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구단 외국인 타자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누가 더 잘했는지 비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최근 성적이 무시무시하다. 팀 성적 상승세 혹은 반등의 핵심 플레이어로 거듭나고 있다.
시즌 첫 달까지만 해도 외국인 타자 대부분이 체면을 구겼다. 투고타저 환경 속에 외국인 에이스들이 연일 호투로 팀 마운드를 지탱했다. 반면 타자 쪽 활약은 미미했다. 예년에 비해 몸값이 높고 경력도 좋은 타자들이 훨씬 많아졌지만, 존재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감독이 쓸 수도 없고 안 쓸 수도 없어 고민하는 '계륵' 같은 존재였다. 일찌감치 퇴출설이 흘러나왔고, 실제 퇴출된 선수도 있었다.
그러나 5월 중순을 넘어가면서 이들 대부분이 약속이라도 한 듯 달라졌다. 일제히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19일부터 28일까지 최근 열흘간 성적을 살펴보면 더 그렇다. 외국인 타자 7인이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열린 8~9경기에서 홈런 3개 이상을 때려 낸 선수가 무려 6명이다.
특히 막강 타선에서 혼자 부진해 퇴출까지 거론됐던 KIA 로저 버나디나의 변신은 극적이다. 최근 10경기 버나디나의 타율은 4할에 육박한다. 지난 27일 광주 롯데전에선 무려 4안타를 몰아치며 5타점으로 맹활약했다. 타격감이 올라온 후에도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특타를 자청할 만큼 스스로의 의지도 강하다.
역시 퇴출 후보였던 롯데 앤디 번즈와 삼성 다린 러프도 어느덧 타선에서 든든한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번즈 역시 열흘간 9경기 타율 3할을 웃돌고, 두 자릿수 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러프도 3할대 후반 타율에 홈런 3개를 쳤다. 특히 출루율이 4할대 중반, 장타율이 7할대 후반에 달한다.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활약했던 NC 재비어 스크럭스도 이달 초 잠시 찾아왔던 슬럼프를 딛고 다시 힘을 내고 있다. 열흘간 3할대 중반 타율에 홈런 3개, 12타점을 기록했다. 득점권에서 약하다는 평가도 뒤집었다. SK에 대체 외국인 타자로 들어온 제이미 로맥도 '홈런 군단'인 팀 컬러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활약을 하고 있다. 타율은 3할에 못 미치지만, 최근 9경기에서 홈런이 벌써 5개째다. 28일 인천 LG전에서는 상대 선발 차우찬을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는 화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활약을 인정받았던 '구관'들도 페이스를 더 올리고 있다. 두산 닉 에반스의 열흘간 성적은 타율 0.485에 4홈런·9타점이다. 출루율이 5할대고, 장타율이 9할을 넘는다. 한화 윌린 로사리오는 아예 9경기 타율이 4할대 중반이고, 출루율도 5할을 넘겼다. 2할대 중반 타율에 머물던 시즌 초반과는 확 달라진 모습이다.
이렇게 빛이 강하니, 그림자는 더 짙어 보인다. LG 루이스 히메네스에게는 아직 '때'가 오지 않았다. 열흘간 2할대 후반 타율에 홈런 1개, 1타점으로 주춤했다. 타선이 전체적으로 침체되면서 히메네스의 타격감도 함께 가라앉았다.
아예 외국인 타자 덕을 전혀 보지 못하는 구단들은 더 속상하다. 넥센은 외국인 타자 대니 돈이 2군 신세를 지다 27일에야 1군에 복귀했다. 뚜렷한 장점이 없다. kt는 지난 20일 조니 모넬을 내보낸 뒤 대체 용병을 물색하고 있다. 김진욱 kt 감독은 28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새 외국인 타자와 곧 계약을 앞두고 있다"며 "위압감 있는 선수가 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