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멋스토리] 디테일은 다른데, 큰 틀은 '글쎄' …화장품 공룡 '세포라' 엇갈린 시선
확실히 달랐다. 그러나 대세를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한국에 상륙한 세계 최대 화장품 전문 유통 매장 '세포라'가 시험대에 올랐다.세포라는 지난 23일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몰에 한국 1호점을 열었다. 화려했다. 개점 전 열린 포토콜에 선미, 제시카, 여진구 등 인지도 높은 ‘패셔니스타’가 차례로 등장했다. 블랙&화이트가 적절히 조합한 세련된 인테리어, 숙련된 직원, 세포라만의 독특한 제품까지 글로벌 1등 세포라다웠다. 국내 뷰티 업계는 유통 공룡 세포라의 행보를 유심히 보고 있다.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궁금해서다. 뷰티 정글 한국에서 후발 주자된 '원조 편집숍' 세포라 "한국 1호점이 전 세계 2600여 개 매장 중 100대 매장 안에 들도록 하겠다."김동주 세포라코리아 대표가 개점식에서 밝힌 포부다. 김 대표는 타 매장이 아닌 세포라 내에서 100위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누군가는 교통과 경제산업의 요지인 삼성동 유명 쇼핑몰에 문을 연 세포라의 목표치고는 '소박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면면을 들여다 보면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글로벌적인 관점에서 세포라의 경쟁자는 세포라말고는 없기 때문이다.1969년 프랑스에서 출발한 세포라는 1997년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소유가 된 뒤 공격적으로 영토를 넓혀왔다. 유럽과 북미 지역의 패권을 잡은 뒤 2005년 중국·싱가포르·태국·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350개 매장을 열었다. 35개국에 고루 퍼져있는 2600개 세포라 매장에서 이제 막 1호점을 오픈한 세포라코리아가 100위권 안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다. "매년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이루겠다."김 대표는 세계 100대 매장 안에 들기 위해 가파른 매출 증가를 숙제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하지 않다. 한국 뷰티 업계 특유의 치열한 경쟁과 포화 상태에 이른 시장 때문이다.세포라는 중국과 아시아권 뷰티 트렌드를 선도하는 한국 상륙에 유독 뜸을 들여왔다. 한국은 객관적으로 세포라가 발을 들이기에는 시장이 다소 작은 편이다. 반면 내부 경쟁은 치열하다. 온라인 쇼핑의 활성화로 화장품 유행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미샤·네이처리퍼블릭·토니모리·더페이스샵 등 원 브랜드 화장품만 판매하는 가두 브랜드숍이 많다. 다양한 브랜드를 모아 놓은 편집숍도 차고 넘친다. 화장품 판매에 방점을 찍은 H&B스토어가 동네마다 있다. 업계 1위인 올리브영 점포수가 1233개이고, 랄라블라(150개), 롭스(133개)가 각축 중이다. 저마다 실력도 갖췄다. 눈에 띄는 인디 브랜드를 찾기 위해 공격적으로 달려드는 올리브영의 머천다이저(MD·상품을 기획 및 판매 담당하는 사람) 이야기는 업계 파다하다. '한국형 세포라'를 표방하고 있는 신세계백화점의 시코르도 3년새 매장을 29곳에 냈다. 시코르는 글로벌 편집숍 업계에서는 비중이 미미하지만, 한국으로 범위를 좁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모기업 신세계백화점이 끼고 있는 면세사업까지 생각하면 국내 파워는 세포라 못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10월 세포라가 서울 삼성동에 문을 연 것은 한국 시장을 잡고 가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평가된다.김 대표는 "소비자들이 뷰티 멀티 스토어에 대해 익숙해지고 프리미엄 시장이 더 활성화될 때까지 신중하게 시기를 검토하느라 다소 한국 진출이 늦어진 것으로 비춰지게 됐다"고 말했다. 외국인 뷰티 어드바이저·독점브랜드…차별점될까 세포라가 한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하다. 비슷한 색깔의 시코르, 압도적 매장을 지닌 올리브영을 넘어설 수 있는 무기가 있어야 한다.김 대표는 "세포라만의 독점 브랜드와 전문적인 조언을 제공하는 뷰티 어드바이저"를 강점으로 꼽았다.편집숍인 세포라에는 오랜 세월 여성들에게 사랑받아 온 클래식 브랜드는 물론, 인디 브랜드, 신규 론칭 브랜드가 고루 구성돼 있다. 특히 세포라는 소비자와 화장품 비평가가 주목하는 '세포라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뷰티 트렌드가 궁금한 전문가들이 미국 뉴욕에 있는 세포라로 달려 갈 정도로 공신력을 인정받는다.이런 기조는 세포라 한국 1호점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타르트·후다 뷰티·아나스타샤 베버리힐즈·조이바·매쉬박스 등 30여 개 세포라 해외 독점 브랜드는 벌써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독점 브랜드 활명·탬버린즈·어뮤즈도 세포라 입점을 계기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김 대표는 "향후 국내 독점 브랜드를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3개월에 한 번 정도는 독점 브랜드를 소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매장에 배치된 총 29명의 뷰티 어드바이저에도 공을 들였다. 대부분 2~3년 이상의 경력을 갖췄다. 이 중 3명은 미국과 호주 출신으로, 외국 고객을 위한 맞춤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뷰티 어드바이저는 "세포라 입점 브랜드 자체가 정말 많다. 입사 뒤 한 달 이상 꼼꼼하게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뷰티 어드바이저들은 소통과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 소비자라면 누구나 뷰티 어드바이저에게 다가가 질문을 던질 수 있고, 상담과 피드백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늘어나고 있는 '나홀로 쇼핑족'을 배려해 지나친 관심은 삼간다는 전략이다. 이밖에 15분 간의 무료 화장 서비스 ‘뷰티 플레이’ 등 체험·맞춤형 콘텐트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안주희 세포라코리아 이사는 "피부 상태를 체크하는 스킨 체크는 교육을 받은 전문가들이 언제든 시간 제한 없이 진행한다. 모든 분들께 무료 15분 메이크업을 하며, 복수의 브랜드를 다양하게 선택해 체험할 수도 있다. '화장을 잘 아는 언니'의 느낌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이와 비슷한 내용의 서비스는 아리따움과 시코르에서도 진행 중이다. 세부적 내용은 다르지만, 큰 틀은 타 매장과 비슷하다.세포라는 내년 상반기 중 전용 앱을 출시해 모바일 판매망을 강화할 예정이다. 모바일·온라인 쇼핑 규모가 연 10조원에 달하는 한국에서 앱 출시를 하면 파급 효과가 더 클 것이란 것이 김 대표의 판단이다.그러나 세포라는 2001년 일본에서 2년 만에 철수했고, 2010년 홍콩에서도 현지 브랜드에 밀려 온라인 사업으로 전환했다. 뷰티 시장이 빠르게 돌아가는 국가에서는 실패한 전적이 있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국외 브랜드는 직구 수준의 가격을 책정하고, 국내 브랜드도 발굴해 석달에 한 번꼴로 독점 브랜드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19.10.28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