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카카오, 김범수 결단도 안 먹혔다...시총 40조마저 무너져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 가도를 달리던 카카오의 위상이 올해 들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플랫폼 갑질 논란을 상생안으로 겨우 수습하는가 했는데, CEO(최고경영자) 리스크까지 터지며 기업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까지 등판했지만, 여론은 계속 악화해 시가총액 40조원 벽마저 무너졌다. 한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자리까지 위협하던 기세는 온데간데없다. '악재' 카카오, 네이버와 시총 격차 13조원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일 대비 2.67% 내린 8만7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의 주가가 9만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4월 액면분할 후 10만원대를 유지하다 이달 9만원대로 떨어졌고, 결국 8만원대에 진입했다. 카카오의 시총은 39조614억원으로 내려앉으며 4위 네이버와의 격차가 13조원 이상 벌어졌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10조원 이상 증발한 것이다. 지난해 6월 시총 70조원을 웃돌며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위협하던 모습이 무색할 정도다. 카카오는 임인년 시작부터 CEO 리스크로 창사 최대 위기를 맞았다. 새로운 공동대표로 내정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해 약 469억원의 차익을 실현하며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결국 자진사퇴하고 카카오페이 대표직도 남은 임기만 근무하고 물러나기로 했다. 류 대표와 함께 스톡옵션을 행사한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도 일괄 사퇴하기로 했다. 더불어 카카오페이 대표 내정자인 신원근 부사장을 포함한 5명의 경영진은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앞서 매각한 자사주를 다시 사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고점매도, 저점매수인데 작전과 뭐가 다른가" 등 부정적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본지에 "경영진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는 일을 했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또 "지분 구조 역시 기업이 상장하면 생기는 가치를 활용한 느낌이 있다. 내부 성장에 기반을 둔 분사처럼 내실있게 천천히 확장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카카오, 경영진 교체·스톡옵션 제한 카드 카카오는 이번 일을 계기로 사업 확장 과정에서 소홀했던 자회사 관리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컨트롤타워인 카카오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CAC)는 곧바로 전 계열사 임원이 상장 후 1년 동안 자사주를 매도할 수 없는 규정을 마련했다. CEO는 더 엄격하게 2년으로 제한했다. 연임이 유력했던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이처럼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만들어놓고 지난 20일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바통을 이어받은 카카오 단독 대표로 낙점된 남궁훈 현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경영 쇄신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김범수 의장도 임직원에 직접 사과의 메시지를 남겼다. 김 의장은 "카카오가 오랫동안 쌓아온 사회의 신뢰를 많이 잃고 있는 것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지 고민을 거듭했다.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던 미래지향적 혁신과 지금의 카카오 규모에 요구되는 시스템 구현 두 가지가 다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미래 비전과 포용적 성장을 고민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증권가는 카카오 주가에 최근 악재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신사업 성장 등으로 점차 개선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고점 대비 45% 이상 하락하며 플랫폼 규제 이슈 등 그동안의 악재를 충분히 반영했다"며 "경영진 스톡옵션 관련 이슈가 발생했지만, 내부 통제기준을 마련하는 등 점진적인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2.01.26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