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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전사' 페레이라, 그가 2주전 오퍼를 기꺼이 받아들인 이유 [이석무 파이트 클럽]

2024년 UFC 최고의 스타는 알렉스 페레이라(36·브라질)다.그는 지난 4월 UFC 300에서 자마할 힐(33·미국)과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전을 펼쳐 1라운드 KO승을 거뒀다. UFC는 역사적인 300번째 넘버 시리즈 대회에 코너 맥그리거(35∙아일랜드)나 존 존스(37∙미국) 같은 거물을 세우고 싶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싸울 준비가 돼있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페레이라는 달랐다. 그는 UFC의 오퍼를 거부하지 않았다. 일부 팬들은 페레이라가 상징적인 대회의 메인이벤트를 장식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페레이라는 그런 지적을 비웃듯 강력한 어퍼컷 한 방으로 화끈한 KO승을 만들어냈다. 겨우 두 달이 지났다. 또다시 페레이라가 출격한다. 페레이라는 오는 30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티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303: 페레이라 vs 프로하스카 2’ 메인 이벤트에서 전 챔피언 유리 프로하스카(31∙체코)와 맞붙는다.페레이라와 프로하스카는 지난해 11월 UFC 295에서 대결한 바 있다. 둘은 당시 공석이었던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벨트를 놓고 맞붙었다. 결과는 페레이라의 2라운드 TKO승. 이후 7개월 여 만에 리매치를 펼친다.페레이라와 프로하스카는 UFC 300에서 나란히 경기를 치렀다. 두 선수 모두 KO승을 거뒀고, 큰 데미지를 입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두 달은 너무 짧다.이 경기는 대회 2주 전 갑작스레 성사됐다. 원래 이 대회 메인 이벤트는 맥그리거와 마이클 챈들러(38∙미국)의 경기였다. 그런데 맥그리거가 발가락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했다. 이미 입장권이 모두 팔린 상황. 다급해진 UFC가 SOS를 쳤다. 페레이라와 프로하스카가 기꺼이 '대타'를 맡았다.챔피언이 타이틀 방어전을 대회 2주 전에 수락하는 일은 상상하기 힘들다. 위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천하의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도 대체 선수로 뛰었다가 처참한 KO패를 당했다. 2주는 경기 준비는커녕 감량하기에도 빠듯하다. UFC로부터 오퍼를 받았을 당시 페레이라의 체중이 105㎏였다. 라이트헤비급 한계 체중은 93㎏이다.페레이라는 경기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심지어 매니저로부터 전화를 받고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페레이라는 경기가 확정된 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경기가 잡혀 흥분된다. 나는 평소에도 훈련을 멈추지 않는다"라며 "모두를 위해 옥타곤에 올라갈 준비가 돼 있다. 물론 평소와 다르지만, 결국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페레이라가 경기를 피하지 않는 배경에는 남다른 성장 과정이 있다. 그는 브라질 상파울루의 우범지대인 파벨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중학교에서 퇴학당한 뒤 어릴 적부터 육체노동을 시작했다. 험한 삶을 살면서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 길거리 싸움을 전전했다. 밑바닥 삶을 살다가 더 이상 술 먹고 싸우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2009년 시작한 것이 바로 킥복싱이었다.페레이라에게 격투기는 돈을 벌고 이름을 알리는 수단이 아니다. 나락으로 빠질 뻔한 인생을 구한 종교와도 같다. 그는 브라질 원주민인 파탁소 부족의 후예다. 경기에 앞서 공식 계체 때 원주민들의 전통 분장을 한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는지를 보여주는 퍼포먼스다. 옥타곤에 들어서기 전 활을 쏘는 제스처를 하는 것도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으려는 메시지다. 페레이라는 2022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나는 킥복싱을 하기 전까지 일하고, 술을 마시고, 싸움을 했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누군가 시비를 걸었고 싸워야 했다. 나와 어린 시절을 보낸 동료 중 누군가는 범죄에 연루돼 목숨을 잃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스포츠에 감사하다."페레이라는 지금 세계 최고의 격투 단체 UFC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그래도 팬들이 원한다면 언제든 싸우는, 진정한 '전사'다. "난 이제 곧 37살이 된다. 내가 얼마나 오래 싸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그의 말 속에서 페레이라가 얼마나 이 경기를 소중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2024.06.2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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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에 못미친 'UFC 300' 대진...UFC는 어떻게 팬들을 감동시킬까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종합격투기 UFC가 드디어 역사적인 ‘UFC 300’ 대회의 메인이벤트를 발표했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가 최근 공개한 UFC 300 메인이벤트는 현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알렉스 페레이라(브라질)와 전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자마할 힐(미국)의 타이틀전이다.페레이라는 현재 UFC를 대표하는 파이터다. 킥복싱 세계챔피언을 거쳐 UFC까지 정복했다. 심지어 미들급을 넘어 라이트헤비급까지 왕좌에 올랐다. 화끈한 경기력에 남자다운 외모까지 스타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췄다는 평가다. 전 미들급 챔피언이자 오랜 라이벌인 이스라엘 아데산야(나이지리아/뉴질랜드)와 두 차례 명승부를 통해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었다. 힐은 페레이라 이전에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이었다. 작년 3월 UFC 283에서 페레이라의 멘토이자 절친인 글로버 테세이라(브라질)을 꺾고 챔피언에 올랐다. 힐은 누구에게 져서 챔피언 벨트를 내려놓은 것이 아니다. 훈련 중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해 스스로 내려놓았다. 주인이 없어진 벨트를 차지한 것이 페레이라였다.둘의 대결은 타이틀전 이상의 스토리가 있다. 페레이라는 ‘절친’ 테세이라의 복수를 하고 싶어한다. 힐을 이기면 ‘반쪽 챔피언’이라는 딱지를 떼고 진정한 챔피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힐은 부상 때문에 스스로 반납한 챔피언 벨트를 되찾고 싶어 한다. UFC 300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4월 1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다. UFC는 이번 300번째 넘버 시리즈를 역대 최고의 대회로 만들고 싶어 했다. 코너 맥그리거 등 슈퍼스타들을 총동원해 UFC의 존재감을 널리 알리고자 했다.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페레이라나 힐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지만 두 선수가 UFC 300이라는 역사적인 대회에 메인이벤트를 장식할 만한지는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다. 그나마도 이 대결이 성사되지 못했다면 장웨일리와 얀시아오난, 두 중국 여성 경량급 파이터가 메인이벤트 경기를 치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UFC 300 대회의 얼굴이 중국 선수가 되는 것은 UFC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다.UFC 100과 UFC 200을 비교해도 UFC가 얼마나 고민이 많았는지 알 수 있다. UFC 100의 메인이벤트는 ‘야수’ 브록 레스너였다. 프로레슬링 WWE 챔피언 출신으로 UFC 헤비급까지 정복한 레스너의 열풍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레스너의 일거수일투족에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대중적인 인지도에서 그를 따를 자는 아무도 없었다.심지어 UFC가 낳은 최고의 스타이자 당시 웰터급 챔피언이었던 조르쥬 생피에르의 타이틀전이 코메인이벤트였다. 레스너의 존재감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댄 헨더슨, 마이클 비스핑, 존 피치, 마크 콜먼, 스테판 보너 등 이제는 UFC 레전드가 된 선수들이 대거 출격했다. 당시 UFC 전적 2전에 불과했던 ‘22살’ 존 존스가 메인이 아닌 언더카드로 출전했다.UFC 100은 한국 팬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다. 바로 추성훈과 김동현이 함께 대회에 나섰다. 당시 UFC 데뷔전에 나선 추성훈은 메인카드 경기에 출전해 앨런 벨처를 판정승으로 눌렀다. 이 큰 대회에 UFC 경력이 전혀 없는 선수를 메인카드에 놓는다? 당시 UFC가 얼마나 추성훈에게 거는 기대가 컸는지 잘 알 수 있다.UFC 200도 라인업이 화려했다. 당시 론다 로우지의 열풍에 힘입어 여성 타이틀전이 메인이벤트를 장식했다. 당시 여성 밴텀급 챔피언이었자 당시 로우지와 함께 여성 격투기 인기를 이끈 미샤 테이트와 훗날 여성 격투기의 ‘GOAT(Greatest Of All Time, 역대 최고)’이 되는 도전자 아만다 누네스가 맞붙었다.메인이벤트만 빛난 것이 아니었다. UFC 100의 주인공이 됐던 레스너는 UFC 200에도 등장해 ‘사모안 괴인’ 마크 헌트와 대결을 벌였다. 대니얼 코미어, 앤더슨 실바, 조제 알도, 프랭키 에드가, 케인 벨라스케스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떨리는 전설적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심지어 과거 일본 프라이드FC의 인기를 이끌었던 고미 타카노리가 사전 경기로 출전했을 정도다.UFC 100과 UFC 200을 경험한 팬들 입장에서 UFC 300의 라인업은 아쉬움이 크다. 대회 메인이벤트를 장식할 것으로 기대했던 맥그리거는 여전히 복귀 시점이 불투명하다. UFC 300의 잠재적 헤드라이너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헤비급 챔피언 존 존스는 지난해 10월에 입은 늑골 부상 때문에 여전히 경기를 치르기 어렵다.물론 기대할 만한 경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라이트급의 저스틴 게이치 대 맥스 할로웨이 경기, 라이트헤비급의 이리 프로하츠키 대 알렉산다르 라키치의 대결 등은 경기 전부터 별 5개짜리 명승부를 예약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그런데도 UFC의 골수팬들은 슈퍼스타가 빠진 UFC 300 대진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런 팬들의 불만에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UFC 300에서 역대 가장 뜨거운 전쟁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큰소리쳤다.UFC 입장도 이해는 된다. UFC는 전 세계를 돌면서 1년에 40차례가 넘는 이벤트를 개최한다. 모든 선수들의 일정을 다 관리할 수 없다. 지금 나온 대진이 현재 UFC가 내세울 수 있는 최상의 카드라는 데는 전문가들도 대체로 이견이 없다. 그럼에도 팬들을 만족시키는 빅매치를 만들지 못한다는 비판을 듣는 것은 현재 UFC의 큰 고민이다.이데일리 기자 2024.03.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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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FC '간장 퍼포먼스'로 돌아본 격투스포츠 노이즈마케팅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20년 넘게 격투 스포츠 취재를 하면서 그런 경우는 처음 봤다. 선수가 기자회견 도중 상대 선수를 도발하면서 얼굴에 간장을 부은 것. 간장을 뒤집어쓴 인물은 유명 개그맨인 윤형빈이었다.지난 22일 남산 서울타워 4층 갤러리K 아트노믹스 서울타워점에서 열린 기자회견 상황은 이랬다. 윤형빈은 12월 16일 열리는 로드FC 067 대회에서 일본의 쇼유 니키와 대결한다. 2014년 격투기 데뷔전을 치른 윤형빈이 9년 만에 선수로 복귀하는 것이다. 다만 이 경기는 로드FC 정식 룰이 아니다. '파이터 100'이라는 일종의 유튜브 콘텐츠다. '일반인들의 싸움'이라는 콘셉트이며 원래 윤형빈은 이 콘텐츠의 진행자다.경기 룰은 이렇다. 100초 동안 케이지 안에서 대결해 승자를 가려낸다. 입식이 기본인데, 테이크 다운이 허용되며 파운딩은 5초간 가능하다. '일반인 싸움'을 표방하다 보니 정식 선수로 아니어도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윤형빈과 맞붙는 쇼유도 주요 대회에서 활약한 정식 파이터가 아니다. 진지한 격투기 경기라고 보기 어렵다.콘텐츠 내에서 쇼유는 무례하고 거친 행동으로 윤형빈을 도발했다. 이에 윤형빈이 발끈하면서 대결이 성사됐다. '쇼유(しょうゆ)'는 일본말로 '간장'을 뜻한다.대회 주최사는 "윤형빈이 간장 테러를 당해 기자회견이 난장판이 됐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지켜본 취재진이나 관객들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로드FC 기자회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해프닝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행사에 앞서 관계자들 사이에선 "일본 선수들이 뭔가를 준비했다고 한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자세한 내막을 다 알기는 어려워도 어느 정도 각본이 있었다는 걸 추측할 수 있다.프로 격투기에서 이런 요소는 이제 필수 불가결이 됐다. 오늘날 종합격투기 최고의 스타로 이름을 떨치는 코너 맥그리거는 2018년 하빕 누르마고메도프가 탄 버스에 쓰레기통을 집어지면서 도발했다. 이때 버스 창문이 깨지면서 선수 2명이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사회적인 문제로 커졌다. 맥그리거는 벌금을 납부하는 등 법적 책임을 져야 했다.그전에도 맥그리거는 대회에서 종종 선을 넘는 난동을 벌였다. 그때마다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졌다. 맥그리거의 악동 이미지가 커질 때마다 그의 소셜미디어(SNS) 팔로워는 급격히 늘어났다. 벌어들이는 돈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제는 굳이 사고를 치지 않아도 그의 유명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오늘날 프로스포츠 세계는 사고뭉치를 원한다. 좋든 나쁘든 논란을 만들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 그것은 곧 관심거리가 되고, 인기가 된다. 특히 서로 몸과 몸이 부딪히고, 상대를 완전히 쓰러뜨려야 살아남는 격투 스포츠에선 더욱 그렇다. 맥그리거에 버금가는 '트래시 토커'인 콜비 코빙턴도 비슷한 예다. 코빙턴은 2017년 UFC 싱가포르 대회에서 '스턴건' 김동현을 판정승으로 눌렀다. 이때까지만 해도 코빙턴은 '레슬링 잘하는 백인 선수'였다. 그는 경기 후 "김동현은 강했다. 한국 팬들은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며 김동현과 한국 팬들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전에 도발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예의가 없는 선수는 아니었다.어느 순간 코빙턴은 '악당'이 됐다. 상대는 물론, 상대 가족까지 모욕하고 조롱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온갖 논란이 되는 말과 행동을 이어갔다. 엄청난 안티팬이 생겨났다. 심지어 그를 증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그럴수록 코빙턴은 주가가 높아졌고 대전료도 올라갔다. 많은 이들은 코빙턴이 그렇게 바뀐 이유가 '이겨도 재미없고 지루한 선수', '연승해도 퇴출 당할 선수'라는 비판 때문이었다고 말한다.다시 로드FC로 돌아와본다. 필자는 그것이 퍼포먼스이든, 우연한 도발이든 격투 스포츠에서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로드FC는 그동안 권아솔을 앞세운 노이즈마케팅으로 큰 재미를 봤다. 권아솔에 대한 호불호와 별개로 많은 팬들은 그가 로드FC를 알리기 위해 애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권아솔도 여러 경로를 통해 그런 말과 행동이 자신의 진심이 아님을 내비친 바 있다. 정문홍 로드FC 회장도 "최근에 콘텐츠가 넘쳐나면서 폭력적이고 과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봐주지 않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그런 '악동 마케팅'은 순간적인 관심을 끌 수 있어도 그것 자체가 중심이 되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맥그리거나 코빙턴이 온갖 논란에도 살아남은 것은 그것을 잠재우고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실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로드FC는 '간장 도발'로 격투 팬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이제는 본 대회에서 논란에 걸맞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2023.11.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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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 파이트클럽] 프란시스 은가누 효과...링과 옥타곤 경계가 사라진다

프로복싱 WBC 헤비급 챔피언 타이슨 퓨리(35·영국)와 종합격투기 UFC 전 헤비급 챔피언 프란시스 은가누(37·카메룬)의 복싱 대결이 일으킨 후폭풍은 어마어마하다.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퓨리가 판정승을 거뒀다. 심판전원일치가 아닌 2-1 스플릿 판정승이었다. 경기 전 누구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 지구 최강 복서로 인정받았던 퓨리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다. 은가누의 주먹을 맞고 쓰러지는 순간 퓨리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스스로도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판정 결과가 나왔을 때 관중석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야유를 보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당연히 은가누가 이겼다고 생각했다. SNS 상에서도 판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종합격투기 선수와 관계자들은 복싱의 판정시스템을 대놓고 조롱했다. 반면 복싱 쪽에선 “제대로 망신당했다”는 자조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공식적인 결과와 상관없이 승자는 은가누와 종합격투기였다.이번 은가누의 복싱 도전은 복싱과 종합격투기의 콜라보를 가속화시키는 도화선이 될 전망이다. 링과 케이지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복싱과 격투기의 결합은 제법 오래된 얘기다. 그 시초는 1976년 전설의 헤비급 복서 무하마드 알리와 일본의 레전드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의 ‘이종(異種)격투기’ 경기였다. 이는 오늘날 종합격투기가 아니라 서로 다른 무술끼리 맞붙는 순수한 이종격투기였다.경기 내내 알리는 선 채로 이노키를 도발했고, 이노키는 드러누워 발차기만 거듭했다. 종합격투기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당시에는 지루하고 우스꽝스러운 대결이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오늘날 기준으로 볼 때는 다른 무술을 연마하지 않은 순수한 복서와 레슬러가 실전 싸움을 벌일 때 어떤 그림이 나오는지 잘 보여준 교과서 같은 경기였다.일본 입식타격기 대회 K-1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1990~2000년대는 복서들의 도전이 잇따랐다. WBO 헤비급 챔피언을 지냈던 레이 머서와 섀넌 브릭스(이상 미국), IBF 헤비급 챔피언 프랑소와 보타(남아공) 등이 K-1에 진출해 킥복서들과 대결했다. 이들은 대부분 전성기가 훨씬 지난 시점에서 K-1에 뛰어들었다. 큰 실패만 맛본 뒤 조용히 사라졌다. WBA 슈퍼페더급 챔피언 출신인 최용수도 K-1에서 일본 킥복서 마사토와 경기를 치러 무참히 졌다.최근에는 종합격투기 선수들의 복싱 도전이 줄을 잇고 있다. 그 시작은 UFC 최고의 흥행메이커 코너 맥그리거(아일랜드)였다. 2016년 8월에 열렸던 ‘무패 복싱 챔피언’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미국)와 가진 복싱 대결에서 맥그리거는 10라운드 TKO패를 당했다. 그 경기를 본 관계자와 팬들은 역시 ‘종합격투기 선수가 복싱으로 싸우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을 보였다.이후에도 UFC 전 웰터급 챔피언 타이슨 우들리(미국)와 UFC에서 맥그리거를 이겼던 네이트 디아즈(미국) 등이 복싱에 도전했지만 모두 패했다. 이들의 상대는 2000만 이상 구독자를 자랑하는 복싱 유튜버 제이크 폴이었다. 그는 전문복서이기는 하지만 정상급 실력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UFC에서 최정점을 찍었던 선수들이 하나같이 제이크 폴에게 당했다. 종합격투기와 복싱은 전혀 다른 영역임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은가누는 그런 고정관념을 무참히 깼다. 은가누의 선전은 종합격투기가 언젠가 복싱까지 집어삼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었다. 은가누는 석연찮은 판정패라는 결과와 상관없이 많은 것을 얻었다. 그동안 UFC에서 벌어들은 총 대전료의 몇 배에 달하는 1000만 달러(유료 TV 구매 수익은 별도)를 벌어들었다. 그전까지 은가누가 한 경기에서 받았던 가장 많은 개런티는 60만 달러였다. 퓨리와 경기를 마친 뒤 마우리시우 슐레이만 WBC 회장은 “은가누를 헤비급 랭킹 10위 안에 올리겠다”고 밝혔다.고국 카메룬에서 막노동을 하면서 어렵게 살다가 프랑스로 이주해 27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격투기를 시작한 은가누는 프로복싱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지금 은가누의 명성이라면 종합격투기에서도 큰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프로복싱 빅매치는 흥행 레벨이 다르다. 막대한 돈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는 점만으로도 은가누는 진정한 승자다. 종합격투기 선수들이 복싱에 자꾸 눈을 돌리는 이유도 돈이 결정적이다. 최고의 무대라 할 수 있는 UFC에서 톱클래스로 인정받는 선수는 경기당 50만 달러에서 최대 300만 달러 정도의 파이트머니를 받는다. 반면 프로복싱은 빅매치의 경우 수백만 달러 대전료는 기본이다. 한 경기에 1000만 달러가 넘는 대전료가 오가기도 한다. 종합격투기 선수들이 복싱 무대에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다.복싱계도 종합격투기 선수들의 도전을 반기고 있다. 최근 복싱은 새로운 스타의 부재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미국 복싱 시장의 경우 좋은 자원들이 종합격투기 쪽으로 흘러가면서 주도권을 유럽에 빼앗겼다. 그나마 멕시코 등 중남미계 복싱 스타들이 흥행을 이끄는 실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UFC 등에서 이미 이름을 알린 스타 파이터들이 복싱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복싱계에서도 반가운 일이다.이데일리 기자 2023.11.03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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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좀비’…끝까지 정찬성답게 ‘혈투’, UFC 최초 트위스터+챔피언전 2회 역사 쓰고 퇴장

16년 파이터 인생을 건 마지막 러시. ‘코리안 좀비’ 정찬성(36)은 옥타곤에 쓰러지는 순간에도 주먹을 뻗었다. 그는 파이터 인생을 대변한 이 장면을 끝으로 오픈 핑거 글러브를 벗었다. 정찬성은 27일(한국시간)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벌인 ‘UFC 파이트 나이트: 할로웨이 대 코리안 좀비’ 메인카드 맥스 할로웨이(31·미국)와 맞대결에서 3라운드 시작 23초 만에 KO로 졌다.한 수 위로 평가받던 할로웨이를 상대로 1·2라운드 열세에 놓인 정찬성은 3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난전을 걸었다. 두 팔을 벌리며 할로웨이에게 발을 붙이고 싸우자는 신호를 보냈다. 그렇게 시작된 진흙탕 싸움, 정찬성은 거침없이 돌진했다. 결국 할로웨이의 스트레이트에 맞고 케이지에 쓰러졌다. 정찬성은 패배 후 “그만하겠다”며 “나는 챔피언이 목표인 사람이다. 할로웨이를 진심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후회 없이 준비했다. 나는 3등, 4등, 5등 하려고 격투기를 하는 게 아니”라며 은퇴를 선언했다. 오픈 핑거 글러브를 벗은 정찬성은 한동안 옥타곤 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할로웨이와 3라운드 난전은 ‘코리안 좀비’의 파이터 인생 대미를 장식한 장면으로 남게 됐다. 마지막처럼 그의 여정은 늘 흥미로웠다. ‘좀비’라는 링네임처럼 대미지를 입고 피를 흘려도 그는 늘 전진했다. 결과와 상관없이 팬들을 가슴 뛰게 하는 경기를 만들었다. UFC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정찬성이라는 이름 석 자보다 파이팅 스타일에 딱 맞는 ‘코리안 좀비’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팬들은 그의 싸움에 매번 열광했다. 파이터 인생 한 번도 경험하기 어렵다는 UFC 메인이벤트를 10회 연속 장식한 배경이다. 정찬성은 옥타곤 등장부터 세간에 충격을 줬다. 정찬성은 2011년 3월 WEC 시절 패배를 안긴 레너드 가르시아(미국)와 UFC 데뷔전에서 초고난도 기술인 트위스터로 탭을 받아냈다. UFC 최초 트위스터 서브미션 승리로, 2019년 12월 브라이스 미첼(미국)이 성공하기 전까지 정찬성이 유일하게 이 기술로 상대를 제압한 선수였다. 당시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도 “말로만 듣던 트위스터를 UFC 경기에서 직접 보게 될 줄 몰랐다”고 할 정도로 충격이었다.승승장구했다. 옥타곤에서 치르는 두 번째 경기에서 마크 호미닉(캐나다)을 만난 정찬성은 언더독으로 평가받았다. 그는 세인의 평가를 비웃듯 경기 시작 7초 만에 강력한 펀치로 경기를 끝내며 이름을 알렸다. 그다음 상대였던 더스틴 포이리에(미국)에게는 다스 초크에 성공하며 치열한 접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포이리에전은 밀리는 흐름 속에서도 전진 능력과 동물적인 감각이 빛난 한 판이었다. 3연승을 거둔 정찬성은 페더급 3위에 올랐고, 극강의 챔피언으로 여겨지던 조제 알도(브라질)와의 타이틀전 기회를 받았다. 실력과 재미를 모두 잡은 파이터로 거듭났던 덕이었다. 알도와도 대다수 매체·팬의 예상과 달리 선전했다. 정찬성은 3라운드까지 대등한 승부를 펼쳤지만, 4라운드에 어깨 탈구 부상으로 TKO 패했다. 당시 경기 중 어깨를 끼우고 경기를 이어가려는 그의 집념은 종합격투기(MMA) 팬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좀비’라는 닉네임을 다시금 각인한 경기였다. 군 공백기에도 끄떡없었다. 알도전 이후 군 복무를 마치고 3년 6개월 만에 옥타곤에 돌아온 정찬성은 데니스 버뮤데즈(미국)를 어퍼컷으로 잠재웠다. 이후 패배와 승리를 반복했다. 헤나토 모이카노(브라질) 프랭키 에드가, 댄 이게(이상 미국) 등을 꺾은 정찬성은 또 한 번 챔피언전 기회를 따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열린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호주)와 타이틀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하며 좌절했다. 당시 은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남겼던 정찬성은 마음을 고쳐먹고 전 챔피언이자 페더급 랭킹 1위인 할로웨이와 경기에 나섰다. 대권 도전을 노릴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비록 원하던 결과를 얻진 못했지만, 그의 ‘라스트 댄스’는 본인이 왜 UFC의 좀비인지를 잘 보여준 한 판이었다. 할로웨이의 싱거운 승리를 점친 팬들도 정찬성의 투혼에 열광했다. 한 팬은 “UFC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은퇴”라며 박수를 보냈다. 동료 파이터들도 경의를 표했다. UFC 최고 스타 코너 맥그리거(아일랜드)는 SNS(소셜미디어)에 “정말 멋진 퍼포먼스였다. 코리안 좀비, 정말 잘했다”고 적었다. 포이리에는 “맥스는 늘 그랬듯 날카로웠고, 좀비는 언제나처럼 좀비였다”고 했다. 2007년 프로에 데뷔한 정찬성은 MMA 통산 17승 8패, UFC 7승 5패를 기록하고 글러브를 벗었다. ‘최초’라는 여러 타이틀을 만듦과 동시, 팬부터 동료 파이터까지 열광케 하며 끝까지 ‘좀비’로 옥타곤을 떠났다. 정찬성은 은퇴 선언 후 SNS(소셜미디어)에 “모든 걸 이루진 못했지만, 충분히 이룰 만큼 이뤘고, 내 머리 상태(누적 충격)에서 더 바라는 건 욕심 같아서 멈추려고 한다”며 “그동안 코리안 좀비를 사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UFC에서 싸우는 동안 정말 정말 행복했다”고 소회를 전했다.김희웅 기자 2023.08.2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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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밴텀급 GOAT의 충격패…제2의 맥그리거 오말리가 새로운 ‘왕’

미국 종합격투기(MMA) 단체 UFC에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 제2의 코너 맥그리거(아일랜드)라고 불리던 션 오말리(28·미국)가 그 주인공이다. 오말리는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TD가든에서 열린 알저메인 스털링(34∙미국)과 UFC 292: 스털링 vs 오말리 메인 이벤트에서 2라운드 TKO 승리를 거뒀다. 오말리는 생애 처음으로 UFC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둘렀다. 오말리는 MMA 전적 18승 1패, 스털링은 23승 4패를 기록했다.스타 챔피언의 탄생이다. 맥그리거 이후 스타의 부재라는 고민을 안았던 UFC는 흥행을 이끌 수 있는 스타 챔프를 보유하게 됐다. 오말리는 감각적인 타격가로 분류된다. 맥그리거처럼 타격 스킬이 빼어나고 강한 펀치력으로 그간 상대를 잠재워 왔다. 실력과 더불어 이날 선보인 분홍색 드레드 헤어 등 겉모습도 화려해 맥그리거처럼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스타다. UFC는 ‘오말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어쩌다 챔피언’이 된 스털링의 여정은 잠시 멈추게 됐다. 스털링은 2021년 UFC 259에서 당시 챔피언이었던 표트르 얀(30·러시아)에게 밀리다 반칙 니킥에 맞아 실격승을 거뒀다. 많은 이들이 자질을 의심했지만, 챔피언에 오른 후 얀·T.J. 딜라쇼(37·미국)·헨리 세후도(36∙미국)를 연파하며 왕좌를 굳건히 지켰다. UFC 밴텀급 타이틀 최다 방어자(3회)가 되면서 ‘GOAT(Greatest Of All Times)’ 칭호까지 얻었지만, 오말리 앞에서 고개를 떨궜다. 터치 글러브로 시작된 1라운드는 팽팽한 탐색전이 이어졌다. 둘은 킥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스털링은 1라운드 20초를 남기고 장기인 테이크 다운을 시도했지만, 오말리를 그라운드로 끌고 가지는 못했다. 2라운드 초반 오말리가 순식간에 경기를 끝냈다. 스털링이 먼저 잽을 날리자, 뒤로 빠지면서 뻗은 오말리의 오른손 카운터 펀치가 적중했다. 이후 스털링이 쓰러졌고, 오말리는 거침없는 파운딩으로 래퍼리 스톱을 끌어냈다. 피니시 장면도 맥그리거가 조제 알도(브라질)를 이기던 때와 닮았다. 김대환 UFC 해설위원은 “(오말리의 펀치가) 맥그리거가 알도를 이겼을 때의 펀치와 결이 같다”고 떠올렸다.이번 대회 코메인 이벤트에서는 동아시아 유일 UFC 챔피언인 장웨일리(34·중국)가 아만다 레모스(36·브라질)를 상대로 여성 스트로급 벨트를 지켰다. 장웨일리는 1라운드부터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며 레모스를 손쉽게 꺾었다. 김희웅 기자 2023.08.2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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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머스크vs저커버그, 진짜로 '현피' 뜨면 누가 이길까

“이러다 진짜 한판 붙는 거 아냐?”미국 실리콘밸리의 거물이자, 업계 라이벌인 두 사람이 격투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트위터를 소유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간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둘의 격투기 대결은 소셜미디어(SNS) 설전에서 시작됐다. 지난 21일 한 트위터 사용자는 메타가 출시할 예정인 SNS ‘스레드’(Threads)에 대해 “트위터의 라이벌이 될까”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머스크는 “지구가 조만간 저커버그 손가락에 지배당할 수 있다”라고 비꼬는 글을 올렸다.이에 다른 트위터 사용자가 “저커버그가 주짓수를 한다는데 조심하라”고 글을 올렸고 이에 머스크는 “나는 철창 싸움(cage fight)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가만히 있을 저커버그가 아니었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위치를 보내라”고 메시지를 올렸다. 이에 머스크는 “라스베이거스 옥타곤”이라고 받아쳤다. 옥타곤은 미국 종합격투기 UFC가 열리는 팔각형 철창 경기장이다. 라스베이거스는 UFC 경기가 가장 많이 열리는 지역이다. 두 사람이 실제로 만나 주먹다짐을 벌이는 ‘현피’를 뜨기로 합의한 셈이다.말도 안 되는 격투기 대결에 전 세계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돈 냄새를 맡은 UFC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저커버그가 내게 전화를 걸어 머스크가 진심인지 물었다. 내가 머스크한테 물었더니 머스크는 ‘진지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두 사람의 주먹다짐이 현실로 이뤄진다면 격투기 역사상 최대 흥행이 될 것이 틀림없다. 미국 CNBC 방송은 머스크와 저커버그가 옥타곤에서 맞붙는다면 흥행 수입이 10억 달러(1조317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싱과 종합격투기를 통틀어 지금까지 최고 흥행대결은 2017년 플로이드 메이웨더(복싱)와 코너 맥그리거(종합격투기)의 복싱 대결이었다. 당시 흥행 수입은 6억 달러였다.둘이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 체격은 머스크가 훨씬 크다. 1m87㎝·85㎏의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머스크의 체중은 실제 90㎏가 넘을 거라는 말이 있다. 저커버그는 1m71㎝·70㎏이다. 굳이 UFC 체급 기준으로 분류하면 머스크는 라이트헤비급, 저커버그는 라이트급이다.운동 경력을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저커버그는 어릴 적부터 복싱, 킥복싱 등 격투기를 틈틈이 훈련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근에는 주짓수에 푹 빠져있다.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주짓수 대회에서 도복 주짓수와 노기(도복을 입지 않은) 주짓수 두 종목에서 은메달과 금메달을 땄다. 물론 아마추어 대회라 수준이 높진 않다.게다가 저커버그는 평소에도 운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9㎏짜리 중량 조끼를 입고 1마일을 달린 뒤 턱걸이 100개, 팔굽혀펴기 200개, 스쿼트 300개를 하고 나서 다시 1마일을 더 달리는 챌린지에 참여한 적이 있다.머스크는 특별한 운동 경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체격이 커도 격투기 경력자를 이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머스크가 51세인 반면 저커버그는 39세이다.현지 스포츠도박사들은 벌써 둘의 대결을 놓고 베팅을 시작했다. 스포츠 베팅업체 ’Sportsbooks‘가 올린 배당률을 보면 저커버그는 -160이다. 100달러를 벌기 위해선 160달러를 걸어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머스크는 +140이다. 100달러를 걸면 140달러를 벌 수 있다는 의미다. 아주 큰 차이는 아니지만, 저커버그의 승산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머스크가 주짓수 특훈을 하기 시작한 것. 최근 머스크는 렉스 프리드먼으로부터 주짓수를 배우고 있다. 15년 이상 주짓수를 수련한 유단자이자 유도와 레슬링도 섭렵한 프리드먼은 공교롭게도 저커버그의 주짓수 스승이기도 하다.프리드먼은 머스크의 실력에 대해 “체력과 힘, 기술이 인상적이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이 격투기 수련을 통해 더 나은 리더이자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훈련하되 철창 안에서 싸우지 않는 게 세상을 위해 더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후끈하게 달아올랐던 대결을 반대하는 이도 있다. 바로 ‘엄마’다. 머스크의 어머니인 메이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자꾸 이 싸움을 부추기지 마라. 내가 이 싸움을 취소시켰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둘이 말로만 싸워라. 가장 웃긴 사람이 이기는 것으로 하자”고 제안했다.많은 사람들은 ‘관심 종자’인 머스크와 저커버그가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진지한 경기가 되진 않더라도 두 사람이 실제 철창에서 몸을 부딪힐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머스크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 UFC 챔피언 조르쥬 생피에르가 “내가 기꺼이 훈련 파트너가 되겠다”고 메시지를 보내자 “OK! 한번 해봅시다”라고 수락했다. 현 UFC 헤비급 챔피언 존 존스는 저커버그에게 “당신을 지지한다. 당신의 훈련을 돕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이다. 뒤로 물리기에는 일이 너무 커져 버린 분위기다. 2023.06.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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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인터뷰] ‘코리안 맥그리거 꿈’ 이정영 “5월부터 영어 공부합니다”

미국 종합격투기(MMA) 단체 UFC에 진출한 ‘코리안 타이거’ 이정영(28·쎈짐)은 코너 맥그리거(35·아일랜드)처럼 최고의 스타가 되길 원한다. 자신감은 충만하다. 지난 2월 이자(중국)와의 로드 투 UFC 결승전에서 승리한 이정영은 꿈에 그리던 UFC 진출을 이뤘다. 그러나 개운치 않은 듯 “아쉽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낙승을 확신했던 결승전에서 경기력이 썩 좋지 않았던 탓이다. 이자의 끈덕진 레슬링에 고전했다. 당시 이정영은 이자를 상대로 판정승을 거둔 후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알렸다. UFC 진출을 위해 부상을 숨겼다고 털어놨다. 성치 않은 무릎은 경기를 준비하는 데 악영향을 줬다. 결승을 앞두고 제대로 된 훈련, 스파링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정영은 최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자와 승부를 떠올리며 “판정을 기다릴 때 조마조마했다. ‘지면 어떡하지’라고 순간 생각했다”며 “판정에 대한 말도 있는 것으로 안다. 내 성격상 이렇게 이겨서 마음이 찝찝하다”고 전했다.앞서 로드 투 UFC 8강, 4강 두 경기를 도합 78초 만에 끝낸 이정영은 큰 기대를 받았다. UFC 페더급 랭킹(15위)에는 무난히 안착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 경기 이후 그를 향한 의심의 시선이 짙어졌다. 이정영은 “프로는 보여주는 경기 내용이 전부다. 부상도 내 탓이다”며 “다리가 다 회복된 후 복귀전에서는 이전과 완전히 다를 거라고 100% 자신한다”고 말했다. “(저조한 경기력에) 나 자신도 실망했다”는 이정영이지만, ‘코리안 맥그리거’의 꿈은 여전하다. 늘 맥그리거를 우상으로 꼽은 그는 자신이 세계 최고의 스타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다만 맥그리거 정도의 파급력을 불러일으키려면 파이터로서의 실력은 물론, 영어도 할 줄 알아야 한다. 통역원을 거치면 감정과 억양 등이 고스란히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 전지훈련을 계획 중인 이정영에게 소통을 위한 영어 공부는 필수다. 이정영은 “영어 공부를 5월부터 하려고 한다. 운동만 하다 보니 공부 머리가 안 돌아가는 것 같다. 선생님께 제대로 배우려고 한다. 회화 위주로 시작하려고 한다”며 “미국에서 일상생활을 하더라도 필요할 것 같다. 이런 부분에서도 발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UFC 스타 등극을 고대하는 이정영이 부상에서 회복하려면 약 5개월이 필요하다. UFC 데뷔전은 빠르면 오는 11~12월에 치를 전망이다. 이정영은 “1년에 3경기는 뛸 생각”이라고 계획을 밝혔다.이자와의 경기가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이정영은 인터뷰를 마치기 전, “아직도 스트레스가 있다. 이 독기를 계속 가져가서 복귀전에서 차원이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발전해서 돌아올 자신이 있다.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팬들에게 보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희웅 기자 2023.04.1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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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헤비급도 넘보는 존 존스, 종합격투기 'GOAT'이 될 것인가

해묵은 질문을 던져본다. 종합격투기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파이터(GOAT)'는 누굴까.코너 맥그리거(35·아일랜드)? 종합격투기 역사상 최고의 슈퍼스타임에 틀림없다. 오늘날 격투기 시장이 이만큼 커진 것은 맥그리거 덕분이다. 하지만 그는 통산 6번이나 졌다. 심지어 그 중 3패는 최근 4차례 경기에서 당했다. 'GOAT'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이 패했다.하빕 누르마고메도프(35·러시아)? 살짝 고민은 된다. 그는 29전 29승 무패를 기록한 뒤 은퇴를 선언했다. 자신이 치른 모든 경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GOAT'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살짝 아쉽다. 그가 타이틀전 수준 경기를 치른 것은 4번 뿐이다.조르쥬 생피에르(42·캐나다)나 앤더슨 실바(48·브라질), 랜디 커투어(60·미국) 같은 위대한 챔피언 이름을 거론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GOAT'으로 부르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올드팬들은 '격투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47·러시아)도 떠올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역시 선수 말년의 활약은 초라했다. 그렇게 놓고 보면 한 사람의 이름만 떠오른다. 존 존스(36·미국)다. 그의 이름 앞에 'GOAT' 수식어가 붙는 것을 불편하게 느낄 사람이 많을 것이다. 솔직히 인간으로서 존스는 최악이다. 코카인, 마리화나, 금지약물, 음주운전, 임산부 뺑소니, 경찰관 폭행, 가정폭력, 불법 총기 소지, 차량 손괴 등등 존스가 저지른 각종 악행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찰 정도다. 이 정도면 범죄 종합선물세트라고 불러도 손색없다.하지만 격투기 선수로서 존스는 얘기가 다르다. 적어도 옥타곤 안에서 존스는 완벽한 파이터다. 기록이 말해준다. 전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인 존스는 UFC 최연소 챔피언(23세 8개월), 최다 타이틀전 승리(14회), 최다 무패(17승 1무효)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데뷔 후 15년간 사실상 무패다. 유일한 패배는 2009년 맷 해밀과 경기에서 기록한 반칙패였다. 당시 존스는 상대가 쓰러진 상황에서 금지된 엘보 공격을 사용해 실격을 당했다.존스는 종합격투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그렇게 사고를 치고 다니는데도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여전히 "존스는 현재 최고의 파이터이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파이터가 될 것"이라고 높이 치켜세운다.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하지만 또한 팬들이 기다렸던 존스가 돌아온다. 그것도 가장 무거운 헤비급으로 말이다. 라이트 헤비급에서 싸웠던 존스는 그전까지 자기 동네에서 최강자였다. 이제는 진정한 '인류 최강'의 자리를 노린다.존스는 오는 5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티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리는 종합격투기 'UFC 285' 대회에서 공석인 헤비급 타이틀을 놓고 시릴 가네(32·프랑스)와 맞붙는다. 당초 헤비급 챔피언 벨트는 '핵주먼' 프란시스 은가누(37·카메룬)가 보유했지만 UFC와 계약 종료 후 주인이 없는 상태다.존스의 헤비급 월장에 대해 우려와 기대가 엇갈린다. 우려는 과연 체급의 벽을 곧바로 극복할 수 있느냐다. 존스가 활약했던 라이트헤비급은 한계 체중이 93kg이었다. 반면 헤비급은 한계체중이 120kg이다. 가네가 지난해 1월 은가누와 붙었을때 체중도 113kg였다.물론 존스는 헤비급 전향 선언 후 꾸준히 증량을 했다. 헤비급에 맞는 파워를 키우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실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체급 월장을 위한 적응 과정 없이 바로 타이틀전을 치르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UFC 라이트헤비급과 헤비급, 두 체급을 평정했던 '레전드' 커투어도 "존스는 가네를 무너뜨리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가 그런 능력들을 모두 뽑아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또 다른 변수는 공백기다. 존스가 마지막으로 경기를 치른 것은 2020년 2월 도미닉 레예스(34·미국)과 경기였다. 이후 3년 여의 공백기가 있었다. 링 러스트(오래 경기를 뛰지 않아 실전 감각과 실력이 떨어지는 것)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긴 공백기를 이기고 화려하게 컴백했던 예는 여럿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과거 3년 6개월 공백기를 깨고 복귀전에서 KO승을 거뒀던 정찬성(36)과 4년 공백을 극복하고 UFC 미들급 챔피언에 등극했던 생피에르다. 워낙 뛰어난 능력을 타고난 존스에게 3년여 공백은 큰 문제가 안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오히려 이번 대결이 존스를 위한 맞춤형 경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가네는 킥복싱 챔피언 출신답게 헤비급 최강의 타격 실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레슬링은 약점을 가지고 있다. 레슬링 실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없는 은가누에게 그라운드로 무너졌다. 반면 존스는 전 체급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레슬링 실력을 보유한 선수 중 하나다.존스도 자신의 승리를 장담하는 이유를 레슬링에서 꼽았다. 그는 "은가누와 경기에서 가네의 레슬링 약점을 발견했다"면서 "가네는 타격과 풋워크는 정말 좋지만 은가누에게 테이크다운을 한 두 번 허용하자 풋워크와 스피드가 실종됐다”고 지적했다.더불어 "은가누에게 체력으로 밀린 선수가 나를 체력으로 이길 수 있을 리 없다"며 "나 같은 상대를 대적할만한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큰소리쳤다.스포츠 베팅업체들도 존스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 다른 경기에 비해 격차가 큰 편은 아니지만 그만큼 존스의 능력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모든 이들의 예상처럼 존스가 가네를 꺾고 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한다면 그를 둘러싼 'GOAT' 논쟁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업셋의 희생양이 된다면 그의 명성은 땅에 추락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이데일리 기자 2023.03.0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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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종합격투기 핵주먹' 은가누가 UFC 떠나고 활짝 웃는 이유

‘UFC의 핵주먹’으로 불렸던 프란시스 은가누(37·카메룬/프랑스)가 미국 종합격투기 UFC를 떠났다. 그가 보유했던 UFC 헤비급 챔피언벨트는 계약 종료로 박탈됐다. 현역 챔피언이 재계약 실패로 타이틀을 강제로 잃게 된 것은 UFC 역사상 처음이다.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은 지난 15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대회 후 기자회견에서 은가누와의 방출을 공식 발표했다. 화이트 회장은 “우리는 은가누에게 브록 레스너를 포함해 역대 헤비급 사상 최고의 대전료를 제안했지만, 그가 계약을 거절했다”며 ”UFC에 있기 싫은 선수는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이트 회장은 그동안 은가누 대 전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존 존스(미국)와 대결을 성사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은가누와 재계약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졌다면 오는 3월 둘의 빅매치가 펼쳐질 수 있었다.하지만 은가누가 UFC를 떠나면서 은가누 대 존스의 대결도 무산됐다. UFC는 대신 존스의 상대로 전 헤비급 잠정 챔피언 시릴 가네(프랑스)를 점찍었다. 오는 3월 열릴 이 경기 승자가 은가누의 챔피언 벨트를 대신 차지하게 된다.화이트 회장은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은가누가 존스의 대결을 의도적으로 피하려 했다는 뉘앙스를 계속 풍겼다. 그는 ”은가누의 존스의 헤비급 타이틀전이 여러 번 추진됐다”며 “존스는 헤비급 누구하고든 싸울 준비가 돼 있었다. 상대가 누구든 상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은가누는 UFC 발표 이후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다 사흘이 지난 18일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UFC가 돈 얘기를 하는 것을 들었는데 돈이 조건의 일부였지만 전부는 아니었다”며 “다른 조건들이 있었고 UFC는 그걸 절대 얘기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UFC가 은가누에게 제시한 조건은 나쁘지 않았다. 구체적인 액수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경기당 800만 달러(98억원) 이상을 약속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 UFC 헤비급 챔피언이자 현재 프로레슬러로 활동 중인 레스너가 2016년 7월 UFC 200에서 5년 공백을 깨고 복귀할 때 받았던 대전료가 바로 800만 달러였다. 이 금액은 기본 대전료(250만 달러)에 유료채널(PPV) 및 스폰서 수입 등을 모두 포함한 액수다.하지만 은가누는 자신이 UFC 제안을 거절한 것이 단지 돈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UFC는 내가 요구한 것을 들어주지 않았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우린 그런 식으로 비즈니스를 하지 않아’라고 답했다”고 털어놓았다.은가누가 UFC에 요구한 조건은 자신은 물론 모든 UFC 선수들의 건강보험, 그리고 선수들 입장을 대변할 변호사의 UFC 이사회 포함 등이었다. UFC 선수들의 권익을 증진 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UFC가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 은가누의 주장이다.은가누는 “모든 파이터를 위해 이런 것을 요구했지만 안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며 “협상 도중 어느 시점에 가선 UFC가 돈으로 내 뺨을 후려치면서 ‘돈이나 받고 입 닥쳐라’라고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속내를 밝혔다.화이트 회장이 ‘존스와 대결을 두려워해 UFC를 떠났다’는 뉘앙스로 비난을 한 것에 대해서도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은가누는 “그의 말은 신경 쓰지 않는다. 난 UFC에 3경기를 요구했는데 그중 2경기가 존스와 경기였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난 어떤 말을 들어도 대미지를 받지 않는다”며 “나는 살면서 그보다 훨씬 심한 말도 들었지만 지금 멀쩡히 살아있다”고 강조했다.사실 은가누는 그의 말대로 UFC를 떠나도 큰 타격이 없다. 오히려 훨씬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은가누는 UFC에서 활동하면서 경기당 60만 달러(7억원)를 대전료로 받았다. 은가누의 이름값이나 기량에 비하면 초라한 액수임에 틀림없다. 미국 현지 언론에선 은가누가 프로복싱으로 전향해 타이슨 퓨리나 앤서니 조슈아 같은 헤비급 챔피언들과 대결하면 경기당 최소 5000만 달러(600억원) 이상 벌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실제 2017년 당시 UFC 챔피언이었던 코너 맥그리거(아일랜드)가 프로복싱 무패 챔피언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미국)와 복싱 대결을 펼쳤을 때 받은 기본 대전료는 1억 달러(1200억원)에 이르렀다. 여기에 PPV 및 입장 수입, 스폰서 보너스를 포함하면 수입이 2억7500만 달러(3400억원)가 넘을 것이라는 조사가 나왔다.2021년 6월에 열린 메이웨더 주니어 대 유명 유튜버인 로건 폴(미국)의 8라운드 복싱 시범경기 때 폴이 가져간 대전료는 2000만 달러가 넘었다. 그는 전문 프로복서도 아니었다. 15년 만에 링에 올라 2020년 11월 복싱 시범경기를 치렀던 마이크 타이슨도 겨우 16분 경기를 치르고 1000만 달러를 받았다. 헤비급 빅매치에 대한 목마름이 강한 프로복싱계는 언제든 은가누는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프로복싱이 아니더라도 UFC 라이벌 단체인 PFL, 벨라토르 등도 은가누의 영입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공교롭게도 은가누가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가족모임 사진에는 그의 어머니가 PFL 단체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은가누는 “어머니가 그 티셔츠를 입고 있는 줄 몰랐다. 어디서 그 티셔츠가 나왔는지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지에선 은가누가 프로복싱과 함께 UFC가 아닌 타 단체에서 격투기를 병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UFC는 은가누와 결별을 통해 자존심에 큰 타격을 입었다, UFC는 ”자신들이 은가누를 방출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은가누와 계약이 지난해 12월 이미 공식적으로 끝난 상태였다. UFC는 슈퍼스타로 떠오른 은가누의 빈자리를 누군가로 메워야 한다. 하지만 당장 대체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 ‘악동’ 맥그리거는 언제 복귀할지 아직 갈피를 잡기 어렵다. 최근 연패로 예전만큼의 기량을 보여줄지도 미지수다.그나마 화이트 대표가 믿을 구석은 헤비급 데뷔전을 앞둔 존스다.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시절 ‘가장 완벽한 파이터’라는 평가를 받으며 무패 행진을 이어갔던 존스는 헤비급 데뷔전을 챔피언 결정전으로 치르게 된다. 하지만 존스가 헤비급에서 얼마나 강력한 모습을 보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게다가 음주운전, 폭행, 금지약물 등 수많은 구설수로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다. 헤비급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하더라도 팬들로부터 환영을 받기 힘들다. UFC로선 은가누를 놓친 뒤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속은 많이 쓰릴 수밖에 없다. 2023.01.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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