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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IS]'동백꽃 필 무렵', 김지석→김선영 버릴 게 없는 '캐릭터 맛집'
'동백꽃 필 무렵'은 캐릭터 맛집으로 통한다.KBS 2TV 수목극 '동백꽃 필 무렵'은 시청률 16.9%(닐슨 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강하늘(황용식)의 묻지 마 폭격 로맨스로 편견을 깨고 나오는 공효진(동백)의 각성기가 웃음과 눈물, 설렘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여기에 평화로운 마을을 뒤흔든 연쇄 살인 사건의 진실을 찾는 스릴러가 시청자의 추리 본능을 자극하며 몰입도를 높인다.하지만 인기 요인으로 이들을 빼놓을 수 없다. 주·조연 가릴 것 없이 살아있는 캐릭터들이다. 이들은 시청자들이 60분 동안 눈을 뗄 수 없게 하며 리얼리티와 휴머니즘을 책임진다. ▶'나쁜 놈' 김지석·'치사한 놈' 오정세김강훈(강필구)의 생부 김지석(강종렬)은 공효진을 외롭게 하며 온몸으로 이별을 외쳤고, 결국 공효진은 김지석을 떠나왔다. 9년이 지나 우연히 공효진을 다시 만나며 공효진과 김강훈을 흔들고 있다. 김지석은 강종렬의 졸렬함과 지질함을 생생하게 표현해 공효진의 성장을 더욱 응원하게 한다. 과거의 행동을 후회하며 질척이는 전 연인을 맛깔나게 연기해 '졸렬'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지만 "김지석은 연기 잘한 죄밖에 없다"며 시청자의 호평을 받고 있다.'NO규태존'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오정세(노규태)도 공효진의 각성에 큰 공을 세웠다. 차기 군수를 노리지만 '니즈(needs)'를 '리즈'로 '유만부동'을 '유만부둥'으로 잘못 말하는 무식한데 뻔뻔한 캐릭터. 집에서 변호사 아내 염혜란(홍자영)에게 잡혀 살면서 밖에선 허세 가득 큰소리 뻥뻥 치는 오정세는 정말 우리나라 어느 동네를 가도 한 명은 있을 법한 모습이라 공감과 웃음을 준다.김지석과 오정세의 공통점은, 나쁘고 치사하지만 조금 모자라서 인류애와 연민을 불러일으킨다는 것. 공효진이 떠난 뒤 한일전에서 2루에서 3루 뛰는 걸 잊어 천만종렬이 됐고 그 후 술만 마시면 "동백이"를 부르짖었던 김지석. 또 "존경한다"는 손담비(향미)의 한 마디에 넘어가 탈탈 털린 오정세는 밉지만 짠한 마음이 들게 한다. ▶색다른 걸크러시 염혜란염혜란은 극 초반 공효진을 오정세의 내연녀로 의심, 급기야 까멜리아에 가게를 비우라고 통보하기까지 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일부 시청자들은 염혜란을 까불이 후보에 넣기도 했다. 그런데 공효진이 오정세의 내연녀가 아니고, 오히려 오정세가 공효진을 괴롭혀왔다는 걸 알게 되자 태세를 180도 전환했다. 잘못 없는 공효진을 공연히 의심해왔다는 걸 안 뒤 무료 법률 자문을 해주겠다며 공효진의 아군이 됐다. 손담비와 아무 일 없었다는 오정세에게 "안 잔 게 유세니? 똥을 싸다 말았으면 안 싼 거야?"라고 말하는 사이다 화법으로 시청자의 속을 뻥 뚫었지만, 그 눈엔 눈물이 가득했다. 겉모습은 강인해 보이지만 정의롭고 속내는 여린 염혜란의 걸크러시 면모가 시청자를 매료했다.▶고두심·이정은 서로 다른 모성애'동백꽃 필 무렵'은 뻔히 예상되는 답안이 없는 드라마다. 고두심(곽덕순)도 그런 유형의 엄마다. 강하늘이 미혼모인 공효진을 좋아한다고 했을 때, 고두심은 반대했다. 여기까지는 예상 답안이다. 하지만 그 뒤로 공효진과 김강훈이 게장 집에 발길을 끊자 "평생 안 볼 거냐"며 공효진과의 우정을 이어갔다. 까불이 때문에 옹산을 떠나려는 공효진에게도 마치 친언니처럼 용기를 북돋아 줬다. 고두심의 모성은 강하늘뿐만 아니라 공효진까지 포용했다. 이정은(조정숙)은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어린 공효진을 버리고 떠났다가 갑자기 다시 돌아온 이정은은 공효진에게 "내가 너 위해서 뭐든 딱 하나는 해주고 갈게"라고 말했다. 이후 까멜리아의 알바생이 된 이정은은 공효진의 또 다른 편이 됐다. 김강훈의 야구 경기를 보러 갔을 때, 김강훈이 상대 팀 감독과 심판의 꾸중을 듣자 조용히 일어나 손에 벨트를 감는 모습이 웃음을 줬다. 고두심에게 "나 동백이 엄마예요"라며 무언의 경고를 날리는 등 이정은의 늦은 엄마 노릇은 시청자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김선영·김미화·이선희, 디테일 살아있는 시장 상인김선영(박찬숙) 김미화(김재영) 이선희(정귀련)는 약방의 감초다. 홀로 아이를 키우며 술집을 운영하는 공효진을 계속 경계하고 따돌려 시청자의 미움을 사기도 했지만, 공효진이 떠난다는 얘기에 몰래 눈물짓고 공효진에게 한 아름 선물을 안기는 모습은 사람의 정을 느끼게 했다. 특히 진짜 시장 상인들 사이에 있어도 위화감 없을 만큼 리얼한 메이크업과 의상은 또 다른 관전 포인트. 볼륨을 살린 앞머리, 알이 큰 액세서리, 희미한 눈썹 문신, 입술 라인을 강조한 화장, 총천연색의 의상은 옹산 게장 골목에 생동감을 주고 있다.이아영 기자 lee.ayoung@jtbc.co.kr
2019.10.24 1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