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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 이창동 감독 "설경구는 운명, 전율 준 첫번째 배우"
이창동 감독이 설경구를 '운명'이라 표현했다.24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박하사탕(이창동 감독)' 디지털 리마스터링 재개봉 기념 시네토크에서 이창동 감독은 "철도신은 당시 철도청의 협조를 받아 안전을 최우선으로 촬영한 작품이다. 다만 기본적인 안전은 모두 지켜져 있었지만 그래도 철로 위에서 하는 촬영이었기 때문에 떨어지는 것에 대한 위험은 신경써야 했다"고 회상했다.이창동 감독은 "물론 높이가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 2~3m 정도였다. 뛰어 내려도 안 다치는 정도였는데, 문제는 연기를 하는 설경구 씨가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이상한 소리를 막 지르면서 흔들리는데 연기가 아닌 것 같았다. 걱정이 돼 스태프에게 '가서 밑을 좀 잡아라. 저러다 떨어지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경구는 누가 밑에 있는지 없는지 의식 못할 정도로 연기를 했다. 메소드 연기라는 것이 아주 간단히 말하면 그 인물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인물의 내면을 받아 들이는 연기 아닌가. 그때만 하더라도 영화를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내 눈 앞에서. 말로만 듣던 내면 연기를 하는 사람을 처음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 자신도 전율을 느꼈다"고 밝혔다.또 "설경구는 이후 배우의 연기라는 것에 대해 하나의 전범을 보여주는 배우가 됐다. 설경구 씨 이후 등장한 많은 배우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점에서 '박하사탕'을 통해 설경구라는 배우를 만났던 것이 나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설경구가 '박하사탕'이라는 영화로 걸어 들어온 것은 어떤 면에서 나의 운명이기도 했고, 영화의 운명이기도 했고, 한국 영화의 운명이기도 했던 것 같다. 특별한 배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박하사탕'은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1999)을 시작으로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는 등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걸작이자, 배우 설경구, 문소리를 발굴한 이창동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생의 막장에 다다른 한 중년 남자의 20년 세월을 7개의 중요한 시간과 공간으로 거슬러가는 '박하사탕'은 주인공 김영호의 20년 삶을 관통하는 80년 5월 광주의 트라우마를 통해 개인의 삶을 추동하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방증한다.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18.04.24 2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