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갑작스레 자신의 건강 상태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려 관심을 끌었다. 심각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오해를 받자 곧장 해명했다.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답지 않은 소탈함과 평소 직원들과 거리낌 없이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에서 나온 해프닝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궁훈 대표는 27일 페이스북에서 "걱정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사도 많이 나고 그래서 당혹스럽네요"라며 "열심히 노력해서 회복하겠습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지난 26일 오후 게시한 당뇨신경병증 일지를 보고 우려하는 댓글과 기사가 쏟아지자 안심해도 좋다는 취지에서 남긴 글이다.
내달 만 50세가 되는 남궁훈 대표는 최근 발가락·손가락·등이 저린 증상이 나타났으며, 내분비내과 진료를 앞두고 있다고 했다. 두 달 전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해 10㎏ 이상 감량했다고도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당뇨는 성인들 사이에서 익숙한 병이지만 정보가 부족하다.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유익한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글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남궁훈 대표는 SNS에 꾸준히 글을 올리며 이용자·업계와 소통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를 간략히 소개하며 궁금증을 해소했다. 자사 서비스를 직접 홍보하고, 취미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가 개인 SNS를 활용해 소식을 전하는 것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남궁훈 대표처럼 사적인 영역까지 별문제 없다는 듯 보여주는 사례는 흔치 않다.
이처럼 남궁훈 대표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경영자로 잘 알려져 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처럼 판교 사옥에 출근할 때는 별도 통로를 이용하지 않고 직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다.
대표 내정자 자격으로 지난 2월 진행한 간담회에서는 커뮤니케이션팀이 사전에 멘트를 준비했는데도 이를 참고하지 않고 기자들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했다.
카카오 업무 툴 내 사내게시판에는 수시로 직원들의 의견을 묻는 글을 올린다. 지난 5월 근무제 개편안을 발표했을 때는 직원들이 두려움이 없이 불만을 표출했고, 남궁훈 대표는 이를 수용해 곧바로 수정안을 제시했다.
카카오는 이런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설립 초기 '신충헌(신뢰·충돌·헌신) 문화'를 정착했다.
서로 신뢰하는 관계 속에서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해 마음껏 충돌하되, 결정된 사항은 충실히 따르고 헌신한다는 의미다. 카카오에 속했다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일종의 수칙이다.
모두가 처음부터 이런 풍경에 쉽게 적응한 건 아니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김범수 센터장은 과거 '사장님' '의장님'이라는 호칭을 쓰는 직원들에게 직접 '브라이언'이라는 호칭을 되짚어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