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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55] 오상욱 "운동선수 하면 손흥민처럼 딱 떠오르는 전설 됐으면"

오상욱(28·대전광역시청)은 2024 파리 올림픽을 통해 대한민국 최고 인기 스포츠 스타 중 하나가 됐다. 한적한 카페에서 만났는데도, 그에게 사인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금세 북새통이 됐다.특히 브라질에선 아주 특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상욱의 외모와 실력에 감탄한 팬들이 '내가 올림픽을 보는 이유' '내가 한국에서 보고 싶은 모습'이라며 열광한다. 그는 "'브라질에는 펜싱 선수도 없는데 왜 나를 좋아하지'라고 어리둥절했다. 여전히 내 SNS(소셜미디어)에는 브라질 팬이 많다. 번역기를 돌려서 그들의 댓글을 다 읽어본다"라며 웃었다. 오상욱은 7월 28일(한국시간)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파리 올림픽 대한민국 1호 금메달의 주인공. 이어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합작, 한국 펜싱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단일 대회 2관왕을 차지했다. 오상욱은 삼 형제 중 둘째다. 큰형을 따라 펜싱장에 놀러 갔다가, 중학교 1학년 때 본격적으로 펜싱에 입문했다. 오상욱은 "두 아들에게 운동을 시키기에 부모님 입장에선 경제적으로 빠듯했다"라고 회상했다. 당시 펜싱 장비는 고가의 독일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오상욱은 "펜싱은 소모품을 많이 쓴다. 옷이 찢어지고 장비가 망가지면 바꿔야 한다"라고 했다. 학창 시절 오상욱은 대전 지역 운사모(운동을 사랑하는 모임)를 통해 매달 20만원씩 후원을 받았다. 오상욱은 "운사모 덕에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성장했다. 처음에는 누런 색깔의 형 유니폼을 물려입곤 했는데, 새 옷을 입고 경기에 나가니까 어깨도 으쓱하고 자신감도 생기더라. 펜싱 유니폼이 두 벌로 늘어나 빨아 입는데도 여유가 생겼다"라고 말했다.오상욱은 한국 사브르 역사상 처음으로 '고교생 국가대표'로 발탁되더니, 2019년에는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다. 그는 "다음 달 운사모와 (공익)재단, 학교 등을 통해 장비와 기부금을 전달할 계획이다. 내가 도움을 받은 만큼 지속적으로 기부할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정상에 서기까지 힘든 시간도 있었다. 3년 전 세계 1위로 나섰던 도쿄 올림픽에선 8강에서 탈락했다. 그는 "시험에서 100점 맞다가, 정작 수능을 못 쳤다"라고 표현했다. 2022년에는 크고 작은 부상에 신음했다. 오상욱은 "펜싱을 그만두게 되면 '뭐 하고 살아야 하나. (운동선수인) 나는 다치거나 (부상 후유증으로) 은퇴하면 계속 누워있어야 하나 싶었다. 갑자기 아무것도 아닌 사람처럼 느껴졌다"라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오른 그는 파리 올림픽을 통해 한국 펜싱 사상 최초로 개인전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달성했다. 펜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준호와 김지연은 "앞으로 오상욱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확신했다.세상은 오상욱을 '몬스터 검객'이라 부른다. 아직 20대 나이인 데다 유럽 선수를 뛰어넘는 신체 조건(키 1m92㎝)과 스피드와 유연성까지 모두 갖춰서다. 그러나 오상욱은 절대 방심하지 않는다. 그는 "단체전 결승까지 수월하게 끝냈다면 잠시 자만할 수 있었을 텐데 마무리가 조금 아쉬웠다. '다음에 저 선수를 만나면 내가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라며 "경기에서 지면 화가 난다. 그러니 또 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실력만큼이나 잘생긴 얼굴도 빛난다. 외모 칭찬을 받으면 "기분 좋다"는 그는 "예전에는 (형·동생과 생김새가 달라서) '넌 다리 밑에서 주워 왔느냐'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나와 닮은) 아버지를 보고선 다들 수긍했다"라며 웃었다.오상욱은 귀국 후 대전시청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지역의 유명 빵집인 성심당의 인지도를 뛰어넘고 싶다. '대전의 오상욱'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성심당을 뛰어넘으면 진짜 대전에서 최고 아닌가"라며 "성심당 인기에는 거품이 끼지 않았지만, 제 거품은 빠질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그는 "예전에는 '펜싱'하면 생각나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지금은 더 꿈이 커졌다. '운동선수' 하면 떠오르는 선수 중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그런데 아직은 아니다. 손흥민(축구) 박세리(골프) 박찬호(야구) 김연아(피겨스케이팅) 선수도 한 번에 (명성과 인기를) 이룬 게 아니지 않나. 저는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은 처음이다. 아직은 레전드 선수들에 미치지 못한다"라며 겸손해했다. 이형석 기자 2024.09.26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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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우 아빠→AI 해설' 김준호 "'빨랐어요' '느렸어요' 밖에 할 게 없었어요" [인터뷰]

"빨랐어요." "늦었어요."펜싱 사브르 금메달리스트 출신 김준호(30)의 해설에는 긴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선수 시절 상대를 날카롭게 공격하던 김준호 해설위원은 짧지만 강렬한, 또 정확한 해설로 온 국민의 마음을 콕 찔렀다. '은우 아빠'는 'AI 해설'이라는 별명도 추가했다. 김준호는 2020 도쿄 올림픽,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과 2022 항저우 AG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리스트다. 두 아들을 둔 김준호는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항저우 AG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그는 사브르 대표팀 맏형이었던 김정환과 함께 이번 올림픽 KBS 펜싱 해설위원으로 참가했다. 김준호의 순간 판단은 심판이나 기계보다 더 빨랐다. 그리고 정확했다. 사브르는 에페, 플뢰레와 달리 눈 깜짝할 사이 공격을 주고받으며 점수가 판가름난다. 그는 '빨랐어요(득점)' '늦었어요(실점)' 해설로 'AI 해설'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 위원은 "AI 해설이라는 평가를 전해 들었다"고 쑥스러워하면서 "펜싱 종목 중에서도 사브르 종목이 워낙 순식간에 포인트가 오가서 가장 어렵다고 하시더라.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고, 정확하게 알려드릴까 생각했다. 빠른 시간 내에 포인트 여부를 알려드려야 하니 '빨랐어요' '느렸어요' 밖에 할 게 없더라"고 말했다. 특히 사브르는 종목 특성상 심판의 사견이나 감정이 작용한다. 발동작과 손동작 중 어느 것을 더 우선하느냐에 따라 점수를 잃을 수도, 얻을 수도 있다. 김준호는 "올림픽 전에 경쟁 선수 분석보다 오히려 심판 분석에 더 시간을 투자했다"면서 "다행히도 심판들이 제 뜻을 잘 따라줬다. 그래도 내 판단(실점)이 틀려도 좋으니 한국에 점수(득점)가 많이 왔으면 좋겠다 싶었다"고 했다. 한국 펜싱은 이번 올림픽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땄는데 모두 사브르 종목에서 나왔다. 남자 개인전(오상욱)과 단체전서 금메달, 여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이 나왔다. '해설위원 김준호'는 냉철했다. 남자 대표팀이 준결승에서 홈 팀 프랑스를 꺾고 결승 진출을 확정 짓자 피스트 위에서 서로 부둥켜안으며 기뻐하는 장면이 있었다. 김준호 위원은 "아직 결승전이 남아있기 때문에 저런 세리머니는 금메달 따고 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선배 구본길과 원우영 코치가 들었으면 섭섭했을 수도 있는 한 마디. 그러나 그는 "도쿄 올림픽서도 4강전 승리 후 난리도 아니었다. 형들이 막 울고 불고 했다. 그래서 내가 '아직 한 경기 더 남았는데 울 때가 아니지 않냐'고 했다"면서 "선배여도 (과감하게 할 말을 하는) 스타일이다. 진심으로 해설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나왔다"고 웃었다. 다행히 지금까지 선배들로부터 특별한 '피드백'은 없었다고 한다. 김준호는 화성시청 플레잉 코치로 활약하며 동생과 함께 펜싱장도 운영하고 있다. 요즘에는 육아 프로그램에 나와 '은우 아빠'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는 "프랑스에 머무르면서 아들들이 정말 많이 보고 싶었다"며 "은우는 제가 TV에 나오면 알아본다. 제가 어디 있는지도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준호는 "기회가 된다면 계속 해설하면 좋다. 사브르는 제 종목이기도 하고 정말 진심으로 빠져들어서 해설했다"고 웃었다. 이형석 기자 2024.08.0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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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브로2' 오상욱, 대전 박세리 등극? “마스크 벗어도 알아봐"

'노는브로(bro)2'에서 박세리와 오상욱이 금메달급 먹방을 선사한다. 오늘(27일) 오후 8시 50분에 방송될 티캐스트 E채널 '노는브로(bro) 2'에는 박세리와 오상욱의 폭풍 수다가 벌어진다. 평소 잘 먹기로 소문난 두 사람이 특급 먹방을 예고한다. 먼저 오상욱은 올림픽 출전 이후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고 밝힌다. 높아진 인지도 덕에 펜싱 마스크를 벗어도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본다는 것. 이어 박세리와 같은 대전 출신이라던 그는 "박세리 선수처럼 대전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포부를 드러내 분위기를 훈훈하게 물들인다. 그런가 하면 박세리는 "펜싱 경기에서 보는 구본길은 약간 밉상이다"라며 돌직구를 던져 구본길을 당황하게 한다. 그가 한껏 억울한 얼굴로 박세리를 응시하자 그렇게 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두 사람의 토크가 빈틈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스튜디오에서는 조준호의 튜닝(?) 소식이 전해져 놀라움을 안긴다. 그는 "지방 재배치했다"라는 깜짝 고백으로 브로들의 눈길을 한몸에 받는다. 조준호의 업그레이드된 비주얼을 본 박용택과 백지훈은 "나도 할까?"라며 관심을 표하며 웃음을 유발, 그의 피눈물 나는 지방 재배치 비하인드 스토리에 관심이 모아진다. 박세리의 취향을 저격한 특별 메뉴로 오상욱과 박세리, 두 먹방 천재들의 합동 먹방까지 펼쳐진다. 한 자리에 만나기도 어려운 박세리, 오상욱과 환상적인 시간을 보낸 구본길의 모습을 VCR로 지켜보던 브로들은 부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oongang.co.kr 2021.09.2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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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어펜저스' 김정환-오상욱, 13년 차이 '세대차 선후배'의 금빛 토크

도쿄올림픽은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세계적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한 무대였다. 명승부 끝에 금메달을 딴 김정환(37), 구본길(32), 김준호(27), 오상욱(25)은 귀국과 동시에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과 광고의 러브콜을 받았고, 그 사이 두 차례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 국내 대회에 나가 1~3위를 휩쓸었다. 실력과 외모, 인기를 모두 갖춘 '어펜저스(어벤저스+펜싱)'다. 이들 중 맏형 김정환과 막내 오상욱이 일간스포츠 창간 52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뭉쳤다. 둘의 나이는 13세 차. 김정환은 "여전히 종이로 된 신문을 펼쳐 기사를 보는 게 편한" 오프라인 세대다. "실제로 집에서 오랫동안 일간스포츠를 구독했다"는 애독자 출신이다. 오상욱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로 기사를 보기 시작한" 온라인 세대다. 신문에 찍힌 활자보다 디지털 콘텐트에 익숙함을 느낀다. 그럼에도 나이의 간극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둘은 만나자마자 서로를 놀리며 장난을 치고 웃음을 터트렸다. 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 못지않은 '티키타카'였다. 그러다 펜싱에 대한 애정을 털어놓을 때는 나란히 눈빛부터 진지해졌다. 1시간 30분에 걸친 인터뷰와 사진 촬영 내내, 매 순간 진심을 다한 맏형과 막내. 그들의 창간 기념 토크를 생생하게 옮겼다. 대화는 비인기 종목의 벽을 넘어 전국적 인기인이 된 이들의 유명세 얘기로 시작됐다. -유명인이 된 기분은 어떤가요. 김정환(이하 김)=처음엔 실감을 못 하다가, 공공장소에서 많은 분이 알아보시는 걸 보고 '우리가 좀 유명해졌구나' 실감하고 있어요. 최근에 백화점에 갔는데 모자랑 마스크를 썼는데도 많은 분이 알아보시더라고요. 오상욱(이하 오)=저도 백화점에 갈 때나 동네를 돌아다니거나 할 때, 많이 알아보고 인사하셔서 신기해요. 기분이 좋으면서 한편으로는 '앞으로 진짜 행동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두 분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글과 사진이 기사화되잖아요. 아내와 여자친구도 함께 화제에 오르고요. 김=정말 깜짝 놀랐어요. 제가 올린 인스타 게시물이 금세 기사로 나오다니! 올림픽 전엔 기사는커녕 SNS 팔로워가 100명도 안 됐거든요. 지금은 3만3000명이 넘었어요. 엄청난 성장률이죠. 오=저도 기사에서 제 이름 앞에 여자친구(펜싱 플뢰레 선수 홍효진) 이름이 뜨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김정환이 ‘진짜야?’라고 묻자) 진짜예요. 제 기사를 클릭했는데 바로 여자친구 이름이 보이더라고요. 김=그래서 제가 늘 '여자친구한테 잘해주라'고 해요.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은 상욱이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인식할 거잖아요. 그 전의 '원래 오상욱'을 좋아하는 사람과는 다를 수밖에 없거든요. 농담 삼아 '이렇게 됐으니 앞으로 순수한 유기농 사랑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 효진이에게 잘해'라고 했어요. 지금 여자친구가 참 착하고, 상욱이에게 잘 맞춰주거든요. 오=여자들이 별로 안 좋아할 만한 걸 같이 하자고 해도 잘 해주죠. 김=저희가 다같이 낚시를 간 적이 있어요. 낚시가 처음인 여자분들은 지루할 수 있는데, 10시간 가까이 상욱이 취미를 함께해주는 걸 보고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오=지금은 오히려 먼저 '가고 싶다'고도 해요. 다만 제가 여자친구 언급을 조심스러워하는 이유는 딱 하나예요. 얼마 전 여자친구 휴대전화를 같이 보고 있었는데, SNS로 쉴 새 없이 욕설이 오더라고요. -유명세의 그림자네요. 오=그런 것 같아요. 사진도, 글도 없는 유령 아이디들이 계속 욕을 보내요. 그래서 지금 여자친구가 SNS 댓글을 막았어요. 김=저에게도 그런 게 와요. 제가 JTBC '아는 형님'에서 김희철 씨와 '전주 1초 듣고 노래 제목 맞히기' 대결을 해서 이겼는데, 어떤 사람이 '너무 좋아하지 말아라. 김희철이 당신을 띄워주려고 져준 것이니 고마워해라'라고 보냈더라고요. 저 희철이랑 친한데, 정말 진 게 맞거든요.(웃음) 어이가 없어서 그냥 답장을 안 했어요.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오상욱 선수가 펜싱 칼로 침대 밑에 떨어진 물건을 꺼내는 걸 봤어요. 그 외에 펜싱 칼로 해본 신박한 일은 뭐가 있나요. 김=저는 방에서 불을 끌 때 써요. (일동 폭소) 칼 끝으로 스위치를 터치하는데, 너무 세게 때리면 버튼이 부서지거든요. 우리는 포인트랑 파워 조절이 자유자재니까 멀리서 칼을 뻗어서 탁 켜고, 탁 끄고 하죠. 오=못 믿으시는 것 같은데 진짜예요. 체육관에 펜싱 칼 들고 나갈 때도 엘리베이터 버튼을 칼끝으로 눌러요. 김=칼끝으로 '닫힘', '지하 1층' 버튼 눌러서 내려가는 거죠. 엘리베이터 문이 막 닫힐 것 같아서 급할 때는 런지(다리를 앞으로 최대한 뻗는 동작)로 막지만, 평소에는 발레스트라(앞쪽으로 짧게 점프하는 풋워크) 정도로 들어가면 충분합니다. -일상생활에 펜싱이 녹아 있네요. 김=제가 일상생활과 펜싱을 접목해 후배들에게 조언하기 시작한 개척자예요.(웃음) 예를 들어 운전하다 교차로에 진입했을 때, 노란불이 켜지면 그냥 빨리 지나가는 게 안전하잖아요. 그런데 상욱이는 브레이크를 밟아요. 그럴 때 '이건 펜싱이랑 똑같다. 점수를 내서 치고 올라가야 할 때 막히는 거라고 보면 된다'고 얘기하죠.(웃음) 상욱이가 실력은 정말 출중한데, 아직 게임운영이나 전술이 조금 부족해요. 상대가 치고 나갈 때 땀을 닦는 척하면서 맥을 끊거나 하는 요령이 필요하거든요. 선수촌 룸메이트로 생활하면서 이런 부분을 계속 얘기하고 있어요. -서로 첫인상은 어땠나요. 김=상욱이가 고3 때였는데, 경기장에서 사람들이 수군거리더라고요. '오상욱이라고 봤어? 원우영 선수랑 오은석 선수를 이겼대' 하면서요. 사실 괴물 루키가 태어날 때의 분위기는 매번 비슷해요. 구본길 때도 그랬거든요. 그래서 어떤 선수인지 보고 싶었어요. 다른 선수들은 상욱이를 모르고 방심하다 졌다면, 저는 얘기도 들은 것도 있고 어린 선수들의 게임 방식도 잘 아니까 처음엔 크게 이겼죠. 그러다 상욱이가 국가대표로 뽑혀서 저랑 방을 같이 쓰게 된 거예요. 옆에서 지켜보니 펜싱에 욕심이 많고, 틈날 때마다 펜싱 영상을 보더라고요. 제 영상도 많이 보고.(웃음) 오=전 처음엔 형이 정말 차가워 보였어요. 그때 형 성격이 그랬던 건 아닌데, 저희 같은 후배들이 멀리서 봤을 때는 그랬어요. 형이 경기장에서는 워낙 자기 할 일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라 말을 잘 안 하니까 겉모습만 보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김=후배들은 저를 어려워했던 게 사실이죠. 상욱이는 나중에 룸메이트가 돼서 저의 본모습을 많이 봤고요. -오상욱에게는 김정환 선배와의 친분이 자랑거리였겠네요. 오=저도 처음엔 정환이 형과 방을 같이 쓰게 돼서 부담스러운 마음도 있었어요.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니까요. 그런데 얘기를 하면 할수록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편하고 좋더라고요. 그때 경기장에 나가면 정환이형 덕에 제 어깨가 하늘로 치솟았어요. 다른 친구들이 형한테 인사했을 때 '그래, 잘 있었어?'라고 아는 척만 해줘도 다들 기뻐하던 시절이거든요. 그런데 형이 저한테 친근하게 대해주니까 주변 동기들이 부러워하더라고요. 제가 기가 많이 살았죠. 김=제 입장에선 상욱이가 틈날 때마다 질문을 많이 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어요. '이 타이밍에 이런 생각을 할 땐 무슨 생각이셨어요?' 같은 질문을 하더라고요. 펜싱에 열정 있는 모습을 보고 '이 친구는 내가 도움을 주면 그걸 극대화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래서 제 경험의 농축액을 떠먹여 줬죠. -후배의 시행착오를 줄여준 거군요. 김=헛된 시간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사브르가 이렇게 강해지기 전부터 여러 길을 가봐서 '어떤 길이 옳다'는 답안지를 갖고 있잖아요. 수많은 경험 중 내가 해보면서 후회됐던 건 거르고, 좋은 것만 알려주려고 했어요. 펜싱뿐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도요. 오=저한테 진짜 도움이 많이 됐죠. 예전부터 제가 늘 '김정환 선수처럼 되고 싶다'고 말한 이유가 있어요. 김=사실 처음에는 성장 속도가 생각보다 더뎠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팍' 하고 터지면서 진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더라고요. 그때 저도 조금 보람을 느꼈고, 대견하기도 했어요. 또 한편으로는 상욱이의 지금 나이와 시절이 부럽기도 하고요. 언젠가는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어야 하는 때가 올 텐데, 그때 잘 내려오는 방법도 나중에 알려주고 싶네요. -두 선수 스타일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김=공룡으로 치면 저는 육식 공룡 티라노 사우르스, 상욱이는 초식 공룡이에요. 종 자체가 달라요. 물론 초식 동물만의 장점도 있죠. 하지만 '초식 동물이 고기도 먹으면 좋은 점이 더 많을 텐데'라는 생각으로 얘기하는 거예요. '근성'이라는 건 쉽게 화를 내고 성질을 부리는 게 아니라 승부나 자신의 브랜드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주는 거거든요. 저도 '김정환' 하면 늘 믿을 수 있는 선수가 되려고 훈련 때부터 늘 신경을 최고조로 곤두세워요. 훈련을 경기같이, 경기를 훈련같이 하는 거죠. 물론 저도 이런 제 근성이 가끔은 싫어요. 늘 몸이 뜨거워서 오래 못 살 것 같아요.(웃음) 하지만 상욱이는 정말 오래 살 거예요. 혈압을 높일 일이 없거든요. 오=형, 제가 나중에 잘 보살펴 드릴게요.(웃음) 김=간병하러 올래?(폭소) -오상욱 선수도 이런 근성의 영향을 받았겠어요. 오=2016년에 세네갈로 국제대회를 갔는데, 단체전에서 저 때문에 졌어요. 그 당시 제가 따라 들어가는 동작을 잘 못해서 그런 일이 빈번히 일어났거든요. 그때 형이 외국 선수들도 다 있는 데서 '너 지금 (잘 안되는) 그 동작 100번 해' 하더라고요. 경기에 져서 화가 난 게 아니라, 저에게 자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거예요. 김=경기장에서 피스트에 서 있던 상욱이한테 '너 이리 내려와 봐' 했죠.(웃음) 오=다른 선수들은 별로 신경 안 썼겠지만, 저는 솔직히 남들이 다 보는 데서 그 동작을 반복하면서 조금 창피했어요. 그런데 그 후에 조금씩 잘 되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됐다' 싶은 느낌이 오더라고요. 김=결국 그게 오상욱을 세계랭킹 1위로 만든 주 무기가 됐어요. 저도 과거에 가장 못 했던 동작이 지금 저의 주된 기술이거든요. 운동 선수가 자신 없는 기술을 회피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어요. '내 팔다리도 멀쩡한데 남들 다 하는 게 안 될 리 없다. 될 때까지 해보자' 하면서 하다 보면 단점도 장점이 될 수 있고요. 그래서 저도 상욱이한테 '남들이 보든 말든 100개 해' 한 건데, 어느 순간 그 동작을 저보다 잘하고 있더라고요.(웃음) -'어펜저스' 인기 덕에 펜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겠어요. 김=주변의 펜싱 선후배들이 직접 운영하는 펜싱 클럽이나 동호회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연락을 많이 주세요. '너희들이 큰일 하고 있다'면서요. 저희한테 맛있는 밥이라도 사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와서 사인회 좀 하라'면서 더 활용하려는 분위기입니다.(웃음) -최근 열린 두 차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어펜저스' 멤버가 1~3위를 휩쓸었죠. 김=동생들에게 '우리가 펜싱으로 계속 결과물을 내야 한다'고 얘기했어요. 세계 1등을 하고 와서 박수를 받았는데, 국내 경기에서 1등을 못하면 반대로 손가락질을 받게 된다고요. 국내 대회 잘 치러서 '도쿄올림픽 매듭을 잘 짓자'고 했는데, 완벽한 매듭을 지었네요. 앞으로는 국제대회에서도 우리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가야죠. 그래야 저희가 지금 받는 사랑도 떳떳하게 누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동안 꼭 한 번 말하고 싶었던 얘기가 있을까요. 김=저희가 요즘 방송에서 실제 모습의 95% 정도를 보여드리고 있는데, 앞으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고 싶어요. 그게 곧 펜싱 대중화의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세 번의 올림픽을 겪어본 선수로서, 지금의 관심과 사랑이 '역대급'이라고 느껴요. 앞으로는 펜싱이 '반짝 올림픽 특수'에 그치지 않고, 올림픽 준비기간에도 꾸준히 응원을 받을 수 있는 종목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어요. 저희들도 박찬호(야구), 박세리(골프), 김연아(피겨스케이팅) 선수들처럼 꾸준한 사랑을 받는 존재가 됐으면 하고요. 물론 펜싱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1순위겠죠. 펜싱도 이렇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는 종목이라는 걸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오=도쿄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할 때, 럭비 대표팀 선수들이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왔어요. 공항에서 저희는 거의 두 시간 동안 인터뷰하고, 사진도 찍고, 여기저기서 축하와 박수를 받았거든요. 그런데 럭비 선수들은 저희 때문에 짐을 다 찾고도 안에서 10분간 대기하고, 나와서도 사진 두 장만 찍고 집에 가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그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 수가 저희보다 훨씬 더 많을 수도 있거든요. 몸싸움을 해야 하는 종목들은 특히 땀을 진짜 많이 쏟잖아요. 저희가 잘해서 이렇게 관심받고 인기도 얻는 건 당연히 정말 감사하죠. 그와 동시에 금메달은 못 땄어도 정말 값진 땀을 흘린 다른 종목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어요. 김=맞아요. 저희 역시 과거에는 럭비 대표팀과 크게 다르지 않았거든요. 예전의 서러움을 다 겪어본 세대로서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요. 지금 상황이 어려운 여러 종목들도 대중의 관심이 있다면 성장 기간이 단축될 수 있어요. 그늘에 가려진 비인기 종목에도 많은 격려를 보내주셨으면 해요. 배영은 기자 2021.09.23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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