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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팬도, LG 팬도 저를..." 잠실 외야 악마는 3차례 호수비 후 왜 자기 반성했나

"한화 팬들이 저를 죽이고 싶을 것 같다. 그런데 LG 팬들도..."LG 트윈스 외야수 박해민(35)이 자신을 향한 팬들의 반응을 예측하며 웃었다. LG는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홈 경기에서 2-1로 신승했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 후 "오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은 박해민의 훌륭한 수비였다. 박해민을 중심으로 집중력을 보여준 전체 선수들을 칭찬해 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박해민은 이날 세 차례나 호수비를 선보였다. 2-0으로 앞선 2회 초 1사 후 이진영의 잘맞은 타구를 중견수 박해민이 재빠르게 달려가 펜스 앞에서 점핑 캐치했다. 임찬규는 모자를 벗어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어 3회에는 선두 타자 최재훈의 짧은 타구를 멋지게 슬라이딩 캐치했다. 2-1 아슬아슬한 리드가 이어지던 8회에는 박해민이 에스테반 플로리얼의 타구를 또 한 번 멋지게 잡아 감탄을 자아냈다. 박해민은 올 시즌 한화를 상대로 유독 '외야의 악마'로 군림하고 있다. 4월 30일 대전 원정에선 채은성의 홈런성 타구를 펜스를 밟고 뛰어올라 잡기도 했다. '한화전에 호수비가 이어진다'는 말에 박해민은 "한화 팬들이 저를 죽이고 싶을 거 같다"라고 웃으면서 "상대 팀에 그런 얘기를 들으면 기분 좋게 받아들인다"라고 했다. 박해민의 답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그런데 양쪽에서 (저를) 죽이고 싶을 것 같다. 타석에선 LG 팬들이 제게 속상한 마음을 가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올 시즌 53경기에서 타율 0.225 10타점 24득점 16도루의 부진을 스스로 꺼낸 것이다. 지난해 타율 0.263에 그쳤던 박해민은 지난겨울 타격 부활을 위해 몸부림쳤다. 개인 레슨장을 찾아 열심히 배트를 돌리고, 해외 전지훈련도 먼저 떠났다. 그는 "어쨌든 제가 부족하기 떄문에 저를 응원해 주신 팬들이 속상한 마음을 느낄 것"이라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염경엽 감독도 박해민의 타격 슬럼프가 길어지자 국가대표 2루수 출신의 신민재를 중견수로 기용하며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수비력이 중요한 홈 잠실구장에서 박해민은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한다. 박해민은 "수비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자리를 뺏겨야 한다. 극단적으로 은퇴까지 염두에 둬야 할지 모른다"며 "수비만 할 순 없다. 선발 출장해도 한 경기에 타구가 전혀 날아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타석은 3~4차례 돌아온다. 타석에서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잠실=이형석 기자 2025.05.28 09:13
IT

딥시크 등장에 삼성·하이닉스도 '휘청'…증권가 "패닉 금지"

중국 AI(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가 몰고 온 파장이 미국을 지나 국내 증시에도 닿았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마저 휘청이는 모습인데, 당장 AI 패권 경쟁의 판도가 뒤집힐지는 알 수 없어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11월 중순 가까스로 5만원대를 회복했지만 지난달 31일과 이날 이틀 연속 2%대 하락세를 보이며 '4만 전자'를 코앞에 두고 있다.차세대 AI 메모리 리더이자 '큰손' 엔비디아에 최신 제품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SK하이닉스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딥시크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설 연휴 이후 첫 개장일 9.86% 폭락한 것도 모자라 이날도 약 5%가 빠지며 우려를 샀다.딥시크의 등장은 엔비디아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AI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경쟁 서비스 대비 개발·훈련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는데도 챗GPT와 대등한 성능을 보장하며 '저비용 AI'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은 1985년생으로, 중국 항저우 저장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AI를 활용한 주식 투자 자동화 솔루션으로 재미를 봤다. 그렇게 모은 자금으로 2023년 딥시크를 설립한 뒤 2년여 만에 생성형 AI 돌풍을 일으킨 챗GPT를 위협했다.딥시크의 AI 에이전트는 현재 모바일 앱 등으로 만나볼 수 있는 'V3'와 초기 모델인 'R1'이 대표적이다.회사가 공개한 기술 보고서를 보면 V3의 개발 비용은 557만6000달러(약 78억8000만원)다.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가 최신 AI 모델인 '라마3'에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엔진 'H100'으로 훈련한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다.이마저도 미국의 고성능 칩 수출 규제로 H100보다 낮은 사양인 'H800'으로 이런 성과를 냈다는 주장이다.R1이 기본적인 챗봇 기능과 간단한 정보 검색 등에 중점을 뒀다면, V3는 더 많은 언어를 지원하면서 사용자 맞춤형 대화로 기능을 고도화했다.V3의 경우 문자와 이미지, 영상 등도 인식하는 멀티모달 기능과 B2B(기업 간 거래) 솔루션 등으로 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딥시크 AI 에이전트는 5~10분마다 서버가 마비돼 답변을 얻지 못하는 것을 제외하고 챗GPT 못지않은 답변을 제공해 출시 후 곧장 주요 국가 앱마켓을 점령했다.모바일 데이터 분석 기업 센서타워의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인기 순위에서 딥시크는 미국과 중국, 독일, 영국 등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우리나라에서는 구글 플레이 1위, 애플 앱스토어 8위를 기록했다. 이미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일부 질문에 정해진 답변만 주는 챗GPT보다 더 유연하게 작동하는 딥시크에 독도의 주인을 묻는 등의 행위가 일종의 놀이가 됐다.딥시크가 포문을 연 저비용 AI는 글로벌 빅테크를 고객으로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인프라 구축 비용이 줄어들면 그만큼 AI 가속기 핵심 부품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의 주문이 뜸해질 수 있어서다.다만 딥시크의 선전이 당장 큰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게 증권가의 판단이다. 딥시크 개발에 실제로는 5억 달러(약 7300억원) 이상이 투입됐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딥시크 패닉 금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낸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MS, 아마존, 알파벳 등이 설비 투자(CAPEX)를 줄일지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정을 내리기까지도 시간이 소요된다"며 "지금은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반도체에 대해 중립적인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 역시 최근 실적 발표회에서 "시장의 장기적인 기회 요인과 단기적인 위험 요인이 공존하는 만큼 급변하는 시장에 적기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5.02.04 07:00
프로야구

[김종문 진심합심] 차라리 면박을 주세요, 진실한 꾸중이라면

스타였던 한 홈런 타자는 새로운 감독님과 궁합을 맞추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유명한 선수였지만, 감독도 카리스마부터 경력까지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우승을 위해 특별히 모셨다는 감독님은 선수들과 살갑게 지내는 스타일이 아니었습니다. 경기 전 팀 훈련 때도 자기 사무실에서 정치색이 뚜렷한 월간지를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선수들은 기자들에게 “캠프 때나 식사 때 한두 번 스치듯 이야기한 것 외에 감독님과 대화를 해본 적이 없어요”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그 시절은 기자들이 감독실로 우르르 몰려가곤 했는데, 유독 친분 있는 베테랑 기자 몇몇을 빼곤 방송 해설가도 감독님에게 쉽게 다가가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도 감독님은 빅게임이 예정된 날은 아예 감독실을 비우고 사라졌습니다. 언론을 도저히 피하기 어렵겠다 싶었는지 야구장 앞에 주차된 구단 버스에서 TV 채널을 돌리며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그런 감독님이 한 번씩 거구를 이끌고 더그아웃에 나와 훈련을 관찰할 때가 있었습니다. 마침 스타 선수가 타격 훈련 중이었습니다. 홈런 기록에 도전하던 그의 타구가 호쾌하게 뻗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감독이 한마디 툭 던집니다. “희생 플라이가 없잖아.”기자들이 웅성거리며 자료를 뒤져 봅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시즌이 절반쯤 지났을 때로 기억하는데, 당시 그 홈런 타자 기록에는 희생타 항목이 0으로 표시돼 있었습니다. 홈팀은 훈련을 마치고 경기를 시작하기까지 조금 여유가 있습니다. 일부 친한 기자들이 감독의 그 짧은 말을 선수에게 전합니다. 선수의 얼굴이 굳어졌습니다.지금의 잣대로 과거를 돌아보며 “좋은 소통이다, 아니다”를 판단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때는 그런 방식과 분위기가 통하던 시대였습니다. 대화 자체가 어색했습니다. 유독 카리스마가 강한 감독이어서 만은 아닙니다. 스타일상 대척점에 있는 라이벌 감독도 선수와 개별적인 대화는 많지 않았습니다. 감독의 생각은 대리인을 거치거나 언론을 통해 거꾸로 내부로 전달될 때가 많았습니다. ‘윗사람’이란 존재감과 권력을 조직 안팎으로 부각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진심과 숨겨진 의도를 판별하기 어렵게 하는 일종의 정치 행위였습니다. 세상이 그랬고, 스포츠 팀도 따라갔습니다.‘면박 효과’라는 제목의 기사를 최근 읽었습니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님이 팀 내 주전 유격수 후보 3명에 대해 "나가는 선수마다 결과가 실망스럽다…자리 차지하기 어렵다"라고 언론에 직설적으로 말한 내용 관련입니다. 감독의 공개 지적 이후 3명이 분발한다며 쓴소리가 효과를 봤다고 기사는 분석합니다. 어느 대목에서 제 눈이 멈췄습니다. 언급된 선수 중 한 명이 “감독님이 말씀하신 내용을 기사로 봤다"라고 말한 부분입니다.먼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이 칼럼을 쓰면서 받는 오해입니다. “무조건 오냐오냐해 주라는 것이냐"라는 일각의 지적입니다. 스포츠팀에서도 공감을 강조하고, 개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제 인식이 그렇게 비쳤나 봅니다. 그렇지만 칭찬 만능주의자도 아니고, 야단도 필요하다는 데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적절한 타이밍, 적절한 방법, 진심 어린 꾸중인지 더 고민해야 합니다.앞의 기사를 다시 보겠습니다. 전후 맥락을 보면 이 감독님의 실망과 당부는 진지합니다. 기회를 주고 기다려 준 감독의 마음이 읽힙니다. 심리학자 김영훈 연세대 교수의 ‘진실한 꾸중은 어디 갔는가(동아비즈니스리뷰 지난 3월1호)’에서 “칭찬이 난무하는 것보다 꾸중으로 사랑과 관심을 표현하고 사람을 성장시킬 수 있다"라며 “진실한 꾸중을 하는 것에 용기가 필요한 시대”라는 주장과 맥이 닿습니다.그런데 ‘면박 효과’라는 기사 제목은 틀렸습니다. 면박은 면전에서 꾸짖고 나무라는 겁니다. 언론에 대고 감독이 야단을 쳤으니 면박이 아니죠. 제대로 ‘진실한 꾸중’을 하려면 직접 얼굴을 보고 말하는 게 더 좋았을 겁니다. 남을 통해 듣는 꾸중이 어떨까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선수들 마음은 여러 가지일 겁니다. 인정하고, 반성하고, 또한 부끄럽고, 억울하고.김영훈 교수 글의 결론은 ‘꾸중하는 사람의 태도’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오래전 “희생 플라이가 없다”고 홈런 타자를 돌려 까던 감독님의 시대가 아니잖습니까. 그 선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차라리 면박을 주세요.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4.07.29 07:30
프로야구

[IS 이슈] 사령탑 "함께 올라가자"할 때 선수는 '10점 차' 세리머니와 벤클...김경문 감독 "가르치겠다"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은 지난 3일 취임식을 통해 6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왔다. 첫 상대는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었다.함께 뛴 적은 없으나 오랜 시간 함께 야구계에 있었던 선후배는 첫 만남부터 정겹게 인사를 나눴다. 4일 기준 KT가 7위였고 한화는 8위였다. 당시 이강철 감독은 "경기 전 김 감독님과 인사를 나눴다. '복귀 축하드린다. 건강하십시오'라고 전했고 김 감독님도 '아래 팀끼리 함께 잘해서 올라갑시다' 하시더라. 그래서 '같이 올라가시죠'라고 답했다"고 말했다.두 사람은 덕담을 나눴지만 맞대결에 '같이'가 있을리 없다. 한 차례씩 최하위를 경험해본 두 팀이라 1승 1승이 급했다. 김경문 감독 체제에 힘을 실어야 했던 한화는 4일 KT전에 8득점을 터뜨리며 대승을 거뒀고, 이어 5일 맞대결도 12-2로 완파했다. 맞대결 결과로 두 팀의 순위도 바뀌었다.'전쟁'이었던 건 스코어가 전부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5일 경기 도중엔 돌연 벤치클리어링이 터졌다. 한화가 10점 차 승기를 거의 굳혔던 8회 말 투수 박상원은 김상수와 멜 로하스 주니어를 연속 삼진 처리했고, 김민혁마저 투수 땅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박상원은 아웃 카운트를 잡아낼 때마다 높이 뛰어오르며 환호성을 질렀다. 박상원은 투구 중 기합을 지르고, 세리머니 역시 큰 걸로 잘 알려진 투수다. 다만 10점 차 8회 상황. 박상원이 연속 삼진이 아니라 연속 홈런을 맞더라도 승패가 뒤집어지기 어려운 때였다. 침통한 분위기의 KT 벤치가 결국 '발끈'했다. 베테랑 황재균과 장성우가 이닝 종료 후 불쾌감을 표시했다.결국 한화 최고참 투수이자 리그 '레전드'인 류현진이 나서서 '미안하다. 내가 박상원에게 얘기하겠다'고 수습을 시도했다. 중계 화면에는 주장 채은성, 베테랑 안치홍 등이 나서서 박상원에게 차분히 자제를 요청하는 모습도 잡혔다.불은 꺼지지 않았다. 경기 종료 후 황재균이 다시 한화 벤치로 다가와 박상원을 불렀다. 이에 박상원도 억울한 표정으로 맞대응했다. 결국 벤치클리어링까지 벌어진 경기는 양 팀 감독이 선수단을 만류하고 인사를 주고 받은 후에야 마무리됐다.'책임'을 온전히 누구에게 돌리긴 쉽지 않다. 박상원이 '굳이' 세리머니를 할 상황이 아니었고, 황재균과 장성우가 참을 수도 있었다. 경기 후 인터넷 커뮤니티는 밤새 '누구의 잘못인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급기야 불이 퍼졌다. 황재균의 배우자인 가수 지연은 남편과 무관한 게시물에서 때 아닌 SNS에 악성 댓글 '테러'에 시달렸다.확실한 건 양 팀 누구였든 '굳이' 불을 지필 필요는 없었다는 거다. 역지사지로 볼 일이다. 두 팀 모두 사령탑 말처럼 올라가야 할 팀이고, 갈 길이 바빴다. 한화가 조급한 만큼 KT도 조급하게 순위 싸움을 벌이던 중이었다. 한화 선수단도 10점 차로 지고 있을 시점이라면 승부와 전혀 무관한 세리머니에 유쾌하지 않았을 거다. KT 선수단 역시 팬들이 남아있는 현장에서 경기가 끝나고 공개적으로 언쟁이 벌어지는 일이 기분 좋았을리 없다.야구만 치열하게 해도 될 일이다. 김 감독은 경기 후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는 내가 더 가르치겠다"고 전한 바 있다. KBO리그 898승의 김경문 감독도, 411승의 이강철 감독이 프로가 '전쟁'인지 몰라 "같이 올라가자"고 했을 리 없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6.06 13:51
해외축구

하프 타임 때 유니폼 교환하면 생기는 일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지난 6일 프리미어리그(EPL) 32라운드에서 크리스탈 팰리스는 홈구장인 셀허스트 파크에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맞붙었다. 1-1로 전반전이 끝난 후 선수들은 경기장을 떠나 라커룸으로 향했다. 그때 팰리스의 윙백 다니엘 무뇨스가 맨시티의 스타 공격수 엘링 홀란드에게 다가갔다. 콜롬비아 출신의 무뇨스는 홀란드에게 셔츠를 교환하자고 말했고, EPL 득점 선두에 올라있는 노르웨이 공격수는 이를 받아들였다. 공교롭게도 전반전에 조용했던 홀란드는 후반전에 골을 기록했고, 경기는 맨시티의 4-2 승리로 끝났다.팬들은 현대 축구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를 소셜미디어(SNS)에 표출했다. “경기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그렇게 힘드나”, “클럽 순위가 강등권에 가까운데 스타 선수 셔츠나 탐내다니”, “그런 행동은 모든 이들이 볼 수 있는 경기장이 아니라 터널에서나 해야지” 등으로 무뇨스에 불만을 표시했다. 절차상 선수들의 행동에는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팬들은 왜 그렇게 하프 타임 때 셔츠 교환을 싫어하는 것일까? 축구 역사상 첫 번째 셔츠 교환은 역사적으로도 라이벌인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경기에서 나왔다. 두 나라의 첫 번째 축구 경기는 1923년 5월 열렸다. 결과는 잉글랜드의 4-1 승. 그 후 5번의 경기를 더 했지만 승자는 언제나 잉글랜드였다. 1931년 5월 두 나라는 7번째 대결을 벌였고, 프랑스는 마침내 잉글랜드를 5-2로 꺾었다. 경기 후 프랑스 대표팀은 역사적인 첫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잉글랜드에게 셔츠 교환을 요청했다. 축구의 신성한 전통인 ‘셔츠 교환(shirt swapping)’은 이렇게 탄생했다. 경기 후 서로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셔츠를 교환하는 행위는 축구만이 가진 가슴 따뜻한 전통이었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이러한 전통의 의미를 퇴색하게 만드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전반전이 끝난 후 하프 타임 때 벌어지는 셔츠 교환이 바로 그것이다. 대표적인 예를 소개한다.2012~13시즌을 앞두고 아스널의 주장으로 클럽에 헌신적인 선수였던 로빈 반 페르시는 우승을 하고 싶다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로 이적했다. 맨유에 입단하면서 반 페르시는 “인생에서 어려운 결정을 할 때 언제나 제 안에 있는 어린 소년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 소년은 맨유를 원했다”라고 말했다. 이 경솔한 발언으로 그는 아스널 팬들에게 배신의 아이콘으로 낙인이 찍힌다. 그런 상황에서 맨유와 아스널이 11월에 만났고, 전반전에 터진 반 페르시의 골로 맨유가 앞선 가운데 하프 타임에 들어갔다. 이때 아스널의 수비수 안드레 산토스가 반 페르시와 셔츠를 교환했고, 그의 셔츠를 자랑스럽게 어깨 위에 올리자 아스널 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도 산토스의 적절치 못한 셔츠 교환을 비판했고, 결국 그는 사과해야 했다.2014년 챔피언스리그 B조 리버풀과 레알 마드리드 경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레알 마드리드가 전반전을 3-0으로 리드한 상태에서 하프 타임에 들어갔다. 이때 리버풀의 마리오 발로텔리가 마드리드의 수비수 페페와 셔츠 교환한 것이다. 당시 리버풀 감독이었던 브랜든 로저스는 “다른 나라와 리그에서 이런 광경을 본 적은 있지만, 여기(잉글랜드)에서는 분명히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다"라고 강조하며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2016년 3월 같은 이슈가 터졌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첼시의 에당 아자르였다. 당시 첼시는 홈구장인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파리 생제르맹을 상대로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가졌다. 1차전에서 첼시는 이미 1-2로 패했기 때문에, 8강 진출을 위해 승리가 간절한 경기였다.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하프 타임 때 아자르는 생제르맹의 앙헬 디 마리아와 셔츠를 교환한 것이다. 승리를 간절히 바라던 홈구장의 관중들은 아자르의 철없는 행동에 격노했다. 당시 첼시의 임시 감독이었던 거스 히딩크도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며 첼시 팬들의 분노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8강전 브라질과 크로아티아 경기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하프 타임 때 레알 마드리드 팀 동료였던 카세미루와 루카 모드리치가 셔츠를 교환한 것이다. 이를 지켜본 팬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하프 타임 때 셔츠 교환을 비난하는 이들은 “축구는 90분간의 전쟁이지, 브로맨스가 아니야”라고 반응했다. 그에 반해 모드리치와 카세미루의 특별한 관계를 언급하며 그 둘은 그럴 권리가 있다고 인정하는 팬들도 꽤 있었다. 모드리치와 카세미루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다섯 번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합작했기 때문이다.필자는 현대 축구팬의 성향은 이전 세대와 다르다고 예전에 언급한 적이 있다. 유럽클럽협회(ECA)의 2020년 조사에 의하면 24%의 영국인이 2개 이상의 클럽을 서포트한다고 답했다. 2019년 영국의 16세~24세를 대상으로 한 조사는 2개 이상과 3개 이상의 클럽을 서포트하는 비율이 각각 46%, 27%라고 밝혔다. 축구의 전통을 중요시하는 찐팬이라면 뒷 목을 잡을 일이 젊은 세대에는 보편적인 현상이 된 것이다. EPL의 세계적인 인기와 함께 등장한 많은 외국인 팬들도 이러한 경향에 동참하고 있다.‘반반 스카프’가 새로운 팬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듯이, 하프 타임 때의 셔츠 교환은 젊은 선수들을 위시로 늘어나는 추세다. 문화가 끊임없이 변하듯이, 축구 팬덤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은 축구의 전통을 소중히 생각하는 팬들이 많기 때문에 클럽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하프 타임의 셔츠 교환이 싫은 것이다. 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4.04.12 18:00
프로야구

프런트의 과감한 결단, 꽉 막힌 LG '우승' 가도 뚫었다

지난 7월 29일이었다.수일째 전력 보강을 고심하던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은 트레이드 버튼을 눌렀다. 트레이드 마감일을 불과 이틀 남겨둔 시점이었다. 당시 LG는 2위 SSG 랜더스에 2.5경기 앞선 1위였지만 '위기의 바람'이 불었다. 사흘 전 시즌 최다 5연패에 빠지는 등 부침이 심했다. 차 단장은 전력 보강 보강과 분위기 쇄신 방법으로 트레이드를 선택, 키움 히어로즈 토종 에이스 최원태(26)를 영입했다.작지 않은 출혈을 감수해야 했다. 애지중지 키운 군필 내야 유망주 이주형(22), 202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7순위로 지명한 투수 김동규(19), 2024년 신인 1라운드 전체 8순위 지명권을 넘겼다. 첫 논의는 불발이었다. '즉시 전력감'을 원한 키움의 요구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끈질기게 협상 테이블을 유지한 차명석 단장은 키움의 입장 선회를 끌어냈고 결국 '유망주 패키지'를 꾸렸다. 차 단장은 "이주형은 정말 아까운 선수다. 이주형을 주지 않으면 (트레이드가) 성사가 되지 않았다"라며 "멀리 보는 것도 생각하지만 기회가 왔으면 현실에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깜짝 놀란 트레이드였다. 대부분의 트레이드는 물밑에서 논의만 하다 불발된다. 실패에 대한 부담 때문에 어느 단장도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LG는 달랐다. 염경엽 LG 감독도 "전적으로 프런트가 움직인 트레이드"라며 "(최원태를 영입하면서) 막힌 혈이 뚫렸다"며 반겼다. 최원태는 LG 이적 후 부진했다. KS에서도 활약이 미미했다. 하지만 선수단 분위기를 쇄신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젊은 투수들을 향해 "구단이 마냥 기다려 주는 게 아니란 걸 선수들에게 우회적으로 표시하고 싶었다"며 "(부진하면) 언제든지 칼을 뺄 수 있다는 걸 알고 정신 차렸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한 차명석 단장의 메시지는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했다.LG는 지난 시즌 뒤 고민이 많았다. 2023시즌부터 샐러리캡(총액 114억 2638만원)이 적용돼 선수단 재정비가 필요했다. KBO리그 샐러리캡은 절대로 넘으면 안 되는 하드캡이 아닌 상한선 초과 시 제재를 받는 소프트캡. 초과 횟수에 따라 제재금이나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하락 징계가 내려진다. 차명석 단장으로선 몸집이 커진 선수단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포수 유강남(현 롯데 자이언츠)이 자유계약선수(FA)로 이적했다. FA 외야수 채은성(현 한화 이글스)도 팀을 떠날 가능성이 컸다. 염경엽 감독 체제로 새 출발 하는 구단 상황을 고려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 결과 KIA 타이거즈에서 FA로 풀린 포수 박동원을 영입했다. 당시 차명석 단장은 "유강남이 안 된다고 하면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거 아니냐"며 "FA에 트레이드까지 다 알아봤다"고 고심의 흔적을 내비쳤다. 영입 효과는 만점이었다. 정규시즌 홈런 20개를 때려낸 박동원은 KS 2차전에선 시리즈 향방을 좌우한 역전 결승 투런 홈런까지 책임졌다.LG 프런트를 이끄는 차명석 단장은 '소통왕'이다. 정기적으로 구단 온라인 방송으로 팬들과 대화하고 현장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인다. 29년 만에 LG를 KS 우승으로 이끈 염경엽 감독은 "프런트는 믿음을 줬다. 현장에 신뢰를 보내줘서 지금의 좋은 성과를 만들었다"며 공을 돌렸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11.16 09:55
뮤직

“일본에 빌미만 제공하는 꼴” 서경덕 교수, ‘독도 미표기’ YG에 일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지도 독도 표시 누락을 만든 그룹 트레저에 대해 안타까운 심경을 내비쳤다. 서 교수는 3일 자신의 SNS에 “하루 사이 독도에 관한 내용의 많은 제보를 받았다”고 입을 뗐다. 서 교수는 “여러분도 잘 알 듯 최근 일본 정부에서는 독도, 센카쿠 열도 등 타국과 영유권을 다투는 지역이 자국 영토임을 주장하는 ‘대외 홍보비’로 약 3억 엔(약 27억 원)을 내년도 예산으로 편성해 큰 논란이 됐다”며 독도 영유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했다. 이어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YG엔터테인먼트는 향후 더 각별한 신경을 써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일본 측에 빌미만 제공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트레저는 지난달 30일, 10월 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첫 일본 팬미팅을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트레저는 내년 개최될 일본 투어 일정을 공개했는데 한국과 일본이 그려진 지도 이미지에 독도가 표기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이에 일부 누리꾼은 트레저가 일본 팬심을 위해 고의적으로 독도를 누락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YG는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트레저는 지난 2020년 8월 데뷔한 YG 소속 10인조 다국적 보이그룹이다. 트레저는 지난 7월 정규 2집 ‘리부트’를 발매해 팬들과 만났다.지승훈 기자 hunb@edaily.co.kr 2023.10.03 16:00
축구일반

[IS 종로] 대학축구 ‘한일전’ 덴소컵 앞둔 韓·日 주장, ‘3-0 승’ vs ‘5-0 승’ 예상

제22회 덴소컵 한일 대학축구 정기전을 앞두고 양 팀 주장이 강한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 캡틴 이현승(안동과학대)은 예상 스코어로 3-0, 일본 캡틴 야마다 유토(고쿠시칸대)는 5-0을 이야기했다. 당연히 자국의 대승을 점친 것이다.제22회 덴소컵 한일 대학축구 정기전이 오는 24일 오전 11시 30분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경기를 이틀 앞두고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국 지휘봉을 잡은 서혁수 제주국제대 감독, 토가이린 다케시 죠사이 대학 감독을 비롯해 양국 주장이 참석했다. 덴소컵은 1972년부터 열린 한일 대학축구 정기전이 전신이다. 그러다가 일본 자동차 부품회사 덴소가 후원하면서 2004년부터 덴소컵으로 명명됐다. 2004년 기준 한국 대학축구 선발팀은 역대 전적 8승 2무 9패로 일본 대학축구 선발팀에 뒤져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3월 일본에서 열린 덴소컵에서도 패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경기 전 토가이린 감독은 “성대한 자리를 만들어 주고 대회 개최에 있어 고생해 준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며 “목표는 이기는 것이다.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공정하게 퍼포먼스를 진행하면서 경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혁수 감독도 “중요한 시기에 감독을 맡게 돼 너무 영광이다. 대한민국에 유능한 감독이 많은데, 감독이 돼서 영광스럽고 감사하다”며 “한국도 마찬가지다. 회장님 말씀대로 덴소컵이 대학 대회에서 가장 큰 대회라고 생각한다. 대회에 선발된 선수들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일본 감독도 이야기했듯 임하는 태도나 자세, 결과도 중요하다. 좋은 모습을 보일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국 주장도 의지를 다졌다. 야마다는 “팀이 만들어진 지 일주일밖에 안 됐다.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게 어려웠는데, 강도 높은 훈련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작년에 덴소컵에 참석했는데, 벤치에 앉아 일본이 지는 것을 봤다. 굉장히 분했다. 올해는 내가 선발된 만큼 최선을 다해 뛰겠다. 일본이 어웨이에서 승리한 적이 없다. 역사적으로 남을 수 있도록 승리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승리’를 외친 양 팀 주장은 24일 열릴 맞대결 예상 스코어를 손가락으로 표시해달라는 부탁에 ‘대승’을 점쳤다. 한국 주장 이현승은 손으로 ‘3-0’, 야마다는 ‘5-0’을 만들었다. 이현승은 한국 대학선발팀의 장점에 관해 “피지컬, 스피드, 좋은 능력들을 가진 선수가 많다. 멘털이 조금 안 좋다거나 피지컬이 조금 더딘 선수들도 있었지만, 이겨냈다고 생각한다. 24일 경기를 위해 맞춰서 훈련하고 있다. 내 생각에는 물론 일본 대표팀도 뛰어나지만, 우리 공격수들도 빠르고 세밀한 능력을 갖고 있다.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걱정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야마다는 “한국보다 모든 게 다 뛰어나다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어제 연습 경기를 해보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니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키도 크고 체격도 좋다. 그러나 우리도 매일 매일 레벨 높은 대학 선수들과 함께하면서 피지컬 수준도 올라갔다. 물론 한국에서 경기를 하면서 일본이 한국 대학을 이긴 적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어려운 대회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종로=김희웅 기자 2023.09.23 05:47
국가대표

국제대회 '편파 판정' 또 희생양…축구협회는 '속앓이만'

한국축구가 또다시 편파 판정의 희생양이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아시아축구연맹(AFC) 등 엄연히 국제대회에서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대회 규정상 판정과 관련된 공식 항의가 불가능해 대한축구협회(KFA)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최근엔 어린 선수들이 이해할 수 없는 판정에 눈물을 쏟았다. 변성환 감독이 이끄는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이다. 지난 2일 태국에서 열린 일본과의 AFC U-17 아시안컵 결승에서 0-3으로 져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시종일관 납득하기 어려웠던 태국 심판의 판정 영향이 컸다.결승전 흐름 자체를 바꾼 전반전 퇴장 판정이 치명적이었다. 한 차례 경고를 가지고 있던 고종현이 상대 공격수와 충돌했는데, 주심은 고종현에게 두 번째 경고와 함께 퇴장을 명했다.주심 성향에 따라 파울조차 선언하지 않았을 만한 장면이었지만, 주심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퇴장과 맞물려 나온 프리킥은 파울이 선언된 지점보다 일본에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재개됐다. 주심의 제지는 없었고, 이 프리킥은 한국의 선제 실점으로 이어졌다.1명이 부족한 만큼 흐름은 자연스레 일본으로 넘어갔고, 한국은 추가 실점까지 허용했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역습을 통해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주심은 일관적으로 한국엔 엄격하고, 일본엔 관대한 판정을 반복했다. 경기 흐름을 완전히 가져올 수도 있었을 후반 38분 장면은 결정적이었다. 김명준이 상대 골키퍼 손에 걸려 넘어졌는데도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다. 경기 내내 판정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쌓인 변성환 감독도 결국 거칠게 불만을 표시했다.21년 만의 우승을 자신했던 무대. 실력 차가 아닌 심판 판정의 영향을 받아 우승이 좌절된 건 어린 선수들에겐 너무도 큰 상처가 됐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선수들도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 태국 국적의 몽콜차이 페치스리 주심이 일본의 대회 6경기 중 결승 포함 무려 3경기를 진행했다는 비상식적인 배정 사실도 알려지면서 공분은 더욱 커졌다. 문제는 편파 판정의 희생양이 된 게 최근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장 지난 5월 개막한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당시 김은중호는 대회 내내 아쉬운 심판 판정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에도 페널티킥 대신 공격자 파울이 선언된다거나, 골키퍼 김준홍이 상대 공격수와 충돌한 장면에선 되려 경고와 페널티킥이 선언되는 등 대회 내내 이해할 수 없는 판정들과 싸웠다. 김은중호의 4강 신화가 더욱 감동이었던 건 억울한 판정 속에서도 이뤄낸 성과였기 때문이었다.연이은 판정 논란 등이 안타까운 건 KFA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렇다 할 대처를 하지는 못한 채 속만 앓고 있다. 심판 판정과 관련해서는 공식적인 채널을 통한 항의 자체가 접수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AFC U-17 아시안컵 결승전 당시 현장을 찾았던 정몽규 KFA 회장 등이 직접 AFC 관계자들에게 관련 내용들을 지적했지만, 공식적인 항의는 아니었다.KFA 관계자는 “AFC U-17 대회 당시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담긴 구두 항의였다. 공문 등 공식적인 채널을 통한 항의는 아니었다. FIFA, AFC 규정엔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는 공식적으로 접수를 받지 않는다고 적시돼 있다. 심판 배정도 결국 주최 측의 절대적인 권한이기 때문에 신뢰하고 가야 될 문제”라고 말했다.김명석 기자 2023.07.05 07:03
해외축구

순간을 참지 못한 김민재…'별들의 전쟁' 허무하게 끝나나

김민재(27·나폴리)의 ‘별들의 전쟁’ 여정이 허무하게 끝날 위기에 처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이 걸린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김민재는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에서 열린 2022~23 UEFA 챔스 8강 1차전 AC밀란전에서 후반 33분 경고를 받았다. 이번 대회 세 번째 경고, 규정에 따라 김민재는 8강 2차전에 나설 수 없게 됐다.김민재는 공중볼을 기다리던 알렉시스 살레마커스(AC밀란)를 뒤에서 가격해 넘어뜨렸다. 경고까지 나올 파울은 아니었다. 다만 이 장면 직후 주심의 심기를 건드렸다. 김민재는 주심의 파울 선언에 팔을 허공에 휘젓는 등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루마니아 국적의 이스트반 코바스 주심은 그런 김민재에게 달려가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이번 대회 세 번째 경고였다. 앞서 김민재는 조별리그 레인저스(스코틀랜드)전, 그리고 16강 1차전 프랑크푸르트(독일)전에서 각각 경고를 받았다. 그리고 이날 경고를 받으면서 김민재는 오는 8강 2차전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챔스는 세 번째 경고를 받은 다음 경기에 나설 수 없다. 경고 기록은 4강 이후 리셋된다.경고를 받을 만한 장면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이날 AC밀란 선수들의 플레이, 예컨대 코너 플랙을 발로 차 부러뜨린 하파엘 레앙이 아무런 카드도 받지 않았다는 점 등에서 편파 판정 논란도 일었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도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코너플랙을 부러뜨려도 되는 건가”라며 주심의 일관적이지 못한 판정에 불만을 표출했다.다만 김민재가 ‘경고 트러블’에 놓인 상황이었다는 점, 그리고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는 점에서 분명 플레이나 과격한 항의는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미 팀 입장에서도 핵심 수비수인 김민재의 경고 트러블은 화두였다. 16강 2차전 프랑크푸르트전에서 승기가 기울자 후반 중반 그를 교체시킨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됐다. 이런 가운데 불필요한 행동으로 경고를 받았다. 나폴리 출신의 파올로 디카니오(55)도 순간을 참지 못한 김민재의 행동에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홈에서 열리는 8강 2차전에 징계로 결장할 위험이 있는데도, 김민재가 주심을 향해 노골적인 제스처를 취한 건 놀라웠다”며 “국제 대회에서는 차라리 조용하게 욕설을 하는 게 더 낫다. 안타깝게도 김민재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4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2차전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핵심 수비수인 김민재의 징계 결장 여파는 고스란히 팀에도 큰 타격으로 다가오게 됐다. 이날 나폴리는 전반 40분 이스마엘 베나세르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AC밀란에 0-1로 졌다. 오는 19일 오전 4시 스타디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에서 열리는 2차전 홈경기에서 2골 차 이상 승리를 거둬야 4강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다득점이 필요한 2차전에 공격수 빅터 오시멘의 부상 복귀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다행이다. 다만 공격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경기에서 김민재가 빠진다는 건 수비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날도 김민재는 공중볼 경합에서 100% 승률(7회)을 기록하는 등 상대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를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김민재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 나폴리는 경기 내내 흔들릴 수밖에 없다.만약 8강 2차전에서 반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나폴리도, 김민재도 챔스 여정에 허무하게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통계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는 나폴리의 4강 진출 확률을 64%에서 42%로 낮췄다.김명석 기자 2023.04.14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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