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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2023년 이보다 다사다난했던 기업 없었다…카카오, 내년엔 웃을까

올해 IT 업계는 물론 국내 기업을 통틀어 카카오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은 회사가 없다. 한류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품는 과정에서 초유의 사법리스크에 직면한 것도 모자라 내부 경영진 비위 논란까지 터지면서 김범수 창업자가 직접 칼을 빼들고 대대적인 쇄신 작업에 나섰다.2년 전 불거진 문어발식 사업 확장 비판을 시작으로 카카오의 벤처 신화는 성장통을 겪고 있다. '국민 메신저'를 넘어 '글로벌 빅테크'를 꿈꾸는 카카오는 내년에는 기필코 웃어 보이겠다는 일념으로 혹독한 수련에 돌입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새해를 맞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법리스크 야기한 SM엔터 인수전2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13일 대표를 전격 교체한 뒤 주요 계열사에 새로운 리더십을 주입하기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간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주어진 시간 속에서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는 경영 체계 개편 작업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놓인 계기의 중심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있다.카카오는 지난해 10월 대규모 서비스 장애 여파를 남궁훈 전 대표의 사퇴와 발 빠른 보상안 마련으로 가까스로 막아냈다. 이후 해외 진출로 제2의 도약을 노리는 '비욘드 코리아' 비전 달성에 속도를 냈는데, 여기서 대지진의 시작을 알리는 균열이 생겼다.SM엔터테인먼트를 두고 카카오와 맞붙은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던 지난 2월 기타법인 명의의 대량 매집이 일어났다. 이에 SM엔터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훌쩍 뛰어넘어 하이브의 추가 지분 확보는 실패로 끝났다. 하이브가 백기를 들자 카카오는 3월 SM엔터의 경영권 인수를 공식화했다. 여기서 금융감독원은 카카오가 간접적인 시세조종으로 이득을 챙겼다고 보고 조사에 들어갔다.결국 카카오의 미래 전략을 책임지는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됐고, 카카오 법인과 김범수 창업자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합법적인 장내 주식 매수였고 시세조종을 한 사실이 없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지만 카카오엔터의 리더십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카카오 관계자는 "현 경영진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해 깊게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카카오 노조 역시 "카카오엔터 경영진을 비롯해 현 경영진에 대한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김범수의 반성…수염까지 밀었다이런 쇄신 과정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던 김범수 창업자가 지휘했다. 그의 복귀만큼이나 결연함이 녹아든 외모의 변화가 눈길을 끌었다.특히 수염은 김범수 창업자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다. 카카오의 자유로운 기업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그랬던 그가 지난달 17년 만에 수염을 밀고 말끔한 모습으로 비상경영회의에 참석했다. 카카오가 대기업 반열에 오른 만큼 스타트업의 마음가짐으로는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경영쇄신위원장을 자처한 김범수 창업자는 지난 11일 사내 공지에서 "성장 방정식이라고 생각했던 그(실리콘밸리 창업 기업처럼 젊은 CEO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이 더는 유효하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규모가 커지고 위상이 올라가면 기대와 책임이 따르기 마련인데 그동안 이해관계자와 사회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김범수 사단'으로 분류되는 정신아 대표 내정자 역시 김범수 창업자와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신아 내정자는 "성장만을 위한 자율 경영이 아닌 적극적인 책임 경영을 실행하고, 미래 핵심 사업 분야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말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카카오에 처음 미운 털을 박은 '아픈 손가락' 카카오모빌리티가 오랜 난제를 차츰 해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021년 호출료 기습 인상 시도와 꽃·간식 배달 등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키며 카카오의 브랜드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줬다.그러다 김범수 창업자의 집도 아래 수수료 대폭 인하와 공정 배차 도입 카드를 꺼내들고 마찰이 끊이지 않았던 주요 택시 4단체와 모처럼 밝은 표정으로 화해의 악수를 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플랫폼 규제를 외치는 정부의 압박이 여전하다. 경쟁 가맹 택시의 콜 차단 혐의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진 시정안을 내놨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기각하고 조만간 제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처음으로 자체 구축한 안산 데이터센터와 복합 문화 시설 서울아레나의 공사 업체 선정 비리 의혹도 말끔히 해결해야 한다. 경영진을 비롯해 공동체 차원의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카카오 관계자는 "정신아 내정자는 현재 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으며 조만간 노조와도 만날 계획"이라며 "쇄신 작업은 내년에도 이어진다"고 말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3.12.29 07:00
IT

김범수 구원등판 한 달 만에 대표 교체 강수…더는 '회전문 인사' 없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카카오의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예상보다 빨리 대대적 인적 쇄신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함께 회사를 이끌어온 동료가 아닌 오랜 기간 IT 분야에서 노하우를 쌓은 전문가에게 운전대를 맡기기로 했다.카카오는 13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사업 총괄을 맡고 있는 정신아(48)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단독 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 정신아 내정자는 오는 3월로 예정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된다.김 위원장이 지난 11일 사내 공지에서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워가고자 한다"고 밝히며 경영진 물갈이를 예고하기는 했지만 이처럼 이른 시기에, 그것도 대표를 바꿀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김 위원장이 경영에 직접 뛰어든지 약 한 달 만이다.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던 김 위원장은 지난 10월 말 주요 공동체 CEO(최고경영자)들을 소집해 비상경영회의를 연 데 이어 11월 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하며 사법리스크와 경영진 내부 비위 논란으로 흔들리는 회사를 바로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이번 결정이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그간 김 위원장이 고수해온 측근 경영을 벗어났다는 것이다. 인맥 중심의 '회전문 인사'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신아 내정자는 김 위원장과 같은 서울대 출신이 아니다. 연세대에서 불어불문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마케팅 석사 학위를 땄다. 이어 미시건 주립대학교 로스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수료했다.김범수 위원장을 비롯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 등 굵직한 IT 거목들을 배출한 삼성SDS에 몸담은 적도 없다. 대신 보스턴 컨설팅그룹과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 네이버를 거치며 안목을 키웠다.카카오 관계자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IT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른 갈등과 어려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정신아 내정자가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정신아 내정자는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다. 2018년부터는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맡아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선행 기술, 모바일 플랫폼, 게임,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며 IT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앞으로 내정자 신분으로 쇄신TF장을 맡아 카카오의 실질적인 쇄신 방향을 설정하고 세부 과제들을 챙길 예정이다.정신아 내정자는 "중요한 시기에 새로운 리더십을 이어받게 돼 더없이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사회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성장만을 위한 자율 경영이 아닌 적극적인 책임 경영을 실행하고, 미래 핵심 사업 분야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밝혔다.이와 관련해 카카오 노조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대표 교체는 쇄신의 끝이 아닌 시작이 돼야 하며, 인적 쇄신을 완료하기 위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을 비롯해 현 경영진에 대한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3.12.14 07:00
IT

카카오 남궁훈의 갑작스런 건강 고백…왜?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갑작스레 자신의 건강 상태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려 관심을 끌었다. 심각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오해를 받자 곧장 해명했다.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답지 않은 소탈함과 평소 직원들과 거리낌 없이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에서 나온 해프닝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궁훈 대표는 27일 페이스북에서 "걱정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사도 많이 나고 그래서 당혹스럽네요"라며 "열심히 노력해서 회복하겠습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지난 26일 오후 게시한 당뇨신경병증 일지를 보고 우려하는 댓글과 기사가 쏟아지자 안심해도 좋다는 취지에서 남긴 글이다. 내달 만 50세가 되는 남궁훈 대표는 최근 발가락·손가락·등이 저린 증상이 나타났으며, 내분비내과 진료를 앞두고 있다고 했다. 두 달 전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해 10㎏ 이상 감량했다고도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당뇨는 성인들 사이에서 익숙한 병이지만 정보가 부족하다.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유익한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글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남궁훈 대표는 SNS에 꾸준히 글을 올리며 이용자·업계와 소통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를 간략히 소개하며 궁금증을 해소했다. 자사 서비스를 직접 홍보하고, 취미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가 개인 SNS를 활용해 소식을 전하는 것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남궁훈 대표처럼 사적인 영역까지 별문제 없다는 듯 보여주는 사례는 흔치 않다. 이처럼 남궁훈 대표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경영자로 잘 알려져 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처럼 판교 사옥에 출근할 때는 별도 통로를 이용하지 않고 직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다. 대표 내정자 자격으로 지난 2월 진행한 간담회에서는 커뮤니케이션팀이 사전에 멘트를 준비했는데도 이를 참고하지 않고 기자들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했다. 카카오 업무 툴 내 사내게시판에는 수시로 직원들의 의견을 묻는 글을 올린다. 지난 5월 근무제 개편안을 발표했을 때는 직원들이 두려움이 없이 불만을 표출했고, 남궁훈 대표는 이를 수용해 곧바로 수정안을 제시했다. 카카오는 이런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설립 초기 '신충헌(신뢰·충돌·헌신) 문화'를 정착했다. 서로 신뢰하는 관계 속에서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해 마음껏 충돌하되, 결정된 사항은 충실히 따르고 헌신한다는 의미다. 카카오에 속했다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일종의 수칙이다. 모두가 처음부터 이런 풍경에 쉽게 적응한 건 아니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김범수 센터장은 과거 '사장님' '의장님'이라는 호칭을 쓰는 직원들에게 직접 '브라이언'이라는 호칭을 되짚어주기도 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2.09.28 07:00
IT

'메타버스 2.0' 시대 개막…앞서가는 네이버, 쫓아가는 카카오

양대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가 나란히 사령탑을 교체하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기존 경영진이 광고를 넘어 콘텐트와 커머스 등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다각화한 상황이라 큰 어려움 없이 운전대를 잡을 전망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포털의 한계를 뛰어넘을 미래 주력 사업에 쏠린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의 신임 CEO(최고경영자) 모두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를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지목했다. 온라인 게임과 크게 다를 것 없어 '거품'이라는 우려가 퍼졌지만, 특화 서비스를 더해 '메타버스 2.0'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일단 네이버가 전 세계 가입자 3억명 이상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보유하며 우위에 섰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혁신 DNA로 추격을 가속한다. 신임 CEO들 "미래 먹거리는 메타버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수연 네이버 신임 CEO는 이달 중순 가진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자신만의 신사업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중점적으로 보는 건 커뮤니티 기술을 활용한 메타버스 서비스다. 네이버 앱에 붙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CEO 직속으로 메타버스 TF도 만들었다. 따로 리더를 두지 않고 관련 서비스를 맡는 직원들이 모여있는 구조다. 아직 상위 기획 단계라 구체적인 모습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카페·밴드·위버스 등 커뮤니티 서비스와 제페토의 융합이 기대된다. 최수연 CEO는 "스포츠의 경우 함께 경기를 관람하고 후기를 공유하는 식으로 커뮤니티가 세팅되지 않을까 한다"며 "스포츠·웹툰·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버티컬 서비스에서 제2, 제3의 메타버스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 관계사 라인의 가상자산(가상화폐) '링크'를 적용할 가능성에 대해 "당연히 다 열려 있다. 후보자 중 하나겠지만, 다양한 NFT(대체불가토큰)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그 면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현재 제페토 안에서는 '젬'과 '코인'으로 아바타 의상과 액세서리 같은 아이템을 살 수 있다. 게임처럼 현금을 지불해 충전하는 방식이다. 향후 가상자산과 연계하면 링크로 거래하고 희귀한 아바타나 아이템은 NFT로 판매하는 모습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실물경제와 한층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네이버는 제페토를 글로벌 수준의 서비스로 끌어올리며 메타버스 경쟁력에서 카카오를 크게 앞질렀다. 2018년 8월 출시해 한국·중국·일본·미국 등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달 누적 가입자 3억명을 돌파했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2000만명에 달하며, 아이템 누적 판매량은 23억개를 달성했다. 90% 이상의 이용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다. 실적도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네이버의 콘텐트(웹툰 제외) 매출은 2021년 1분기 395억 원에서 4분기 690억 원으로 늘었다. 올해 1분기는 53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가량 증가했다. 여기에 네이버는 주변 지형과 건물 등 현실을 가상세계로 복제해 연결하는 디지털트윈 솔루션 '아크버스'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와 일본에서 고정밀 지도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기술이 고도화하면 메타버스 속 배경을 실제 우리가 사는 공간으로 꾸미는 것도 가능하다. 최수연 CEO는 지난 21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제페토의 퀄리티 개선을 비롯해 메타버스 관련 기술은 내재화나 D2SF(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와 같은 툴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커뮤니티, 카카오는 롤플레잉 채팅 최근 카카오의 지휘봉을 잡은 남궁훈 CEO 역시 신개념 메타버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아바타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경쟁사 서비스와 달리 카카오톡의 소통 경험을 접목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남궁훈 CEO는 공식 선임 전 내정자 신분이었을 당시 비교적 자유로운 상황에서 앞으로의 청사진을 공유했다. 그는 "카카오가 강한 텍스트 기반 메타버스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두 개의 TF를 발족한 상황이다. 롤플레잉 채팅이라고 간단히 정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메타버스의 개념을 지금보다 더 넓게 봤다. 화려한 3D 그래픽뿐 아니라 음성·이미지의 2D는 물론 1차원적인 문자도 메타버스화할 수 있는 콘텐트 형태로 판단했다. 이는 하이텔·천리안·나우누리 등 1990년대 PC 통신 시절의 '머드게임'과 유사하다. 지금보다 현저히 느렸던 접속 환경에서 이용자들은 이미지와 영상 대신 상상력으로 게임을 즐겼다. 캐릭터를 움직일 때는 '이동'과 같은 명령어를 방향(동·서·남·북)과 함께 입력했다.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메시지가 뜨면 '공격'이나 '방어' 등과 같은 선택을 했다. 몬스터 수집 게임 '포켓몬스터' 초기 버전에서 그래픽이 빠지고 상황 설명만 있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20년 넘게 게임업계에서 내공을 쌓은 남궁훈 CEO라면 문자 기반 메타버스도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게임 창립 멤버인 그는 NHN USA와 CJ 인터넷, 위메이드 대표를 거쳐 2015년 카카오에 합류했다. 이후 카카오게임즈의 각자 대표를 맡아 글로벌 게임사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했다. 카카오도 메타버스 생태계에 블록체인을 연동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은 없지만,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클레이튼'이 있어 든든하다. 남궁훈 CEO도 메타버스 시대에는 개인이 콘텐트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성종화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막강한 블록체인 사업 잠재력은 언제든지 강한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그라운드X의 디지털아트·NFT 유통 서비스 '클립드롭스'는 올해 1월 누적 거래액 100억 원을 찍었다. 이 밖에도 카카오는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지인 기반이 아닌 관심사 기반의 커뮤니티형 메타버스 서비스도 준비한다. 이를 위해 카톡 오픈채팅을 재정의한다. 카톡은 지인들끼리 쓰는 서비스라 한국인이 대부분이다. 특정한 주제에 더욱 집중해 방을 개설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글로벌 확산에 용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남궁훈 CEO는 이달 6일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간담회에서 "메타버스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글로벌 기업의 입지를 다져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2.04.26 07:00
생활/문화

김범수 의장, 카카오 이사회 사임…미래 비전 집중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이 카카오 이사회에서 사임한다.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에만 충실하기 위해서다. 카카오는 14일 김범수 의장이 이사회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 역할은 유지한다. 김범수 의장은 "'비욘드 코리아'는 한국이라는 시작점을 넘어 해외 시장이라는 새로운 땅을 개척해야 한다는 카카오 스스로의 미션이자 대한민국 사회의 강한 요구"라며 "글로벌 IT 기업들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나아가는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함께 새로운 항해를 멋지게 펼쳐나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또 이날 카카오는 임시 이사회를 열고 홍은택 카카오 얼라인먼트 센터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내정했다. 이에 김성수, 홍은택 센터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 관점에서 카카오 공동체의 사회적 책임과 전략 방향을 조율하고, 카카오의 비욘드 코리아, '비욘드 모바일' 행보를 돕는다. 카카오는 미래 10년 핵심 키워드인 비욘드 코리아, 비욘드 모바일에 집중하기 위해 글로벌 전략을 재편한다. 비욘드 코리아라는 대전제 하에 다양한 방법론으로 전략을 전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먼저 일본을 거점으로 카카오의 영토를 세계로 확대하는 데 집중한다. 그간 개별 전략 아래 해외 시장을 공략해왔던 카카오 공동체는 일본 카카오픽코마를 필두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전개한다. 여기에 김범수 의장이 비욘드 코리아라는 과업에 무게 중심을 두고 글로벌 확장에 힘을 보탠다. 김 의장은 2000년 한게임 재팬을 설립해 일본 시장을 개척한 바 있으며, 2017년부터 카카오픽코마 사내이사를 맡아 한국과 일본 현지를 오가며 사업에 참여해왔다. 카카오의 주요 계열사들은 비욘드 코리아의 방향성에 맞춰 해외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한다. 카카오웹툰과 타파스, 래디쉬, 우시아월드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북미·아세안·중화권·인도·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4년까지 글로벌 거래액을 3배까지 성장시킬 계획이다. 또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부터 TV, 스크린 등 모든 플랫폼을 아우르는 제작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을 겨냥한 슈퍼 IP(지식재산권) 기획·제작에 주력할 예정이다. 카카오게임즈는 국내에서 흥행한 모바일 게임 '오딘'의 대만 시범 서비스를 마치고 올해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다양한 신작 게임들의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이사 내정자는 "한글 기반의 스마트폰 인구는 5000만명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인구 50억명의 1%에 해당한다"며 "이제 카카오는 1%에서 99%로 나아가야 한다. 카카오의 성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2.03.14 12:56
생활/문화

윤석열 당선에 한숨 돌린 네이버·카카오…플랫폼 자율 규제 '기대감'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정권을 잡게 되면서 양대 포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최근까지 갑질 논란에 휩싸이며 규제 입법이 급물살을 타고 있었는데,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윤 당선인이 플랫폼의 자율규제 필요성을 역설해온 만큼 족쇄로 작용할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하 온플법)은 일부 수정을 거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달 새롭게 수장을 맞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발걸음이 가벼워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당선에 네이버·카카오 주가 쑤욱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온라인 플랫폼을 향한 과도한 제재가 디지털 생태계 확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 지난 1월 혁신벤처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벤처·ICT 전략 토론회에서 "플랫폼은 혁신의 하나로 사회 전체 발전의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규제 강화가 꼭 능사는 아니며 플랫폼 기업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이용자 보호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카카오톡과 온라인 커뮤니티의 불법 촬영물을 감시하는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시행을 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귀여운 고양이, 사랑하는 가족의 동영상도 검열의 대상이 된다면 그런 나라가 어떻게 자유의 나라겠나"라며 플랫폼의 손을 들어줬다. 업계는 실시간으로 공개 대화방과 커뮤니티 게시물의 콘텐트를 불법 촬영물 DB와 대조하는 과정에서 시스템 오류 등 관리의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윤 당선인의 플랫폼 친화적인 발언에 증권가도 관련 업계의 앞날이 밝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윤석열 당선인은 이재명 후보보다 플랫폼 규제 수위는 낮은 편"이라며 "플랫폼 자율규제 기구를 수립해 사회적 역할을 증진하고 상생을 촉진하겠다는 의지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또 "플랫폼 다양성과 역동성을 감안해 섣부른 규제 도입을 지양하면서도 주요 플랫폼과 소비자 단체, 소상공인 등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연합적 논의기구 및 자율규제 틀을 설립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시장의 기대감에 양대 포털의 주가도 일제히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대선 결과가 나온 지난 10일 네이버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54%나 올랐고, 카카오도 8.58% 뛰었다. 두 곳 모두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덕분에 시가총액은 네이버가 50조 원대로 복귀했으며, 카카오는 3조5000억원가량 불었다. 고민 빠진 공정위, 온플법 손볼까 이에 반해 거대 플랫폼을 관리 범위 안에 두려 했던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고민에 빠졌다. 올해 1월 심사지침까지 내놓은 온플법이 정권 교체와 함께 수술대에 오를 것이 유력해졌기 때문이다. 온플법은 일정 규모 이상 플랫폼 사업자에 필수 기재 사항을 명시한 계약서 작성·교부 의무, 계약 내용 변경 및 서비스 제한·중지·종료 시 사전 통지 의무를 부과한다. 연성 규범인 표준계약서 및 공정거래협약 제도를 도입하고, 플랫폼에 특화한 분쟁조정협의회를 운영하도록 했다. 또 혁신에 걸림돌이 되지 않으면서 법 위반 억지력이 확보되도록 형벌은 최소화하고 과징금 부과는 강화한다. 신속한 거래 질서 회복과 피해 구제를 위해 동의의결제도를 적용한다. 동의의결제도는 조사나 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자진해 시정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업계는 플랫폼 생태계를 공정위가 정한 틀 안에 두고 정형화할 수 없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디지털 경제는 형태가 다양하다. 표준계약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가 없다"며 "시장의 특성에 맞게 기존 공정거래법으로 살펴보면 될 일이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양대 포털의 운전대를 잡는 신임 대표에 관심이 쏠린다. 자발적 상생 노력에 차기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14일과 29일 주주총회를 열고 최수연, 남궁훈 내정자를 대표로 선임한다. 임기는 네이버 대표가 3년, 카카오 대표가 2년이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온플법과 관련해 "내정자 신분이라 조심스럽다. 깊이 있게 내용을 보고 어떻게 대응할지 그때 방침을 정하는 게 올바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2.03.14 07:00
생활/문화

카카오, 우크라이나에 46억원 기부…남궁훈 "평화·화합 기원"

카카오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약 46억원을 기부한다고 4일 밝혔다. 먼저 우크라이나 아동들을 돕기 위해 암호화폐 '클레이' 약 300만개(약 42억원 상당)를 국제아동구호기구인 유니세프에 전달하기로 했다. 유니세프는 지난 25년 동안 우크라이나에서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사업을 해왔다. 우크라이나 5개 지역에서 130여명의 유니세프 직원들이 현장을 떠나지 않고 어린이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기부금은 어린이들의 영양실조를 막는 치료식과 우유를 비롯해 치료를 위한 응급처치 키트,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한 식수정화제와 비누 등을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카카오의 사회공헌 플랫폼 '카카오같이가치'는 지난 2일 우크라이나 긴급 모금 캠페인을 시작해 15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참여했다. 현재 약 4억3000만원이 모였다. 모금 캠페인에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사단법인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사단법인 국경없는 의사회 한국 등 4개 구호단체가 참여했다. '우크라이나 어린이 돕기'를 포함해 '우리 교민들과 우크라이나 국민 지원' 등 총 4개의 모금함을 운영 중이다. 오는 7일부터는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염원하는 상품 2종을 판매한다. 우크라이나 국기의 컬러와 디자인으로 전쟁에 반대한다는 간결한 메시지를 담은 스웨트셔츠와 스마트폰 케이스다. 수익금 전액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돕기 위해 기부할 방침이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이사 내정자는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의미 있는 기부에 나서게 됐다"며 "평화와 화합을 기원하는 간절한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라며 카카오같이가치·카카오메이커스 기부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2.03.04 16:06
생활/문화

'K게임 선구자' 김정주 별세에 업계·유저 "고마운 사람" 애도

한국 게임 산업의 부흥기를 이끈 김정주 넥슨 창업자(NXC 이사)가 지난달 말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에 업계는 물론 정치권과 유저들이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정헌 넥슨 대표는 지난 1일 사내게시판에 '김정주 사장님을 기억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넥슨의 창업주이자 저의 인생에 멘토였던 그리고 제가 존경했던 김정주 사장님이 고인이 되셨다.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슬픔을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김정주 사장님은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넘쳤고 본인이 좋아하는 걸 찾아내면 어린아이와도 같은 순수한 열정으로 빠져들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저와 넥슨의 경영진은 그의 뜻을 이어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더욱 사랑받는 회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오늘 하루, 넥슨 가족 여러분들 모두가 이제는 평안하게 쉬실 수 있는 저 하늘에서 우리를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실 김정주 사장님을 기억하고 추모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도 넥슨 공식 홈페이지에 "우리의 친구이자 멘토였던 김정주 창업주를 잃은 슬픔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며 "넥슨 가족 및 많은 사람이 그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1년 선배이자 선의의 경쟁 관계에 있었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랑하던 친구가 떠났다. 살면서 못 느꼈던 가장 큰 고통을 느낀다"며 "같이 인생길 걸어온 나의 벗 사랑했다. 이제 편하거라 부디"라는 글을 게재했다. 게임업계에서 함께 경쟁했던 남궁훈 카카오 신임 대표 내정자 역시 페이스북에 "업계의 슬픔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정치권에서도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트위터에 "고 김정주 회장은 우리나라 벤처 도전의 신화이자, 우리나라 게임 산업을 세계적 산업으로 키워온 선구자"라며 "그가 만든 '바람의 나라'는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만나 동료가 되고 임무를 수행하고 거래를 하는 온라인 게임의 전형을 만들었다"고 썼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의 게임 산업의 발전에 김정주 이사님의 기여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입니다. 비통한 마음으로 추모합니다"라고 올렸다. 게이머들은 고인 덕분에 즐거웠던 시간을 회상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20~30대 어린시절 추억을 만들어준 사람. 감사했고 명복을 빈다"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어린이병원까지 설립하고 지원한 그의 업적은 분명히 소중하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2.03.02 10:35
경제

정용진·김범수, '주주달래기' 참회의 결자해지 행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러시아 침공 등으로 국내 증시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큰 폭으로 하락한 주가의 부양을 위해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참회의 결자해지 행보를 보이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멸공 논란’ 정용진, 1200억원 이마트 자사주 매입 1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큰 폭으로 내린 주가 하락에 따른 ‘주주 달래기’ 카드로 자사주 매입과 자사주 소각을 단행하고 있다. 이는 배당 확대와 함께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으로 꼽힌다. 이마트는 지난달 25일 자사주 100만주를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100만주는 발행주식 총수의 3.6%로 전날 종가(12만1500원) 기준으로 약 1215억원 상당이다. 취득 기간은 26일부터 5월 25일까지 3개월이고, 장내 매수를 통해 매입한다. 이마트 측은 “최근 주가가 실제 기업가치보다 과도하게 하락해 주가 안정화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해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2011년 신세계에서 기업 분할로 별도 상장한 이후 2019년 8월에 처음으로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90만주를 매입한 바 있다. 이후 자사주 매입은 이번이 두 번째다. 정용진 부회장으로서는 그만큼 절실하다. 올해 초 15만500원으로 출발한 이마트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며 지난달 24일 12만1500원까지 하락했다. 다행히 자사주 매각을 공시한 날 이마트의 주가는 7000원(5.76%) 오르며 반등에 성공했다. 2월 마지막 날 13만원대까지 회복했다. 이마트의 주가가 올해 들어 20% 하락한 데는 ‘오너리스크’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정 부회장이 본인의 인스타그램에서 쏘아 올린 ‘소신 발언’은 정치적 논란으로 번지며 불매운동까지 이어졌다. 지난 1월 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기사를 캡처해 올린 게 시발점이었고 ‘멸공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급기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은 1월 12일 “고객과 국민께 분란을 일으키고 회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정용진 부회장의 언행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정 부회장이 다음날 곧바로 “저의 자유로 상처받는 분이 있다면 전적으로 저의 부족함”이라며 사과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런 여파로 이마트 주가는 계속 하락했고, 1월 27일 12만6000원까지 미끄러졌다. 이마트는 최대 매출에도 주가는 저점이라서 자사주 매입으로 반등을 꾀하고 있다. 이마트는 2021년 매출 24조9327억원으로 전년보다 13.2%나 성장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앞으로도 온·오프라인 융합,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 전략적 자산 재배치 등 미래 성장을 위한 다양한 노력으로 주주 이익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진 먹튀’ 김범수, 카카오 3000억원 자사주 소각 카카오도 올해 들어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는 등 하락 추세다. 지난해 12월 초까지만 해도 12만원대를 유지했지만, 급격히 떨어지며 8만원대까지 추락했다. 카카오는 지난달 24일 보통주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면서 반등했다. 보통주 323만9741주를 자사주 소각 방식으로 감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2월 23일 종가 기준(9만2600원)으로 3000억원 상당으로, 취득 기간은 2월 25일부터 5월 24일까지다. 자사주 소각 소식에 카카오의 주가는 지난달 25일 전 거래일보다 4.89% 오른 9만4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 측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기주식 소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성장주로 각광받던 카카오의 급락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발단이 됐다. 작년 12월 10일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등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으로 받은 44만993주를 878억원으로 현금화하며 불거졌다. 류영준 대표가 카카오의 공동대표 내정자여서 카카오의 주가도 큰 영향을 미쳤다. 류영준 대표가 지난 1월 10일 카카오 내정자 자리에서 자진 사퇴했지만, 여진은 오래 갔다. 작년 말 11만2500원까지 떨어진 주가는 올해 1월 8만2600원을 찍으며 먹튀 논란 이후 30% 이상 빠졌다. 카카오는 지난 2월 11일 실적 발표와 함께 지속적인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 시행을 발표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3년간 잉여현금 흐름의 15~30%를 주주환원에 쓰고 이 중 5%를 현금 배당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이날 “다시 한번 최근까지 불거진 카카오를 둘러싼 논란에 사과 말씀을 드린다. 남궁훈 차기 대표 중심으로 논란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지난해보다 많은 상장사가 자기주식 취득에 나서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 후 소각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2.03.02 07:01
생활/문화

카카오 남궁훈 "카톡 메타버스로 해외영토 확장"

남궁훈 카카오 신임 대표 내정자는 현재 직면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글로벌뿐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회사의 최대 강점인 텍스트 기반 커뮤니케이션(카카오톡)을 앞세워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를 벗어나 글로벌 인맥을 쌓을 수 있는 놀이터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그 일환으로 1990년대 '머드게임'(글자만 나오는 온라인 게임)을 계승한 카톡 롤플레잉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남궁훈 내정자는 2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는 3D뿐 아니라 2D와 텍스트도 존재한다. 모든 디지털 콘텐트 형태소가 메타버스화될 수 있다"며 "카카오가 강한 텍스트 형태소를 기반으로 메타버스를 만들고 있다. 롤플레잉 채팅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2개의 TF(VTF·OTF)가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VTF가 메타버스 서비스를, OTF는 오픈채팅 기반 비지인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남궁훈 내정자는 "다양한 콘텐트 형태소를 담는 공간으로 오픈채팅을 재정의할 예정"이라며 "지인 기반이라는 한계로 카톡은 한국 시장을 넘지 못했다. 오픈채팅은 관심 기반이라 글로벌 확산에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사업 기회 창출과 더불어 임직원 처우 개선에도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앞서 남궁훈 내정자는 올해 임직원 연봉에 쓸 예산을 전년 대비 15% 증액할 것이라고 사내게시판에서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추구하는 인사정책과 기업문화를 묻자 남궁훈 내정자는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언급했다. 영화 속에서 인민군이 촌장에게 영도력(리더십)이 어디서 나오는지 묻자 "많이 먹여야 돼"라고 말하는 장면을 회상했다. 남궁훈 내정자는 "임직원이 일하는 이유는 스스로와 가족을 배불리 먹이기 위한 것이다. 의리·사랑·애정은 큰 의미가 없다"며 "다만 주식회사는 주주와 고객도 있기 때문에 3자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플랫폼 갑질 논란으로 추락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도 다시 한번 내비쳤다. 남궁훈 내정자는 주가가 15만원(현재 약 9만원)에 도달할 때까지 법정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남궁훈 내정자는 "(대표직을 맡는 것이) 사실 두려웠다. 임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용기를 얻었고 좀 더 사명감을 갖고 해야겠다고 판단했다"며 "혼자 고민하다 '주가 15만원' 키워드로 접근하는 게 좋겠다고 브라이언(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전화하면서 정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목표 주가 달성 예상 시기를 묻자 "임기 2년 안에 끝냈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답했다. 정치권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강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를 해외 진출을 주문하는 국민의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남궁훈 내정자는 "(플랫폼 규제는) 내용이 전달되면 깊이 있게 살펴보고 어떻게 대응할지 그때 정하는 게 올바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며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굉장히 절박한 상황이다. 그 외에는 사회에서 국민의 용인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2.02.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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