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1년 차 조별리그 탈락, 2년 차 16강 탈락, 3년 차 김도훈은 다르다
1년 차 김도훈 울산 감독은 흔들렸다.2017년 울산 현대 감독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처음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를 지휘했다. ACL '초짜' 김 감독은 시작부터 불안했다. ACL 플레이오프에서 '약체' 키치(홍콩)를 만나 1-1 무승부를 거둔 뒤 승부차기에서 가까스로 4-3으로 승리했다. 손쉽게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은 깨졌다. ACL 본선으로 향한 울산. E조에 가시마 앤틀러스(일본) 무앙통 유나이티드(태국) 브리즈번 로어(호주)와 속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울산은 2승1무3패·승점 7점에 머물렀고, E조 3위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한 수 아래인 무앙통 원정에서 0-1로 패배했고, 홈에서 가시마에 0-4 참패를 당하기도 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었다. ACL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한계를 넘지 못했다.2년 차 김 감독은 한 단계 전진했다.ACL 본선에 직행한 울산은 F조에 배정됐고, 상하이 상강(중국) 멜버른 빅토리(호주)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 조별리그를 치렀다. 울산은 2승3무1패·승점 9점을 기록하며 상하이에 이은 F조 2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ACL에서 처음으로 조별리그 통과를 경험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울산은 16강에서 수원 삼성에 무너졌다. 홈 1차전에서 1-0으로 승리하며 승기를 잡았지만 원정 2차전에서 0-3 완패를 당했다. 1차전 승리가 다음 단계 진출을 보장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토너먼트에서 뼈아픈 실패를 맛봐야 했다.3년 차 김 감독은 비상하고 있다. ACL 플레이오프부터 남다른 경쟁력을 과시했다. 울산은 페락(말레이시아)을 상대로 5골 폭죽을 터뜨리며 5-1 대승으로 올 시즌 ACL 시작을 알렸다. ACL 본선에 합류한 울산은 '죽음의 조'에 배정됐다. H조에는 상하이·가와사키 그리고 시드니 FC(호주)가 포함됐다. 3팀 모두 각 나라 리그 우승팀이다. 조별리그 통과도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어려운 조였다.이런 예상을 김 감독은 가뿐히 뒤집었다. 울산은 3승2무1패·승점 11점으로 H조 1위로 16강에 올라섰다. 그것도 1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조기 1위를 확정 지었다. 울산이 당한 1패도 1위를 확정 지은 뒤 당한 패배다. 놀라운 성과였다.지난 시즌과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2018년에는 상하이를 한 번도 이기지 못했고, 상하이의 막강 화력에 무너졌지만 올 시즌에는 홈에서 상하이를 보란 듯이 잡았다. 또 용병술도 빛이 났다. 무명의 '장신 수비수' 김수안을 공격수로 기용하며 승리를 챙겼고, 주민규·황일수 등 카드를 내놓을 때마다 골과 승리로 연결됐다. 수비적인 울산은 사라졌고, '김도훈표 공격축구'가 울산에 녹아들었다는 평가다. 3년 차 김 감독의 진가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울산도 아시아를 호령했던 '아시아 깡패'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김 감독은 두 번째로 ACL 16강에 올라섰다. 상대는 일본 J리그 '명가' 우라와 레드다. 지난 19일 열린 우라와 원정에서 2-1 승리를 챙겼다. 8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지난 시즌과 같다. 16강 1차전 승리가 8강행을 보장하지 않는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실패의 경험을 잊지 않고 있다. 더욱 철저하게 2차전을 준비하고 있다. 2차전 승리로 김 감독 커리어 최초의 ACL 8강행을 노린다. 울산은 26일 홈구장인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우라와와 ACL 16강 2차전을 치른다. 무승부만 거둬도 8강에 진출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도 그랬다. 이번에는 다르다. 울산은 K리그1(1부리그) 17라운드까지 연기하며 ACL에 초점을 맞췄다. 김 감독은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인 공격으로 승리를 쟁취하겠다고 밝혔다.김 감독은 "우라와가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다. 수비에 치중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잘하는 공격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며 "좋은 경기력과 결과까지 얻을 것이다. 정신적으로도 준비를 많이 했다. 반드시 이기겠다.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2019.06.26 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