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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를 건 결투 문화' 프랑스가 UFC를 망설였던 이유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필자는 파리를 여행 중이다. 2024 파리 올림픽을 미리 느껴보기 위해서다. 사실 일부 기념품 가게를 제외하고 파리에서 올림픽 분위기를 경험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프랑스인들의 삶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볼 기회가 많았다.인상적인 경험은 앵발리드에서 찾아왔다. 앵발리드는 프랑스 군사시설의 집합체다. 나폴레옹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이곳에는 군사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전쟁 역사를 담은 이곳에서 눈길을 끈 것은 '결투'의 역사를 소개한 전시관이었다.결투는 불어로 'Duel(듀얼)'이라고 한다. 투쟁으로도 번역된다. 결투는 싸움과는 명확하게 구별된다. 정확한 규칙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는 일종의 계약이었다. 결투가 성립하기 위해선 반드시 '합의'가 있어야 하고, '증인'이 필요했다. 굳이 비유하면 오늘날 스포츠와 많이 닮았다.유럽 중세 시대에는 결투가 사법적인 제도로서 활발하게 이뤄졌다. 재판에서 양측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울 때 결투로 승자를 가리곤 했다. 주로 사용된 것은 검과 방패였지만, 때로 창이나 채찍으로 대결을 벌였다고 한다. 심지어 스타킹에 모래를 채운 참신한 무기도 쓰였다. 하지만 가톨릭교회가 결투를 야만적인 풍습으로 규정, '사법 결투' 또는 '결투 재판'도 사라졌다 대신 결투는 개인의 명예를 건 대결로 색채가 바뀌었다. 프랑스 역사에서 '명예 결투'가 등장한 것은 11세기 말이라고 한다. 이후 1500~1600년대에 가장 활발했다. 기록에 따르면, 1588년부터 1608년까지 20년 동안 1만 명 이상이 명예 결투로 사망했다.18세기부터 결투에 총이 사용됐다. 영화 '존윅4'에 나오는 마지막 결투 장면이 많이 닮았다. 당시 프랑스 사람들이 검 대신 총을 선호한 이유는 공정성 때문이었다. 검을 사용한 결투는 얼마나 오래 수련했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밖에 없었다. 반면 총은 실력 차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공정성이 올라간다고 생각했다. 오늘날 프랑스에서 결투는 법적으로 금지됐다. 공식적으로 마지막 '합법적 결투'는 1967년에 열렸다. 당시 마르세유 시장이었던 가르통 드페르와 프랑스 의회 의원 르네 리비에르 간에 일어났다. 둘은 의회에서 말싸움을 벌이다 드페르 시장이 리비에르 의원에게 "입 닥쳐, 이 바보 같은 놈아"라고 막말을 했다.리비에르가 사과를 요구하자 드페르는 이를 거절한 뒤 그 자리에서 결투를 신청했다. 결투 방법은 펜싱 검으로 정했다. 물론 검 끝에 안전장치는 달리지 않았다. 당시 그 결투는 프랑스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여러 TV 채널에서 방송했을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결과는 드페르의 승리. 그의 검은 리비에르의 몸통을 두 차례 찔렀다.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당시 입회자들은 결투를 중단시키고 드페르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를 비난하는 일이 없었다. 결투 문화는 프로스포츠의 탄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세기 이후 맨주먹 싸움이 늘어났다. 이는 오늘날 복싱의 시초가 됐다. 미국이나 중남미, 아시아 등에서 복싱은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한 수단이었다. 반면 유럽에서 복싱은 귀족들의 취미 생활이었다. 아주 불운한 경우를 제외하면 사람이 죽을 확률이 낮다 보니, 복싱이 점차 성행했다.맨주먹 결투에도 분명 룰이 있었다. 대결 방식은 합의에 따라 다양했지만, 공통된 금기 사항은 있었다. 상대가 쓰러지면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땅바닥에서 싸우는 것도 명예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군사박물관도 오늘날 결투의 뿌리를 잇는 스포츠로 복싱을 소개하고 있다.그런 면에서 왜 프랑스가 최근까지 미국 종합격투기 UFC의 개최를 허용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된다. 프랑스는 2006년 종합격투기 방송을 금지했다. 2016년에는 철창에서 열리는 종합격투기 경기를 전면 규제했다. 팔꿈치로 가격하거나 쓰러진 선수를 주먹이나 발차기로 가격하는 행위도 못하게 했다. 인권을 중시해야 할 문명사회 가치를 훼손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프랑스도 결국 2020년 그런 규제를 대부분 풀었다, 2022년에는 프랑스에서 사상 첫 UFC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하지만 명예를 건 결투 문화를 지켜왔던 프랑스가 UFC와 종합격투기를 받아들이는 데 얼마나 많은 고민이 필요했을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2024.05.31 08:30
스포츠일반

[이석무 파이트클럽] 올림픽 역사나 다름없는 복싱, 왜 퇴출 위기에 몰렸나

고대올림픽부터 열렸던 복싱이 과연 올림픽에서 사라질까. 수천 년을 이어온 복싱의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7일 열린 집행위원회를 통해 전 세계 아마추어 복싱을 관장해 온 국제복싱협회(IBA)에 사실상 퇴출 통보를 내렸다. IOC 집행위원회는 IBA의 승인을 철회할 것을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최종 결정은 오는 22일 열리는 임시 IOC 총회에서 내려진다. 집행위원회 결정이 뒤집힐 일은 거의 없다.그동안 IOC는 IBA를 향해 심판 문제, 재정, 지배구조, 윤리 문제 등 전면적인 개혁을 요구했다. 하지만 IBA는 IOC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오히려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IOC는 더 이상 IBA를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복싱은 오래전부터 올림픽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 대회 마다 심판 판정 및 금지약물 등 불미스러운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한국의 박시헌이 미국의 로이 존스를 이기고 금메달을 딴 것도 판정 논란의 대표적인 사건이었다.복싱 이미지에 치명타를 날린 대회는 2016년 리우 올림픽이었다. 대회 기간 내내 판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IOC는 변호사 리처드 맥라렌이 이끈 독립조사기구를 통해 리우 올림픽 복싱 판정 조사하도록 의뢰했다. 조사기구는 당시 채점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이 대회에서만 11경기나 조직적으로 승부가 조작된 사실을 밝혀냈다.조사기구는 당시 IBA를 이끌었던 대만의 우칭궈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들이 일부 국가에서 뇌물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그들은 그 보상으로 해당 국가 선수들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리도록 지시했다. IOC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IBA에 강력한 개혁을 요구했다. IBA도 IOC가 요구한 개혁 기준을 맞추기 위해 여러 변화를 시도했다. 원래 AIBA였던 연맹 이름을 IBA로 바꾼 것도 이 시기였다. 하지만 IOC와 IBA의 거리는 점점 멀어질 뿐이었다.IBA가 다시 도마위에 오른 사건은 2018년 1월 일어났다. 당시 IBA는 리우 올림픽 판정 논란과 기구 재정난을 초래한 우칭궈 회장을 퇴진시켰다. 대신 최장수 부회장이었던 가푸르 라히모프(우즈베키스탄)를 임시 회장으로 선임했다. 그는 마약 거래 조직과 연루된 주요 범죄자였다. IBA의 도덕성은 또 한 번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결국 IOC는 2019년 총회에서 IBA의 올림픽 주관 국제연맹(IF) 자격을 정지시켰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복싱은 IBA가 주관하지 않고 대신 자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운영했다.IOC와 IBA가 완전히 돌아서게 된 것은 2020년 우마르 크렘레프(러시아)가 새 회장에 취임하면서다. 크렘레프 회장은 첫 번째 2년 임기를 마치고 2022년 5월 재선에 성공했다.이 선거도 문제가 많았다. 네덜란드의 보리스 판데르 보르스트가 경쟁 후보로 나섰지만 IBA는 그의 출마 자격을 문제삼아 후보 등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판데르 보르스트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했다. 하지만 IBA는 선거를 연기하지 않고 그대로 강행했다. 단독후보였던 크렘레프 회장은 투표 절차 없이 박수로 당선됐다.재선에 성공한 크렘레프 회장은 폭주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대회 출전이 금지됐던 러시아 및 벨라루스 선수들의 대회 출전과 국기 게양, 국가 연주를 허락했다. IOC를 완전히 무시한 행동이었고, 이는 IBA 퇴출 결정의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IBA가 퇴출됐다고 해서 복싱이 올림픽에서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도쿄 올림픽 때처럼 2024년 파리올림픽 복싱도 IOC가 직접 주관해 개최될 예정이다. 다만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복싱이 열릴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IBA는 IOC의 퇴출 결정에 CAS 제소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싱계에선 IBA를 대체할 새로운 국제단체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IBA의 일방 독주에 반발해 일찌감치 탈퇴한 미국, 영국 등이 가입한 ‘월드복싱(World Boxing.WB)’이라는 단체가 힘을 얻고 있다. IOC도 WB에 대한 지원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아이러니하게도 복싱의 올림픽 퇴출을 가장 반대하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이다. 미국과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프로복싱 시장을 가지고 있다. 복싱이 정식종목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올림픽 자체에 크게 타격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전체 복싱 산업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프로복싱의 풀뿌리라 할 수 있는 아마추어 복싱이 흔들리면 이는 곧 프로복싱의 몰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프로복싱을 대표하는 챔피언들은 대부분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이다.복싱은 그리스 고대올림픽에서부터 열렸다. 물론 지금과는 형태가 달랐다. 고대올림픽 복싱은 작은 원안에서 두 선수가 맨주먹으로 치고받았다. 근대올림픽에선 1904년 제3회 세인트루이스 하계올림픽부터 복싱이 시작됐다. 대한민국이 태극기를 앞세워 처음 출전했던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메달을 수확한 종목도 복싱이었다. 한때 한국의 메달 효자종목이기도 했다. 세계인들이 여전히 열광하는 복싱이 올림픽 퇴출 위기에 몰렸다는 것은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23.06.16 09:00
연예일반

[IS인터뷰] ‘사냥개들’ 김주환 감독, 좋은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인류가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야 하는 세상이잖아요. 현실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습니다.”넷플릭스 새 드라마 ‘사냥개들’로 돌아온 김주환 감독을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냥개들’은 사람 목숨보다 돈이 먼저인 사채업의 세계에 휘말린 두 청년이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 우도환, 이상이가 주연을 맡았다.‘사냥개들’은 웹툰이 원작이다. 다만 각색을 자유롭게 해도 된다는 원작자의 허락 아래 김주환 감독이 자신의 색을 많이 입혔다. 우도환이 맡은 건우는 원작에선 유도를 한다는 설정이지만, 넷플릭스 드라마에선 복서로 나온다. 영상에서 액션 시퀀스를 만들어내기에 유도보다는 복싱이 적합하겠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눈길이 가는 건 건우라는 인물이 가진 ‘순수함’이란 속성이다. 세상이 칼날을 들이대도 오롯이 맨주먹으로 맞서고자 하는 건우는 순수함의 결정체다. 웬만한 위기 앞에서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김주환 감독은 이 부분이 원작과 다른 점이라면서 “원작 웹툰에서는 최사장 캐릭터가 사망한 뒤 건우가 약간 흑화한다. 하지만 우리 작품에선 계속 착한 마음과 희망을 가진 캐릭터로 그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건우가 사실적인 인물이냐고 물으시면 그 부분에 대해선 의문점이 있겠죠. 그런데 저는 주인공들은 특정한 주제를 내포하고 있는 그 주제의 화신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열정이든 순수함이든 말이죠. 건우는 코로나19 시대의 희망 같은 존재라고 봐주시면 좋겠어요.” 김주환 감독은 좋은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 코로나19, 그리고 그 외에도 계속해서 일어나는 세상의 비극 속에서 콘텐츠가 누군가를 다시 일어서고 회복하게 하는 힘이 되길 바란다. 김주환 감독은 그래서 권선징악이 좋다.“따뜻하고 힐링이 되는 이야기를 해나가는 걸 창작자로서의 의무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냥개들’도 그렇고 앞으로 하는 작품들에서도 불의한 세상과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려 나가려고요. 코로나19는 전 세계인들을 힘들게 한 위기였잖아요. ‘사냥개들’의 주인공들을 통해서 그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이겨낼 힘을 얻었으면 합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6.16 05:17
스포츠일반

[이석무의 파이트클럽] 현대사회에서 글러브 없이 맨주먹으로 싸운다고?

지난 2년 전 50이 넘은 나이에 프로복싱 복귀를 선언해 큰 화제를 모았던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은 어느날 2000만달러라는 거액을 제시받았다. 타이슨에게 이같은 파격적인 조건을 제안한 단체는 '베어 너클 파이팅 챔피언십'(이하 BKFC)이라는 격투기 단체였다. BKFC는 타이슨이 계약을 받아들이면 UFC 전 챔피언 반더레이 실바(브라질)와 대결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이 단체는 '베어 너클'이라는 이름대로 글러브를 끼지 않고 맨주먹으로 싸우는 단체다. 선수들은 손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붕대(밴디지)만 엄지와 손목에 감고 경기에 임한다. 당연히 경기는 위험하고 폭력적이다. 부상은 기본이다. 맨주먹에 맞은 선수는 물론 때린 선수 조차 손가락이나 손목 골절을 입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지난해 8월에는 격투기 전적 24전 경력을 가진 저스틴 손튼이라는 선수가 경기 도중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상대 선수의 강한 오른손 펀치를 허용한 손튼은 정신을 잃고 앞으로 쓰러졌다. 이 과정에서 머리가 바닥에 부딪히는 큰 사고를 당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경추 신경 손상으로 끝내 세상을 떠났다. 맨주먹 격투기는 엄청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타이슨 같은 거물에게 거액의 대전료를 제의할 정도로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BKFC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선수 숫자만 놓고 보더라도 남녀 통틀어 1000명이 훨씬 넘는다. 대부분은 무명 선수들이지만 프랭크 미어, 헥터 롬바드, 티아고 실바, 휴스턴 알렉산더, 지미 리베라, 마이크 페리 등 UFC 무대에서 이름을 날렸던 선수들도 제법 된다. 일본 입식타격기 K-1 경량급에서 최강자로 군림했던 태국의 쁘아카오 벤차멕(예전 쁘아카오 포프라묵)도 BKFC에 참가했다. 원래 주먹은 도구가 없는 인간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다. 중국 청나라 말기에 반외세를 외쳤던 의화단은 서양의 총, 대포를 상대로 중국 무술을 기반으로 한 맨주먹으로 맞섰다. 그래서 이들을 '권비(拳匪)' 또는 '권민(拳民)'이라고 불렸다. '拳(권)'자는 한자로 '주먹', '주먹을 쥐다'를 의미한다. 권투, 철권 같은 단어에 쓰인다. 복싱이 처음 나왔을 때도 당연히 맨주먹 싸움이었다. 1800년대 맨주먹 복싱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면 가관이다. 경기장 사방에 피가 튀었고 사망자나 부상자가 속출해 계속 들것이 왔다갔다 했다. 경기장 주변에는 경기 결과를 놓고 돈을 거는 도박이 펼쳐졌다. 돈 많고 권력을 가진 상류층 인사들은 실력이 좋은 선수의 스폰서가 되기도 했다. 맨주먹 복싱이 사라진 것은 너무 잔인해서다. 선수들이 계속 세상을 떠나거나 장애가 남는 큰 부상을 당하자 당시 영국 치안 법원이 개입해 경기를 중단시켰다. 그런 배경에서 등장한 것이 글러브였다. 선수 보호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1867년 영국의 퀸즈베리라는 후작이 자신이 주최한 대회에 '솜을 넣은 글러브를 착용하지 않으면 경기에 나설 수 없다'고 규칙을 만들었다. 이후 글러브 관련 규정을 일컬어 '퀸즈베리 규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복싱 및 격투기에서 글러브가 사용되면서 선수들의 안면 및 손가락 골절 부상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가죽으로 겉을 만든 글러브가 널리 사용되다가 오늘날에는 합성수지나 젤 형태의 글러브가 제작된다. 글러브 안쪽 솜은 말 꼬리인 '말총'이 사용되는데 주먹의 힘을 전달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종합격투기에선 그라운드 기술도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복싱 글러브 보다 훨씬 작고 가벼우면서 손가락 부분에 구멍이 뚫린 오픈핑거글러브를 사용한다. 오픈핑거글러브는 종합격투기를 통해 일반화됐지만 제법 오랜 역사를 갖는다. 이소룡이 영화 '용쟁호투'에서 오픈핑거글러브를 끼고 액션을 펼치기도 했다. 현대사회는 문명화되고 인간의 존엄성이 더 강조된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맨주먹 싸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이는 더 강렬한 자극을 원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과 무관하지 않다. 낡은 제도를 타파하고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인간의 욕구는 맨주먹 격투기의 불씨가 됐다. 달라진 미디어 환경도 불을 지폈다. BKFC는 2020년 8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DAZN과 파트너십을 맺고 경기를 유료 중계하기 시작했다. 1년에 40~50달러 정도를 내면 경기를 직접 시청할 수 있다.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미국 동영상 플랫폼 트릴러는 올해 2월 이 단체를 아예 인수했다. 현재 BKFC는 미국 내 14개 주에서 합법화돼있다. 맨주먹 격투기 신봉자는 오히려 글러브를 끼고 하는 실제 복싱이나 격투기보다 머리에 더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워싱턴주립대 연구진은 "사람이 맨주먹으로 가격하는 것보다 글러브를 끼고 때릴 때 뇌손상 위험이 17.9%가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맨주먹 격투기를 스포츠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몸이 깨지고 출혈이 낭자하는 이 종목에 대한 거부감도 높다. 그래도 폭력성과 잔인함을 쫓는 인간의 특성상 관심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맨주먹 격투기가 계속 지속될까라는 질문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선수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더 강화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맨주먹 격투기 신봉자는 오히려 글러브를 끼고 하는 실제 복싱이나 격투기보다 머리에 더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워싱턴주립대 연구진은 "사람이 맨주먹으로 가격하는 것보다 글러브를 끼고 때릴 때 뇌손상 위험이 17.9%가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맨주먹 격투기를 스포츠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몸이 깨지고 출혈이 낭자하는 이 종목에 대한 거부감도 높다. 그래도 폭력성과 잔인함을 쫓는 인간의 특성상 관심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맨주먹 격투기가 계속 지속될까라는 질문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선수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더 강화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2022.10.2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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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룰루랄라 첫 영화 '샤크', 주인공들이 직접 말하는 매력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첫 영화 '샤크'의 주인공들이 직접 캐릭터 분석과 영화의 매력에 대해 3일 공개했다. 동명의 원작을 웹툰으로 한 '샤크'는 괴롭힘을 당하던 한 소년이 교도소에서 격투기 챔피언을 만나 두려움과 한계를 넘어 강한 남자로 성장해 가는 액션 성장물이다. 개봉 전부터 인기 웹툰의 영화화로 원작 팬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영화 '샤크' 주연으로는 배우 김민석, 위하준, 정원창이 캐스팅되어 원작의 캐릭터들을 살아 숨쉬게 할 예정이다. 입증된 연기력을 바탕으로 한층 더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주인공 차우솔은 학교폭력에 시달려온 고교생으로, 가해자인 배석찬의 눈을 연필로 찌른 뒤 교도소에 수감된다. 이곳에서 격투기 챔피언 정도현을 만나 나약한 모습에서 벗어나 한계를 넘고 강한 남자로 성장해 나가는 인물이다. 일찌감치 배우 김민석이 캐스팅을 확정 지으며 전역 후 첫 스크린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김민석은 처음 시나리오를 제안 받았을 때, 짧은 시간 안에 액션과 연기를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샤크'의 가장 핵심이 되는 대사, “상어는 부레가 없어서 잠깐이라도 움직임을 멈추면 죽어. 살아남고 싶으면 너도 상어처럼 끊임없이 움직여라. 그럼 최고의 사냥꾼이 될 거다. 상어 처럼...“을 보는 순간 더 이상의 고민을 멈추게 됐다고 한다. 차우솔’은 힘없고 소심한 학생에서 강하고 자신감 있는 남자의 모습으로 거듭나는 입체적인 캐릭터다. 이런 차우솔을 연기하기 위해 김민석은 “초반의 우솔과 이후 강해지는 우솔의 연기 톤이 이질적이지 않도록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의 눈빛과 말투 등을 많이 신경 썼다”고 털어놨다. 김민석은 실제 차우솔과 닮은 점으로는 끈기를 꼽았다. “뭐 하나를 배우거나 시작할 때 그것이 운동이든 연기 든 악착같이 하는 편이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샤크'를 준비하면서도 액션과 몸관리를 위해 규칙적으로 액션연습, 개인운동, 음식조절, 감독님과 캐릭터분석을 반복적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김민석은 “점점 캐릭터에 맞게 변하는 스스로를 보면 뿌듯하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절제된 일상에 한번쯤 일탈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하며 웃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명장면으로는 우솔이 교도소에서 정도현을 만나 강해진 후 처음으로 싸우는 장면을 골랐다. “살기 위해 시작한 우솔이의 인생 첫 싸움인데, 그 긴장감과 어설픔에서 나오는 찰나의 표정이 있다”며 그 감정과 느낌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김민석은 말했다. 학교와 소년교도소가 배경인 만큼 '샤크' 촬영장에는 또래 배우들이 유난히 많았다. 위하준, 정원창 등 배우들과의 연기호흡을 묻는 질문에 “정말 다들 배역과 찰떡인 분들이 캐스팅되신 것 같다. 모든 배우들이 그 캐릭터 안에 녹아 있었고, 모두에게 배우면서 연기했다”고 답했다. 김민석이 말하는 영화 '샤크'의 관전포인트는 ‘다양한 장르의 액션신’이다. “우솔이가 교도소에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총 3번의 싸움이 있는데, 각 싸움마다 액션의 장르가 달라 그 점을 주목해 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점점 더 성장하며 강해지는 우솔을 김민석이 어떻게 그려냈을지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다. 차우솔의 스승 정도현은 어린 나이에 격투기 챔피언이 되어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던 남자다. 어느날 집에 강도가 들어 엄마와 여동생을 잔인하게 살해한 현장을 목격하고 강도들을 맨주먹으로 살해해 교도소에 수감된다. 보잘것없던 우솔을 강한 사람으로 키우고 변화시키는 차우솔의 스승. 정도현은 배우 위하준이 맡아 싱크로율 100%를 구현해낼 예정이다. 평소에 격투기 광팬 이라고 밝힌 위하준은 “격투기 선수 역할에서부터 끌렸고, 액션 장르물을 항상 해보고 싶었다”며 첫 액션 장르 도전과 정도현 역을 맡게 된 소감을 말했다. 정도현은 한때 모든 것을 가졌다가 한 순간에 바닥으로 추락한 남자다. 위하준은 이런 정도현의 매력에 대해 “격투기 선수로 최고의 정점에 서있던 자신감 넘치는 모습, 가족을 잃고 살인자가 되어 나락에 떨어진 모습, 그리고 우솔의 성장을 도우며 자신도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까지 다양한 면모를 가진 인물이다. 배우로서 한 인물 안에서 이렇게 다양한 면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라고 말했다. 위하준은 “정도현은 성격적인 부분에서도 좀 무뚝뚝하고 큰 감정표현을 안 한다. 그런데 또 츤데레 같은 모습도 있다. 이런 부분이 많이 비슷했다”며 최대한 위하준답게 정도현을 표현해보자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했다고 한다. 격투기 챔피언인 정도현을 연기하기 위해 위하준은 외형적인 부분에서 날카로움을 주려고 체중 감량에 신경 썼다. 또한, 액션에 있어서도 우솔의 격투기 스승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선수들의 지도 영상을 많이 참고하며 준비했다고 한다. '샤크'의 엔딩 장면에는 “아쿠아리움에 가서 상어를 봤는데, 실제로는 움직이지 않던데요”라는 우솔의 말에 도현이 “야, 그 새끼는 죽은 거야”라고 답하는 대사가 있다. 위하준은 이 대사를 본인이 생각하는 영화의 명대사로 꼽았다. “약간의 코믹한 장면이면서도 ‘진짜 상어’는 죽을 때까지 움직인다는 의미를 강조하는 대사인데, 감독님과 김민석 배우를 처음 만난 날 함께 고민해서 만들어낸 대사라 더욱 의미가 있다”라며 남다른 소감을 이야기했다. 영화 '샤크'의 공인된 악역 배석찬 역은 배우 정원창이 맡았다. 차우솔의 숙적인 배석찬은 복싱 유망주로 힘없는 우솔을 장난삼아 괴롭히는 악마 같은 인물이다. 배석찬은 우솔이 찌른 한쪽 눈이 실명돼 복싱을 포기하고 암흑가 조직 우용이파에 입단해 힘을 기르며 우솔에게 복수할 날 만을 기다린다. 우솔로 인해 한 순간에 다른 인생을 살게 된 캐릭터, 그래서 복수를 위해 점점 더 악마가 되어가는 존재. 최근 종영한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악역을 맡으며 연기력을 입증한 정원창이 이번에는 또 어떤 악역 캐릭터를 만들어 낼 지 관심이 증폭된다. 정원창에게 '경이로운 소문'의 혁우와 '샤크'의 석찬이 어떻게 다른지 물었다. 그는 “혁우는 옳지 않는 행동을 할 때마다 꾸짖어주는 사람이 있어 조금씩 스스로를 돌아보는 반면, '샤크'의 석찬은 비슷한 또래의 악인이지만 주변에 나무라는 사람 없이 오히려 부추기는 인물들만 존재한다”며 악의 길로 계속 갈 수 밖에 없는 석찬에 대한 애정과 역할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내놨다. 이번 배석찬을 통해서는 “제동 장치 없이 달리는 폭주 기관차 같은 폭발적인 악역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영화의 명장면으로는 긴 이야기의 완결을 짓는 우솔과 석찬의 마지막 싸움을 가장 강렬한 장면으로 꼽았다. “악연의 고리를 끊어내려는 우솔의 처절한 몸부림과, 그런 우솔에게 광적으로 집착하는 석찬의 모습이 액션과 어우러져 멋진 클라이막스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석과의 액션 호흡에 대해서는 “너무 좋았다”고 이야기하며 “민석의 액션 장면이 저보다 서너배 이상 되는데도 지친 내색 없이 늘 먼저 함께 연습하자고 제안해주고, 맞춰줘서 항상 고마웠다”고 김민석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정원창은 “'샤크'는 열정 가득한 배우들이 의기투합해 몸 사리지 않고 추위에 맞서 액션을 불태운 영화다. 위트 있는 대사들과 함께 쉼없이 몰아치는 액션을 신나게 즐겨 주시면 좋겠다”라고 영화에 대한 자신감과 애정을 드러냈다. 한편, 영화 '샤크'는 JTBC스튜디오의 스튜디오 룰루랄라가 원작사인 투유드림과 함께 공동 제작하는 영화로, 올해 상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21.02.03 11:51
연예

'비스' 김호영, '라스' 출연 후 절친 비에 연락 "드디어 너의 시대"

뮤지컬 스타 김호영이 '라디오스타' 출연 후 비에게 연락받은 사연을 전한다. 6일 방송될 MBC 에브리원 '비디오스타'에는 '전설의 주먹구구 해치지 않아요 특집으로 꾸며진다. 이동준, 임태경, 윤형빈, 김호영이 게스트로 출연한다. 지난해 12월 MBC '라디오스타'에서 원조 깝권으로 출연해 특유의 입담과 화려한 인맥으로 시청자들을 휘어잡은 김호영. 절친 비가 프로그램을 보고 연락, "드디어 너의 시대야"라며 축하를 해줬다고 고백한다. 김호영은 "라디오스타에 나왔던 모습이 실제 나의 모습"이라고 밝히며 "책상 두드리고 말도 재밌게 하니 신선하게 다가간 것 같다"면서 다른 친구들도 "드디어 널 알아봤다"고 자신감 있게 밝힌다. 한편 뮤지컬부터 연기까지 섭렵한 크로스오버 테너이자 만능 엔터테이너 임태경은 이날 평소의 황태자 이미지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 스튜디오를 놀라움의 연속으로 빠뜨린다. 4살 때부터 복싱과 태권도를 배웠다는 임태경은 "노는 고등학생 형들이 매일 권투 글러브 2세트를 갖고 날 데리고 다녔다"고 말한다. 임태경은 초등학생 시절, 맨주먹으로 돌덩이를 격파했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도 전한다.김호영과 임태경의 유쾌한 입담은 6일 오후 8시 30분에 방송되는 '비디오스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oins.com 2018.02.06 13:45
스포츠일반

[박수성 How are you] ‘미들급 강자’ 박종팔 “인생 3라운드 역전 노린다”

2시간 가까운 인터뷰 내내 그는 “인생 1라운드는 펄펄 날았지만 2라운드는 &#39조졌다&#39"는 말을 수도 없이 했다. 그만큼 지나간 세월에 대한 후회가 진한 듯 싶었다. 그러나 그는 또 "3라운드를 지켜봐 달라"는 얘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인생 3라운드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새 인생을 살겠다는 얘기였다. 박종팔(51). 아니 지금 그의 이름은 &#39박종성&#39이다. 명함에는 &#39박종성&#39이라는 이름 오른쪽에 괄호를 열어 &#39(팔)&#39자를 써넣었다. 2라운드를 그야말로 엉망진창으로 보내 KO패 당했다고 생각한 그가 점집을 갔더니 &#39팔&#39자를 빼라고 했단다. 그는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며 "사업을 하는 데는 &#39박종성&#39이라는 이름이 낫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은퇴 후 하는 일마다 실패1989년 은퇴 후 그가 가장 크게 벌인 일이 1994년 동아프로모션을 인수한 것. 권투만 하던 그가 다른 사업이 생각날 리 없었다. 그러나 인생을 건 이 일은 완전히 실패로 끝났다. 당시 권투협회 내의 알력과 소용돌이에 얽혀 외국 선수들을 들여오고도 경기를 치르지 못해 엄청난 손해를 봤다. 그는 이 일에 격분해 국회까지 쳐들어가 모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난동을 부리다 &#39큰집&#39 신세까지 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시 서울구치소에서 딱 37일 살고 나왔지요. 엄청나게 손해를 봤지만 이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그동안 체중 빼느라 고생했으니까 휴가 줬다는 생각 말이죠. 그만큼 철이 없었나 봐요." ▲&#39세상이 내 맘 같지 않더라&#39 권투 프로모션 일이 풍비박산 난 뒤 벌인 게 유흥주점이었다. 서울 강남구 &#39목화예식장&#39 뒤편과 역삼동에 &#39챔프&#39라는 단란주점을 차렸다. 그러나 겉으로 번지르르하고 안으로는 멍드는 일이 계속됐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나는 줄 것은 주는데 받을 것은 이상하게 못 받더라"는 것이었다. 돈은 나가기만 하고 들어오지 않으면서 이마저 오래 버틸 수 없었다. 결국 그는 두 손을 들고 포기하고 말았다. 은퇴 당시 그는 당시 가치로 수십억 원대의 자산가였다. 한창 잘 나갈 때인 84년 IBF 4차 방어전 때는 대전료로 15만달러를 받았다. 당시 환율로도 1억 원이 훌쩍 넘는 큰 돈이었다. IBF 8차 방어, 동양타이틀만 19차 방어까지 했으니 대전료만 모았어도 거금이었다. 국세청으로부터 &#39투기 세력&#39으로 조사를 받기까지 했다. 그러나 채 10년이 안 돼 모든 걸 잃었다. "당시 마음을 둘 곳이 없어 산을 많이 다녔다. 혼자서였죠. 몹쓸 생각도 했었지만 이렇게 내 인생을 끝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으켜 세워준 두번째 반려자 &#39챔프&#39를 그만두고 난 후 그야말로 만신창이였다. 급기야 2년 전에는 평생을 함께 한 아내까지 잃었다. 운동으로 성공하기 전 결혼해 가정을 버텨준 기둥이었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그에게 두 딸의 아픔이 더 아프게 다가왔다.  그런 그에게 지인의 소개로 만난 한 여성이 힘을 줬다. 맨 주먹으로 시작한 그에게 한번 더 맨주먹으로 해보자는 자신감이 조금씩 생겼다.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로 인해 피해 본 사람도 많은데, 이렇게 끝내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시작하면 뭘 못 할까 하는 자신감이 들자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복싱으로 빛난 이름, 복싱에 힘이 되겠다그는 지난 5월 회사 2곳에 이름을 올렸다. (주)종우MPS의 대표이사, (주)솔안의 부회장이다. 업종은 &#39건축물 종합관리&#39. 청소 용역회사다. 아직 경기가 좋지 않고 회사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전초전이지만 가을부터는 본격적으로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선배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나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도 곁에 있고. 아직 잃었던 웃음을 완전히 되찾지는 못했지만, 3라운드를 멋지게 장식해 보이고 싶다. 그리고 나면 권투를 살리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 내가 권투를 해서 유명해졌는데 그 신세는 갚아야 하지 않겠나." &#39미들급의 강자&#39 박종팔은 이제 막 인생 3라운드를 위해 링에 올라 몸을 풀고 있는 중이다. 박종팔 프로필출생: 1958년 8월 11일 전남 무안 학력: 무안북국민학교-무안북중-천호상전체격: 178cm 88kg가족: 2녀 경력: 통산전적 46승(39KO) 5패 1무   1987년 WBA 슈퍼미들급 챔피언   1984년 IBF 슈퍼미들급 챔피언   1983년 OPBF 미들급 챔피언   1978년 KBC 미들급 챔피언 취미: 등산·낚시, 술은 입에도 못 댐.박수성 기자 ▷ ‘미들급 강자’ 박종팔 “인생 3라운드 역전 노린다”▷ 박종팔, 이효필에 3패 ‘일생의 천적’ 2009.06.2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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