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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IS] 무신사·이케아, 왜 '공유 공간'에 꽂혔을까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 가장 핫한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글로벌 최대 가구 기업 이케아가 공유 공간에 주목하고 있다. 집값과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공유 공간이 젊은 세대를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자, 이슈를 선점하고 이를 사업과 연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패션 공유 오피스 '무신사 스튜디오' 무신사는 최근 성수역에 패션 특화 공유 오피스 '무신사 스튜디오 성수'를 오픈했다. '패션 특화 공유 오피스'란 말 그대로 소규모 패션 기업이나 신진 디자이너, 유관 업체를 위한 사무실을 모아 놓은 공간이다. 저마다 섹션 오피스룸을 갖고 있지만, 주요 시설은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다. 무신사 스튜디오 성수는 2018년 무신사 스튜디오 동대문 1호점, 지난 2월 한남점에 이은 세 번째 공간이다. 총 7개 층(3~9층) 약 2975.2㎡(900평)에 달하고, 근래 가장 핫하다는 서울 성수동 지하철 입구에 있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성수동은 패션 리더의 성지로 통한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을 비롯해 유명 의류 브랜드가 일제히 이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 스튜디오 성수점은 패션 기업이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는데 최적의 장소"라며 "성수동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브랜드, 패션 크리에이터 등 창작자를 위한 공간이 바로 이곳"이라고 설명했다. 무신사 스튜디오의 가장 큰 매력은 패션과 관련한 편의시설과 인프라가 한곳에 몰려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무신사 스튜디오 성수점에는 패션 업체에 꼭 필요한 사진 촬영 공간이나, 상품 패킹 및 다림질이 가능한 룸까지 완비돼 있었다. '원스톱' 인프라를 찾아 무신사 스튜디오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무신사 스튜디오는 엄연한 임대 공간으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입주하는 기업은 크기에 따라 책정된 임대료를 내야한다. 한남과 성수, 동대문 등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고, 위워크 등 여타 공유 오피스와 비교해 싼 편에 속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무신사 스튜디오 입주를 원하는 기업이 적지 않아 현재 한남과 성수, 동대문점 외에도 추가 확장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무신사 관계자는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패션 관련 사업을 하는 젊은 창업자에게 사무실을 마련하는 것이 큰 숙제가 됐다. 오피스를 마련하려면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며 "무신사 스튜디오는 개성과 다양성이 담보된 건강한 패션 생태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무신사 스튜디오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브랜드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로서는 공유 오피스가 일종의 '인큐베이팅 공간'이기도 하다. 창의적인 브랜드가 무신사 스튜디오에 입주해 성장을 일군다면, 훗날 무신사와 협업 상대로 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스튜디오에 입주한 뒤 무신사 플랫폼에 입점한 사례가 존재한다"며 "무신사 스튜디오가 더 늘어나고, 이 공간을 이용하는 젊은 패션 창업자가 많아진다면 입주 뒤 입점까지 성공한 브랜드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유 주택에 공들이는 이케아 무신사가 공유 오피스에 공을 들인다면, 이케아는 남과 함께 사는 공유 주택에 주목하고 있다. 이케아코리아는 지난달 28일 SK디앤디(SK D&D)와 지속가능한 주거 문화 조성을 위한 상호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부동산개발사업 등을 전개하는 SK디앤디는 '에피소드'라는 커뮤니티 기반 주거 서비스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단순한 임대 주택이 아닌,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도시생활자들을 위한 주거 커뮤니티로 주목받고 있다. 이케아와 SK디앤디의 MOU는 ‘더 나은 도시 생활을 위한 주거 경험의 제공’과 '지속가능한 주거환경에 대한 고민'을 하던 양사의 뜻이 맞아 이뤄졌다는 것이 이케아 측의 설명이다. 양사는 앞으로 연 1회 이상 협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지속가능한 생활을 위한 주거 생활 솔루션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케아가 직접 에피소드에 뛰어들어 곳곳의 디자인을 맡거나,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워크숍 및 세미나를 공동 개최한다. 청년 주거 개선을 위한 컨설팅 등도 지원 및 도시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교류 활동도 이어갈 계획이다. 이케아는 지난달 서울 강북구 ‘에피소드 수유 838’에서 이케아의 '새삶스럽게 팝업스토어'도 열며 협업의 시작을 알렸다.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는 ”이케아는 앞으로도 다양한 홈퍼니싱 제품 및 솔루션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집은 모두의 관심거리다. 18일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집값이 급등하면서 서울의 아파트 3.3㎡(평)당 평균 매매가격이 4000만 원이 넘는 자치구가 전체 25개구 중 13개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오피스나 거주 공간을 공유하는 형태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공유 형태보다는 '영끌'로 독립 공간을 마련해왔지만, 점차 이런 분위기도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케아와 무신사 역시 이런 흐름을 읽고 먼저 이슈를 선점하는 동시에 사업적 연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2.05.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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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IS] 3700억 들여 전면 철거 초강수…HDC현산의 동앗줄 될까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개발)이 붕괴 사고가 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의 전면 철거를 선택했다. 업계는 이 같은 선택이 HDC현산개발의 노림수라고 보고 있다. 하반기 등록말소 여부가 결정되는 가운데 전면 철거를 선택해 국면전환을 노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HDC현산개발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쏟아부어야 할 돈은 많은데, 시공계약은 줄줄이 해지되고 있다. 회사 이미지도 추락했다. 초강수 둔 HDC현산개발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1월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 붕괴한 동을 포함해 8개 동 847채를 전면 철거한 뒤 다시 짓는다고 밝혔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이날 "무너진 동뿐만 아니라 나머지 동의 안전 우려도 많았다"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완전히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됐다"고 말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될 전망이다. HDC현산개발에 따르면 철거부터 재시공까지 총 370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향후 지체보상금 등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제기될 경우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 화정아이파크의 지체보상금은 연 6.5% 금리를 적용할 때 전용 면적 84㎡ 기준 가구당 1억 원 수준에 달한다. 기간도 만만치 않다. 회사 측은 철거 및 재시공, 입주까지 약 70개월(5년 10개월)을 잡았다. 보통 아파트 재건축 때 철거 후 준공까지 3년 안팎이 걸리는데, 이보다 2배에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HDC현산개발은 철거 과정 중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공기를 길게 잡은 것으로 알려진다. 대규모 비용에도 전면 철거를 결정한 이유는 논란이 계속될수록 기업 가치와 이미지 하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HDC현산개발이 이례적인 선택에도 반응은 엇갈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개인 SNS에서 화정아이파크의 전면 철거와 관련한 언론 보도를 공유한 뒤 "전면 철거 재시공이라는 고뇌에 찬 결단이 우리나라의 안전문화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은 사뭇 다르다.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화정동참사시민대책위는 4일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는 존폐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영업전략 차원에서 내려진 것이다. 이를 두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일로 포장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면 철거 및 재시공을 빌미로 마치 HDC현산개발이 면죄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업계는 HDC현산개발의 이번 결정이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보고 있다. A 건설사 관계자는 "전면 철거는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방법이다. 원래 붕괴하지 않은 건물은 정밀안전진단을 한 뒤 문제가 나오면 철거하겠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다른 사업장의 공사를 원만하게 진행하고 향후 수주를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첩첩산중 건설업계의 시선은 HDC현산개발의 등록말소 여부가 결정되는 올 하반기에 모여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HDC현산개발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 83조 최고 수위인 등록말소 처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건산법은 고의나 과실로 부실하게 시공해 시설물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 행정처분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건설업계는 화정아이파크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6명에 달해 법으로 등록 말소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HDC현산개발은 이미 지난해 발생한 광주 학동 사고로 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영업정지 위기는 가까스로 넘겼다. 그러나 아직 행정처분이 마무리되지 않아 앞날이 불투명하다. 들어갈 돈은 많은데 들어 올 길은 꽉 막혔다. 지난달 한국신용평가가 HDC현산개발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고, 한국기업평가도 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두 번에 걸친 붕괴 사고로 사업경쟁력과 영업수익성이 떨어진 탓이다. 이 가운데 시공계약 해지 사례는 늘어만 간다. 경기 광주 곤지암 역세권, 경기 안양 뉴타운맨션삼호 외에도 대전 도안 아이파크시티 2차 신축공사 계약이 해지됐다. 이미 수주한 정비사업 조합 측으로부터 시공사 참여 배제 요구를 받는 등 사업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김승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광주 화정사고로 인해 전반적으로 공사 진행이 더뎌지고 있고, 올해 분양이 원활히 나타나기 어려워 내년과 내후년 매출액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영구적 사업가치 훼손으로 인해 사업 규모가 작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HDC현산개발은 등록말소를 피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개발 관계자는 "등록말소는 재기와 신뢰 회복 기회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것만은 방지하고 싶은 것이 기본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2.05.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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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IS] 적막한 유령도시로…방치된 둔촌주공 현장 직접 가보니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렸던 서울 강동구 둔촌동의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사업 파행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과 재건축조합 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어서다. 사업비만 수조 원에 달하는 사업이 중단되면서 피해는 일반 조합원과 인근 주민만 입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지가 현장에서 만난 인근 주민은 짓다가 만 아파트가 늘어선 현장이 "거대한 유령도시 같다. 우범지역이 되지 않을지 걱정"이라며 우려했다. 방치된 현장, 피해는 주민의 몫 "저거 저래서 되겠어요? 다 돈일 텐데…." 지난 22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서 만난 한 주민이 혀를 찼다. "공사가 중단된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반응이었다. 성내동에 살고 있어서 날마다 지하철을 타러 이 근방으로 온다던 이 주민은 "(시공사와 조합이) 서로 돈 때문에 싸우는 것 같던데, 저기 안에 있는 크레인도 다 대여 아니겠나. 다 돈이다. 공사 중단이 길어질수록 빚만 늘고 피해는 결국 입주민만 보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주민은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이야기가 나오자 고개부터 저었다. 인접한 올림픽선수촌 아파트에 산다는 이 주민은 "집에서 공사가 중단된 현장이 잘 보인다. 만 세대가 넘고 공사장이 정말 크지 않나. 여기저기 플래카드가 걸린 채 아파트를 짓다 말고 방치된 모습이 무섭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저렇게 공사 중단이 길어지면 혹시라도 비행 청소년들이 드나들어서 우범지역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라고도 했다. 기약 없는 공사 중단은 주변 상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은 도로 건너편에 먹자골목을 마주 보고 있다. 대지면적만 46만2821㎡에 달하는 미니 신도시급 재건축 사업이 시작되면서 먹자골목도 활기를 띠었던 것이 사실이다. 둔촌동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공사 현장이 커서 인부를 대상으로 한 한식 뷔페 가게나 함바집이 골목 곳곳에 많이 생겼다. 그런데 공사가 중단되면서 대부분이 영업을 중단하거나 매장 철수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써는 공사가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이 관계자는 "원래는 내년 8월에 완공돼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지금은 언제 공사가 시작될지, 마무리는 언제될지 정말 아무도 모른다. 조합원이나 시공사 관계자들한테도 물어봤는데 (아무도) 예측을 못 한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평행선 달리는 양측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강동구 둔촌1동 일대에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임대 1046가구 포함)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조합원 수만 6100명에 달한다. 공사비만 조 단위가 투입돼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지난 2009년 1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둔촌주공은 2010년 9월 시공사 선정, 2019년 12월 철거 등의 과정을 거쳤다. 순조롭던 공사는 2020년 6월 전 조합이 시공사업단과 공사비 5586억 원에 달하는 증액 계약을 맺으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현 조합은 2조6708억 원이던 공사비가 2020년 3조2294억 원으로 늘어난 증액 계약이 법적·절차적 하자가 있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시공사업단은 조합 총회 의결을 거쳐 계약을 맺었고, 관할 구청의 인가까지 받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공단은 약 1조6000억 원을 투입해 공사했는데, 착공 2년이 넘도록 공사비를 받지 못했다면서 지난 15일부터 공사를 중단하고 유치권을 행사 중이다. 재건축 사업 파행은 진실 게임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앞서 시공사업단은 조합이 마감재를 지정하려고 한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조합은 특정 마감재 업체를 선정하도록 요구하지 않았다며 맞서고 있다. 시공사업단은 조합의 지정업체 리스트까지 공개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조합이 금융권과 맺은 대출 계약 금액은 총 2조1000억 원으로 연간 이자 부담은 약 800억 원에 달한다. 사업이 지연될수록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도 늘어난다. 일부에서는 금융사 17곳의 대리은행인 NH농협은행 등이 조합에 대출해준 사업비를 '만기 전 회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금융사들은 조합과 시공사업단과 간 갈등으로 사업이 중단된 만큼 대출 관련 리스크를 점검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둔촌주공의 공정률은 52%다. 공사가 다시 진행돼도 정상화까지 최소 3개월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파행이 지속할수록 피해는 조합원에게 돌아간다. 조합원들은 올해 초부터 이주비 이자를 조합원들 개인 부담으로 납부하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은 이자를 내기 위해 따로 대출까지 받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2017년 7월부터 이주를 시작해 5년 가까이 입주만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 전세살이를 하는 중"이라면서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갈등을 끌고 가면 사업비가 커지고 엄청난 손실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2.04.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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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IS] 건설 빼고 다…'연어·온실가스·원자로' 탈건설 외치는 건설사들

부산에 건설 중인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 조감도. 해수부 제공 최근 대형 건설사가 본업과 큰 연관성이 없는 분야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른바 건설사의 '탈건설'인 셈이다. 연어 관련 사업은 물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원전 해체까지 도전하는 분야도 가지각색이다. 주력사업인 건설업이 원자재 가격 상승과 각종 규제로 시들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자 신사업을 추진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GS건설이 연어 사업? GS건설은 새 먹거리를 찾아 나선 건설사 중 가장 튀는 분야에 진출했다. 바로 연어 양식이다. GS건설은 지난달 신세계푸드와 ‘친환경 연어’ 대중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고 밝혔다. GS건설이 민간투자자로 참여한 부산 스마트양식시설에서 생산되는 연어를 소비자에 공급하기 위해 신세계푸드와 협력하는 구조다. GS건설은 지난 2020년 7월 부산시와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장군에 스마트양식 테스트베드를 건설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GS건설 입장에서는 전혀 뜬금없는 사업이 아니다. 연어를 양식하는 데 쓰이는 바닷물 정화를 GS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수처리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GS건설은 2012년 스페인 기업 GS이니마를 인수하면서 국내 건설사 중 처음으로 세계 수처리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GS이니마는 필터를 이용한 역삼투압방식의 해수담수화업체로, 톱 수준의 수처리 기술을 발판 삼아 스페인 외에도 아프리카와 남미까지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력 분야인 물 재생 관리는 소비자에게 상하수도 요금을 징수하는 방식으로 사업 안정성도 높은 편이라고 한다. 연어를 키울 때 바닷물을 정화해 사용하면 기생충이나 질병균, 중금속 폐기물, 미세 플라스틱 오염을 줄일 수 있다. 신세계푸드와 맺은 MOU 명칭이 '친환경 연어'가 된 배경이다. 또 사용한 물을 다시 여과해 바다에 돌려보낼 수 있어서 일석이조다. GS건설 관계자는 "부산 스마트양식 클러스터에서 연어를 생산하고 국내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후 사업 확장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야심 찬 각오를 밝혔다. 친환경에 대한 GS건설의 관심은 차고 넘친다. GS건설은 지난달 바이오디젤 생산기술 기업인 덴마크 할도톱소와 손잡고 바이오디젤 생산설비 모듈화 사업에 나섰다. 할도톱소는 바이오디젤 생산 기술 전문기업으로 식물성 기름이나 콩기름 등의 재생 가능한 공급 원료를 제트 연료유나 디젤 등으로 바꾸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할도톱소는 바이오디젤 생산 기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GS건설은 할도톱소의 핵심 기술인 하이드로플렉스 공정의 설계·시공 표준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크리스 싱 홀텍 CEO(왼쪽)와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원전 해체 협력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현대건설 제공 탄소중립·소형원전 분야 나선 건설사 DL이앤씨는 탄소 중립 사업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달 주주총회를 열고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과 탄소 자원화 사업의 설계·시공·운영에 관한 일체의 사업,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업 등을 정관에 추가했다. DL이앤씨는 호주의 친환경 비료 제조 기업인 뉴라이저와 CCUS 시설 건설을 위한 개념 설계와 기본 설계를 수행하는 우선 계약 합의서를 지난달 30일 체결했다. 이 프로젝트는 5㎿ 용량의 소형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연간 5만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활용 및 저장하는 공장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DL이앤씨는 개념 설계와 기본 설계를 수행 완료 후 발주가 예정된 약 1000억 원 규모의 설계·기자재 조달·시공(EPC) 사업 수주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DL이앤씨 CCUS 사업개념. 구체적 매출 계획까지 세웠다. DL이앤씨는 2024년까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국내외에서 1조 원의 누적 수주액을 달성하고, 2030년부터는 CCUS사업에서 2조 원 규모의 매출액을 유지한다는 목표다.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는 "글로벌 CCUS 사업의 첫 발걸음인 호주를 시작으로 앞으로 중동, 북미, 유럽 등에서 글로벌 탄소 비즈니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삼성물산은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평가받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관련 사업에 진출했다. SMR은 대형 원전보다 크기가 작고 탄소배출이 거의 없다. 기존 원전 대비 안전성이 높고 신재생 발전의 단점인 자연조건 제약을 보완해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상품이라 차세대 원자력 발전 모델로 꼽힌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미국의 SMR 전문기업 뉴스케일파워에 2000만 달러(약 243억7200만 원)를 투자하고 올해 추가로 3000만 달러(약 365억5800만 원)를 지원했다. 이에 따라 향후 소형모듈원전 시장의 밸류체인을 구성하는 핵심 파트너들과 함께 본격적인 해외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건설은 원전 해체의 전반적인 사업 분야에 직접 뛰어든다. 최근 국내 기업 중 최초로 미국 홀텍사가 소유한 인디안포인트 원전해체 사업에 공정 및 공사 계획 등 원전해체 분야에 도전장을 냈다. 앞으로 현대건설과 홀텍사는 글로벌 원자력 해체 시장 공동 진출 및 마케팅, 입찰을 공동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건설 대기업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매출 한계를 느끼자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신사업에 진출 중이라고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비건설 부문 사업 진출 등 사업 다각화는 건설 경기 하강 국면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방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2.04.11 07:00
생활/문화

[랜드IS] '용산시대' 선언에 들썩이는 용산 재건축·리모델링 시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른바 '용산시대'를 선언하면서 용산 일대 부동산이 들썩이고 있다. 대통령실 이전 논의가 구체화한 지난주 용산구 아파트 가격이 뛰어올랐고, 매수 문의도 부쩍 늘어나는 모양새다. 용산 내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들은 세간의 관심 속에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용산에 쏠리는 '눈' 서울 용산구는 최근 전국에서 가장 이목이 쏠리는 지역으로 떠올랐다. 윤 당선인이 많은 반대와 우려에도 용산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실을 이전하고, 관저도 용산구 한남동으로 옮기겠다는 뜻을 관철했기 때문이다. 용산 일대는 서울시의 주도 아래 재개발 및 정비사업과 용산공원 개발이 예정돼 있다.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추가 규제나 개발 지연이 발생할 경우 구민의 반대를 살 수 있다. 윤 당선인은 이런 반대를 의식한 듯 용산구 일대에 추가 부동산 규제는 없고, 대통령실 이동에 따라 새로운 경호 및 보안 수칙을 검토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등 추진 중인 정비사업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힘을 보탰다. 용산 개발의 열쇠를 쥔 두 정치인의 약속에 이 지역 부동산 가격은 이미 들썩이고 있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실 이전 논의가 무르익던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용산구의 아파트값은 0.10% 올라 지난주(0.04%)보다 상승 폭이 2배 이상 커졌다. 포털사이트 부동산 카페에는 "호재인지 아닌지 고민할 시간에 일단 (용산 지역 아파트를) 사라"는 내용의 글도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용산구 소재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한강로 쪽은 매물을 보러 오겠다는 팀이 다소 늘어난 건 사실"이라면서도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해) 아직 분위기는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다. 일부는 나중에라도 규제가 생길 수 있다며 불안해하는 눈치고, 다른 쪽에서는 정비 사업과 개발이 빨리 진행될 거라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윤 당선인과 오 시장이) 청와대가 이전한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규제는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며 "주민들이 우려하는 정도까지 규제가 있을지는 건축심의단계로 가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 일대 재건축·리모델링 추진도 탄력 대통령실 이전이 추진이 급물살을 타면서 용산 일대 리모델링 사업도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이촌코오롱리모델링조합은 지난 16일 조합 총회를 열고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촌코오롱' 리모델링은 용산구 이촌동 412번지 일대에 지하 6층~지상 25층 규모, 아파트 10개 동 959세대와 부대 복리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촌코오롱은 국립중앙박물관과 용산가족공원이 가까워 용산 내에서도 '노른자'로 꼽힌다. 삼성물산은 이촌코오롱 리모델링의 새로운 단지명으로 '래미안 이스트빌리지'를 제안하고,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동부이촌동의 지리적·문화적 특징을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촌한가람리모델링주택조합도 지난해 1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이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7일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단독 참여하면서 유찰됐다. 조합 측은 향후 수의계약 방식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다음 달 15일 입찰을 마감한다는 계획이다. '이촌한가람'은 수평 및 별동 증축 방식의 리모델링을 통해 2341가구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이촌동 ‘한강대우와 ‘우성아파트’도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들었다. 각각 834가구, 243가구로 비교적 세대수가 적지만 추진위원회(추진위) 단계인 한강대우에는 삼성물산, GS건설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성아파트는 조합설립 인가 절차를 준비 중이다. 리버힐삼성 리모델링 추진위는 지난 18일 토브씨앤씨를 리모델링 사업을 위한 사업관리자로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1102가구 규모인 리버힐삼성은 리모델링을 통해 165가구 늘어난 1265가구 규모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용산 내에서도 한강변 조망이 가능한 대단지여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리버힐삼성 수주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성원 리버힐삼성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은 "여의도 업무지구를 바라보는 한강조망 특화설계를 적용해 모든 주민이 한강 조망권을 누리는 스카이브릿지 커뮤니티를 기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2.03.28 07:00
부동산

[랜드IS] 대대적 개편 예고에 기대·우려 교차하는 부동산 시장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양도세 종부세 상담 안내문. 연합뉴스 제20대 대통령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현장 공인중개사무소에는 대선 이후 세제 개편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부 급매물이 줄었고, 매매를 원하는 이들의 문의도 증가세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차기 정부의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국회 통과가 필요해 "기대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제 완화 기대감 솔솔 경기도 수원시에 거주 중인 A 씨는 지난 11일 집 근처 공인중개사무소로부터 모처럼 연락을 받았다. 약 6개월 전에 내놨던 집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A 씨는 "분양받은 집으로 이사하면서 전에 살던 집을 목표가 보다 5000만원 낮게 내놨는데, 집 보러 오겠다는 사람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집 담보 대출로 매월 200만원의 이자를 감당하던 그는 매매 시장이 꽁꽁 얼자 내심 걱정이 많았다. 그는 "대선이 끝나면 좀 달라질까 싶었는데 집을 보러 오겠다는 연락을 받아서 걱정을 한시름 내려놨다"고 했다. A 씨는 차기 정부가 대출과 세제 규제를 완화한다고 공언한 만큼 매매도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B 씨는 25억~30억원에 달하는 아파트 두 채와 실거주 주택을 따로 보유 중인 부모를 모시고 있다. 그는 "부모님이 아파트 한 채를 처분하고 노후 준비 차원에서 작은 건물을 매입하려고 한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는 양도세가 80%에 달해서 실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B 씨는 "차익의 대부분을 국고로 가져간다고 하니 파는 사람이나 사려는 사람 모두에게 힘들었다"며 "정권이 바뀌었으니 세제도 바뀔 것이라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현장도 체감한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본지에 "대선 이후 매매와 전세 문의가 조금 늘었다. 그 전에는 정말 전화 한 통 없었다. 집주인들이 팔려고 내놨던 매물을 거두고 호가 조정 의견을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13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12일 4만 9195건으로 전날 기준으로 등록된 매물(4만 9539건)보다 0.69% 감소했다. 노원구의 경우 전날(1684건)보다 0.35% 감소한 1678건으로 지난 1월 28일(1701건)보다 매물이 줄었다. 강남구는 전날(4026건)보다 0.37%, 송파(3014건)구는 0.82% 매물이 감소했다. 대선 전까지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많았던 시장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는 뜻이다. . 종부세 뜯어고치는 차기 정부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가 기조다. 윤 당선인은 그동안 현 정부의 규제 남발 등 과도한 시장 개입을 지적해왔다. 차기 정부는 단기적으로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율 완화를 시사해 왔다. 현 정부가 1주택자 종부세율을 0.5%∼2.7%에서 0.6∼3.0%로 추가 인상했는데, 윤 당선인은 1주택자 종부세율을 초기 수준인 0.5~2.0%로 환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해서는 연령과 상관없이 주택을 매각하거나 상속하는 시점까지 종부세 납부 이연을 허용한다. 거래세 완화를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적용을 최대 2년간 유예해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2주택자는 양도소득세 기본세율에 20%, 3주택자 이상은 기본세율에 30%를 중과하고 있는데, 이를 최대 2년간 유예해주자는 것이다. 또 다주택자 양도세를 50% 한시적으로 감면해주는 방안도 공약으로 내놨다. 대규모 공급도 예고했다. 윤 당선자는 임기 5년간 총 250만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가운데 130만~150만호는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남산에서 내려본 아파트. 연합뉴스 실현 가능성은 다만 업계에서는 부동산 공약이 실현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한다. 차기 정권 세제개편의 핵심인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 등 세제 개편 부문은 국회 통과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172석을 가진 원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가 예상돼 전면 폐지는 물론 관련 법 개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강경하게 밀어붙인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개편도 마찬가지다. 윤 당선인은 지난 2월 첫 대선 TV토론에서 "내 집이든 전셋집이든 일단 집을 구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제도들을 제거해야 할 것 같다"며 "가장 먼저 대출 규제를 완화해서 집을 살 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고 7월이면 임대기한이 만료돼 전세가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에 임대차 3법 개정을 먼저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윤 당선인은 2+2 계약갱신청구권을 2년으로 되돌리는 형태로 임대차법 개정을 원하고 있는데, 국회 통과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높다. 이 밖에 민간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용적률을 상향하는 대신 증가 용적률의 절반을 공공분양주택으로 기부채납으로 받고 이 주택을 청년이나 신혼부부에게 반값에 분양하는 '역세권 첫 집 주택' 20만 가구 공급 계획은 3~4인 가구 무주택자들의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윤 당선인이 제시한 세제 개편 공약 중 국회 통과가 필요 없는 부분은 공정시장가액비율 95% 동결, 보유세 완화 정도다. 부동산 업계는 차기 정부의 정책에 따른 매매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세에 반영되려면 1~2주일, 길게는 지방선거가 있는 6월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새 정부의 주택 정책이 구체화해야 매매 변화 추이도 본격화할 것"이라며 "국회 통과 등으로 이른 시일 내 제도 변경 가능성도 작아 수급 요인에 따라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윤석열 당선자 부동산 세제 공약 ------------------------------------------------- ▲종합부동산세 전면 재검토 ▲1주택자 양도소득세·재산세 완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2년 유예 ▲다주택자 양도세 50% 한시적 감면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3주택 이상 보유자는 대출 규제 ▲보유세 급등 차단 ◇윤석열 당선자 주택 공급 공약 ----------------------------------------------- ▲규제완화 통해 전국 250만 세대 공급 ▲청년원가주택 30만호, 역세권 첫집 주택 20만호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3기 신도시 차질없이 추진, 1기 신도시 재건축·리모델링 ---------------------------------------------------------------------------- *자료=윤석열 당선자 대선 공약집 2022.03.14 08:38
부동산

[랜드IS] 아파트 규제 풍선효과…치솟는 오피스텔·생활형숙박시설 인기

인천시 서구 '북청라 푸르지오 트레시엘 오피스텔' 모델하우스 외벽에 분양 완료 홍보물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아파트 규제가 강화되자 오피스텔과 생활형숙박시설(서비스드 레지던스) 인기가 치솟고 있다. 정부의 각종 세금 규제가 느슨한 반면, 짭짤한 월세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서다. 정부는 뒤늦게 업무용을 가장한 주거용 오피스텔과 생활형숙박시설 규제를 시작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법의 사각지대를 틈탄 편법 운영이 계속되고 있다. 잘 나가는 오피스텔 . 경기도에 거주하는 김연지(50·가명) 씨는 몇 해 전 인천 지역에 오피스텔 한 채를 장만했다. 1억원 수준에 산 오피스텔 한 호실에서 나오는 월세는 50만원 정도다. 그는 "요즘 은행에 1억원 넣으면 (이자를) 50만원씩 주는 곳이 어디 있나. 남들은 오피스텔이 감가상각이 크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잘한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미 자가를 보유 중이다. 현행법상 아파트 한 채에 오피스텔까지 보유하면 다주택자로 인정돼 중과세 대상이다. 그러나 김 씨는 그럴 염려가 없다고 했다. 세대수에 포함되지 않는 업무용 오피스텔을 취득했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은 실사용 용도에 따라 세법상 주택 여부가 달라진다. 주거용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대상이지만, 업무용은 예외로 인정된다. 하지만 업무용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지는 일일이 조사하지 않는 한 알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 보유자 중에는 세입자에게 전입신고를 하지 못하게 해 업무용처럼 꾸며 편법으로 종부세 대상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 또 실제로 주거용도인데도 기숙사로 등록이 돼 업무용이 되는 등의 빈틈이 많다"고 했다. 오피스텔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지난해 오피스텔 매매가 총액도 통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중 전국 오피스텔 매매에 대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오피스텔 매매 실거래가 총액은 13조6476억원으로 전년(2020년 10조6028억원) 대비 28.7% 증가하며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직방 측은 "오피스텔은 아파트 대체상품으로 인식되고, 지속해서 규제가 늘고 있는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다는 장점으로 거래 수요가 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생활형숙박시설도 '날개' 서울 마곡지구 '롯데캐슬 르웨스트' 조감도. 롯데건설 생활형숙박시설도 오피스텔 못지않게 인기다. 흔히 레지던스로 불리는 생활숙박시설은 취사와 세탁이 가능한 중장기 또는 단기 숙박시설이다. 겉보기에는 아파트나 주거용 오피스텔과 다를 바 없다. 일부 생활형숙박시설이 주거용 오피스텔처럼 장기 임대 계약을 맺거나, 숙박시설로 사용해 월세를 받는 식으로 운영되는 배경이다. 생활숙박시설은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아파트처럼 개별 등기가 가능해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다. 주택법은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에서 공급되는 거의 모든 주택의 분양권 전매를 제한한다. 그러나 생활숙박시설은 주택 수에 포함되지도 않고, 분양권 전매가 제한 되지 않는다. 주택으로 간주가 안 되니 세금 부담도 덜하다. 인기가 치솟는다. 생활형숙박시설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지난해 8월 자체 홈페이지를 통한 청약 결과 총 876실 모집에 57만5950건이 접수돼 평균 6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넉 달 앞선 3월 부산 동구에 분양된 생활형숙박시설 '롯데캐슬 드메르'는 평균 3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오피스텔보다 생활형숙박시설로 돈이 몰린다. 오피스텔 규제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생활형숙박시설을 주택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월 '건축법 시행령·시행규칙·방화구조 규칙·건축위원회 심의 기준' 등 개정안을 입법 및 행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분양 예정인 생활형숙박시설은 분양공고 시 '주택 사용 불가·숙박업 신고필요' 문구를 명시해야 한다. 이미 분양된 생활형숙박시설의 경우 '주택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건축법상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라는 안내문을 제작해 주민센터에 배포하는 등 행정지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역시 틈새는 있다. 해당 호실이 주거용인지, 편법 운영되고 있는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실제 생활형숙박시설 거주자에 대한 단속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현장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묻지마' 투자는 금물 이날 서울 시내 오피스텔 모델하우스에 붙은 임대문의 안내문.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성급한 오피스텔 및 생활형숙박시설 투자는 위험하다면서 선을 긋는다.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환금성이 떨어진다. 급하게 팔려고 할 때 아파트처럼 쉽게 팔리지 않을 수 있다"며 "부동산 가격이 내려갈 때는 오피스텔이 아파트보다 훨씬 많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5년간 새로 입주한 오피스텔이 60만실 이상으로 공급 초과 상태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 생활형숙박시설도 위험성이 크다. 전입 신고가 불가능해 세입자의 전세 대출이 제한된다. 또 숙박객이 예상보다 적을 경우 투자금이 묶이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생활형숙박시설을 분양받고 프리미엄을 붙여 되팔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이것도 입지가 탁월한 곳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2.02.28 07:00
부동산

[랜드IS]월계동은 온통 아이파크 세상…붕괴 참사 HDC현산, 월계동신도 가져가나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월계동신아파트 조합 측에 제시한 파격적 조건과 조감도 등을 홍보하는 포스터. 동신아파트 인근 부동산에는 대부분 같은 내용의 홍보물이 붙어 있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 이후 열린 수주전에서 잇따라 승기를 잡는 분위기다. 이미 롯데건설을 꺾고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따낸 현대산업개발은 이달 말 예정된 월계동신아파트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도 경쟁사인 코오롱글로벌의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현장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본지가 찾은 월계동신아파트 일대는 이런 분위기를 반증하듯 현대산업개발의 홍보 포스터와 플래카드로 넘실거리고 있었다. 월계동신아파트 인근 부동산들은 대부분 입구에 현대산업개발 측 홍보물을 붙여놓고 있었다. 반면 코오롱글로벌 측의 홍보 포스터는 찾기 어려웠다. 서지영 기자 월계동은 온통 아이파크 세상 '월계동신아파트 조합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거듭나겠습니다'. 지난 10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 월계동신아파트 입구에 도착하자 대형 보라색 플래카드에 적힌 문구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플래카드를 건 업체는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 도전장을 낸 현대산업개발이었다. 현대산업개발이 '초심'이라는 단어를 꺼낸 것은 지난달 벌어진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의 다짐이나 바람을 담은 플래카드는 총회를 앞둔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 흔한 풍경이다. 수주 경쟁이 치열한 단지에서는 한 번에 4~5곳의 건설사가 저마다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한다. 현대산업개발의 플래카드 역시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정작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월계동신아파트 입구를 아무리 돌아봐도 현대산업개발의 라이벌인 코오롱글로벌의 메시지가 적힌 플래카드는 보이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는 근처 공인중개사무소도 마찬가지였다. 본지 확인에 따르면 월계동신아파트 인근에 있는 15개 부동산 중 13개가 입구에 현대산업개발의 홍보 포스터를 붙여놓고 있었다. 적게는 2장, 많게는 4~5장씩 현대산업개발이 제시한 조감도와 각종 혜택을 알리는 홍보물로 채워놓은 곳도 있었다. A 공인중개사는 "이달 말에 총회가 열리는데 우리가 볼 때는 현대산업개발이 거의 될 거라고 보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화정아이파크 아이파크 사고가 나고, 현대산업개발이 업그레이드된 조건을 내걸고 나왔다. 워낙 파격적이어서 그걸 따라갈 건설사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B 공인중개사는 "코오롱글로벌이 들어왔긴 했는데 솔직히 (플래카드든 회사 사람이든) 현대산업개발과 비교해 잘 안 보인다. 아무래도 (조합원들이 볼 때) 현대산업개발이 더 의지가 있어 보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들은 현대산업개발이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과 함께 이 일대를 아이파크 브랜드로 채우려 한다는 야심 찬 계획도 귀띔했다. 광운대역세권 개발은 2022년 착공을 목표로 서울시 등 관계기관과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월계동신아파트 입구에 붙인 신년 인사 및 다짐. 압도적 조건·영업력…마음 기우나 주민들의 생각도 비슷했다. 월계동신아파트 조합원이라고 밝힌 한 주민 C는 이날 본지에 "우리는 사실상 현대산업개발이 수주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조합이야 현대산업개발 말고 여러 회사가 붙었으면 하는데, 일단 달려드는 회사가 별로 없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그는 "현대산업개발이 단독 입찰로 유찰된 뒤 코오롱이 함께 들어왔는데, 어찌 됐는지 그 회사 관련된 홍보물이나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현대산업개발만 자꾸 찾아와서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를 계기로 현대산업개발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었다. 조합원 D는 "현대산업개발이 부실시공으로 큰 물의를 빚었는데, 설마 바로 수주하는 우리 아파트마저 엉망으로 지을까 싶기도 하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정말 잘 짓겠다고 하고 월계동신아파트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월계동신아파트 조합 측에 제시한 파격적 조건과 조감도 등을 홍보하는 포스터. 동신아파트 인근 부동산에는 대부분 같은 내용의 홍보물이 붙어 있었다. 오는 27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둔 월계동신아파트는 서울 노원구 월계동 436번지에 있다. 광운대역과 석계역 사이에 위치한 초역세권으로 예정 공사비는 2864억원이다. 이번 재건축으로 지상 25층, 1070세대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최근 서울에서 1000세대가 넘는 재건축 단지가 많지 않은 만큼 현장설명회에 GS건설과 호반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이 총출동했다. 그러나 지난해 1차 입찰에 현대산업개발만 단독 입찰했고, 지난달 열린 2차 입찰에서는 코오롱글로벌이 참여하면서 현대산업개발과 함께 수주 경쟁을 벌이게 됐다. 현대산업개발은 기필코 월계동신아파트를 수주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인다.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와 전임 권순호 대표이사는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공문을 보내 "새로 태어나는 심정으로 서울 동북부 개발의 중요 랜드마크단지로 재건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조건도 파격적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월계동신 재건축조합에 글로벌 유명 건축가를 동원한 특화설계 및 최고 수준의 일반분양가, 추가부담금 없는 확정공사비, 대물변제 100%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 안전관리 강화 3단계 과정 신설, 하자보수 기간 30년 연장, 사업촉진비 즉시 투입, 조합원 분양가 인하 등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화정아이파크 참사 뒤 현대산업개발이 존폐 갈림길에 섰다. 지금 상황에 수주에 실패할 경우 리크스가 크다"며 "2차 입찰과 함께 내건 조건은 보기 힘들 정도로 파격적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손해를 보더라도 월계동신아파트를 잡겠다는 심산"이라고 분석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2.02.14 07:00
경제

[랜드IS] 'CEO 면피 거리 만들자' CSO 선임하는 대형 건설사들

대형 건설사들이 앞다퉈 최고안전책임자(Chief Safety Officer·CSO)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이달 말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최고경영자(CEO)가 처벌받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애매모호한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애꿎은 CSO만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모호한 중대재해처벌법 오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은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서 상시근로자 수가 500명 이상이거나 시공능력 상위 200위 내의 건설사업자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법인 역시 사망자 발생 시 50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 2020년 1월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보다 처벌 수위를 높였다고 평가된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경우 현장에서 중대 재해를 막을 수 없다는 노동계 요구에 따른 것이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발표한 지난해 3분기(7~9월) 건설사고 사망자 수는 59명이었다. 1~3분기 누적 사망자는 총 181명에 달했다. 이 중 100대 건설사 공사현장 사망 노동자는 46명이었다. 3분기 중에는 총 8개사 건설현장에서 12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는데,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이름을 올렸다. 대형 건설사들이 중대재해처벌법에 앞서 긴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노동부)는 경영책임자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처벌 대상이 달라질 수 있는 모호한 규정을 남겨 비판받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명시된 처벌 대상 범위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자'다. 노동부가 펴낸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 역시 '경영책임자 등'에 대해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건설업계 안팎에서 법이 모호해 해석의 여지에 따라 법적 다툼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해석의 여지에 따라 법적 다툼이 발생할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너도나도 CSO 선임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CSO를 신설해 관련 업무를 전담 조직화하는 것도 애매모호한 규정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CEO를 보호하기 위해 대표이사에 준하는 안전보건에 관한 조직과 인력, 예산을 총괄하고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CSO를 선임한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CSO를 부사장급으로 격상해 신규 선임했다.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는 CSO는 사장급 대우를 받는데, 독립적인 인사·예산·평가 권한을 가졌다. 삼성물산은 또 종전 2개 팀이던 안전환경실을 안전보건실로 확대해 7개 팀으로 늘렸다. 안전보건실은 안전·보건 정책 수립부터 이행까지 담당한다. 안전을 전담 연구하는 조직인 ‘건설안전연구소’와 ‘안전보건 자문위원회’도 신설했다. GS건설은 CEO 직속으로 CSO를 배치했다. CSO는 전사 안전보건 총괄 책임자로서 안전·보건 분야와 관련해 최종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 GS건설은 CSO 산하에 안전보건팀·안전점검팀·안전혁신학교 등 3개 팀을 구성하며 안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DL이앤씨는 준법경영실 산하 안전관리 조직인 품질경영실을 경영위원회 직속 안전지원센터로 재편했다. 토목·건축·플랜트 부문별로 안전관리 조직을 구축하고, 경영위원회 직속 안전지원센터가 관리한다. 각 사업본부장은 해당 본부의 CSO 역할을 맡는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하반기 경영지원본부 산하에 뒀던 안전지원실을 안전관리본부로 격상했다. 기존 안전관리본부장은 CSO로 임명했다. 지난해 중흥건설에 매각된 대우건설은 현재 CSO 선임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 A는 "현행법으로는 처벌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건설사로서는 CSO 자리를 마련해놨기 때문에 적어도 CEO에 모든 책임과 처벌이 몰리는 상황은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1호는 되기 싫다? 임인년 들어 10대 건설사 CEO의 신년사 발표에서 하나같이 강조한 것은 '안전'이었다. 김형·정향기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모든 경영 활동의 최우선 가치는 바로 안전"이라며 "안전에 대해 더는 우리가 물러설 곳이 없다"고 말했다. 임병용 GS건설 부회장도 중대 재해에 대한 관심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안전사고 ‘제로’를 달성하자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은 "누구나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 시행한 안전 신문고 제도를 활성화하고 작업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CEO에 얼마나 부담이 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에 안전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의 경각심은 줄 수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은 처벌보다 과징금 등 행정 제재로 다루거나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 A는 "최근 적어도 첫 번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건설사는 되지 말자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10대 건설사는 국내외에 수많은 현장을 두고 있다. 그 어떤 곳에서도 고의로 중대 재해를 내는 곳은 없다. 고의성이 명확한 형사사건처럼 구속 등의 처벌이 아닌, 다른 방식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2.01.10 07:00
부동산

[랜드IS] 유튜브 마케팅 열중 건설사, 구독자 수는 '극과 극'

주요 건설사 유튜브 채널 운영 현황.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유튜브 구독자 수 늘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구독자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눈에 보이는 실익은 크지 않지만, MZ세대에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서는 유튜브가 필수라고 여기는 눈치다. 그런데 유튜브 삼매경이 본격화할수록 10대 건설사 간 구독자 수 격차도 크게 벌어지는 모양새다. 구독자 수 수십만명을 넘겼다며 축포를 쏘아 올리는 건설사가 있는가 하면, 인기가 없는 탓에 차마 구독자 수를 공개하지 않는 곳도 있다. GS건설 건축주택부문 대표 김규화 부사장(사진 아랫줄 왼쪽에서 두 번째)과 임직원들이 자이TV 구독자 50만명 돌파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GS건설 제공 구독자 수 늘어 신난 GS건설 GS건설이 운영하는 채널 '자이TV'는 요즘 잔치 분위기다. 지난 8일 건설 업계에서는 최초로 구독자 수 50만명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자이TV 측은 "채널을 본격적으로 운영한 지 약 2년 5개월 만의 성과"라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확실히 앞서나간다. 자이TV는 지난해 6월 구독자 10만 명을 넘으면서 업계 최초로 유튜브 ‘실버버튼’을 받았다. 이후 6개월 만에 구독자를 두배 이상 늘리더니 약 1년 만에 50만명에 도달했다. 현재 자이TV에 이어 구독자 수가 많은 채널은 현대건설의 '힐스캐스팅'으로 18만5000명이다. GS건설은 자이TV 50만 구독자를 기념하는 축하 행사를 성대하게 치렀다. 부동산 업계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총출동한 토론회를 연예인 김구라를 MC로 내세워 준비했다. 이 영상은 공개 6일 만에 조회 수 13만회를 기록했다. 또 이벤트를 열어 명품 브랜드 버버리 의류와 TV, 세탁기 등의 가전제품까지 경품으로 내걸었다. 현대건설의 공식채널인 '힐스캐스팅'이 지난 4월 유튜브 실버버튼을 획득한 뒤 제작한 축하영상. 현대건설 제공 '실버버튼' 보유 건설사는 또 어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포스코건설은 각각 '힐스캐스팅', '푸르지오라이프', '더샵TV'와 같은 아파트 브랜드 채널과 함께 기업 공식 채널도 함께 운영 중이다. 이 중에서 힐스캐스팅과 푸르지오라이프는 구독자 수 18만5000명대를 기록 중이고, 더샵TV는 최근 유튜브 '실버버튼'을 받았다. 실버버튼은 구독자 10만명 이상의 채널에 주어지는 것으로, 국내 건설사 중에서는 GS건설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까지 4곳뿐이 보유 중이다. 통상 아파트 브랜드 유튜브 채널은 기업 공식 채널과 비교해 월등하게 많은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대우건설은 푸르지오라이프 외에도 기업 채널인 '정대우가 간다'에도 공을 쏟고 있다. 정대우는 대우건설의 홍보대사를 맡은 캐릭터다. 지난달에는 제26회 춘사국제영화제에서 레드카펫 MC와 시상자로 나서며 캐릭터와 채널을 널리 알렸다. 현재 정대우가 간다의 구독자는 1만명 선이다. A 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최근 중흥건설과 기업 인수합병(M&A)을 하면서 기업 브랜드 이미지와 정체성 강화를 고려해 정대우가 간다 채널에도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L이앤씨가 속한 DL그룹 유튜브 채널 역시 구독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DL그룹 유튜브 채널 갈무리 SK에코플랜트·DL이앤씨 '비공개' 실버버튼을 향한 중하위권 경쟁도 나름대로 치열하다. 롯데건설 '오케롯캐' 8만2000명, 삼성물산 '채널 래미안'이 6만8000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건설 부문 기업 채널인 '삼물가게'도 운영 중인데, 수주와 채용 등 이슈 외에도 임직원이 출연하는 직장인 브이로그', '영화 속 건축물' 등의 콘텐트를 올리고 있다. 구독자는 현재 1만3000명 수준이다. 유튜브 구독자 수는 해당 채널 홈에 가면 확인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건설사가 구독자 수를 공개하고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비공개한 건설사 채널도 있다.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구 대림산업)다. SK에코플랜트는 '어스 시네마'란 소제목을 달고 한겨울 설산 풍경이나 새만큼 일대를 조망하는 영상을 올리는 등 나름대로 친환경과 ESG 실천 홍보용으로 채널 콘셉트를 맞췄다. 그러나 구독자 반응이 신통치 않다. 216개 영상 중 10만 뷰를 넘은 영상도 2~3개 미만이다. DL이앤씨는 건설 부문의 별도 채널을 운영하지 않는다. DL이앤씨 소식은 DL그룹 채널을 통해 다른 계열사와 함께 알리고 있는데, 구독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B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 구독자 수 공개는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 아닌가. 유튜브가 요즘에 반짝했지, 과거부터 이용하던 마케팅 수단도 아니지 않나"라며 "자이TV처럼 떠들썩하게 자랑하고 싶은 곳도 있고, 좀 적어서 굳이 공개하고 싶지 않은 곳도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많은 구독자를 거느린 건설사 유튜브 채널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청약을 앞둔 인기 견본주택을 온택트로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자이TV가 공개한 ‘세종자이 더 시티’ 견본주택 라이브 방송에는 평균 3만~4만 명의 시청자가 유입된 것으로 알려진다. '정대우가 간다' 고민상담소 편 이미지. 대우건설 제공 이밖에 부동산 전문가와 아나운서, 연예인 등을 섭외해 재미와 전문성을 잡은 콘텐트도 인기가 있다. 대중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소재와 분야이기 때문에 구독자 수를 단번에 늘리는 데 효과적이다. 최근 부동산에 관한 소식뿐만 아니라 요리나 인테리어, 문화 등 일반 고객들이 궁금해할 만한 정보들은 콘텐트로 묶는 추세다. 대우건설의 정대우가 간다는 명상이나, 고민 상담소 코너까지 운영 중이다. 건설사의 콘텐트 제작비는 편당 500만원에서 많게는 4000만 원대 수준으로 알려진다. 구독자가 늘어난다 한들 사실상 '남는 건' 없다. C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유튜브 마케팅이 유행이다. 딱딱하고 보수적으로 인식된 건설사 이미지를 부드럽게 하는 데 효과적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1.12.2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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