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김요한, 까칠함 속 진심을 쌓다… ‘트라이’로 완성한 성장형 캐릭터 [RE스타]
까칠한 얼굴 뒤에 숨은 진심,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여전히 혜성처럼 등장했던 그 시절의 소년 같은 비주얼을 간직하고 있지만, 말투엔 단단함이 스며들었고 눈빛엔 책임감이 더해졌다.배우 김요한이 SBS 금토드라마 ‘트라이:우리는 기적이 된다’(이하 ‘트라이’)에서 한양체고 3학년 럭비부 주장 윤성준 역을 맡아, 성장형 캐릭터의 정석을 그려낸다. 풋풋했던 데뷔 초를 지나 한층 성숙해진 그는, 까칠함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지닌 인물로 돌아왔다.지난달 25일 첫 방송된 ‘트라이’는 약물 도핑 의혹으로 선수 생활을 접은 주가람(윤계상)이 만년 꼴찌 한양체고 럭비부의 감독으로 돌아와, 전국체전 우승을 향해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스포츠 드라마다. 1회 시청률 4.1%(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로 출발한 ‘트라이’는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4회에서 5.4%를 기록했다.김요한이 연기하는 윤성준은 2022년 아시안컵 럭비 결승전에서 일본을 꺾고 팀을 승리로 이끈 주가람을 한때 존경했지만, 약물 도핑 사건 이후로 그에게 배신감과 증오를 느끼게 된 인물이다. 주가람이 감독으로 부임한 뒤에는 팀 주장으로서 날을 세우며 그를 밀어낸다. 이때만큼은 지금껏 김요한이 보여준 유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오히려 새로운 얼굴과 낯선 결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모습을 보인다.그러나 역시 스포츠 드라마는 ‘인물의 성장’과 ‘목표 달성’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까칠한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던 윤성준도, 어느 순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전국체전 우승 후보인 대상고등학교 럭비부와 경기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을 잡아채 뛰어 결국 트라이(상대 진영 땅에 공을 터치해 득점하는 방식)를 성공시키는 장면이 그 결정적 계기다. 시청자들은 단숨에, 청춘을 표상하는 그를 응원하게 됐다. 김요한은 그 감정을 이끌어내는 힘을 지녔다.‘트라이’가 김요한의 연기 선물 세트처럼 느껴지는 건, 겉으로 드러나는 분노와 까칠함뿐 아니라 내면의 복잡한 감정까지 섬세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윤성준이 오랜만에 돌아온 집은 텅 비어 있고, 그의 엄마는 유럽 리그에서 활약 중인 쌍둥이 동생 윤석준에게만 관심을 쏟는다. 윤성준은 축구 유망주인 동생에 대한 열등감, 그리고 길에서조차 자신을 동생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상처까지 표현해야 하는 복합적인 인물이다. 김요한은 그런 내면을 세밀하게 표현해 몰입감을 더한다.김요한은 최근 한 매거진 인터뷰에서 ‘트라이’ 속 럭비 연기에 대해 “처음 접한 종목이라 낯설었다. 실제 럭비부처럼 배우들끼리 연습실처럼 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 1회씩 모여 함께 훈련하며 촬영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성준은 고등학생의 복잡한 감정선이 담긴 인물이다. 다양한 면모를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극중 윤성준의 외적, 내적인 성장은 김요한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지난 2019년 방송된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에서 그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만 해도, 연습생 1주일 차라는 이력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방송 두 달 만에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최종 1위로 그룹 엑스원(X1)의 센터로 데뷔했다. 짧은 시간 안에 이뤄낸 이 변화는, 지금 그가 연기하는 성장형 캐릭터와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기에 설득력을 더하는 요소가 된다.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김요한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타고난 스타성을 지녔다”며 “‘학교 2021’을 통해 배우로서 도전에 나섰지만 이후 연기 활동이 뜸했던 만큼, 지상파 주말 드라마인 ‘트라이’는 연기력을 인정받고 대중성과 배우로서의 입지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5.08.04 0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