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최장수 SUV, 51년 '코란도' 진화의 역사
흔히 쌍용자동차를 '스포츠다목적차(SUV) 명가'라고 부른다. 그 중심에는 '코란도(Korando)' 브랜드가 있다. 국내 최장수 SUV인 코란도는 기네스북에도 이름을 올렸다. 코란도의 전신은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간스포츠가 국내 최초의 스포츠 전문지로 태어난 해다. 51년의 세월 동안 쌍용차는 수차례 주인이 바꿨지만 코란도는 살아남았다. 이름의 어원인 ‘Korean can do(한국인은 할 수 있다)’ 정신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오는 26일 일간스포츠 창간 51주년을 맞아 동갑내기 코란도의 진화의 역사와 미래를 살펴봤다. 국산 SUV의 시작 코란도의 역사는 1969년부터 시작된다. 그해 신진자동차공업은 미국 카이저사와의 기술제휴로 첫 국산 지프 'CJ-5'를 생산했다. CJ는 ‘민수용 지프(Civilian Jeep)’의 약자다. 이후 신진자동차공업은 1974년 카이저를 인수한 AMC(아메리칸모터스코퍼레이션)와 지프 전문 합작법인 신진지프자동차를 세웠다. 쌍용차는 이때 생산된 CJ-5를 '신진지프'로 부르며, 코란도 1세대 모델로 보고 있다. 당시만 해도 SUV라는 말은 없었다. '지프'라고 했다. 지프는 1939년 미국 윌리스사가 전쟁에서 쓸 차량 이름을 'Jeep'라고 붙이면서 통용됐다. AMC는 신진지프차가 미국과 적대국인 리비아에 차를 수출한다는 이유로 기술제휴를 중단했다. 이에 신진지프차는 1981년 '거화'로 사명을 바꿨다. '모든 것이 알맞게 조화돼 대화합을 이루고 많은 것이 모여 세상에 크게 기여하는 회사'라는 의미다. 코란도 브랜드로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한 것은 1983년부터다. 거화는 CJ라는 브랜드를 코란도로 바꿨다. 새로운 브랜드와 함께 거화는 '코란도4(4인승 오픈카)' '코란도5(지프형 승용차)' '코란도6(국내 유일의 6인승 승용차)' '코란도 밴(3인승에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차)' 등을 내놓았다. 1984년 동아자동차가거화를 인수하고 1986년 쌍용그룹이 동아차를 인수하면서 코란도에 ‘Korean can do’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회사명도 쌍용자동차로 변경됐다. 이후 쌍용차는 스테이션 웨건형인 ‘코란도 훼미리’ 출시 등 새로운 코란도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본격적인 ‘코란도’의 역사가 움트기 시작했다. 코란도는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수작업으로 만들다 보니 1시간에 1대밖에 생산을 못 했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넘쳤다. 특히 젊음의 아이콘으로 인기몰이했다. 심지어 코란도를 갖고 싶어 쌍용차에 입사했다는 신입사원이 있을 정도였다. 외형처럼 덩칫값도 톡톡히 해냈다. 지옥의 랠리라고 불리는 아르헨티나 팜파스 랠리, 멕시코 바하 랠리 등에서 우승하며 성능을 입증했다. 아직 도로 위를 누비는 여러 세대의 코란도가 이를 입증한다. 꾸준한 인기를 누렸던 코란도는 2005년 9월 단종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코란도C로 ‘부활’ 재시동 5년여의 세월을 거쳐 ‘코란도’는 4세대 모델로 다시 돌아온다. 쌍용차는 당시 대내외 어려운 경영 환경을 단숨에 뚫어줄 신차의 이름으로 코란도를 선택했다. 코란도와 화려한 시기를 누렸던 쌍용차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신차는 기존 모델과의 차별화를 위해 서브네임 ‘C’를 붙여 ‘코란도C’로 명명됐다. 쌍용차는 2010년 4월 부산모터쇼에서 양산형 ‘코란도C’ 콘셉트카를 선보이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 사이 쌍용차의 주인은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로 바뀌었다. 돌아온 코란도는 동급 최고의 연비와 안전성을 무기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쌍용차 최초로 전륜구동 방식의 모노코크 보디를 채택해 상시 사륜구동을 장착할 수 있었다. 5세대 코란도는 2017년 1월 '뉴 스타일 코란도C'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쌍용차가 'My 1st Family SUV(우리 가족 첫 번째 SUV)'로 정의한 만큼 5세대 코란도는 가족 단위 아웃도어 활동에 최적화된 동급 수준 최고의 오프로드 주행 능력이 강점이었다. 기존의 견고하고 강인한 정통 SUV의 이미지를 트렌디한 스타일로 새롭게 구현해 코란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는 평이었다. 코란도는 이외에도 스포츠, 투리스모 등 다양한 모델을 아우르며 대한민국 최장수 브랜드의 가치를 지켜왔다. 이젠 한국 SUV 미래로 5세대 코란도 이후 국내 경쟁 상황은 변했다. 소형 SUV의 열풍이 코란도의 위상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쌍용차는 코란도 브랜드 이미지에 걸맞게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내연차를 넘어서 전기차로 거듭날 준비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51년의 역사를 넘어 100년 브랜드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쌍용차가 개발 중인 첫 순수전기차는 이르면 올 연말 최초로 공개된다. 본격적인 판매는 내년 1월로 예정됐으며 차명은 ‘코란도 e-모션’이다. 쌍용차의 첫 순수전기차는 1회 완전충전 시 주행가능거리가 400㎞ 이상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2.5세대 자율주행기술은 물론, 홈 사물인터넷(IoT) 시스템 등 다양한 첨단 기술도 탑재된다. 이를 통해 쌍용차는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코란도는 쌍용차가 어려울 때마다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올해 코로나19에도 상대적으로 선방하며, 회사의 실적을 이끌었다. 쌍용차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은 4만9387대로, 6만8189대를 기록했던 전년 동기 대비 27.6% 줄었다. 이 중 내수가 27.0% 줄어든 4만855대로 조사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와중에도 코란도가 같은 기간 국내에서만 9613대 팔리며 쌍용차의 내수 실적을 방어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쌍용차가 경영악화로 힘든 상황에 놓여있지만, 국내 최고 SUV 생산업체로서 저력은 여전하다”며 “정부 지원이 이뤄지고, 신차 출시도 이상 없이 이뤄진다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2020.09.24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