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러시아 가는 길목, 26인이 펼칠 '생존게임'
살아남는 자만이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다.소집 이후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 '월드컵 모드'에 들어간 신태용호의 과제다. 신태용(49)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1일 서울광장에서 선수들을 소집, 대대적인 출정식과 함께 '로드 투 러시아' 장도에 올랐다. 소집 후 파주 축구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 짐을 풀고 훈련에 나선 선수들은 모두 26명. 당초 신 감독이 불렀던 28명의 소집 명단에서 부상으로 제외된 권창훈(24·디종)과 이근호(33·강원 FC)의 이름이 빠진 숫자다. 26명의 선수 중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인원은 23명 뿐이다. 3명의 선수들은 꿈의 무대인 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돌아서야 한다. 부상 선수들이 속출한 탓에 어쩔 수 없이 추가 인원을 더 발탁해야했던 신 감독 역시 마음이 편치 못하다. 그러나 모든 선수들이 월드컵에 갈 수는 없는 만큼, 신 감독은 소집기간 동안 마지막으로 선수들을 점검하고 두 차례 국내 평가전을 거쳐 3명의 탈락자를 정해야 한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포지션은 아무래도 수비수다. 현재 소집된 26명의 선수 중 12명이 수비수로 분류되어 있다. 명단 발표 전 김진수(26) 김민재(22·이상 전북 현대) 등 대표팀수비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수비수들이 줄줄이 부상을 당하면서 벌어진 결과다. 가뜩이나 수비 조직력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던 신 감독은 부상에서 회복 중인 김진수를 발탁하고 A매치 경험이 없는 오반석(30·제주 유나이티드)을 깜짝 발탁하는 등 고민 끝에 수비수 명단을 정했다. 그러나 가장 많은 인원을 발탁한 만큼, 탈락자 역시 수비진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건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김민재의 부상으로 '플랜A'였던 4-4-2 포메이션에 차질이 생기면서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선수들이 대거 승선한 것도 탈락자를 유추하는데 '힌트'가 될 수 있다. 이들 12명 중에선 부상 회복 속도가 더딘 김진수의 탈락이 유력해보인다. 김진수는 지난 3월 유럽에서 열린 북아일랜드와 평가전에서 왼쪽 무릎 내측 인대 파열 진단을 받았다. 곧바로 국내로 복귀해 재활에 매달렸으나 회복 속도는 기대만큼 빠르지 않았고, 경기를 뛰지 못한 채 대표팀에 합류했다. 문제는 당장 오늘(28일) 대구에서 열리는 온두라스전과 6월 1일 전주에서 펼쳐질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 등 두 차례 국내 평가전에서도 뛰기 어렵다는 점이다. 신 감독은 "김진수는 국내에서 열리는 두 경기에 다 뛰지 못한다"며 "냉정하게 말하자면 어느 선까지 우리 기준치를 넘어서야 한다. 소집 기간 동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23인 명단에 들지 못할 것"이라고 김진수의 탈락을 암시하기도 했다. '깜짝 발탁'된 오반석의 생존 여부도 궁금증을 낳는다. 프로축구 무대에선 안정적인 수비 실력으로 인정받았지만, 월드컵이라는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 대표팀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이 아무래도 약점으로 꼽힌다. 물론 오반석 본인은 "상대 선수 개인 방어나 제공권 능력에서 자신 있다. 특히 스웨덴전 분석을 많이 했는데, 주로 '롱볼 플레이'를 펼치는 스웨덴을 상대로 내가 갖춘 모든 능력을 쏟아부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189cm의 큰 키와 상대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앞세워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각오다. 오반석은 "일단 국내에서 열리는 두 차례 평가전에서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보여드릴 것"이라며 "다른 선수들과 실력 차는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유형의 선수가 필요한지에 따라 러시아에 갈 수 있는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미드필더진에선 마찬가지로 '깜짝 발탁'된 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 문선민(26·인천 유나이티드)이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소속팀에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경기력을 확인하기 힘들었던 이청용(30·크리스털 팰리스) 역시 마찬가지다. 잔인한 말이지만 염기훈(35·수원 삼성)과 권창훈의 부상 낙마가 이들에겐 절호의 기회가 됐다. 신 감독 역시 "현재 공격수 명단에 선수가 3명 밖에 없지만 문선민과 이승우, 그리고 구자철(29·아우크스부르크) 등이 투톱으로도 나설 수 있다"고 언급해 이들의 생존 확률이 높아졌음을 내비쳤다. 보다 공격적인 위치에서 손흥민(26·토트넘)의 파트너가 되어줄 수도 있고, 측면에서 공격을 뒷받침할 수도 있는 자원들인 만큼 부족한 공격 옵션을 채우기 위해선 나쁘지 않은 선택이란 평가다. 확률이 올라갔을 뿐이지 100% 발탁을 장담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신태용 감독은 "둘이 사고를 쳤으면 좋겠지만,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에서 긴장을 할 수도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23명 안에 100% 들어간다는 확신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26명의 선수 모두 마찬가지다. 물론 손흥민이나 기성용(29·스완지 시티)처럼 100% 발탁이 확정된 선수들은 별개로 치더라도 남은 선수들에겐 매일이 시험대다. 두 차례 국내 평가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생존게임'의 승리자가 될 수도 있고, 패배자가 될 수도 있다. '생존게임' 결과는 6월 3일 밝혀질 예정이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tbc.co.kr
2018.05.28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