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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비어있는 건 딱 1자리…중견수도 되는 슈퍼 유틸이라면 '미래' 보인다 [IS 포커스]

김혜성(26)이 가시밭길을 자처하고 메이저리그(MLB)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로 향한다.김혜성은 지난 4일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다저스로 이적 소식을 전했다. 3년 1250만 달러 계약이 보장됐고, 2년 950만 달러 계약이 팀 옵션으로 추가됐다. 다저스는 김혜성이 3년 동안 보여준 모습을 보고 팀 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코리안 메이저리거 중에 경쟁을 경험하지 않은 이가 드물다. 추신수는 '레전드' 스즈키 이치로와 포지션이 겹쳤고, 류현진은 클레이턴 커쇼 빼고도 6명의 선발 투수들과 경쟁했다. 김하성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매니 마차도, 제이크 크로넨워스, 잰더 보가츠 등 올스타 외야진과 CJ 에이브람스, 잭슨 메릴 등 유격수 유망주들 사이에서 자리를 지켜냈다. 하지만 김혜성 앞에 놓인 환경은 선배들과 그 궤가 다르다. 선배들은 적어도 빅리그에 남아 실력을 보여줄 수 있었지만, 김혜성은 MLB 26인 로스터에 들기가 어렵다. 실력을 떠나 자리가 없다. 야수는 전체 절반인 13명만 MLB에서 뛰는데, 다저스 야수 중 11명이 마이너리그에 내려갈 수 없다.유망주라면 마이너리그와 MLB를 오가게 할 수 있는 옵션이 남아있지만, 다저스 타순의 1번부터 7번까지를 구성하는 주요 타자들은 모두 베테랑 다년 계약자다. 여기에 올겨울 자유계약선수(FA)로 다저스와 1년 1700만 달러 계약한 외야수 마이클 콘포토가 더해진다.2루수 개빈 럭스에겐 아직 마이너리그로 내리는 옵션이 남았다. 하지만 구단은 김혜성을 영입하면서 럭스를 주전 2루수로 못 박았기에 강등 가능성이 작다. 김혜성이 백업 멤버로 경쟁해야 하는 크리스 테일러(연봉 1500만 달러) 미겔 로하스(연봉 500만 달러)도 모두 마이너리그에 갈 수 없다. 즉 럭스까지 12자리는 이미 가득 찼다. 김혜성은 13번째 자리를 두고 경쟁한다. 이현우 SPOTV 해설위원은 "현실적으로 김혜성이 경쟁할 수 있는 포지션은 2루수 또는 백업 요원 한 자리"라며 앤디 파헤스와 제임스 아웃맨을 경쟁 상대로 꼽았다. 파헤스는 2024년, 아웃맨은 2023년 빅리그에 데뷔한 외야수다. 두 명 모두 외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다. 파헤스는 지난해 13홈런, 아웃맨은 2년 전 23홈런을 쏘아 올렸다.김혜성이 타격으로 이들을 넘어서긴 어렵다. KBO리그 8시즌 통산 37홈런을 친 그는 지난해에야 두 자릿수 홈런(11개)을 처음 기록했다. 이현우 위원은 "이들과 경쟁에서 이겨내려면 시범경기에서 김혜성의 장점인 콘택트와 주루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다만 개막 로스터에 들지 못해도 비관할 상황은 아니다. 이현우 위원은 "다저스 상황상 김혜성이 2루수 외에 외야수로서 경쟁력도 발휘한다면 더 많은 출전 기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정확히는 중견수로서 성장이 필요하다. KBO리그에서 경험한 유격수, 3루수, 좌익수 모두 갖추면 당연히 평가도 좋아진다. 다만 더 급한 건 중견수다. 다저스는 코너 외야수를 맡을 테오스카 에르난데스(OAA 기준 하위 2%)와 콘포토(OAA 기준 하위 17%)의 수비력이 모두 크게 떨어진다. 수비력이 뛰어난 중견수는 아웃맨과 에드먼이 전부다. 아웃맨은 지난해 심각한 2년 차 징크스(타율 0.147)에 빠졌다. 에드먼은 슈퍼 유틸리티 특성상 고정 중견수로 뛰기 어렵다.베이스볼 아메리카로부터 주루 70점(아주 뛰어난 재능 상위 2.2% 수준)을 받은 김혜성은 좋은 중견수가 될 자질은 갖췄다. 김혜성은 KBO리그에서 중견수 경험은 없다. 대신 다저스는 테일러나 키케 에르난데스 등 운동신경 좋은 내야수를 외야수로 변신시켜 성공한 경험이 있다. 중견수로 뛴다면 코너 외야에서 거포들과 경쟁하는 것보단 더 많은 기회가 나올 거로 보인다.1999년생인 김혜성은 아직 어리다. 구단도 성장을 기대해 계약했다. 마이너리그에서 시간이 김혜성에겐 더 값질 수도 있다. 다저스는 타자 육성 능력에서 업계 최고로 꼽히는 조직이다. 2023년과 2024년 MLB닷컴 설문조사에서 각 구단 수뇌부의 43%, 34%가 다저스를 '최고의 타자 육성팀'으로 꼽았다. 다저스는 방출 선수였던 저스틴 터너, 실패한 내야수였던 테일러와 맥스 먼시, 수비형 포수 윌 스미스를 올스타 타자로 키워 우승했다. 담금질만 하고 있어도 연내 기회는 반드시 온다. 주전 선수 중 유망주가 적다는 건 부상도 잦다는 뜻이다. 스포트랙에 따르면 다저스는 지난해 26명의 선수가 부상으로 결장했는데, 이들이 빠진 날짜를 합산하면 2158일에 이른다. 최저 결장 기간(670일)을 기록한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3배가 넘는다. 다저스는 이 자리를 내부 유망주를 승격하거나 방출 선수를 단기 영입해서 채웠다. 마이너리그에서 수비와 타격을 증명한다면 김혜성은 어떤 빈자리도 채우고 대주자까지 가능한 '콜업 1순위'다.내년 이후 미래는 더 밝다. 김혜성의 경쟁 상대인 테일러와 로하스는 2025시즌으로 계약이 끝난다. 외야에서도 콘포토가 떠난다. 김하성 때와 달리 마이너리그에서 그를 위협하는 유망주도 많지 않다. 2024년 기준 다저스팀 내 유망주 30위 이내에서 승격을 앞둔 내야수는 알렉스 프리랜드가 유일하다. 대부분의 내야 유망주가 싱글A 이하에 불과해 김혜성을 위협하기 어렵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5.01.06 07:03
프로야구

설움 끝 '대도'...조수행을 달리게 한 아버지, 그리고 친구 [IS 인터뷰]

"한 번 더 홍창기(32·LG 트윈스)와 시상대에 오르고 싶어요."10년 전 열렸던 2016 신인 드래프트. 조수행(32)은 당시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연고 지명자를 제외한 대졸 선수 중 가장 빠른 순번이었다. 건국대 4년 통산 90경기 92도루를 기록한 준족 덕분이다.커리어까지 가장 앞섰던 건 아니다. 타격 실력이 떨어졌고, 외야수 선수층이 두꺼웠던 두산에서 조수행의 역할은 대주자·대수비가 전부였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20도루도 기록했으나, 8년 동안 1군에 250타석 이상 들어선 시즌이 없었다. 조수행의 주력은 9년 차인 지난해 빛을 발했다. 개인 최다인 130경기 382타석에 들어선 그는 타율 0.265 87안타 출루율 0.334를 기록했다. 2022년 96회, 2023년 118회였던 도루 기회가 137회로 늘었고 그 결과 64개 베이스(8실패)를 훔쳤다. 64도루는 구단 역대 최다이자, KBO리그 역대 공동 7위 기록이다. 9500만원이었던 그의 연봉은 올해 2억원으로 점프했다.조수행은 본지와 통화에서 "처음 억대 연봉을 받게 돼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 어릴 때부터 항상 '난 언제 해볼까' 했던 일이 현실로 이뤄져서 신기하다"며 "매 시즌 백업으로만 뛰어 언제 주전을 해볼까 생각했는데, 2024년 그걸 깼다. 정말 힘들면서도 기분 좋은 한 해였다"고 돌아봤다.조수행은 도루왕을 수상한 지난 11월 26일 KBO 시상식 단상에 올라 "1년 전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아버지께서 이 자리에 계신다 생각하고, 이 상도 아버지께서 주신 거로 생각한다"고 전했다.조수행은 "야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학 때까지 항상 아버지가 곁에 계셨다"고 떠올렸다. 그는 "훈련도 매일 보러 오시고, 겨울엔 훈련장에 장작을 들고 와 넣어주셨던 게 기억난다. 전국 어디든 경기만 하면 따라 오셨다. 프로 데뷔 후에도 항상 내 경기를 중계로 챙겨 보셨다"고 추억했다. 그는 이어 "올해 야구가 잘 풀릴 때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도와주신다는 느낌이 들더라"라며 감사를 전했다. 자신을 믿은 이승엽 두산 감독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이 감독은 2023년 부임 후 "타격 재능도 있는 선수"라며 꾸준히 조수행에게 출전 기회를 줬다. 조수행은 "항상 어릴 때부터 '넌 타격만 되면 주전인데, 많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이승엽 감독님께서 오신 후 다른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너도 할 수 있다'고 말해 주신 게 힘이 됐다. 격려를 들으니 오히려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조수행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또 한 사람이 건국대 동기였던 홍창기다. 프로 데뷔 당시 홍창기의 지명 순위(LG 3라운드, 전체 27순위)는 조수행보다 뒤에 있었다. 그러나 프로에서 성장 속도는 더 빨랐다. 2020년 135경기 타율 0.279를 기록하며 주전으로 도약한 홍창기는 이후 4년 동안 출루율 타이틀 3번을 수상하는 국가대표 외야수로 성장했다. 지난해 홍창기의 연봉은 이미 5억 1000만원에 이르렀다. 조수행은 내년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을 게 유력하다. '대박'을 위한 허황된 목표를 세우진 않는다. 그는 "매년 경쟁이다. 내가 주전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팀에 어린 선수들도 많아졌다. FA가 다가오지만, 일단 다치지 않는 게 먼저다. 내 장점을 살려야 좋은 평가를 해주실 것 같다"고 했다.대신 시상대엔 다시 서보고 싶다고 했다. 친구와 함께 하고 싶어서다. 그는 "특별히 기록을 목표로 하진 않는다. 하지만 (KBO 시상식에서 출루율왕 홍창기와) 함께 상을 받고, 사진을 찍으면서 '한번 더 이런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며 "그래도 내게 가장 가능성 있는 건 도루다. 2025년에도 다시 한번 창기와 시상식에 가고 싶다"고 다짐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5.01.05 08:31
영화

‘흑백요리사’→‘오겜2’ 넷플릭스 vs 강풀 잡은 디즈니플러스, 글로벌 OTT 대전① [2024 연말결산]

OTT가 핵심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서 올해도 회사 간 경쟁이 치열했다. 글로벌 OTT 양대 산맥인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의 각축전이 이어진 가운데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 토종 OTT들이 다양한 형태로 반격에 나섰다. 살아남기 위해 어느 때보다 맹렬한 경쟁을 벌였던 2024년 OTT계를 돌아봤다. <편집자 주>지난해 ‘더 글로리’ 시즌2와 ‘무빙’의 히트로 기대감을 안고 출발한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는 상반기 내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수백억원 대작마저 흥행에 실패하면서 대내외적으로 타격이 적잖았다. 하지만 4분기에 접어들면서 드라마틱한 반전이 시작됐다. 넷플릭스는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으로 대박을 터트린 데 이어 ‘오징어 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 게임2’)를 내놓으며 다시 한번 상승세를 꾀했다. 디즈니플러스 역시 ‘무빙’의 일등 공신인 강풀 작가와 본격적으로 손을 잡으며 거대한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렸다.◇‘예능 주력’ 넷플 vs ‘장르물 뚝심’ 디플 넷플릭스는 올해 여느 때보다 예능에 주력했다. 한 해 동안 선보인 오리지널 예능은 총 10편. 2016년 국내 상륙 후 가장 많은 수다. 제작비 상승 등 현실의 벽 앞에서 임시방편으로 선택한 ‘가성비템’이었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흑백요리사’의 화력이 어마어마했다. ‘흑백요리사’는 공개 일주일 만에 380만 시청수를 기록하고 3주 연속 글로벌 톱10 TV 부문(비영어권) 1위를 달성했다. 이에 넷플릭스는 올 10월 ‘흑백요리사’ 시즌2 제작 확정을 공식화했다.지난해 ‘무빙’과 ‘카지노2’로 쏠쏠한 재미를 봤던 디즈니플러스는 올해 장르물 외길을 택했다. 디즈니플러스는 2024년 오리지널 콘텐츠 11편을 공개했는데, 예능을 제외하고 80% 이상이 장르물에 속했다. 성과를 낸 부문도 장르물이었다. ‘킬러들의 쇼핑몰’은 아태지역 최고 시청작, ‘강남 비-사이드’는 TV쇼 부문 글로벌 정상에 올랐다. 다만 ‘무빙’만큼 폭발력을 가진 작품이 부재하면서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상승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연말 히든카드 ‘오겜2’ vs ‘조명가게’예능을 차치하면 넷플릭스에게 올 한 해는 뼈아픈 시간이었다. 제2의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를 노리고 선보인 작품들이 족족 흥행에 실패한 탓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경성크리처2’ 등 15편의 시리즈를 공개했다. 이중 흥행한 작품은 단 1편, ‘오징어 게임2’뿐이다. ‘오징어 게임2’는 넷플릭스의 엄청난 물량 공세와 전편의 후광에 힘입어 공개 하루 만에 92개국 1위(플릭스패트롤 기준)에 등극했다.넷플릭스에 ‘오징어 게임2’가 있다면 디즈니플러스에는 ‘조명가게’가 있었다. 겨울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조명가게’는 제목처럼 디즈니플러스 앞날에 불을 밝혔다. ‘조명가게’는 이달 4일 공개 후 단숨에 디즈니플러스 TV쇼 부문 글로벌 2위까지 뛰어 올랐다. 특히 ‘조명가게’는 극 말미 ‘무빙’의 세계관과 연결되며 ‘강풀 유니버스’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디즈니플러스를 대표할 대형 IP(지식재산권) 탄생의 순간이었다. ◇넷플+SBS vs 디플+MBC양사는 올해 나란히 방송사와도 손을 잡았다. 넷플릭스는 이달 SB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넷플릭스는 해당 파트너십을 통해 SBS 드라마, 예능, 교양 프로그램을 제공받기로 했다. 또 내년 SBS 신작 일부를 동시 공개하기로 약속했다. 넷플릭스가 SBS에 제공하는 건 해당 작품들에 대한 자막 및 더빙 제작, 현지 홍보·마케팅이다. 넷플릭스는 저렴한 가격으로 콘텐츠의 양적 팽창을 할 수 있고, SBS는 자사 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에 소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디즈니플러스는 MBC와 뜻을 모았다. 다만 넷플릭스처럼 별도의 협약을 맺지는 않았다.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MBC 작품을 가져오는 게 아닌, 디즈니플러스 작품을 MBC에서 방영하는 구조다. 스타트를 끊은 건 ‘무빙’이었다. 디즈니플러스는 이달 24일부터 ‘무빙’ 전편을 MBC를 통해 순차 송출하고 있다. 협업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말을 아끼고 있지만 ‘무빙’이 성공적인 선례로 남는다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장기 협업으로 이어질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2.31 05:50
프로야구

10%도 되지 않는 방출 재취업, 패자부활전을 기대한다 [류선규의 다른 생각]

2024년의 끝자락. 해마다 이 시기에는 구단의 연락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미계약 자유계약선수(FA)와 방출 선수가 적지 않다. 2024시즌을 마친 뒤 FA 권리를 행사한 20명 중 28일 기준 5명이 미계약 상태. 100여 명 쏟아진 방출 선수 시장에선 재취업 비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미계약 FA보다 더 벼랑 끝에 몰리는 건 '미계약 방출 선수'이다. 강진성(SSG 랜더스→키움 히어로즈) 김동엽(삼성 라이온즈→키움) 심창민(NC 다이노스→LG 트윈스)처럼 올겨울 새 소속팀을 찾은 선수도 있으나 그렇지 못한 선수가 태반이다. 입단 테스트라도 볼 수 있으면 그나마 낫다. 주로 퓨처스(2군)리그에 몸담은 선수는 언감생심이다. 마지막 희망을 품는 것조차 쉽지 않다.방출 선수의 최대 강점은 '가성비'이다. 연봉을 크게 낮춰 영입할 수 있기 때문에 FA나 외국인 선수 등과 비교해 실패에 따른 부담이 적다. 또 다른 강점은 바로 절실함. 방출의 아픔을 겪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야구에 임할 수 있다. 구단에서 선수단 교육을 수시로 하지만 몸소 보여주는 것만큼 효과가 큰 건 없다. 방출 선수들이 바로 이런 부분에서 보이지 않는 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어느 정도 기량만 뒷받침하면 그라운드 안팎에서 쓰임새가 다양한 셈이다. 필자는 2021시즌을 마친 뒤 방출 선수 시장에서 오른손 투수 노경은과 왼손 투수 고효준을 영입, 관련 효과를 체감했다. 솔선수범한 두 선수는 2022시즌 불펜으로 100이닝 이상 합작하며 SSG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탰다. 비슷한 성공 사례가 쌓이면서 방출 선수 시장의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타 구단에서 방출 선수가 나오면 대략적인 정보를 확인하는 게 첫 번째. 몸 상태부터 1군에서 활용하지 않은 배경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판단 기준 중 하나인 워크에식(work ethic·성실함)도 마찬가지다. 방출 선수의 재취업 가능성이 높은 포지션은 경험이 중요한 불펜 투수나 백업 야수다. 특히 다다익선의 개념이 적용되는 불펜에 꽤 많은 구단이 주목한다.방출 선수는 새 소속팀을 찾더라도 '파리 목숨'이다. 영입 이후 2년 이상 기다려주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첫 시즌부터 잘해야 한다. 방출 선수로 성공 신화를 쓴 노경은과 고효준, 김진성(LG)은 재취업 첫해부터 두각을 드러내 소속팀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노경은과 김진성은 재취업한 구단에서 FA 계약까지 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올 시즌을 마친 뒤 SSG에서 방출된 고효준은 1983년생으로 나이가 적지 않지만, 은퇴 없이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해가 바뀌면 잠시 멈췄던 2군 훈련이 재개된다. 일부 구단에선 방출 선수를 대상으로 입단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 이 시기가 이들에게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만약 여기에서도 부름을 받지 못하면 최악의 상황에선 '미계약 미아'로 전락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라운드로 복귀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무척이나 추운 겨울, 한 명이라도 더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주어지길 소망해 본다. 방출 선수의 성공 스토리만큼 극적인 게 있을까.전 SSG 랜더스 단장정리=배중현 기자 2024.12.31 05:30
메이저리그

하나씩 줄어드는 선택지…김하성에 다년 줄 ‘빅마켓’ 안 보이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김하성(29)이 갈 수 있는 선택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지난 2021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했던 김하성은 올 시즌을 마치고 FA가 돼 새 소속팀을 찾는 중이다. 애초엔 '대어'로 분류됐다. 2023시즌김하성은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에서 골드글러브를 수상했고, 실버슬러거 최종 후보에도 들어 주가를 높였다. 2024년에도 쟁쟁한 내야수들을 제치고 샌디에이고 주전 유격수를 맡았다. 하지만 8월 어깨 부상이 그의 가치에 흠집을 냈다. 10월 수술을 받았지만, 내년 4~5월에나 복귀가 가능하다.시장에 나온 김하성을 둘러싸고 몇 차례 유력 행선지는 거론됐으나 30일 기준으로 모두 불발됐다. 애초 가장 유력했던 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였다. 재정이 넉넉한 대표적 빅마켓 팀이고 주전 유격수가 필요했다. 하지만 김하성 대신 유격수 최대어 윌리 아다메스와 계약한 후 내야수 영입전에서 발을 뺐다. 주전 3루수(맷 채프먼)가 확고하고 2루수 및 백업 내야수 자원도 많아서다.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도 잠시 영입 후보로 떠올랐다. 메이저리그 전문기자 켄 로젠탈은 우타자가 필요한 다저스가 김하성을 영입할 만하다고 봤다. 하지만 다저스도 올해 33홈런을 치고 FA로 나간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를 다시 불러들여 우타자 자리를 채웠다. 이 외에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관심을 보였으나 지난 28일 거포 2루수 글레이버 토레스로 김하성을 대신했다. 원소속구단 샌디에이고는 재정 문제로 김하성을 잡기 어렵다. 대형 계약 여력이 있는 시카고 컵스·뉴욕 메츠·필라델피아 필리스·보스턴 레드삭스 등은 유격수·2루수 자원이 많아 김하성에게 관심이 적다. 최근 뉴욕 양키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을 거론한 기사들도 있지만 모두 추정에 그쳤다.현지 매체들은 처음엔 김하성이 2~4년으로 계약하되 1년 만에 다시 FA가 될 수 있는 옵트아웃 계약 형태를 선호할 거로 봤다. 김하성의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가 이미 지난해 겨울 이 방식으로 여러 선수가 FA에 재도전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시장 상황이 점점 나빠지면서 현지 예상도 1년 계약으로 바뀌는 중이다. MLB닷컴은 지난 29일 "각 구단에 맞는 현실적인 FA 선수들"을 꼽으면서 스몰마켓인 탬파베이 레이스와 밀워키 브루어스가 김하성을 1년 계약으로 영입하는 걸 추천했다. 매체는 김하성을 '저렴하게' 영입한다면 부상 회복 후 반등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12.30 13:31
스포츠일반

한상호 제11대 대한컬링연맹 회장 당선 “100년 향한 이정표 만들 것”

한상호 대한컬링연맹 회장이 제11대 대한컬링연맹 회장에 당선돼 4년 더 한국컬링을 이끈다. 한상호 회장은 이로써 대한컬링연맹 최초로 연임에 성공한 회장이 됐다.대한컬링연맹은 27일 “제11대 회장선거에 단독 출마한 한상호 회장이 만장일치로 추대 됐다”며 선거운영위원회의 후보자 결격 사유 심사를 거쳐 최종 당선인으로 공고했다.한상호 회장은 지난 2023년 2월 제10대 대한컬링연맹 회장으로 부임했으며, 내년 1월 대한컬링연맹 대의원 정기총회에서 제11대 회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회장 임기는 2025년 1월부터 2029년 1월까지다. 한상호 회장은 대한컬링연맹을 이끌면서 한국컬링을 세계 수준으로 올려놓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기 동안 2개의 세계선수권대회 유치, 아시아 최초 세계컬링총회 서울 개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엠비씨스포츠플러스, 다음/카카오에서 전 경기 생중계 되는 컬링 슈퍼리그를 출범했다. 또한 연맹의 재정 안정을 위해 약 9억원을 기부해 한국컬링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한상호 회장은 무엇보다 공정과 투명이라는 2대 원칙을 바탕으로 대한컬링연맹 행정 체계를 선진화했으며, 투명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확립했다. 그 결과 문체부에서 체육단체 대상 혁신평가에서 2년 연속 A를 획득했다.또한 꿈나무부터 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선수 육성 체계를 구축했으며, 전문선수 육성을 위해 3개의 전국대회 신설, 컬링의 대중화를 위해 원데이컬링클래스 개설, 플로어컬링 도입 및 체계화 등 새로운 정책으로 컬링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제11대 대한컬링연맹 한상호 회장은 “한번 더 우리나라 컬링을 위해 기여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2025년도는 한국컬링이 나아가야 할 100년의 이정표를 만드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컬링이 세계 컬링계 리더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투자와 준비를 해온만큼 안정적인 행정력을 지속 지원하겠다"라고 밝히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아경기대회의 전 종목 석권을 목표로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아울러 "내년 3월 의정부에서 열리는 2025 LGT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를 잘 준비해 우리나라 컬링이 겨울 인기스포츠로 자리 잡도록 하고,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컬링이 세계 정상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면서 "이러한 일들은 저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컬링인 모두가 하나 되어 함께 갈 수 있도록 많은 도움 부탁드린다”라고 당선 소감을 전했다.김우중 기자 2024.12.30 08:31
일본야구

"MLB 20개 이상 팀이 관심" 허언 아니었나, LA 다저스까지 사사키 '군침'

일본인 투수 사사키 로키(23·지바 롯데 마린스)의 종착지는 어디가 될까.미국 야후스포츠는 '사사키가 메이저리그(MLB) 구단과 계약하거나 일본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까지 26일이 남았다. 그의 잠재적 목적지 목록이 구체화하기 시작했다'라고 29일(한국시간) 전했다. 사사키는 현재 원소속구단 지바 롯데의 허락하에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MLB 문을 두드리고 있다. 12월 초 관련 절차를 밟기 시작해 내년 1월 24일까지 45일 동안 거취를 확정해야 한다. MLB 복수의 구단이 사사키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LA 다저스도 그중 하나다.야후스포츠는 '(지역 매체인) 오렌지 카운트 레지스터의 빌 플런켓에 따르면 사사키의 영입 후보로 꼽혀온 다저스가 사사키와 만난 것으로 확인된 여섯 번째 팀이 됐다'라고 밝혔다. 현재 사사키와 협상 테이블을 차린 것으로 알려진 건 텍사스 레인저스와 뉴욕 양키스, 뉴욕 메츠, 시카고 컵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그리고 다저스이다. 플런켓은 '사사키가 구단의 수를 줄여 2025년 한 차례 더 미팅을 가질 거'라고 전망했다. 사사키의 에이전트인 조엘 울프는 이달 초 윈터미팅에서 MLB 20개 이상의 팀이 관심을 보였다고 말할 정도로 영입전이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 시속 160㎞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지는 사사키는 일본 프로야구(NPB) 대표 스타. 2022년 4월에는 NPB 역대 최연소(20세 5개월) 퍼펙트게임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52타자 연속 범타, 17이닝 연속 무안타, 36이닝 연속 탈삼진을 비롯해 각종 NPB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NPB 통산(4년) 성적은 29승 15패 평균자책점 2.10. 올 시즌 성적은 10승 5패 평균자책점 2.35이다. 2024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오타니 쇼헤이·야마모토 요시노부(이상 다저스) 등과 일본의 우승을 이끌며 MLB 스카우트의 주목을 받았다.사사키의 영입전이 과열되는 건 그의 몸값과 연결된다. 사사키는 나이가 25세 미만이기 때문에 '국제 아마추어 보너스 풀'을 활용해 영입할 수 있다. 올겨울 MLB 국제 아마추어 계약금 풀은 최대 700만 달러(103억원)를 조금 넘는 수준. 극강의 가성비를 자랑하기 때문에 여러 팀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다저스는 오타니와 야마모토 등 일본을 대표하는 투수들이 이미 활약하고 있는 만큼 이를 지렛대 삼아 사사키 영입전에서 강점을 어필할 것으로 예상된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12.29 16:32
해외축구

토트넘과 계약 파기 가능성까지…단 1분도 못 뛴 레길론 결별 유력

이번 시즌 단 1분도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풀백 세르히오 레길론(28)이 결국 팀을 떠날 가능성이 커졌다. 경우에 따라 다음 달 계약 해지를 통해 자유계약 신분으로 결별이 이뤄질 수도 있다.29일(한국시간) 아스, 풋볼에스파냐 등 스페인 매체들에 따르면 팀 구상에서 완전히 배제된 레길론은 겨울 이적시장을 통한 ‘탈출’을 원하고 있다. 토트넘과 레길론의 계약은 내년 6월 만료된다. 1월부터는 자유롭게 다른 구단들과 협상도 가능한 상황이다.레길론은 토트넘과 계약이 끝나는 내년 6월 이적을 전제로 다른 구단들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이미 팀 구상에서 제외된 만큼 토트넘과 재계약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 다른 구단들과 협상도 적극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문제는 이적 시기다. 레길론은 당장이라도 이적해야 후반기 경기에 나설 수 있다. 만약 토트넘과 남은 계약을 모두 채우면, 이번 시즌을 사실상 통으로 날려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토트넘 구단 입장에서도 레길론이 겨울에 떠나면 적은 이적료 수익이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적정선의 이적료를 지불하는 팀이 나와 내년 1월 결별하는 게 서로에게 가장 이상적이다.다만 레길론이 워낙 오랫동안 경기에 뛰지 못한 데다, 헤타페 등 그의 영입을 원하는 팀들은 굳이 이적료를 들여서까지 레길론을 영입할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결국 토트넘과 레길론은 남은 시즌 불편한 동행을 이어가다, 계약 만료를 통한 결별을 할 수도 있다.현지에서 '계약 중도 해지'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유다. 어차피 남은 후반기 동행의 의미가 없다면 계약을 파기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잔여 연봉 등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지만 레길론이 잔여 연봉을, 토트넘도 이적료 수익을 각각 포기한다면 계약 해지는 빠르게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완전히 전력 외로 내몰린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른 결별도 불가피하다. 레길론은 지난 2020~21시즌 토트넘에 합류했고, 첫 시즌과 두 번째 시즌엔 각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7경기와 25경기에 출전했다. 그러나 2022~23시즌부터 상황이 급변해 결국 전력 외로 내몰리더니 후반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임대를 떠났고, 지난 시즌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브렌트퍼드에서 임대 생활을 전전했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EPL 경기를 누빈 마지막 시즌이 2021~22시즌이다.이번 시즌 역시도 교체 명단에만 5경기 이름을 올렸을 뿐, 단 1분도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컵대회에서 유일하게 출전 기록을 남겼으나 이마저도 추가시간에 투입된 경기가 전부다. 풋볼에스파냐는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레길론을 단 1분도 출전시키지 않았고, 레길론은 겨울에 떠나기를 원하고 있다”며 “토트넘은 이적료를 포기하고 다음 달 레길론을 자유계약 신분으로 떠나보내는 것도 기꺼이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김명석 기자 2024.12.29 08:22
영화

‘하얼빈’ 우민호 감독 “참담한 현실, 위로가 되는 영화이길” [IS인터뷰]

“담담하지만 힘 있고 숭고한 영화로 풀어지길 바랐습니다.”영화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이 신작 ‘하얼빈’으로 겨울 극장가 대전에 합류했다. 지난 24일 개봉한 ‘하얼빈’은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이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총으로 쏘기까지, 독립투사들의 긴 분투를 그린 작품이다.우 감독은 영화 개봉에 맞춰 일간스포츠와 가진 인터뷰에서 “제작사(하이브미디어코프)에서 먼저 ‘하얼빈’ 연출 제안을 했는데 그때는 거절했다. 전작들에서 부정적인 사람들을 많이 다뤄서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을 다룰 용기가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그러고 있다가 우연히 안중근 장군 자서전을 읽게 됐는데 제가 몰랐던 지점이 꽤 있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그가 어떤 심정으로 엄청난 거사를 치렀는지 호기심이 생겼죠. 동시에 포기하지 말고 나아가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말씀에 큰 울림이 왔어요. 이건 현재 우리에게도 힘과 위로를 줄 수 있겠다 싶어서 제작사에 다시 연락을 했죠.”우 감독은 연출을 결심한 후 곧바로 각색 작업에 돌입했다. 기존에 제안받은 작품은 순수 오락영화에 가까웠던 터라 전면 수정이 필요했다. 우 감독은 오락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가장 클래식하고 묵직하게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이 과정에서 액션도 최소화했다.우 감독은 “저도 오락영화를 좋아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진심을 다해 찍으면 관객도 알아줄 거로 생각했다”며 “신안사 전투는 무술감독이 쾌감 넘치는 액션을 짜와서 많이 덜어냈다. 우리의 아름다운 국토가 일제에 유린되는 걸 통쾌한 액션으로 찍을 수는 없었다”고 부연했다. 영화의 핵심 인물인 안중근은 처음부터 현빈이어야만 했다. 현빈의 눈빛에서 당시 안중근이 가졌을 양가적인 감정을 모두 읽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현빈이었다. 현빈은 우 감독의 출연 제안을 무려 세 차례나 거절했다. 당시를 회상하던 우 감독은 대뜸 영화 속 대사 하나를 언급했다. “우리 앞에 어떠한 역경이 닥치더라도 절대 멈춰서는 아니 된다. 금년에 못 이루면 다시 내년에 도모하고”라는.“말 그대로 될 때까지 했어요.(웃음) 삼고초려 끝에 출연을 결정했는데 만약 또 거절했으면 10번까지 제안했을 거예요. 끝까지 거절했으면 이 작품을 안 했을 수도 있고요. 전 이 영화로 우리가 아는 영웅 안중근의 이면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 눈빛이 현빈에게 있었죠. 강인함 속에 부드럽고 처연하고 또 쓸쓸한 눈빛이요.”영화가 공개된 후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절제된 신파를 놓고는 의도한 것이라고 짚었다. ‘하얼빈’은 여느 역사 영화들이 그러했듯 얼마든지 관객을 울릴 수 있는, 이른바 ‘국뽕 마취’가 가능한 작품이지만, 우 감독은 그 길을 일부러 피해 갔다. “일단 제가 신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독립운동가의 마음을 신파로 풀고 싶지 않았죠. 신파는 뭔가 쉽게 휘발되는 기분이에요. 사실 우리가 정말 마음이 깊으면 눈물이 안 나거든요. 그래서 배우들에게도 ‘들리지 않지만 보이는 통곡으로 연기해 달라’고 했죠.”현재 ‘하얼빈’은 시국 맞춤형 영화로도 주목받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을 겪고 있는 현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대사가 다수 등장하는 까닭이다. 우 감독은 “저 역시 비상계엄 선언을 듣고 믿기지 않았다. 참담했다. 견고하다고 생각한 자유민주주의가 하루아침에 무너진 순간이었다”고 개탄하면서도 “그걸 막아내는 시민들에게서 희망도 봤다”고 말했다.“이것이 우리가 역사를 되짚어 보는, 시대극이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해요. ‘하얼빈’ 찍을 때도 스태프들끼리 ‘흥행과 상관없이 삼일절, 광복절에 TV에서 계속 틀 영화니 정말 잘 찍자’고 하면서 최선을 다해 만들었어요.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모든 독립군에게 누가 되지 않길, 대중에게 힘과 위로가 되는 영화이길 진심으로 바랍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2.27 06:04
영화

돌아보는 2024 영화계: 절망편 [2024 연말결산]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시작된 극장 산업 침체기가 여전히 계속되는 상황에서 올 한 해도 극장가에는 다양한 변화가 시도됐다. 비수기 두 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했고, 틈새시장을 노린 얼터너티브 콘텐츠의 강세가 도드라졌다. 반면 충무로를 대표하던 스타들이 연이은 구설에 올랐고 소중한 배우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했던 2024년 영화계를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2024년 영화계는 유독 사람으로 인한 실(失)이 많았다. ‘서울의 봄’으로 N번째 전성기를 맞은 정우성은 난데없는 혼외자 논란으로 이미지에 직격타를 맞았고, 유아인은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으며 차기작 공개에 제동을 걸었다. 이 외에도 김수미, 송재림이 마지막 영화를 남기고 세상을 떠나는 등 다수의 비극이 영화계를 덮쳤다. ◇정우성, 결혼 건너뛰고 아빠 됐다올해 영화계를 가장 들썩인 이슈는 ‘정우성 혼외자 논란’이었다. 정우성은 지난 11월 모델 문가비 사이에 아들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를 기점으로 정우성의 여자 문제가 봇물 터지듯 나오기 시작했다. 비연예인 여자친구와 열애설이 불거지는가 하면, 또 다른 여성들과 찍은 사진, 동영상, SNS 메시지 등이 유출됐다. 정우성은 쏟아지는 비난 여론 속 한 시상식에 올라 “사랑과 기대를 보내준 모든 분에게 염려와 실망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들에게도 생물학적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문가비와의 관계나 향후 결혼 계획, 기타 여자 문제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마약 혐의’ 유아인, 1심서 징역형 유아인의 마약 논란도 이어졌다. 유아인은 앞선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프로포폴을 181회 투약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수면제를 불법 처방받은 혐의, 지인과 미국에서 대마를 흡연한 혐의 등도 받는다. 올해 9월 1심 재판부는 유아인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의료용 마약류 상습 투약과 타인 명의 상습 수면제 매수 등은 유죄로, 대마 흡연 교사 및 증거인멸 교사는 증거 부족에 따른 무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변론 절차는 앞선 24일 종결됐으며, 2심 선고는 이르면 내년 초 나올 전망이다. 이미 촬영을 마친 유아인 주연의 영화 ‘하이파이브’, ‘승부’는 여전히 공개일을 잡지 못한 상태다. ◇김수미·송재림 유작 남기고 떠났다소중한 두 배우를 잃는 아픔도 겪었다. 김수미는 지난 10월 25일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향년 75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사인은 당뇨 등 지병에 따른 고혈당 쇼크로 전해졌다. 그로부터 한 달 후에는 송재림이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전했다. 송재림은 11월 12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두 사람은 유작으로 영화를 한 편씩 남겼다. 김수미의 마지막 작품은 절친한 후배 신현준과 함께한 코미디 영화 ‘귀신경찰’, 송재림의 마지막 작품은 가상화폐 폭락 사건을 모티브로 한 ‘폭락’으로, 나란히 1월 극장가에 걸릴 예정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배신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화제성, 대중성만 좇는 행보로 빈축을 샀다. 조금씩 OTT 시장에 품을 내주던 BIFF는 급기야 올해 개막작으로 넷플릭스 영화를 선보이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문제는 ‘전,란’의 공개일이었다. ‘전,란’은 BIFF 폐막일 넷플릭스를 통해 정식 오픈됐고, BIFF는 넷플릭스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BIFF의 이번 행보가 독립·예술영화 및 극장 영화를 소개하는 영화제 근간을 흔드는 행위이자 홀드백 준수를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 온 영화인들의 의견에 반하는 것이란 지적이 일었다. 하지만 BIFF 측은 “대중성 확보”라는 자화자찬 속 막을 내렸다. ◇아닌 밤중에 계엄령 ‘등골 오싹’올해 영화계는 12.3 계엄 사태로 혼란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및 해제로 국내 정세가 어수선해지면서 영화 산업 역시 직격타를 맞았다. 단순 홍보, 개봉 일정 변동 수준이 아니었다. 계엄 선포 다음 날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신작이 대거 걸렸지만, 전주 같은 날 대비 관객수가 무려 25.6%나 감소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기대감이 컸던 영화계는 또 한 번 살 궁리 모색에 나서야 했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2.27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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