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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토크②] 천정명 “치열한 작품 선점, 직접 발로 뛰어야죠”
'솔직함'이 사람으로 태어나면 배우 천정명(36)이 아닐까. 너무 솔직해 '독'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태생적으로 솔직한 유전자를 바꿀 수는 없나보다. 때문에 그의 행보는 그야말로 '단짠단짠'. 오해도 많이 받고 근거없는 소문에 휩싸인 것도 여러 번이다. "'왜 나한테만 이러지' 싶을 때도 있고, '너무 가혹하다' 싶을 때도 있지만 받아 들여야죠." 호감과 비호감의 경계를 묘하게 넘나든다. 1997년 CF모델로 데뷔한 천정명은 드라마 '패션 70s(05)', '여우야 뭐하니(06)' '굿바이 솔로(06)' 등 여러 편의 대표작을 만들어 내며 승승장구했다. 어눌한 말투에 생글생글 짓는 눈웃음이 트레이드 마크였지만 군복무 중에는 '악마 조교'로 명성을 떨치는 의외성을 자랑하기도 했다. 드라마·영화 등 선보이는 작품 성적이 썩 좋지는 않지만 그 때마다 예능을 통해 '포텐'을 터뜨렸다. 과거에는 MBC '진짜사나이'가 있었고 최근 JTBC '아는 형님'으로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한 주인공이 됐다. "저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거든요. 그 어색함을 좋게 봐주신 것 아닐까요." 순수한 구석도 있는 남자다. 대창을 좋아한다며 손수 신나게 굽던 천정명은 술이 한 잔, 두 잔 들어갈 수록 더 이상 솔직해 질 수 없을 정도로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특정 누군가에게 상처 받았던 일화를 조근조근 털어 놓는가 하면 연애사와 함께 결혼에 대한 마음도 슬쩍 내비쳤다. 사회적으로 시끌시끌한 시기 저격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결국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 해요"라며 기승전'연기' 고민으로 끝내는 이야기. 패밀리십 강한 영화계는 "틈이 없어요. 어떻게 비집고 들어가야 하죠?"라는 고민을 하게 만들지만 발품 팔아 좋은 작품을 찾아낼 것이라는 다짐도 하게 만든다. "돈 많이 벌면 빌딩 사고 싶어요. 건물은 없지만 봐둔 지역은 있죠. 하하." 좋은 작품이 천정명의 연기적 고민과 숙제, 그리고 꿈까지 이뤄줄지 2017년 행보가 기대를 모은다.①편에 이어서 - 요즘 30대 남배우들을 인터뷰 하면 인기를 떠나 대부분 '쓰임새'에 대한 고민을 공통적으로 토로해요. 어떤가요."저희는 선택을 받아야 하잖아요. 저는 특히 더 유명한 선배님들처럼 좋은 시나리오,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좋은데 아니니까 걱정이 많죠. 올해 들어 더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진짜 좋은 작품 하고 싶은데." - 좋은 작품은 소문이 빨리 퍼지 잖아요. 출연하고 싶어 직접 찾아가거나 문의를 한 적도 있나요."아직은 없어요. 저도 요즘들어 배우 분들이 직접 움직인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방식을 바꿔 보려고 해요. 얼굴을 직접 보여 드리는 느낌은 또 다를테니까요. 영화는 특히 더 그런 것 같아요." - 패밀리십이 강하죠."이름을 안 들어도 알만한 엄청 유명한 어떤 배우 분은 어느 자리에 가도 계신대요. 회식이나 제작자·감독님·영화계 인사들이 모이는 자리라면 어디든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영화계는 무조건 친한 사람 위주로 작품이 들어가니까 그럴 수 밖에 없을 것 같긴 해요. 저도 움직여야죠." - 작품은 결국 먼저 선점하는 사람이 임자니까요."어떤 감독님들은 배우만 만나려고 하세요. 매니저들은 아예 안 만나 주는거죠. 회사와 매니저가 있는 배우 입장에서는 함께 상의를 하면서 작품을 고르고 매니저를 통해 이야기를 듣는데 그 쪽에서 차단을 하면 답답한거죠. 배우도 자기가 꽂히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본인 사단 하고만 연락하고 일하려 한대요. '어떻게 하면 저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지? 싶은거죠." - 경쟁자가 많아요. 그 만큼 치열하구요."일을 계속 꾸준히 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뭐라도 해야 팬들, 대중 분들, 관계자 분들이 저를 기억하죠. 캐스팅을 할 때도 '맞다, 천정명이 있었지?'라고 떠올리지 않을까요." - 말 한마디, 행동 하나까지 평가받는 직업이죠. 그런 부분에서는 적응이 됐나요."아뇨. 아직도 적응 중이에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드라마·영화를 제대로 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함부로 말할 때 여전히 상처 받아요." - 여러 번 반복되면 '왜 나한테만 이러지?' 싶을 것 같아요."배우 활동을 하면서 아주 크게 논란이 됐던 적은 없지만 자잘한 오해를 많이 받았죠. '내가 더 열심히 해야지'가 결론이에요. 논란에 휩싸여도 연기로 다 커버하는 분들도 많잖아요. 그럼 다시 싹 조용해지고." - 댓글을 자주 보는 편인가요."일부러 찾아 보지는 않지만 보일 때가 있어요. 영화 개봉 전에도 인터뷰를 했는데 할 때는 분위기가 정말 좋았거든요. 바로 포털사이트 메인에 떴는데 댓글이 다 이상한거예요. 제가 남한테 피해를 주는 성격이 아니에요. 주고 싶지도 않구요. '내가 무슨 말 실수를 했나?' 싶어 기사를 다시 보고 다시 보고 또 다시 봤어요. 아무리 봐도 실수한건 없더라구요." - 솔직함이 독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저는 그냥 제 연애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 한 것 뿐이거든요. 이런 이야기를 친한 형에게 했더니 '아마추어냐? 신경 쓰지마. 그런건 아마추어들이나 따지는 거야'라면서 혼냈어요.(웃음) 같은 질문을 받아도 색다른 답을 드리고 싶어 노력했는데 도움이 되지는 않았나봐요." - 나도 모르는 내 소문이나 근거없는 풍문이 내 귀에 다시 들려 올 때도 있죠."최근에도 있었어요. 친한 형들이 '너 소문이 그렇더라~ 너 지금 소문이 이래. 조심해'라고 하길래 '어떤 소문이요?'라고 되물어 봤죠. 들어보면 내용도 되게 황당해요. 근데 누구나 그렇겠지만 측근이 가장 무서운 것 같아요." - 어떤 의미인가요."과거 저와 함께 일했던 매니저가 지금까지 앙금을 갖고 있다는걸 알았어요. 최근 어떤 영화 캐스팅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 매니저가 차린 회사의 배우가 주인공으로 확정된 상황이었죠. 매니저는 당연히 회사 대표가 됐구요. 근데 제 캐스팅을 엄청 반대했대요. 저를 선택하면 자기 배우를 빼겠다고. 속사정을 들었을 때 엄청 황당했어요." - 그래서 포기했나요."'됐어, 하지마. 나 그 작품 안 할래!'라고 했죠. 주인공 소속사 대표인데 발언권이 얼마나 강하겠어요. 제가 빠지는 수 밖에 없죠. 부당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그렇더라구요. '다들 자기만 생각하는구나. 자기 잘못은 생각도 안 하는구나' 싶었죠. '빨리 커야지. 더 잘 돼야지'라고 다시 한 번 다짐하는 계기가 됐어요." - 혹자는 '연예인은 돈 줘도 못할 일'이라고 말해요."아마 저도 이 직업을 택하지 않았다면 판사·검사·변호사가 됐을 것 같아요. 공직자요. 큰 누나가 점을 봤는데 점쟁이가 저에 대해 '애가 너무 정직해서 아쉬운 소리도 잘 못하고 비즈니스도 못 한다. 공직자나 공무원이 됐으면 더 성공했을 것이다'고 했대요.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잘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정직한 사람이 성공하고 승리하잖아요. 전 후자요.(웃음) 뚝심있게 일했을 것 같기는 해요." - 반대로 '잠 못자고 힘들어도 돈 많이 벌잖아'라는 말을 듣는 직업이기도 하죠."누구든 남의 돈은 쉽게 벌 수 없어요. 연예인도 마찬가지예요. 물론 극소수는 그럴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니죠. 매니저만 봐도 처음에는 동경을 갖고 이 일을 시작해요. 근데 하루, 일주일, 한 달 만에 그만두는 사람이 더 많아요. 착각을 한거죠. 밖에서 보기엔 화려하고 왠지 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고. 현실을 직시하는 순간 바로 나가요." - 버텨냈네요."그러게요.(웃음) 좀 놀라웠던건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계셨다는 거예요. 얼마 전 집에서 자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너 돈 너무 쉽게 버는 것 같다. 쉽게 버니까 쉽게 쓰는 것 같다'고 말씀 하시는걸 들었어요. 아버지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다 싶으면서도 실망감이 들었죠." -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나봐요."왔다갔다 해요. 그 날은 좀 오랜만에 갔는데 그 말이 딱 들려서 '뭐지?' 싶었어요. 쉽게 벌지도 못하고 그렇게 쉽게 쓰지도 않거든요. 제가 진짜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고심하고 또 고심해요. 작품을 하거나 일이 있을 때 입금이 되면 좀 쓰긴 하지만 일을 안 하고 있을 때 흥청망청 쓰면 파산의 지름길이죠. 돈이 없는데 뭘 어떻게 써요." - 잘나가는 배우들은 빌딩 하나씩 갖고 있는게 기본이라고 하잖아요. 돈이 엄청 모아진다면 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저도 빌딩이요. 빌딩 살 거예요. 첫 번째 목표죠.(웃음) 봐 둔 빌딩은 아직 없지만 '어디 사야겠다, 사고싶다'는 지역은 있어요. '이동 거리도 좋고, 놀기에도 편하고, 이 쪽에 사무실 하나 딱 있으면 좋겠다' 상상이죠."③편에서 계속됩니다.조연경 기자사진=김진경 기자 [취중토크①] 천정명, “작품 망하면 배우 탓, 가혹해요”[취중토크②] 천정명, “前매니저, 10년전 앙금에 캐스팅 방해” [취중토크③] 천정명, “만나는 여자마다 집착…결혼 마음 안생겨요”
2017.02.24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