격 수다 팟캐스트 ‘배우 언니’ 1화는 일흔 넷 왕언니, 배우 윤여정을 조명했습니다. 중앙일보 팟캐스트 플랫폼 J팟(https:/news.joins.com/Jpod/Channel/7)에서도 공개합니다. ‘미나리’ 윤여정, 미국서 난리난 이유? 들어보시죠, 개봉박두. 관련기사 윤여정, 미국 연기상 20관왕 올랐다 주방 밖으로 나오니 더 빛을 발하는 윤여정…'윤스테이'의 저력 스필버그가 만들어도 외국어영화일까? 커지는 '미나리' 논란 스티븐 연 "진실된 한국인 모습 미국에 전하려 '미나리' 제작" 240억 우주 SF '승리호' 송중기 "우주 유영은 처음…'구니스' 생각났죠"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2021.02.0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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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여초' 아델 에넬, 세계의 영향력 있는 여성 영화인 선정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미국 엔터테인먼트 전문매체 버라이어티(Variety)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여성 영화인에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배우 아델 에넬과 클레어 마통 촬영감독이 뽑혔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와 그의 결혼식 초상화 의뢰를 받은 화가 마리안느에게 다가온, 영원히 꺼지지 않을 사랑의 기억을 담은 걸작.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아델 에넬과 클레어 마통 촬영 감독이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기념, 미국 엔터테인먼트 전문매체 버라이어티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여성 영화인’에 뽑혔다. 더불어, 여성의 날을 기념해 배우 아델 에넬과 셀린 시아마 감독이 여성 인권을 위한 시위에 참여해 화제가 되고 있다. 아델 에넬과 클레어 마통 촬영감독이 동시에 리스트에 올랐고, 국내에서는 '기생충'의 여배우들과 이미경 CJ 부회장이 올라 화제가 됐다. 버라이어티는 아델 에넬이 지난 11월, 10대였던 자신을 수 차례 성추행한 영화 감독 크리스토프 뤼지아를 정식으로 고소하며 프랑스의 미투 운동을 다시 확산시킨 점에 대해 언급했고, 클레어 마통 촬영감독에 대해서는 그가 촬영한 두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과 '애틀란틱스'가 제72회 칸영화제에서 각각 각본상과 심사위원대상을 받았음을 언급하며 두 사람이 영화계에 미친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한편, 여성의 날을 기념해 아델 에넬과 셀린 시아마 감독은 여성 인권을 위한 시위에 참여했다. 시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지난 제45회 세자르 영화제에서 아동 성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수상에 시상식을 퇴장한 아델 에넬의 용기 있는 행동에 대한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20.03.0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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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IS] 윤여정·이정은, 메마른 극장가 '시원한 단비'

메마른 극장가에 촉촉한 단비가 내린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여파로 3월 개봉 포기 소식을 알린 영화만 약 50여 편에 달할 장도로 극장이 장기 휴지기에 돌입한 가운데, 개봉을 강행하며 관객들과 만남을 추진하는 작품들이 돋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 충무로를 대표하는 여배우 윤여정과 이정은이 있다. 이들은 텅 비어버린 3월 스크린에서 깜짝 선물로 활약할 전망이다. 윤여정이 출연하는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김초희 감독)'와, 이정은 주연의 '용길이네 곱창집(정의신 감독)'은 각각 5일과 12일 순차 개봉을 확정했다. 일일 관객수가 5만 명까지 떨어지면서 극장을 찾던 마지막 관객들까지 발길을 끊은 상황에서 이들 작품은 '개봉' 자체에 의의를 두며 진퇴양난 여전히 문은 열려 있는 빈 극장과 단 몇 만 명의 관객들을 위해 개봉 추진을 결정했다. 영화에도, 극장에도 윤여정과 이정은은 '한줄기 빛' 그 자체다. 충무로 큰 어른 윤여정과 대세 이정은의 이름값만으로 관심도와 화제성은 남다르다. 무엇보다 윤여정과 이정은은 어떤 작품에서 어떤 캐릭터를 맡든 분량과 비중을 떠나 자신만의 존재감을 챙기는 배우들로 신뢰감이 높다. 이들의 연기를 감상하는 것 만으로도 만족도를 표하는 관객들이 많은 만큼 작품도 캐스팅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하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인생 최대의 위기 '극복은 셀프, 행복은 덤' 씩씩하고 복 많은 찬실이의 현생 극복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중 윤여정은 무심한 듯 보이지만, 세심하고 따뜻한, 정 많은 주인집 할머니 복실 역을 맡아 극의 한 축을 담당한다. 김초희 감독의 전작 '산나물 처녀'(2016)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윤여정은 신박했던 프로젝트와 김초희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차기작 출연까지 결정했다. 윤여정은 2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김용훈 감독)'에 이어 '찬실이는 복도 많지'까지 코로나19로 피해가 막심한 극장가 한복판에 두 편의 영화를 내걸게 됐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흥행에 실패했지만, 평단의 호평은 남겼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역시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메시지로 작품성은 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 '동백꽃 필 무렵'과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으로 주가가 폭발 중인 이정은은 '용길이네 곱창집'으로 배우 이정은 특유의 매력을 뽐낸다. '용길이네 곱창집'은 1969년 고도성장기 일본에서 곱창 가게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용길이네 가족을 통해 재일교포들의 삶의 애환과 희망을 그려낸 가족 드라마다. 정의신 감독의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을 원작으로 영화화했다. 일제 강점기 이후 오사카 공항 근처 판자촌에서 모여 사는 재일교포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이 작품은 한국과 일본 배우들의 합작품으로 의미를 더한다. 이정은은 억척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영순으로 분해 감동을 전한다.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시끌벅적한 집구석 때문에 매일 울화통이 터지면서도, 누구보다 자식들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입체적 인물 영순은 '기생충' 문광에 이어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예고한다. 특히 이정은이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 최초 아카데미 시상식에 입성, 4관왕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면, 윤여정은 36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소개되며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거머쥔 할리우드 영화 '미나리'로 차기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로 꼽히고 있어 놀라움을 자아냈다. 오랜시간 차곡차곡 쌓은 내공으로 긍정적 변화와 변치않는 연기력을 함께 증명하고 있는 윤여정과 이정은. 여배우들의 파워가 3월 극장가에 훈풍을 불러 일으킬지 관심이 쏠린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20.03.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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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제패" 프랑스 봉준호→독일 홍상수, 韓영화 끝없는 낭보(종합)

봉준호 감독과 홍상수 감독이 나란히 유럽 영화제를 제패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PARASITE)'은 지난 달 28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살 플레옐 극장에서 개최된 제45회 세자르영화제(César Awards)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튿날인 29일에는 홍상수 감독의 '도망친 여자(The Woman Who Ran)'가 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Berlin International Film Festival)에서 감독상 낭보를 전했다. 프랑스에서 독일까지. 유럽을 휩쓴 한국 영화의 위상이다. 프랑스를 넘어 미국, 그리고 다시 프랑스다. 지난해 5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올해 2월 아카데미시상식 4관왕을 휩쓴 '기생충'의 역사적 행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프랑스의 오스카'로 불리며 1976년부터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세자르영화제에서 '기생충'은 외국어영화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프랑스영화예술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 수상자(작)이 지명되는 만큼 그 의미 또한 남다르다. 이로써 '기생충'은 프랑스 양대 영화제를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세자르영화제는 프랑스를 자국으로 두고 개최하는 영화제인 만큼 '기생충'이 수상한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는 할리우드 영화들도 '외국어 영화' 후보로 오른다. '기생충'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페인 앤 글로리(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조커(토드 필립스 감독)', '배신자(마르코 벨로치오 감독)' 등과 경합을 벌인 끝에 외국어영화상의 영광을 안았다. 사실상 국제 장품상을 수상한 격이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기생충'은 코로나19로 시름을 앓고 있는 국민들에게 한줄기 빛처럼 꾸준히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2월 초 오스카를 품에 안으며 온 나라를 뒤집어 놓았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 또 한번 미소를 띌만한 소식을 전한 것. 어떤 상을 수상하더라도 더 이상 놀랍지 않은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이지만, 언제 들어도 기분좋은 수상인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기생충' 제작진과 봉준호 감독, 송강호는 최근 코로나19 피해 극복과 확산 방지 및 예방을 위해 각 1억원을 기부하는 선행도 펼쳤다. '기생충'의 모든 행보는 축하받고 응원받아 마땅하다. 홍상수 감독은 24번째 장편 영화 '도망친 여자'로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베를린영화제에서 한국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한 것은 '사마리아(2004)' 김기덕 감독 이후 역대 두 번째이자 16년 만이다. 홍상수 감독은 '밤과 낮'(2008), '누구의딸도아닌해원'(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에 이어 4번째로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통해 김민희가 67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4년만에 다시 은곰상을 추가했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함께 만든 작품으로 나란히 개인 은곰상을 하나씩 챙기면서 (불륜)커플 은곰상을 완성했다. 김민희와 뜨거운 포옹을 나눈 후 무대에 오른 홍상수 감독은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고 싶다. 나를 위해 일해준 사람들, 영화제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 허락한다면, 우리 여배우들이 일어나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시상식에 함께 참석한 김민희·서영화에게 공을 돌렸다. 수상 후 기자회견에서는 "난 큰 그림을 그리거나 큰 의도를 갖는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 작은 세계에서 조그맣게 사는 사람이다. 유혹을 떨쳐 버리려 노력하고 있고, 섬세하고 세부적인 것에 집중하려 한다"고 밝혔다.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던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두 번의 약속된 만남과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과거 세 명의 친구를 만나게 되는 여자 감희의 행보를 따라가는 영화다. 김민희가 감희를 연기했으며, 두 사람이 7번째 호흡맞춘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지 월드 프리미어 상영 후 외신들은 호평 담긴 리뷰를 전하고 있다. 영화제 소식지 스크린데일리가 집계한 평점은 2.7점으로 이번 경쟁부문 진출작 18편 중 상위권 점수를 받았고,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는 100%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한편, 세자르영화제 작품상은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라주 리 감독)'이 차지했고, 감독상은 '나는 고발한다(J'accuse·영문 '장교와 스파이(An Officer and a Spy)')'를 연출한 로만 폴란스키에게 돌아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베를린영화제 최고상인 황금곰상은 이란의 '데어 이즈 노 이블(There Is No Evil·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이,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은 '네버 레얼리 썸타임스 올웨이스(Never Rarely Sometimes Always·엘리자 히트먼 감독)'이 이름을 올렸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020.03.0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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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완전체"…'기생충' 팀 아카데미 레드카펫 밟았다[92회 아카데미]

'기생충' 팀이 완벽한 완전체 드림팀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을 밟았다. 9일(현지시간/한국시간 10일 오전 10시)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개최되는 가운데, 시상식 두 시간 전에는 화려한 별들의 잔치, 레드카펫 행사가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레드카펫에는 수장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각본상 후보 한진원 작가, 편집상 후보 양진모 편집감독, 미술상 후보 이하준 미술감독과 배우 송강호, 최우식,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이 전원 참석, 감동을 더했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최우식, 이선균 등은 멋스러운 올블랙 수트를 차려입고 등장했고, 조여정,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등 여배우들은 각각 개성 넘치는 드레스로 맵시를 뽐냈다.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자리에 선 만큼 '기생충' 팀은 시종일관 밝은 미소로 레드카펫을 즐겼다. '기생충'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BEST PICTURE/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봉준호 감독), 감독상(BEST DIRECTOR/봉준호), 각본상(BEST ORIGINAL SCREENPLAY/봉준호·한진원), 국제장편영화상(BEST INTERNATIONAL FEATURE FILM), 미술상(BEST PRODUCTION DESIGN/이하준), 편집상(BEST EDITING/양진모)까지 총 6개 부문 후보로 지명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 본선 무대에 진출한 것은 한국영화 100년 역사상 '기생충'이 최초다. 한국영화가 매해 노렸던 국제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부문은 1962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시작으로 무려 58년간의 도전 끝에 이뤄낸 성과라 의미를 더한다. 감동에 감동을 더할 영광의 무대에서 '기생충'이 몇 개의 오스카를 품에 안을지 주목된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20.02.1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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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스크린결산②] '벽 넘은' 봉준호·마동석, 내실 챙긴 정우성

한국영화 100주년. 2019년 영화계 키워드는 '축하'다. 다사다난했던 2019년도 어느 덧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들었다. 올해는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이한 해로, 영화계에서는 연초부터 어느 해보다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운명처럼 100년 역사에 기록될 만한 기념비적인 사건이 여럿 쏟아졌고, 발전과 변화를 바탕으로 새 도전, 새 얼굴도 빛을 발했다. 작품에 따른 양극화 현상은 여전히 심하고, 결과에 흡족하기 전 과정을 따져봐야 할 일들도 무수히 많지만, 축하 받아야 할 일들은 무조건적인 축하를 받아 마땅하다. 역정과 비난보다 환호와 영광의 순간이 더 많이 기억에 남는 2019년은 훗날 '그 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로 회자되기 충분한 365일을 완성했다. ▲'기생충' 봉준호 감독 '칸 황금종려상', 마동석 '마블 진출'차기 행보를 더 기대하게 만든 봉준호 감독과 마동석이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한국영화 100년사 최초 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기며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올랐다.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각종 국제 영화제 초청 및 시상식 트로피를 휩쓸고 있는 '기생충'은 77회 골든글로브 감독상·각본상·외국어영화상 후보 노미네이트로 또 한번 한국영화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이 걷는 길이 한국영화의 역사이자 최초의 길이다. 남은 것은 아카데미 시상식 지명. 모두의 염원이 이뤄질 날, 머지 않았다. 마동석은 한국 배우 최초 '마블 히어로물 진출'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마동석은 MCU 25번째 작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이터널스'에 길가메시 캐릭터로 합류, 안젤리나 졸리, 리처드 매든 등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마블민국'이라 불릴 정도로 마블 영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한국에서 드디어 마블 히어로를 직접 연기하게 될 배우를 배출하게 된 것. 현재 마동석은 세계 곳곳을 오가며 촬영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 이로 인해 국내 개봉작 홍보는 전혀 참여하지 못하고 있지만 모두의 이해와 응원 속 최초의 길을 개척 중이다. ▲다양성 변화 속 '코미디' 떴다'극한직업'과 '엑시트' 두 편으로 모든 설명이 가능하다. 최근 몇 년간 떼로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짙은 분위기의 영화가 인기를 끌었던 충무로에 변화의 바람이 '살랑' 불었다. 관객들은 어떤 스트레스 없이, 신나게 웃고 떠들고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찾기 시작했고, 올해 '극한직업'을 필두로 '걸캅스' '엑시트' '가장 보통의 연애' 등 코미디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큰 사랑을 받았다. 의미있는 메시지를 담아낸 일명 착한 영화들도 눈에 띄었다. '말모이' '증인' '항거: 유관순 이야기' '82년생 김지영' '나의 특별한 형제'는 200~400만 대 흥행 허리라인을 책임지며 영화의 가치를 증명했다. ▲"영향력·존재감↑" 女감독·女배우 아름다운 활약약속이라도 한 듯 여성 감독과 여성 배우들의 활약이 빛난 한 해다. 상업영화 대작을 이끈 것은 아니지만 소소한 우리들의 이야기로 공감대를 높였다. '벌새' 김보라 감독, '우리집' 윤가은 감독, '아워바디' 한가람 감독, '밤의 문이 열린다' 유은정 감독 등이 비슷한 시기 영화를 선보였고, 그 중 '벌새'는 국내외 40관왕을 휩쓸며 '올해의 발굴' '독립영화계 '기생충''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여배우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상반기 '걸캅스' 라미란·이성경은 여성 관객들의 절대적 지지 속 여성 액션물의 성공 사례를 남겼고, 임윤아는 여름시장을 책임진 유일한 여배우로, 생애 첫 스크린 주연작을 통해 흥행과 연기력, 가능성까지 모두 입증시켰다. '영화배우 임윤아'를 소개할 수 있는 대표작은 큰 선물이 됐다. 하반기에는 악성 테러 속 보란듯이 흥행을 성공시킨 '82년생 김지영'의 정유미가 주목 받았다. '윤희에게' 김희애와 14년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나를 찾아줘' 이영애도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며 굳건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류승룡·정우성·마동석·조정석·정해인 '합격점' 여전히 충무로를 쥐고 흔드는 남성 배우들 사이에서도 고인물 속 신선함이 새로운 자극을 선사했다. 류승룡은 '극한직업'으로 완벽 재기에 성공한 것은 물론, 꾸준함과 진정성은 결국 승리한다는 희망을 안겼다. 마동석은 '악인전'으로 생애 첫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고, 추석시즌 '나쁜 녀석들: 더 무비'를 흥행 1위에 올려 놓으며 출연한 작품마다 대박을 터트려 홍보 없이도 흥행할 수 있는 독보적 보증수표가 됐다. 정우성은 오랜시간 쌓은 내공을 빵 터뜨리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대표적 배우. 데뷔 25년만에 백상예술대상 대상,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등 굵직한 트로피를 휩쓸며 탄탄한 내실을 다졌다. '사바하' '타짜: 원 아이드 잭' '시동'까지 분기별 세 편의 작품을 개봉시킨 박정민은 30대 배우 중 단연 눈에 띄는 다작 배우로 활약했고, 대세 정해인은 '유열의 음악앨범' '시동'으로 스크린 신인 카테고리에서도 높은 주목도를 자랑했다. >>[2019 스크린결산③] 에서 계속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19 스크린결산①] "천.만.왕.국." 최초 5편, 디즈니·CJ 가문의 영광[2019 스크린결산②] '벽 넘은' 봉준호·마동석, 내실 챙긴 정우성[2019 스크린결산③] 2019년 한국영화계에 일어난 열두가지 일들 2019.12.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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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 넘어선…' 라미란·이정은·염혜란의 전성시대

더이상 '조연'이란 말이 아까운 여배우들의 전성시대다.조연으로 불리던 유해진·곽도원·조진웅 등은 이제 드라마·영화계에서 주연으로 우뚝섰다. 기나긴 무명과 단역, 조연을 거쳐 빛을 본 이들 자체로 연예계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 그럴때도 여자들은 없었다. 상대적으로 남자를 선호하던 탓에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하던 여배우들도 영화에서는 롤이 작아졌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고 트렌드가 바뀌었다. 라미란을 시작으로 이정은과 염혜란까지. 이들은 작품의 웃음이 아닌 중심이 돼 비중있는 역할로 나섰다. 단순한 임팩트가 아닌 끝까지 작품을 이끄는 중심축. 세 여배우 중 시작은 라미란이 끊었다. 2015년 '응답하라 1988' 이후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부암동 복수자들' '우리가 만난 기적' 등 주연 자리를 꿰찼다. 그리고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걸캅스'로 당당히 '원 톱' 자리를 따냈다. 영화는 162만명의 관객을 동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라미란은 기세를 이어 서현진과 주인공으로 나서는 '블랙독'까지 이제는 어딜 세워도 든든한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올해의 최고 발견은 누가 뭐라해도 이정은이다. 2015년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보살 서빙고로 출연해 얼굴을 알렸고 그해 영화 '검사외전' 속 선거유세장에서 강동원과 막춤을 추고 신혜선과 잘해보라고 등 떠밀던 사람. '미스터 션샤인' 속 함안댁과 '눈이 부시게' 김혜자·한지민의 엄마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정점은 영화 '기생충'에서 찍었다. 가정부 문광을 연기, 영화 후반부는 이정은이 책임졌다고 해도 될 만큼 소름끼치는 열연이 잇따랐다. 상복도 터졌다.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조연상을 시작으로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이정은의 한 해를 보냈다. 염혜란은 아직 두 사람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도깨비'에서 김고은(지은탁)을 괴롭히는 세상 못 된 이모로 영화 '증인'에서 소름끼치는 반전의 인물로 그리고 '동백꽃 필 무렵'에서 변호사 홍자영을 연기하며 연기 꽃이 활짝 피었다. 남자 앞에서 더 주체적인 성격이 돋보이는 매력 넘치는 여성으로 '국민 누나'라는 타이틀까지 따냈다. 올해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한 세 배우. 이들이 늦게 빛을 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연기력이다. 연극 무대에서 다져진 기본기와 수십차례 단역으로 익힌 현장감은 돈 주고 들을 수 없는 트레이닝. 그러다보니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대중에게 각인될 수 있었다. 그 중 막내인 염혜란은 여배우들의 대세 흐름에 대해 "사실 '동백꽃 필 물렵'에서 홍자영을 맡았다는 것부터 흐름이 달라졌다고 느낀다. 5년 전만 해도 선배들을 포함해 우리가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았다. 선배들에게 힘들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지금은 시대적으로 분위기 자체가 새로운 얼굴을 원한다. 전문직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창작자들의 노력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선배들이 잘 닦아놓은 길을 편하게 가고 있다. 길이 열렸으니 좋은 가능성을 가진 사람도 더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김진석 기자 superjs@joongang.co.kr 2019.12.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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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1000만 배우 되면 연기가 늘어요?" 조여정의 한방

버티는 자가 승리한다. 데뷔 22년 차. 차근차근 열심히 달렸더니 최고의 기회가 최고의 순간이 됐다. 한국영화 최초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주인공 '기생충(봉준호 감독)'의 주인공 조여정(38)이다. 1997년 잡지 모델로 데뷔해 주목받는 위치에 오르기까지. 조여정은 쉼 없이 스스로를 갈고 닦았고 또 스스로를 채찍질 했다. 호평과 찬사가 제 주인을 제대로 찾았다. 조금 오랫동안 기쁨을 만끽해도 될 법 하건만 자기객관화에 이렇게 똑부러질 수가 없다. "욕심이 있다고 된다는게 아니라는건 잘 아는 나이라서요"라며 미소짓는 조여정의 한 마디가 그녀가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 걸어나갈 길을 한 눈에 확인케 한다. 그리고 그러한 조여정에게 '기생충'은 '좋은 날'을 선물해 준 작품이다. "힘들어도 열심히 해 볼만 하구나. 인생은 꽤 살만 하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만든 순간이다. "쏟아지는 응원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면서도 조여정은 '기생충'의 흥행 그 자체보다 "관객들의 애정도와 이를 뛰따르는 화제성을 더 많이 체감하고 싶다"고 밝혔다. 개봉 후 온·오프라인을 들썩이며 신드롬 효과를 불러 일으킨 '기생충'은 누적관객수 900만 명을 돌파하며 작품성에 화제성, 대중성, 흥행성까지 모조리 일군 전무후무 작품이 됐다. 조여정의 소망은 또 이뤄졌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기생충' 황금종려상 수상 순간엔 어떤 마음이었나."나는 버티다 버티다 순간 잠이 들었다. 놀라서 눈을 떠보니 벌써 오전 5시더라. 메시지는 엄청 와 있고 기사도 다 떠 있었다. 실시간으로 현장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영상으로 돌려 보면서 엄청 감격했다. 근데 꼭 내가 출연한 작품이 아니라 다른 영화의 소식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감독님과 송강호 선배님을 보면서 '어쩜 이렇게 멋지고 자랑스러울 수 있을까' 팬심으로 좋아했다.(웃음) 국가대표가 우승한 것 같더라." -조여정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글쎄. 감독님의 작품을 함께 함으로써, 또 '기생충'에 출연함으로써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나라는 배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봉준호 감독이 다른 감독들과 특별히 달랐던 점이 있다면."감독님들은 저마다 개성이 있다. 같은건 거의 없는 것 같다.(웃음) 봉준호 감독님의 가장 큰 매력은 당신의 고민을 절대 티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현장에서 감독의 고민은 배우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해야 하는 결정이나 선택들이 어마어마하다. 근데 그런 것이 하나도 안 느껴진다. 그게 배우 입장에서는 얼마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지 감독님은 아실까 싶다.(웃음) 정말 그냥 유쾌하기만 하다. 농담도 많이 하신다. 자연스러운 공기를 감독님이 만들어 주시니까 릴렉스가 될 수 밖에 없다. 내가 진지하게 어떤 고민을 이야기 해도 즐겁게 맞받아쳐 주신다. 거기에서 오는 자유로운 연기나 상상력이 배우에게는 큰 에너지가 된다." -따지고 보면 박사장네는 풍비박산이 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무슨 죄를 지었길래'라는 생각도 해볼 법 하다."미워야 하는데, 그게 맞는데 찍을 땐 그들이 범죄에 가까운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에 둔감했다. 나쁘게도 잘 안 느껴졌다. '이 집 때문에 우리 집이 이렇게 됐어'라는 어떤 단편적인 마음보다 '기생충'이라는 영화의 일원으로 기우에게 더 마음이 갔다. 그래서인지 연교스럽게, 해맑게 찍은 것 같다." -최우식은 평소에도 선배들의 애정을 한 몸에 받더라."난 개인적으로 이전부터 최우식이라는 배우를 좋아했다. 뭘 해도 마음이 가는 친구고 뭘 해도 사랑스럽다. 우식이는 진짜다.(웃음)" -이선균과의 부부호흡은 어땠나."선균 오빠가 그동안 여배우들과 진짜 좋은 작품을 많이 찍지 않았나. 케미가 좋다. '나도 이선균 배우랑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좋은 작품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오빠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신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워낙 성격이 좋다 보니 정말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이정은과의 관계도 눈에 띄었다."내가 언니를 진짜 좋아한다. 진짜. 영화에서 보면 언니를 해고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나. 둘이 테라스에 앉아 있는 모습이 멀게 잡힌다. 시나리오에는 없었는데 뭐라 말하는 것처럼 보여야 하니까 감독님이 따로 적어준 대사가 있었다. 세팅되고 슛을 기다리는데 그 말을 꺼내야 하는 불편함과 무거움이 실제로도 생기더라. 언니도 '어떤 이야기를 듣겠구나'라는 마음으로 에너지를 쌓고 있었을 것이다. 이후 장면도 촬영은 했는데 영화를 보니 '해고하게 됐다'고 말하는 장면이 아닌, 그 이전에 힘겨워 하는 그 몇 초 동안 찍힌 것을 쓰셨더라. 말을 꺼내기 전에 공기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그 분위기를 좋게 봐 주신 것 같다. 내가 실제로 언니를 좋아해서 더 그런 느낌이 나온 것일 수도 있다. 정은 언니에 대한 사심이 동한 신이었다." -'기생충' 개봉 후 수 많은 반응과 평가가 나왔다. 어떤 말이 듣기 좋던가."'리얼하다.'(웃음) 연기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뭐 그렇게 당연한 이야기를 좋아하나' 할 수 있는데, 그 당연한 이야기가 어쩌면 작품의 출발이자 마지막이다. 출발이 안 되면 시작도 할 수 없다. 근데 '리얼하다'는 말은 출발이 됐다는 것이다. 그 만큼 좋은 말이 없는 것 같다." -스크린 활동에 대한 욕심이 좀 더 생겼을 것 같다."뭐 욕심이 있다고 된다는게 아니라는건 잘 아는 나이라서.(웃음) 당연히 열정은 계속 있다. 칸에 가서 든 생각도 '하루 하루 열심히 살다 보니까 이런 날도 오는구나. 열심히 살기 잘 했다'는 것이었다. 괜히 뿌듯하더라. 이게 종착지는 아닐 것이고, 앞으로 또 힘든 일들이 일어날 수 있지만 '그래도 좋은 날은 있다. 더 힘들어도 열심히 해 볼만 하구나'라는 다짐을 새롭게 하게 됐다." -'기생충'이 10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자연스럽게 1000만 배우가 될텐데."1000만 배우가 되면 연기가 좀 느나요? 하하. 그런 무서운 말 싫은데…. 한 배우로서 실력보다 있어 보이는 타이틀이나, 어떤 기대감을 갖게 되는 타이틀은 무섭다. 숫자도 기쁘겠지만 그것보다 관객들의 애정을 더 많이 느끼고 싶다. 내가 이 영화에 나오지 않았어도 나는 개봉 날 달려가서 봤을 것이다. 그런 마음을 많은 분들이 함께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사진=CJ엔터테인먼트 2019.06.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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