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대 나 역시 수다 좋아하고, 연예인 뒷말 좋아하는 평범한 대중이다. 연예인 X파일 신판이 나왔다기에 호기심에 찾아봤다. 누가 누구와 사귀고 누구와 깨졌고, 누구는 성격이 어떻다는 다양한 사례들이 평소의 짐작대로 나왔다. 갑자기 몇 년 전 만화가의 매니저로 연예 기획사에 근무했을 때 같은 소속이던 연예인 L이 생각났다.
그 때만해도 실력에 비해 별로 빛을 못 보던 그녀는 뮤직비디오와 드라마에 간간히 출연했다 조연으로 나왔던 영화가 해외에서 상을 타고 대박을 내면서 주가가 단번에 급상승했다.
그 직후 소속사를 바꾸고 애인도 바꾸었었다. 붙임성 있어 뵈지만 불같은 성미였고 조울증도 보였다. 회사 직원들을 마주할 때조차 가면을 쓰고 있었다. 지금이야 별 활동 없이 지내지만 당시 내 동료였던 매니저는 은근히 애를 먹었다. 물론 당시에 CF모델로 혜성처럼 데뷔해 억대의 모델료를 받았다가 거품처럼 사라진 신인 연기자 돌보던 매니저도 사정이 비슷했다. 인기를 등에 업고 또래 남자들과 어울리는 통에 단속에 애를 먹기도 했었다.
사실 X파일의 세부 내용도 누구는 룸살롱과 나이트 단골이고 누구는 또 다른 누구와 사귀다 깨져 전 애인을 들먹였고, 누구는 새로 사귄 누구와 뜨겁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드라마에 함께 출연한 남녀 배우가 함께 호텔서 나오는 것을 봤다, 커플 사이에 누가 껴들어 깨졌다 등 주로 화려하고 굴곡 심한 연애사에 관한 것들 말이다.
몇 년 전 한 드라마에 커플로 나왔던 남녀 배우는 여배우가 남배우 집에 자주 드나들어 소문이 커졌는데 갈 때마다 여자가 체리를 두 박스씩 들고 가 그 쓰임새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는 이야기, 겉모습과 다르게 변태적 취향이 있어 남자와 호텔서 나온 다음날이면 등에 채찍으로 맞은 상처가 있어 화보촬영에 애먹었다는 여배우 이야기, 상냥하고 투명한 외모와 달리 건방지고 못돼먹은 성격의 아이돌 멤버나 자기가 모델이라는 이유로 협찬을 과하게 요구하며 떼를 썼다는 이야기는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만도 하다.
진위를 떠나 이것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네 삶과 별 다를 바가 없다. 사람들은 다 연애하고 섹스하고 깨지고 바람도 피운다. 엇갈리기도 하고 양다리도 걸치고, 연인과 색다른 분위기를 위해 기구도 사용하고 모험도 해본다. 곁에서 지켜봤던 L양도 그렇고 누구누구도 그렇고 이들 연예인의 행보엔 공통점이 있는데, 무리한 스케줄, 과도한 대중의 간섭, 일에 대한 스트레스, 그리고 거기에 깔린 심한 외로움이 있다는 점이다.
본래 그랬건 일하면서 생겼건 조울증도 많다. 대중은 화려한 그들을 씹어대며 그들에 대한 동경을 뒷담화로 대신 채운다. 그러나 연예인이라고 해서 성자처럼 살아야 될 의무는 없다. 엄정한 윤리를 들이댈 이유도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을 떠나 뜨겁게 보내다 방광염에 걸렸다는 이야기가 뭐 큰 비밀이라고 증권가 찌라시나 X파일로 봉인되어 비밀에 부쳐야 하는가.
그녀와 그가 체리 두 상자로 뭘 했는지 궁금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알고 싶은 건 훨씬 더럽고 추악할 법한 정치인들의 스캔들과 뒷이야기들이다.
이영미는?
만화 '아색기가' 스토리 작가이자 '란제리스타일북' 저자, 성교육 강사, 성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