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수 제도는 1998년 처음 도입됐다. 올해가 19년째다. 두산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은 이 19년 역사에서 가장 막강하고 인상적인 외국인 듀오로 남을 듯하다.
둘은 정규시즌 40승을 합작했다. 니퍼트가 22승으로 다승왕에 올랐고, 보우덴이 18승과 함께 탈삼진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이전까지 역대 한 팀 외국인 투수 최다승 기록은 총 34승. 2007년 다니엘 리오스(22승)와 맷 랜들(12승) 듀오(당시 두산)가 만들어낸 승수였다. 니퍼트와 보우덴은 이 숫자를 무려 6개나 늘렸다.
둘의 활약은 가을 무대에서 더 빛났다. 한국시리즈를 명품 피칭으로 수놓았다. 니퍼트와 보우덴은 각각 1차전과 3차전 선발 중책을 맡았다. 잠실구장에서 열린 1차전에선 니퍼트가 8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경기가 연장 11회에 1-0 끝내기 승리로 마무리됐지만, 데일리 MVP는 니퍼트였다. 경기를 압도한 니퍼트의 위력을 인정한 것이다. 보우덴은 팀이 2승을 안고 온 마산구장에서 원정 한국시리즈의 첫 경기를 책임졌다. 7⅔이닝 동안 공 136개를 뿌리는 투혼을 발휘하면서 무실점으로 막았다. 역시 데일리 MVP였다.
두산은 지난해 외국인 선수 덕을 보지 못해 정규시즌을 3위로 마쳤다. 올해는 지난해 챙기지 못한 복까지 한꺼번에 받았다. 지금 두 외국인 투수의 얼굴만 봐도 흐뭇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시너지 효과가 엄청났다. 2011년부터 줄곧 두산의 에이스였던 니퍼트는 보우덴의 입단 이후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 동료 투수 유희관은 "니퍼트는 6년째 한국에서 최고의 외국인 투수였다. 보우덴이 들어와 좋은 성적을 내면서 긍정적인 라이벌 의식을 느꼈고, 그러면서 둘 다 발전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반대로 보우덴 입장에선 처음 입단한 한국 구단에 니퍼트라는 존재가 있었던 게 최고의 행운이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처음 한국에 와서 어떤 외국인 동료를 만나느냐도 무척 중요하고, 외국인 선수들 사이의 궁합도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니퍼트가 보우덴에게는 좋은 롤 모델이 됐다"고 증언했다.
둘 역시 서로를 인정하고, 고마워한다. 니퍼트에게 보우덴, 그리고 보우덴에게 니퍼트가 어떤 존재인지 묻자 멋쩍어했다. 그러나 이내 진지한 답변을 했다. 보우덴은 "니퍼트는 내게 정말 훌륭한 멘토다. 훌륭한 선배이고, 한국에서 잘 버틸 수 있게 도와준 최고의 친구"라며 "마운드에서의 모습도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고 했다. 니퍼트는 "내가 딱히 해준 게 없는 게 그렇게 생각해줘서 도리어 내가 고맙다"고 화답하면서 "보우덴과 닉 에반스처럼 실력도, 성격도 좋은 외국인 선수들이 들어와서 나 역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둘은 올 시즌 힘을 합쳐 최고의 성적을 만들어냈다는 자부심을 공유한다. 둘은 "과거의 결과에는 연연하지 않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우리가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어서 다행이고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두산 외국인 선수의 통역을 담당하는 김용환 사원의 증언도 다르지 않다. 김 씨는 3년 전부터 니퍼트의 통역을 맡았다. 그는 "니퍼트가 나보다 두산 입사가 빨랐다. 그냥 내가 도와야 할 외국인 투수가 아니라 회사 선배처럼 느껴진다"고 웃으며 "언제나 좋은 형처럼 챙겨주고 배려해준다. 내가 배울 점이 많은 선수"라고 칭찬했다. 올해 처음 만난 보우덴에 대해서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정말 예의가 바르고, 정말 성실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호주 스프링캠프에 도착한지 2~3일 만에 한국 음식과 문화에 완벽하게 적응했다"며 "평소에는 순하다가 마운드에 올라가면 눈빛이 달라지고 승부욕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감동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최고의 외국인 투수들과 함께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두산이다. 김 씨는 "사실 통역은 외국인 선수의 성적이 좋든, 나쁘든 따로 얻거나 잃는 게 없다. 그래도 닉 에반스까지 포함해 올해 함께 한 용병 세 명이 모두 맹활약해서 정말 뿌듯했다"며 "올해처럼 보람 있는 해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니퍼트와 보우덴은 2016년 두산이 찾아낸 최고의 인연이자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