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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황인범 "러시아 리그 '오징어 게임'처럼 피 터지죠"

“카잔에서 ‘오징어 게임(이하 오겜)’ 트레이닝복을 준비해줬어요.” 러시아 프로축구 루빈 카잔 황인범(25)이 2일 전화 인터뷰에서 웃으며 말했다. 그는 지난 주말 CSKA 모스크바전 홍보 메인 모델로 나섰다.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오겜’ 속 참가자들의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었고, 등 번호가 6번이라 번호표 ‘006’을 달았다. 경기에서 1-0 승리를 지휘한 황인범은 “카잔 원정 유니폼이 초록색인데, 초록색 팀이 이겼다. ‘오겜’이 러시아에서도 난리다. 나도 러시아 동료가 추천해서 봤다”고 했다. 이어 “팀이 5경기째 승리가 없어 감독님이 ‘승리를 위해 죽도록 뛰자’고 했다”고 전했다. 황인범은 러시안 프리미어리그에서 2시즌째 뛰고 있다. 키 177㎝인 황인범은 “이곳은 피 터지게 싸우는 ‘노 빠꾸’ 리그다. 압박도 강하다. 덩치 큰 선수들에게 밀릴 수 있기에 볼 컨트롤부터 생각한다. 4-3-3 포메이션에서 중앙과 홀딩 미드필더로 뛰고 있다”고 했다. 황인범은 ‘오겜’처럼 치열한 러시아 생존게임에서 살아 남았다. 카잔 구단 7~8월의 선수에도 선정됐다. 그래서일까. 황인범은 지난달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 4차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시리아전에서 왼발 중거리 슛으로 골을 터트렸다. 황인범은 “중거리 슛은 오른발보다 왼발이 더 자신감이 있다. 2015년 오른발 피로 골절로 수술을 받았다. 전력 질주하다가 오른발 슛을 쏘려면 약간의 트라우마가 있다. 왼발로 골대 안으로 강하게 찬다고 생각하고 때린다”고 했다. 이란전에서는 탈압박하며 패스를 내줘 선제골의 출발점 역할을 했다. 황인범은 “아버지가 ‘국가대표라면 아무리 압박이 강해도 무의미하게 걷어내면 안된다’고 이야기해주셨다. 압박에서 벗어나는 터치가 됐고, (이)재성이 형의 멋진 패스를, (손)흥민이 형이 마무리해줬다”고 했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2018년 한국을 맡은 뒤 황인범이 부진해도 절대적으로 중용한다. 그래서 황인범은 ‘벤투 황태자’라 불린다. 황인범은 지난달 시리아전을 앞두고 “불편한 분들에게 증명하겠다”고 했고, 결국 ‘증명’해냈다. 황인범은 “황태자란 표현이 제게는 좋지 않은 쪽으로 붙었지만, 좋은 의미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A매치 2연전 후 황인범에게 ‘기성용(서울, 2019년 대표팀 은퇴)의 향기가 난다’는 찬사도 쏟아졌다. 황인범은 “성용이 형이 SNS 쪽지로 ‘에이스잖아’라고 보내줬다. 성용이 형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는 몇십년이 지나도 절대 안 나올 거다. 나만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대표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황인범은 1996년생 황희찬(울버햄튼), 김민재(페네르바체), 나상호(서울)와 함께 ‘96 라인’이라 불린다. 황인범은 “넷이 카카오톡 단체방이 있다. 장난도 치고 서로에게 자극이 된다”고 했다. 11일 아랍에미리트, 16일 이라크와 최종예선을 앞둔 황인범은 “당연히 2승을 목표로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프로축구 대전 출신 황인범은 작년에 대전시에 코로나19 성금 5000만원을 기부했고, 최근 대전 홈경기에 축구 꿈나무 관람을 지원했다. 황인범은 “조건 없는 사랑을 받아온 대전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었다. 러시아에서도 대전 경기를 챙겨보며 1부 승격을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황인범은 지난 7월 웨딩 화보를 공개하며 결혼 소식을 알렸다. 그는 “올겨울에 결혼식을 계획하고 있다. 여자친구를 2016년부터 5년간 만났다. 이 사람이랑 평생 살아도 재미있게 살 수 있겠다고 느꼈다”고 했다. 박린 기자 수원=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1.11.03 06:00
생활/문화

[권오용의 G플레이] 빅3 게임사의 미래 걸린 글로벌 신작들

국내 상장 빅3 게임사인 엔씨소프트·넷마블·크래프톤이 이번 4분기에 올해 최대 기대작을 내놓는다. 엔씨는 ‘리니지W’, 넷마블은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를 올가을에 선보인다. 이들 신작은 3사가 자사의 대표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오랫동안 공을 들여 만든 대형 신작이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야심작이다. 특히 3사의 미래 성장성을 보여줄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엔씨 글로벌 성장 가늠자…‘리니지W’ 내달 출격 엔씨는 오는 11월 4일 멀티플랫폼(모바일·PC·콘솔) MMORPG ‘리니지W’를 한국을 비롯해 대만·일본·러시아·동남아·중동 등 13개국에 출시한다. 리니지W는 PC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리니지’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24년 개발·서비스 노하우를 집대성한 작품이다. 김택진 엔씨 대표는 “리니지W는 마지막 리니지를 개발한다는 심정으로 준비한 프로젝트”라며 “24년 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집대성한 리니지 IP의 결정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엔씨는 이처럼 중요한 리니지W로 아킬레스건인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 엔씨는 대표작인 리니지 시리즈로 한국 대표 게임사로 우뚝 섰다.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은 PC 온라인 강자로 머물러있던 엔씨를 모바일 왕좌에 오르게 하며 전성기로 이끌었다. 하지만 엔씨는 글로벌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지역별 매출을 보면 한국 비중은 66%나 되지만, 대만, 일본, 북미·유럽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그나마 올해 ‘리니지2M’ 출시로 대만과 일본 매출이 늘었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또 엔씨는 한국에서 과도한 과금을 유도하는 비즈니스 모델(BM)로 돈을 벌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BM 때문에 글로벌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엔씨에게는 뼈아픈 얘기다. 이에 '리니지 IP 결정판'이라는 리니지W의 글로벌 성과가 엔씨의 글로벌 성장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전망이다. 이 점을 잘 아는 엔씨는 리니지W의 글로벌 유저를 겨냥한 시스템과 서비스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모든 서비스 국가에서 동일한 콘텐트를 즐기는 ‘글로벌 배틀 커뮤니티’다. 유저는 글로벌 배틀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국가의 유저들과 국가 단위의 ‘글로벌 전투’를 즐길 수 있다. 같은 국가의 이용자만 이용할 수 있는 서버가 아닌 하나의 서버에서 여러 나라의 유저들이 함께 상호작용하고 경쟁할 것으로 기대된다. 엔씨는 또 리니지에 익숙하지 않은 글로벌 이용자가 쉽게 게임의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내러티브를 강화한다. 모든 유저는 초반 4개로 시작하는 클래스별 스토리를 진행하며 리니지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다. 엔씨는 경쟁과 협동이 강조되는 MMORPG의 특성을 고려해 글로벌 유저들이 언어의 장벽 없이 소통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번역 기술을 도입했다. 유저가 게임 채팅창에 보낸 메시지는 자국어로 자동 번역된다. 또 음성을 문자 채팅으로 자동 변환해주는 ‘보이스 투 텍스트’ 기능도 제공한다. 엔씨는 BM도 신경 썼다. 과금 유도 BM을 최소화해 돈 내지 않고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성구 엔씨 그룹장은 최근 2차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아인하사드의 축복 등 BM을 축소하고 처음 리니지가 나왔을 때 모습, 근본으로 회귀한다”며 “작은 전투에서 혈맹원과 함께 승리를 나누었던 기억이 리니지W가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사랑받는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넷마블, 세븐나이츠 형제들로 분위기 반전 시도 넷마블이 자사 대표작인 ‘세븐나이츠’ 형제들을 앞세워 글로벌 공략의 고삐를 바짝 쥔다. 올 1분기에 신작 부재로 실적 정체를 겪었던 넷마블은 6월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 8월 ‘마블 퓨쳐 레볼루션’을 앞세워 세계 시장 공략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제2의 나라는 한국과 일본·대만·홍콩·마카오 등 아시아 중심으로, 마블과의 두 번째 협업 게임인 마블 퓨쳐 레볼루션은 중국과 베트남을 제외한 240여 개국에 선보였다. 이들 게임은 일부 국가에서 매출 톱10에 오르며 선전하고 있지만, 시장을 주도할 정도는 아니다. 넷마블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이에 4분기에 글로벌 흥행작 ‘세븐나이츠’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들로 분위기 반전에 나선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모바일 MMORPG로 개발되고 있는 대형 신작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이하 세나 레볼루션)’다. 이 게임은 세븐나이츠 영웅들이 사라진 후 혼돈의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사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유저가 세븐나이츠 세계관의 주인공이 되어 직접 영웅으로 변신하거나 부분적으로 무기 변신이 가능해 영웅 및 무기의 다양한 조합과 몰입감 넘치는 전투가 특징이다. 오는 11월 이후 첫선을 보일 세나 레볼루션은 한국과 일본을 우선 공략한 후 내년에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마블은 작년에 한국에 먼저 선보였던 모바일 MMORPG ‘세븐나이츠2’도 글로벌 전장에 참전시킨다. 빠르면 세나 레볼루션보다 앞서 이달 중에 170여 개국에 선보일 전망이다. 세븐나이츠2는 세븐나이츠의 정통 후속작으로, 모바일의 한계를 넘어선 시네마틱 연출과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스토리, 언리얼4엔진으로 구현한 각양각색 캐릭터 등이 특징이다. 넷마블은 세븐나이츠가 지난 2015년 글로벌에 첫선을 보여 태국·대만·홍콩·인도네시아·싱가포르 애플 앱마켓에서 최고 매출 1위를 동시 석권하고, 2016년 진출한 일본에서는 3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둬 만큼 뒤를 잇는 세나 레볼루션과 세븐나이츠2도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크래프톤, ‘뉴 스테이트’로 글로벌 입지 다진다 매출 9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오는 크래프톤은 자체 개발작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이하 뉴 스테이트)’로 글로벌 게임사로서의 입지 강화에 나선다. 크래프톤은 오는 19일 뉴 스테이트 미디어 쇼케이스를 열고 글로벌 출시일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지난달 14일 개최할 예정이었던 쇼케이스는 28개국에서 진행된 2차 알파 테스트에서 제기된 유저들의 의견을 반영해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연기됐으며, 이날 10월말 출시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 스테이트는 크래프톤이 2017년 PC용으로 선보여 글로벌에서 히트 친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를 기반으로 개발된 모바일 게임이다. 2018년 출시된 모바일용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보다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작품이다. 배그 모바일과 같은 배틀로얄 게임 장르이지만 정교하고 현실감 있는 건플레이와 액션, 최첨단 렌더링 기술로 구현한 고품질 그래픽, 근미래 전장 등으로 한층 박진감 넘치고 생존게임이 가능할 전망이다. 뉴 스테이트는 얼핏 보면 배그 모바일의 후속작이라고 볼 수 있으나 크래프톤에게는 의미가 큰 신작이다. 배그 모바일은 중국 게임사 텐센트가 크래프톤과 함께 개발해 글로벌 서비스를 직접 하고 있다. 이에 비해 뉴 스테이트는 크래프톤이 개발뿐 아니라 서비스도 직접 하는 자체 신작이다. 따라서 크래프톤이 뉴 스테이트를 성공시키면 게임 개발과 서비스 능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히 인정받게 된다. 또 지난 8월 상장과 함께 게임 대장주에 오른 이후 따라붙고 있는 몸값 고평가 논란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분위기는 좋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전예약 참가자가 지난달 16일 기준으로 4000만명을 넘어섰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이 수치는 별도 마케팅 활동 없이 뉴 스테이트 자체 콘텐트만으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권오용 기자 kwon.ohyong@joongang.co.kr 2021.10.05 07:00
축구

'달리고 넣고 버텼다'… 신태용호 생존게임 확률 높인 '신참' 3인

잘 달리고 잘 넣고 또 잘 버텼다.신태용호에 승선한 세 명의 '새 얼굴'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문선민(인천 유나이티드) 그리고 오반석(제주 유나이티드) 얘기다.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와 평가전에서 2-0 승리를 거뒀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 전까지 치르게 될 총 4번의 평가전 중 첫 번째 경기였던 이날 경기에서 신 감독은 소기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하게 됐다.이번 온두라스전은 여러모로 100% 상태로 치를 수 없는 경기였다. 부상자 속출로 인해 이미 최상의 전력을 꾸릴 수 없는 상황에서 기성용(스완지 시티)이 허리 통증, 이재성(전북 현대)이 피로 누적으로 결정하게 돼 '가상 멕시코'에 대한 해법보다는 사실상 새 얼굴을 시험하는데 중점을 둘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신 감독 역시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선수와 기존에 있는 선수들의 능력, 코칭스태프의 주문을 얼마나 이행하는지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히기도 했다.신 감독이 말하는 '새 얼굴'은 이번에 A대표팀에 첫 승선한 이승우와 문선민, 그리고 오반석이었다. 이승우는 아예 선발 명단에서 경기를 시작했고 문선민은 후반 9분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과 교체돼 들어갔으며 오반석은 후반 25분 정승현(사간 도스)를 대신해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그리고 새 얼굴들이 보여준 모습은 신 감독의 기대치를 어느 정도 만족시킨 듯 보였다.이승우는 경기 내내 활발하게 움직이며 공격의 물꼬를 텄다. 처음 치르는 A매치에서도 기죽지 않은 모습으로 상대와 부딪혔으며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특유의 전진 드리블로 상대 진영을 휘저었다. 이승우는 후반 15분 터진 손흥민(토트넘)의 골에 도움을 기록하는 등 자신의 월드컵 출전 가능성을 있는 힘껏 끌어올린 뒤 후반 40분 박주호(울산 현대)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승우가 나올 때 쏟아진 엄청난 함성이 그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를 그대로 드러냈다. 연합뉴스 제공 문선민 역시 제 몫을 해냈다. 경기력이 다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 두 차례나 그라운드에 쓰러진 이청용을 대신해 투입된 문선민은 초반 약간 긴장한 듯 보였다. 그러나 정확한 위치 선정과 적극적인 플레이로 후반 26분 한국의 두 번째 골이자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수비수인 오반석은 이들에 비해 덜 화려하긴 했으나 안정적으로 수비진을 구성하며 마지막까지 실점 없이 잘 버텨냈다.물론 한 경기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새 얼굴'들이 이번 경기에서 자신이 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어느 정도 증명한 것은 사실이다. 새 얼굴들이 훈련에서 보여준 좋은 모습에도 "훈련과 경기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선을 그었던 신 감독이기에, 실전에서 보여준 이들의 모습은 신 감독에게도 긍정적으로 남았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신 감독에게 긍정적인 인상으로 남을 확률이 높다는 건 생존게임에서 살아남을 확률도 그만큼 높다는 뜻일 테다.대구=김희선 기자 kim.heeseon@jtbc.co.kr 2018.05.28 21:55
축구

러시아 가는 길목, 26인이 펼칠 '생존게임'

살아남는 자만이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다.소집 이후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 '월드컵 모드'에 들어간 신태용호의 과제다. 신태용(49)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1일 서울광장에서 선수들을 소집, 대대적인 출정식과 함께 '로드 투 러시아' 장도에 올랐다. 소집 후 파주 축구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 짐을 풀고 훈련에 나선 선수들은 모두 26명. 당초 신 감독이 불렀던 28명의 소집 명단에서 부상으로 제외된 권창훈(24·디종)과 이근호(33·강원 FC)의 이름이 빠진 숫자다. 26명의 선수 중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인원은 23명 뿐이다. 3명의 선수들은 꿈의 무대인 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돌아서야 한다. 부상 선수들이 속출한 탓에 어쩔 수 없이 추가 인원을 더 발탁해야했던 신 감독 역시 마음이 편치 못하다. 그러나 모든 선수들이 월드컵에 갈 수는 없는 만큼, 신 감독은 소집기간 동안 마지막으로 선수들을 점검하고 두 차례 국내 평가전을 거쳐 3명의 탈락자를 정해야 한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포지션은 아무래도 수비수다. 현재 소집된 26명의 선수 중 12명이 수비수로 분류되어 있다. 명단 발표 전 김진수(26) 김민재(22·이상 전북 현대) 등 대표팀수비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수비수들이 줄줄이 부상을 당하면서 벌어진 결과다. 가뜩이나 수비 조직력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던 신 감독은 부상에서 회복 중인 김진수를 발탁하고 A매치 경험이 없는 오반석(30·제주 유나이티드)을 깜짝 발탁하는 등 고민 끝에 수비수 명단을 정했다. 그러나 가장 많은 인원을 발탁한 만큼, 탈락자 역시 수비진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건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김민재의 부상으로 '플랜A'였던 4-4-2 포메이션에 차질이 생기면서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선수들이 대거 승선한 것도 탈락자를 유추하는데 '힌트'가 될 수 있다. 이들 12명 중에선 부상 회복 속도가 더딘 김진수의 탈락이 유력해보인다. 김진수는 지난 3월 유럽에서 열린 북아일랜드와 평가전에서 왼쪽 무릎 내측 인대 파열 진단을 받았다. 곧바로 국내로 복귀해 재활에 매달렸으나 회복 속도는 기대만큼 빠르지 않았고, 경기를 뛰지 못한 채 대표팀에 합류했다. 문제는 당장 오늘(28일) 대구에서 열리는 온두라스전과 6월 1일 전주에서 펼쳐질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 등 두 차례 국내 평가전에서도 뛰기 어렵다는 점이다. 신 감독은 "김진수는 국내에서 열리는 두 경기에 다 뛰지 못한다"며 "냉정하게 말하자면 어느 선까지 우리 기준치를 넘어서야 한다. 소집 기간 동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23인 명단에 들지 못할 것"이라고 김진수의 탈락을 암시하기도 했다. '깜짝 발탁'된 오반석의 생존 여부도 궁금증을 낳는다. 프로축구 무대에선 안정적인 수비 실력으로 인정받았지만, 월드컵이라는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 대표팀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이 아무래도 약점으로 꼽힌다. 물론 오반석 본인은 "상대 선수 개인 방어나 제공권 능력에서 자신 있다. 특히 스웨덴전 분석을 많이 했는데, 주로 '롱볼 플레이'를 펼치는 스웨덴을 상대로 내가 갖춘 모든 능력을 쏟아부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189cm의 큰 키와 상대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앞세워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각오다. 오반석은 "일단 국내에서 열리는 두 차례 평가전에서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보여드릴 것"이라며 "다른 선수들과 실력 차는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유형의 선수가 필요한지에 따라 러시아에 갈 수 있는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미드필더진에선 마찬가지로 '깜짝 발탁'된 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 문선민(26·인천 유나이티드)이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소속팀에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경기력을 확인하기 힘들었던 이청용(30·크리스털 팰리스) 역시 마찬가지다. 잔인한 말이지만 염기훈(35·수원 삼성)과 권창훈의 부상 낙마가 이들에겐 절호의 기회가 됐다. 신 감독 역시 "현재 공격수 명단에 선수가 3명 밖에 없지만 문선민과 이승우, 그리고 구자철(29·아우크스부르크) 등이 투톱으로도 나설 수 있다"고 언급해 이들의 생존 확률이 높아졌음을 내비쳤다. 보다 공격적인 위치에서 손흥민(26·토트넘)의 파트너가 되어줄 수도 있고, 측면에서 공격을 뒷받침할 수도 있는 자원들인 만큼 부족한 공격 옵션을 채우기 위해선 나쁘지 않은 선택이란 평가다. 확률이 올라갔을 뿐이지 100% 발탁을 장담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신태용 감독은 "둘이 사고를 쳤으면 좋겠지만,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에서 긴장을 할 수도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23명 안에 100% 들어간다는 확신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26명의 선수 모두 마찬가지다. 물론 손흥민이나 기성용(29·스완지 시티)처럼 100% 발탁이 확정된 선수들은 별개로 치더라도 남은 선수들에겐 매일이 시험대다. 두 차례 국내 평가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생존게임'의 승리자가 될 수도 있고, 패배자가 될 수도 있다. '생존게임' 결과는 6월 3일 밝혀질 예정이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tbc.co.kr 2018.05.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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