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로드 투 브라질] "2002년 韓 닮은꼴" 코스타리카, 산투스 훈련장 가보니..
코스타리카는 브라질 월드컵 8강에 오르며 돌풍을 이어갔다. 스타 플레이어 없이도 조직력으로 해냈다는 점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의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다. 3일(한국시간) 산투스에서 열린 코스타리카 훈련장에 찾아갔다. 산투스는 코스타리카의 월드컵 훈련 캠프다. 상파울루에서 남쪽으로 50㎞ 정도 떨어진 항구도시다. 상파울루에서 버스를 타면 '이민자의 고속도로'를 타고 산투스로 향한다. 이 도로를 통해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수많은 이민자가 브라질로 넘어왔다. 코스타리카 역시 유럽에서 건너온 백인이 90%가 넘으니 산투스와 닮은 점이 있다. 산투스 센트로 역에 내리자 곳곳에 코스타리카 국기가 걸려 있다. 터미널에서 10분 정도 더 들어가니 FC 산투스의 홈인 우르바노 칼데이라 주경기장이 나왔다.경기장 한켠에는 커다란 펠레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40~50여 명의 브라질 팬들이 코스타리카 선수들을 보기 위해 모여 있었다. 8강에 오른 팀 답게 코스타리카의 훈련장 분위기는 좋았다. 호르헤 루이스 핀토(62) 감독은 이날 훈련을 15분만 공개했다. 그런데 지난 16강전 그리스와 경기에서 선방쇼를 펼친 케일러 나바스(28·레반테)가 훈련을 하지 않았다. 에릭 산체스 팀 닥터는 "나바스는 가벼운 어깨부상이 있다. 네덜란드 전 출전에는 문제 없다"고 밝혔다. 경기장에서 만난 코스타리카 기자 윌리엄 멘데스는 "2002년 한국에 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제주와 대구·수원을 가 봤다. 선수단의 경기력이나 국민의 뜨거운 열기가 당시 한국과 닮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대표팀은 잉글랜드와 우루과이·이탈리아 같은 월드컵 챔피언이 모인 죽음의 조에서 1위로 올라왔다. 네덜란드는 강하지만 못 넘을 산이 아니다"고 자신했다. 이날 훈련장에는 코스타리카 기자단은 물론 브라질과 프랑스·네덜란드·독일·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국의 기자 40여 명이 몰렸다. 산투스의 비좁은 기자회견장에 자리가 없었다. 핀토 감독은 인터뷰에서 "크게 생각하라(Think big)"며 선수단에 동기부여를 했다. 선수들도 여유가 넘쳤다. 훈련은 비공개였지만, 훈련을 마치고 나와서는 팬들과 만남을 잊지 않았다. 코스타리카 대표팀의 인기는 산투스 출신 브라질 대표선수인 네이마르(22·바르셀로나)가 부럽지 않았다. 그들은 1시간 30분 동안 기다린 팬들을 위해서 버스에서 내려 사인을 해줬다. 코스타리카 선수의 사인을 모으고 있다는 니콜라스(14)는 스티커집을 펼쳐보이며 "네이마르 만큼 코스타리카가 좋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산투스 경기장 바로 앞에서 40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다는 알폰소(63) 는 "축구 도시인 산투스에서 훈련한 팀은 다 좋은 성적을 냈다. 코스타리카는 8강에 올랐고 멕시코는 16강에 가지 않았냐. 한국은 어디서 훈련했나? 이구아수? 그래서 떨어진 거다"며 웃었다. 산투스 경기장 한쪽에는 박물관이 있다. 여기에는 네이마르와 펠레의 조각상이 있고 산투스의 역사가 담겨 있었다. 알폰소는 "축구황제 펠레와 현재 브라질 최고의 선수 네이마르가 뛰던 경기장이다"며 "코스타리카가 경기할 때는 우리 팀이란 생각으로 응원한다. 아마 그 기운을 받아 잘하는 걸 거다"고 했다. 산투스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코스타리카와 네덜란드의 8강은 6일 오전 5시 살바도르에서 열린다. 산투스=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2014.07.04 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