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또다시 편파 판정의 희생양이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아시아축구연맹(AFC) 등 엄연히 국제대회에서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대회 규정상 판정과 관련된 공식 항의가 불가능해 대한축구협회(KFA)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최근엔 어린 선수들이 이해할 수 없는 판정에 눈물을 쏟았다. 변성환 감독이 이끄는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이다. 지난 2일 태국에서 열린 일본과의 AFC U-17 아시안컵 결승에서 0-3으로 져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시종일관 납득하기 어려웠던 태국 심판의 판정 영향이 컸다.
결승전 흐름 자체를 바꾼 전반전 퇴장 판정이 치명적이었다. 한 차례 경고를 가지고 있던 고종현이 상대 공격수와 충돌했는데, 주심은 고종현에게 두 번째 경고와 함께 퇴장을 명했다.
주심 성향에 따라 파울조차 선언하지 않았을 만한 장면이었지만, 주심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퇴장과 맞물려 나온 프리킥은 파울이 선언된 지점보다 일본에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재개됐다. 주심의 제지는 없었고, 이 프리킥은 한국의 선제 실점으로 이어졌다.
1명이 부족한 만큼 흐름은 자연스레 일본으로 넘어갔고, 한국은 추가 실점까지 허용했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역습을 통해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주심은 일관적으로 한국엔 엄격하고, 일본엔 관대한 판정을 반복했다.
경기 흐름을 완전히 가져올 수도 있었을 후반 38분 장면은 결정적이었다. 김명준이 상대 골키퍼 손에 걸려 넘어졌는데도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다. 경기 내내 판정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쌓인 변성환 감독도 결국 거칠게 불만을 표시했다.
21년 만의 우승을 자신했던 무대. 실력 차가 아닌 심판 판정의 영향을 받아 우승이 좌절된 건 어린 선수들에겐 너무도 큰 상처가 됐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선수들도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 태국 국적의 몽콜차이 페치스리 주심이 일본의 대회 6경기 중 결승 포함 무려 3경기를 진행했다는 비상식적인 배정 사실도 알려지면서 공분은 더욱 커졌다.
문제는 편파 판정의 희생양이 된 게 최근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장 지난 5월 개막한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당시 김은중호는 대회 내내 아쉬운 심판 판정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에도 페널티킥 대신 공격자 파울이 선언된다거나, 골키퍼 김준홍이 상대 공격수와 충돌한 장면에선 되려 경고와 페널티킥이 선언되는 등 대회 내내 이해할 수 없는 판정들과 싸웠다. 김은중호의 4강 신화가 더욱 감동이었던 건 억울한 판정 속에서도 이뤄낸 성과였기 때문이었다.
연이은 판정 논란 등이 안타까운 건 KFA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렇다 할 대처를 하지는 못한 채 속만 앓고 있다. 심판 판정과 관련해서는 공식적인 채널을 통한 항의 자체가 접수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AFC U-17 아시안컵 결승전 당시 현장을 찾았던 정몽규 KFA 회장 등이 직접 AFC 관계자들에게 관련 내용들을 지적했지만, 공식적인 항의는 아니었다.
KFA 관계자는 “AFC U-17 대회 당시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담긴 구두 항의였다. 공문 등 공식적인 채널을 통한 항의는 아니었다. FIFA, AFC 규정엔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는 공식적으로 접수를 받지 않는다고 적시돼 있다. 심판 배정도 결국 주최 측의 절대적인 권한이기 때문에 신뢰하고 가야 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