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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IS 피플]"체인지업? 맞은 만큼 잡는다"...엄상백의 발상 전환

KT 위즈 사이드암 투수 엄상백(26)은 후반기 등판한 9경기에서 삼진 61개를 잡아냈다. 13일 기준으로 후반기 탈삼진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9이닝당 탈삼진(11.20개)은 KBO리그 전체 1위였다. 지난 시즌(2021) 엄상백이 기록한 9이닝당 탈삼진은 7.69개였다. 탈삼진 증가에 대해 그는 "체인지업이 좋아졌다. 작년까지는 타자들이 포심 패스트볼(직구)과 체인지업을 던질 때 내 투구 자세의 차이를 잘 파악한 것 같다. 올해는 직구와 거의 비슷한 자세로 체인지업을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엄상백은 전반기 스윙맨을 맡았다. 전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부상으로 빠지며 생긴 선발진 공백을 메웠고, 대체 선수 웨스 벤자민이 합류한 뒤에는 셋업맨으로 나섰다. 후반기엔 국내 투수 배제성이 컨디션 난조로 이탈하며 생긴 선발 한 자리에 투입돼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9승 2패 평균자책점 3.22. 엄상백은 전반기 초반 "(팀 동료) 고영표 선배가 완급을 조절하며 호투하는 모습을 보며 체인지업을 더 많이 활용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실제로 2021시즌 23.7%였던 체인지업 구사율은 올 시즌 31%까지 올랐다. 여기에 투구 자세와 제구까지 한층 정교해지며, 보다 안정감 있는 투구를 할 수 있었던 것. 엄상백이 좋은 투구를 이어가자 상대 팀 분석도 심화했다. 최근엔 그의 체인지업을 노리는 상대 타자가 많아졌다. 엄상백은 지난달 25일 SSG 랜더스전 1·6회 말 투구에서 각각 최지훈과 전의산에게 홈런을 허용했는데, 모두 체인지업이 공략당했다. 7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내준 1·2회 안타 3개 모두 체인지업을 던지다 맞았다. 엄상백은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뿌릴 수 있는 투수다. 이강철 KT 감독은 최근 체인지업 피안타율이 높아진 엄상백에게 "직구를 조금 더 활용하자"라고 조언했다. 엄상백이 체인지업 위주의 공 배합으로 바꾸는 데 귀감이 됐던 고영표조차 "강속구를 던질 줄 아는 (엄)상백이가 굳이 내 투구 패턴을 따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여러 구종을 활용했을 때 효과도 있겠지만, 구위로 압박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나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상백이가 부럽다"고 했다. 엄상백은 최근 높아진 체인지업 피안타율에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그는 "체인지업이 (안타나 홈런을) 많이 맞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아웃카운트를) 잡아낸다고 생각한다.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타자가 의식하게 되고, 직구 위력도 더해지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도자와 선배의 조언을 흘려듣는 건 아니다. 엄상백은 "7일 한화전에서도 그랬고, 앞으로는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빠른 공 승부를 이전보다 많이 할 생각"이라고 했다. 물론 등판 당일 컨디션, 구종의 위력과 제구를 두루 고려해 선택한다. KT는 지난주까지 6위 NC 다이노스에 11.5경기 차 앞선 4위를 지켰다. 키움과 3위 경쟁 중이다. 엄상백은 남은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KT의 키플레이어 중 하나다. 올 시즌 그의 도약을 이끈 체인지업이 더 날카로운 무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희수 기자 2022.09.14 08:00
프로야구

울부짖는 사자와 호랑이…일곱 팀 2.5경기 차 초박빙 프로야구

잠자던 맹수들이 깨어났다. 사자와 호랑이가 약진하며 순위권 싸움을 치열하게 만들었다. 프로야구 중위권은 대혼전이다. 2위 LG 트윈스(18승 14패)와 공동 7위 KT 위즈, KIA 타이거즈(이상 15승 16패)의 게임차가 2.5게임에 불과하다. SSG 랜더스가 멀찍이 앞선 가운데 LG,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키움 히어로즈, 삼성 라이온즈, KT, KIA까지 일곱 팀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하위권에 머물던 삼성과 KIA의 도약이 눈에 띈다. 삼성은 최근 9경기에서 8승 1패를 거두며 5할 승률(16승 16패)을 찍었다. 3연승 이후 NC에게 한 번 지긴 했지만 다시 5연승을 이어가며 8위에서 6위까지 올라섰다. KIA는 4일 키움전부터 5연승을 질주중이다. 삼성과 광주 3연전에서 모두 역전패 하는 등 충격의 6연패에 빠졌지만, 반등에 성공했다. 두 팀이 살아난 건 선발 투수들의 활약 덕택이다. 삼성은 데이비드 뷰캐넌과 알버트 수아레즈, 두 외국인투수가 꾸준하다. 수아레즈는 평균자책점 2.36(9위), 뷰캐넌은 2.60(12위)을 기록하고 있다. 둘이 합쳐 87이닝을 소화했는데, 외국인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다. 주춤했던 국내 선발투수들도 분전하고 있다. 원태인은 지난 6일 롯데전에서 8이닝 무실점하고 시즌 2승을 따냈다. 백정현은 개막 후 3경기 연속 4점 이상을 내줬으나, 최근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했다. 5월 선발 평균자책점은 1.93이다. KIA도 뒤지지 않는다. KIA는 4월 23일 키움전부터 지난 6일 대전 한화전까지 12경기 연속 선발투수들이 QS 행진을 이어갔다. 1995년 LG가 세운 역대 최다 기록(19경기)엔 못 미쳤지만 공동 2위 기록이다. 7일 이 기록을 깨트린 게 에이스 양현종일 정도로 모든 투수들이 잘 던졌다. 김종국 KIA 감독도 "현종이에서 기록이 깨진 게 낫다"고 웃었다. KIA는 로니 윌리엄스가 좌측 하지 임파선염으로 이탈했다. 그러나 양현종, 션 놀린, 이의리, 한승혁이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왼쪽 내복사근을 다쳐 돌아왔던 임기영도 돌아와 로니의 빈 자리를 메웠다. 선발 평균자책점(2.97)은 1위. 로니가 복귀하면 한 명을 구원으로 돌려야 하는 '행복한 고민'까지 해야 한다. 좀 더 치고 올라갈 반등요소도 있다. 삼성은 주춤했던 간판 타자 구자욱이 지난 4일 허리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르면 이번 주말에도 복귀할 수 있다. 오재일도 8일 롯데전 연장 10회 말 결승 투런포를 터트렸다. 젊은 사자들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유격수로 선발 출전중인 이재현은 탄탄한 수비가 돋보인다. 최근에는 두 경기 연속 3안타를 때려내며 공격에서도 힘을 보탠다. 중견수로 나서고 있는 2년차 김현준도 타율 0.276을 기록중이다. KIA는 영입생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나성범은 4월 타율 0.330을 기록했지만 홈런 2개에 그쳤다. 그러나 5월 들어서는 벌써 홈런 2개를 쳤다. 어린이날엔 "팬들에게 홈런을 선물하겠다"는 약속을 하더니 정말로 홈런을 때려 승리를 이끌었다. 트레이드로 데려온 박동원도 12경기 만에 4홈런을 쳤다. 지난해엔 팀 홈런 꼴찌였지만 올 시즌은 4위(20개)다. 장정석 KIA 단장은 박동원 트레이드 이후 "끝이 아니다. 팀에 도움이 된다면 더 트레이드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또 움직였다. KIA는 9일 박동원 트레이드로 입지가 좁아진 포수 김민식을 SSG에 내주고, 투수 김정빈과 내야수 임석진을 데려왔다. 김정빈은 좌완이고, 임석진은 거포형 우타자다. 둘 다 KIA엔 부족한 자원이고, 1군에선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상위 순번으로 뽑힌 기대주다. 이번 주가 고비다. 삼성은 주중 3연전에서 SSG를 만난다. 첫 3연전에선 모두 패했던 상대다. 주말엔 두산을 만난다. 최근 다섯 시즌 동안 24승1무42패로 열세였다. KIA는 KT와 LG를 차례로 만난다. 10일 경기에선 KIA 상대로 강했던 KT 배제성을 상대한다. LG와 3연전에선 올시즌 개막전 6이닝 동안 안타 1개 밖에 치지 못한 애덤 플럿코를 만날 것이 유력하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2.05.09 15:04
야구

강했던 타선에도 고전...KT 국내 선발진이 수상하다

'디펜딩 챔피언' KT 위즈가 2022시즌 개막 초반 고전하고 있다. 리그 최강으로 평가받던 국내 선발진이 흔들렸다. KT는 개막 7경기에서 5패(2승)를 당했다. 팀 득점(22점)은 8위, 득점권 타율(0.189)은 9위에 그쳤다. 주포 강백호가 개막 전 부상으로 이탈한 탓에 공격력이 저하됐다. 이강철 KT 감독은 지난 7일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투·타 엇박자가 있지만, 투수진은 제 몫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곧 반등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앞선 4경기에서 KT 선발 투수들은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제 몫을 다했다. 그러나 7일 SSG전에 나선 선발 투수 소형준이 부진했다. 6이닝을 버텼지만, 10안타를 맞고 4점을 내줬다. KT는 3-4로 패했다. 소형준은 통산 9번 등판한 SSG전에서 7승을 챙겼다. 평균자책점은 1.72. 피안타율은 0.202를 기록했다. SSG전에 매우 강했다. 이강철 KT 감독이 소형준의 등판 일정을 의도적으로 SSG전에 맞출 정도였다. KT의 정규시즌 1위, SSG의 5강 진출권이 걸려 있던 지난해 10월 30일 정규시즌 최종전에서도 소형준은 호투(5이닝 2실점)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런 소형준이 SSG 타선에 고전했다. 특히 추신수와 최지훈, 테이블세터를 막지 못했다. 최지훈은 이전 23번 승부에서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던 상대다. 이날(7일 SSG전)은 주 무기 투심 패스트볼이 통하지 않았고, 모두 실점으로 연결되는 안타를 허용했다. 소형준은 시범경기에서 포심 패스트볼(직구) 구속이 크게 향상된 투구를 보여줬다. 최고 스피드는 시속 151㎞. 투심도 147~8㎞까지 찍혔다. 그러나 시즌 첫 등판에서는 직구와 투심, 컷 패스트볼(커터) 모두 구속이 크게 떨어졌다. 컨디션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4선발 배제성도 9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부진했다. 4이닝 동안 5피안타 4실점 하며 조기강판됐다. 배제성은 3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7이닝 무실점하며 호투했다.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을 한껏 활용했고, 볼넷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화전에서는 가운데로 몰린 공이 많았다. 임종찬과 김태연, 한화 '거포' 기대주 두 타자에게 홈런을 맞았다. 배제성이 2홈런 이상 허용한 건 2020년 8월 27일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40경기 만이다. 배제성은 지난 3시즌(2019~2021) 10번 등판한 한화전에서 평균자책점 1.72를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194. 40이닝 이상 소화한 상대 5팀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남겼다. 그런 배제성도 일격을 당했다. 제구 난조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한화 타선에 자신감을 심어준 건 꽤 큰 손실이다. 리그 전반적으로 개막 초반 투고타저 현상이 두드러진다. 마운드의 힘이 초반 순위 경쟁을 좌우할 전망이다. KT는 믿었던 국내 선발진이 흔들리고 있다. 소형준, 배제성이 빨리 정상 궤도에 진입해야 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2.04.11 05:59
야구

'김재윤 창단 첫 100세이브' KT, 한화에 3-1 승리

KT가 탄탄한 마운드를 앞세워 1위 독주 체제를 굳건히 했다. KT는 23일 수원 한화전에서 선발 배제성의 6이닝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3-1로 이겼다. 이와 함께 이날 LG를 꺾은 2위 삼성과 게임 차를 5.5경기로 유지했다. KT 마무리 투수 김재윤은 시즌 28번째 세이브를 올리면서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통산 10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KBO리그 역대 17번째 기록이다. KT는 0-0으로 맞선 6회 말 선두타자 김민혁이 내야안타로 출루하면서 득점 기회를 잡았다. 강백호와 장성우의 연속 볼넷으로 이어진 1사 만루에서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이 유격수 땅볼로 3루 주자를 불러 들여 선취점을 뽑았다. 계속된 2사 2·3루에서 한화 투수 김범수의 폭투로 1점을 추가한 KT는 7회 말 쐐기점까지 뽑았다. 선두타자 조용호의 중전 안타로 만든 2사 1·2루에서 황재균이 우중간 적시타를 쳤다. KT 선발 배제성은 6이닝 3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9승(6패)째를 올려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까지 1승만 남겨뒀다. KT 불펜 필승조 주권은 시즌 23번째 홀드를 추가하면서 이 부문 단독 1위로 나섰다. 프로 데뷔전을 치른 한화 선발 남지민은 3이닝 1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수원=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2021.09.23 21:45
야구

관리 받는 소형준, '6선발' 체제의 힘

리그 1위 KT의 최대 강점은 탄탄한 선발진이다. KT 선발진은 지난주까지 팀 평균자책점(3.73) 1위를 기록했다. 후반기부터는 한층 여유 있는 운영을 하고 있다. '6선발' 체제를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엄상백이 가세했다. 외국인 듀오와 토종 투수 4명이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다. KT는 '6선발 체제' 덕분에 체력 관리가 된다. 선발 투수의 통상적인 등판 간격은 5~6일이다. 가용 자원이 한 명 더 있는 KT 투수들은 1~2일 더 휴식을 보장받는다. 정규시즌이 막바지로 향하며 투수진 체력이 저하되는 시점. 추가 휴식은 단비다. 특정 투수가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건너뛰어도 부담이 적다. 다른 팀처럼 5선발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완 투수 배제성이 지난달 17일 LG전 등판 뒤 12일 동안 휴식을 얻었다. 재충전한 배제성은 복귀전이었던 8월 29일 삼성전, 지난 5일 LG전 모두 호투했다. 풀타임 2년차 소형준(20)도 휴식을 부여받는다. 이강철 KT 감독은 "원래 8일 KIA전이 소형준의 등판 순번이지만, 주말로 미루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소형준은 아직 몸을 만들어가는 선수다. 휴식을 취한 뒤 확실히 더 좋은 투구를 한다. 최대한 (선수의 어깨를) 아 끼면서 쓰려고 한다. 내년도 주축 선발로 나서야 할 투수다"라고 설명했다. 소형준은 전반기 내내 '2년차 징크스'에 시달렸다. 빠른 공의 구속은 떨어졌고,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리는 승부가 많았다. 지난달 19일 등판한 LG전, 25일 SSG전은 모두 5이닝 이상 소화하며 무자책점 투구를 했다. 하지만 31일 한화전에서는 3⅔이닝 5실점 하며 다시 주춤했다. 소형준은 '6일 이상' 휴식을 취하고 등판한 2020~21시즌 1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했다. 5일 휴식 뒤 나선 18경기에서는 4.73. 이강철 감독의 말처럼 충분히 휴식한 뒤 더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소형준은 휴식기를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신인 시절이었던 2020시즌에는 데뷔 11경기 만에 2주 동안 휴식을 부여받았는데, 그 기간에 팀 동료 윌리엄 쿠에바스로부터 컷 패스트볼을 배웠다. 복귀 뒤 실전에서 바로 활용했다. 올해 올림픽 휴식기에도 투구 패턴 변화를 궁리하고 멘털을 다잡았다. 소형준에게 휴식은 보약이다. 전략적으로도 탁월한 선택이다. 소형준은 오는 홈구장에서 열린 SSG와의 주말 3연전(12일 더블헤더) 중 한 경기에 출격할 전망이다. 통산 6경기에 등판, 전승을 거둔 상대다. 평균자책점은 1.30. '거포 군단' SSG를 상대로 피홈런이 없다. 올 시즌 첫 승도 SSG전(4월 29일)에서 따냈다. 이강철 감독은 "(소형준이 호투할 가능성은) 기록이 말해 주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선수에게 휴식을 부여하면서, KT의 승리 확률은 높였다. 그리고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 탄탄한 선발진이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9.0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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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우 공백 무색, '만년 백업' 허도환의 뜨거운 6월

KT의 백업 포수 허도환(37)의 6월은 프로 무대 데뷔 후 가장 뜨거운 한 달이었다. 허도환은 지난 2주 사이 개인 최초 기록을 세 가지나 썼다. 지난달 27일 한화전에서는 프로 입단(2003년) 19년 만에 처음으로 만루 홈런을 쳤다. 7번 타자·포수로 선발 출전, KT가 2-0으로 앞선 6회 초 1사 만루에서 한화 투수 신정락의 시속 144㎞ 바깥쪽(우타자 기준)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해 우측 담장을 넘겼다. 팽팽하던 승부가 한순간에 KT로 기울었다. 허도환이 11-1 대승을 이끌었다. 이 홈런은 허도환의 데뷔 첫 2경기 연속 홈런이기도 했다. 전날(지난달 26일) 열린 한화전 2회 초 2사 1루에서 라이언 카펜터의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해 좌월 홈런을 쳤다. 2경기에서 6타점. 종전 2타점을 더해 6월에만 8타점을 기록했다. 커리어 월간 최다 타점도 경신했다. KT 주전 포수 장성우는 지난달 19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컨디션 난조로 인한 휴식 차원이다. 장성우는 지난해 KT 안방을 952이닝(리그 2위) 동안 지킨 KT의 버팀목. 공격 기여도도 높은 편이다. 백업 허도환이 그 공백을 완벽히 메우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그는 기대 이상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KT는 허도환이 선발 포수로 나선 지난달 19일부터 9경기에서 7승(2패)을 거뒀다. 이 기간 KT의 평균자책점(2.57)은 10개 구단 중 1위. 배제성·소형준 등 젊은 투수뿐 아니라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의 호흡도 좋았다. 공격력도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달 26~27일 한화전에서만 '반짝' 활약한 게 아니다. 지난달 19일 두산과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는 0-1로 지고 있던 7회 말 동점 적시타를 치며 KT의 4-1 승리 발판을 만들었다. 지난달 21일 KIA전 5·6회 말 공격에서는 안정감 있는 보내기 번트로 득점 기회를 열었다. KIA는 앞선 5회 초 무사 1·2루에 나선 오선우가 보내기 번트에 실패한 뒤 무득점에 그쳤다. 허도환의 작전 수행력이 더 돋보인 이유다. SSG 소속이었던 허도환은 2019년 11월, 내야수 윤석민과 트레이드돼 KT 유니폼을 입었다. KT는 그의 다섯 번째 팀이다. 만년 백업이자 저니맨, 그리고 30대 중반을 넘긴 포수. 전력 강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강철 KT 감독은 허도환 영입 후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포수 뎁스(선수층) 강화뿐 아니라 KT가 추구하는 야구에 맞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여러 팀을 거치며 다양한 선수와 호흡한 경험이 KT 젊은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KT 이적 2년 차, 허도환은 비로소 사령탑의 말을 증명하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개인적으로도 프로 데뷔 후 가장 뜨거운 초여름을 보냈다. 정상을 노리는 KT에 주전 포수 장성우의 체력 관리는 매우 중요한 숙제다. 허도환이 그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안희수 기자 2021.07.01 06:58
야구

올핸 김병희·김태훈...KT의 신기한 '지니 야구'

KT에서는 올해도 위기에서 새 얼굴이 등장해 선수단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는 전력과 선수층의 강화로 이어졌다. 막내 구단 KT가 어느덧 가장 탄탄한 내실을 갖춘 팀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4월 25일 수원 KT위즈파크. 롯데전을 앞둔 이강철 KT 감독은 언론 인터뷰 내내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주장이자 주전 3루수 황재균이 전날 수비를 하다 코뼈 골절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개막 첫 7경기에서 5패(2승)를 당하며 주춤했던 KT는 이후 10경기에서 7승(3패)을 거두며 반격하고 있던 터였다. 상승세 국면에서 주축 선수가 이탈한 것이다. 시즌 첫 위기에서 새 얼굴이 황재균의 자리를 완벽하게 메웠다. '창단 멤버' 김병희가 그 주인공. 1군 콜업 뒤 출전한 첫 경기(4월 25일 롯데전)에서 대주자로 나선 그는 5-5였던 9회 말 2사 만루에서 롯데 마무리 투수 김원중을 상대로 끝내기 안타를 쳤다. 선발로 출전한 27일 SSG전에서는 5차례 출루를 기록하며 KT의 14-5 대승을 이끌었다. 김병희는 이후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었다. 지난주까지 출전한 33경기에서 타율 0.294, 5홈런을 기록했다. 홈런은 팀 내 5위. KT는 황재균 부재 속에 치른 26경기에서 16승(11패)을 거두며 선전했고, 6월 16경기에서도 10승(6패)을 챙기며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그사이 새 얼굴이 한 명 더 등장했다. 외야수 김태훈이다. 2015년 2차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 지명 선수로, 올 시즌 퓨처스리그(남부) 타율 1위(0.379)를 지키며 주목받았다. 주전급 외야수 김민혁이 헤드샷 후유증으로 부상자명단에 오르며 생긴 빈자리를 메웠다. 김태훈은 8일 SSG전에서 데뷔 첫 멀티히트(2안타)를 기록했고, 11일 한화전 연장 11회 말에는 대타로 나서 3루타를 치며 장성우의 끝내기 안타 발판을 만들었다. 12일 한화전에서도 대타로 나서 신정락으로부터 스리런포를 때려냈다. 이강철 감독은 "병희는 유인구를 참아낼 줄 안다. 이전에는 직구 이외의 공을 공략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태훈이도 16일 NC전에서 포크볼을 참는 모습을 보니,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더라. 타구 속도가 워낙 빠른 선수다. 중·장거리형 타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키워보고 싶다"고 평가했다. 타격 코치로 두 선수를 지도한 이숭용 KT 단장도 "누구보다 절실한 마음으로 야구를 하는 선수들이다. 더 좋은 경기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병희와 김태훈의 등장은 KT 육성 시스템이 만든 성과다. 이숭용 단장과 이강철 감독이 나란히 부임한 2018년 겨울부터 KT의 육성 기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숭용 단장은 "2군 선수들 입장에서는 1군에서 써주니까 '나도 잘하면 기회가 온다'는 동기가 생겼다. 그 영향이 크다"고 소견을 전했다. 이숭용 단장은 시스템을 강조했다. 거창한 게 아니다. 원칙 준수와 쌍방향 소통이다. 이숭용 단장은 "2군 선수를 1군에 올릴 때, 이름값이나 커리어에 연연하지 않는다. 특정 선수를 콕 집어 '이 선수는 컨디션이 어떠냐'고 확인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공백이 생긴 포지션에 적합한 선수를 2군 코칭스태프가 회의를 거쳐 추천한다. 구성원 모두 납득할 만한 선수가 기회를 얻는다. 그래야 불만이 나오지 않는다. 이를 위해 1군과 2군, 그리고 프런트는 꾸준히 소통한다"고 밝혔다. 이숭용 단장이 아울러 당부하는 가치가 창의성이다. 매뉴얼만 따르면 선수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승리와 기록에 연연하지 말고, 각자의 목표에 따라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숭용 단장은 "2군은 더 많이 실패하고, 그 실패를 줄이면서 자신감을 얻는 무대"라고 설명했다. 시스템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새 얼굴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2019년에는 투수 배제성과 김민수가 유망주 딱지를 뗐다. 이강철 감독은 2018년 말 마무리캠프에서 두 투수를 선발 후보로 점찍었다. 당시 선발 투수였던 금민철과 이대은이 부상과 부진으로 이탈하자, 2군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던 두 투수에게 바로 기회를 줬다. 배제성은 10승 투수로 성장했고, 김민수는 전천후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수비에 비해 공격력이 떨어졌던 외야수 배정대는 지난해 '반쪽 선수' 오명을 털어냈다. 스윙과 타구 속도가 괄목한 만큼 향상된 그를 주전으로 활용하기 위해 KT는 간판타자 강백호를 외야수에서 1루수로 전향시키는 선택을 감행했다. 2군에서 성장세를 보여준 좌완 투수 조현우도 꾸준히 기회를 줘 1군 셋업맨으로 만들었다. 이제 남부럽지 않은 인프라도 갖췄다. KT는 22일 퓨처스팀이 쓰고 있는 익산 야구장 내 실내훈련장과 생활관 준공 소식을 알렸다. 퓨처스팀 선수들도 최신식 훈련 시절과 숙소를 쓰며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것이다. 2군 인프라 개선은 이숭용 단장과 이강철 감독이 부임 직후 그룹에 건의한 내용이다. 스카우트부터 육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는 생각처럼 쉽게 만들기 어렵다. '화수분 야구'로 유명한 두산이 KBO리그에서 이 시스템을 가장 잘 갖추고 있다. '막내 구단' KT의 육성 시스템이 뿌리를 내렸다고 말하긴 아직 이르다. 그러나 분명한 건 매년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숭용 단장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나중에라도) '육성을 잘하는 팀'이라는 말은 꼭 듣고 싶다"며 "선수들, 그리고 1·2군 지도자들의 노력 덕분에 한 발씩 그 목표에 다가서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KT 그룹은 몇몇 사업·제품군에 지니(Genie)를 브랜드로 사용하고 있다. 음원 서비스, 인공지능(AI) 제품, 콘텐트 전문 기업 등이 해당한다. 지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에 등장하는 램프의 요정이다. 동화 속 마법은 현실에서 정보통신기술(ICT)과 AI다. KT가 꿈꾸는 '지니 야구'가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안희수 기자 2021.06.24 06:58
야구

에이스? 양·강 공존? 한화 3명?…승선 레이스 본격화

KBO리그는 5월 4일, 낯선 화요일을 보낸다. 야구 국가대표팀(2020 도쿄올림픽)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이 3일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았고, KBO는 해당 선수들의 휴식 보장과 10개 구단 전력 공백 변수를 줄이기 위해 4일 경기 일정을 10월에 편성하기로 했다. 이틀 재정비 기간을 보낸 KBO리그는 휴일(어린이날)인 5일부터 리그가 재개된다.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1위와 10위 승차는 5.5경기에 불과하다. 개인 성적도 불꽃이 튈 전망이다. 동시에 도쿄 올림픽 최종 엔트리 승선을 향한 레이스도 본격화된다. 국제대회는 경험이 경쟁력이다. 일부 베테랑 선수의 대표팀 승선은 필수다. 단기간 성적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다. 그러나 젊은 선수는 다르다. 4~5월 보여준 기량·잠재력·컨디션을 바탕으로 7월(대회 기간) 경기력을 예측해야 한다. 4월 기세가 5월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개막 초반 성적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이의리, 선발로 대표팀 승선? 선발 투수는 베테랑부터 신인까지 기회가 열려 있는 형국이다. 양현종(텍사스)·김광현(세인트루이스)은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진출한 탓에 올림픽 참가가 어렵다. 에이스가 없다는 얘기다. 개막 첫 달 토종 선발 중 가장 빼어난 컨디션을 보여준 투수는 삼성 원태인이다. 5경기에 등판해 4승1패·평균자책점 1.16을 기록했다. 2경기(4월 13·18일) 연속 10탈진을 기록하며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최근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해내기도 했다. 데뷔 2년 차였던 지난해는 6승10패·평균자책점 4.89를 기록하며 성장통을 겪었는데, 3년 차를 맞이한 올해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이다. 박종훈(SSG)도 컨디션이 좋다. 5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2.48을 기록했다. 리그 선발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32⅔이닝)을 소화할 만큼 선발 투수 임무를 충실히 이행했다. 두산 우완 사이드암 투수 최원준도 5경기에서 1점(1.91)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경쟁력을 보여줬다 KT 선발 3인방도 동반 발탁 가능성이 있다. 소형준은 컨디션 난조로 휴식을 부여받았지만, 4월 29일 SSG전에서 복귀전을 치러 6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호투했다. 데뷔 2년 차지만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의 안정감은 리그 정상급이라는 평가다. 2년(2019~20시즌) 연속 10승을 거둔 배제성도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1일 KIA전에서 이전 4경기보다 더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옆구리 투수 고영표도 등판한 5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좌완 선발은 예측이 어렵다. 2020시즌 리그 정상급 투수로 거듭난 구창모는 현재 왼쪽 전완부 피로골절 여파로 재활 치료 중이다. 국제 대회 경험이 많은 차우찬, 삼성 기대주로 떠오른 최채흥도 부상 탓에 시즌 첫 등판도 나서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KIA 신인 이의리가 주목받고 있다. 4경기 모두 선발로 등판해 평균자책점 2.42를 기록한 투수다. 한층 기세가 좋던 LG, 도깨비팀 한화를 상대로 '6이닝 이상 1실점 이하' 투구를 보여줬다. 이의리는 예비 엔트리에는 불펜 요원으로 분류됐는데, 긴 이닝을 막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불펜은 구위가 좋은 우완 정통파 투수들이 많다. 오승환(삼성)·조상우(키움)·고우석(LG)·김원중(롯데) 등 면면이 화려하다. 현재 리그 홀드 1위(9개) 이승진(두산)도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옆구리 투수 정우영(LG)도 경쟁력이 있다. 데뷔 2년 차를 보내고 있는 강재민(한화)도 14홀드를 기록한 지난해보다 더 좋은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66을 기록했다. 올 시즌 데뷔 최고의 레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LG 좌완 셋업맨 김대유는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좌완 불펜 선발은 더 지켜봐야 한다. SSG 김태훈, 한화 김범수에게 눈길이 간다. 경험이 많은 정우람의 어깨는 더 무거워질 전망이다. 주전 유격수는 오지환? 타격감 회복 '절실' 야수진 엔트리도 주전·백업 경합 지역이 있다. 일단 내야진. 2019년 프리미어12 대표팀은 7명을 뽑았다. 보통 주전부터 채운 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내야수로 백업 층을 구성한다. 1루수와 3루수에 타격 능력이 좋은 타자가 많기 때문에 대타 요원도 포함될 때가 있다. 유격수와 2루수는 주전을 예단하기 어렵다. 김하성(샌디에이고)가 MLB에 진출하며 공석이 된 유격수는 오지환이 주전을 차지할 것으로 보였다. 그는 지난해 타율 0.300·10홈런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 시즌 24경기에서 타율 0.190을 기록하며 부진하다. 반면 하주석(한화)이 타율(0.310)과 장타율(0.494) 모두 예년보다 향상된 수치를 남기며 대표팀 승선을 노리고 있다. KT 주전 심우준도 타율 0.292를 기록하며 약점이었던 공격력을 보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수비력은 리그 최고 수준이다. 주력까지 겸비한 선수다. 2루수 선발은 변수가 많다. 장타력은 최주환(SSG)이 가장 좋다. 그러나 그는 현재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져있다. 대표팀 경험과 콘택트 능력은 박민우(NC)가 단연 앞선다. 안치홍(롯데)과 김선빈(KIA)은 현재 타격감이 가장 좋은 타자들이다. 정은원(한화)은 수비력 강화와 세대교체 차원에서 쓸 수 있는 카드다. 3루수는 항상 최정(SSG)·황재균(KT)·허경민(두산)이 경합하거나 동반 승선했다. 황재균의 코뼈 골절상이 이런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 시즌 타격 능력이 일취월장한 노시환(한화)의 승선 여부도 관심사다. 안방은 '회춘'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강민호와 현재 국가대표 주전 포수라고 할 수 있는 양의지가 공존할 가능성이 있다. 강민호가 올 시즌 초반 공·수 모두 빼어난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다. 보통 주전 포수와 상대적으로 젊은 포수를 내세운다. 일발 장타가 있는 유강남(LG)을 뽑아 밸런스를 맞출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유강남이 올 시즌 23경기에서 타율 0.230·장타율 0.324에 그치고 있다. 1루수는 세대교체가 유력하다. 강백호(KT)가 4월 한 달 동안 타율 0.407을 기록했다. 맹타다. 홈런은 2개뿐이지만, 안타 생산 능력은 앞선 3시즌(2018~20)보다 더 좋아졌다. 박병호는 부진하며 2군으로 내려갔고, 이대호는 주로 지명타자로 나서고 있다. 강백호는 2019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는 외야수로 뛰었다. 일본 마운드를 상대로 호쾌한 스윙을 보여줬다. 국제대회 경험도 있다. 가장 경합이 치열한 외야는 5~6명을 뽑는다. 추신수(NC), 최형우(KIA), 나성범(NC) 등 경험이 많은 타자들의 4월 타율이 저조하다. 그러나 이미 MLB와 국제 대회에서 실력을 검증 받은 리그 최고 타자들이다. 개인 통산 타율이 0.336인 이정후(키움)도 2021시즌 26경기에서 타율 0.287를 기록하며 예상보다는 저조한 성적이지만, 무난히 승선할 전망이다. 김현수(LG)도 타율(0.297)은 좋은 편이 아니지만 클러치 능력은 뛰어나다. 리그 결승타 1위다. 구자욱(삼성), 박건우(두산) 등 이름값 있는 타자들이 매우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KT 주전 중견수로 거듭난 배정대도 타율과 주루 그리고 수비 모두 높은 능력치를 증명하며 첫 대표팀 승선을 노린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5.04 04:58
야구

KT, 2년 연속 '밸런스' 엇박자...그래도 강팀인 이유

KT는 2019시즌 개막 5연패를 당했다. 2020시즌도 3연패로 시작했다. 초반에 잃은 승수를 만회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2019시즌은 시즌 124번째 경기, 2020시즌은 58경기 만에 5할 승률을 회복했다. 올해도 초반부터 고전하고 있다. 지난주 8일 수원 LG전부터 4연패를 당했다. 14일까지 치른 8경기 전적은 3승6패. KT는 2020 정규시즌에서 2위에 오르며 강팀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공·수, 신·구 밸런스가 좋은 팀으로 평가된다. 5강 후보로 꼽는 야구 전문가도 있었다. 그러나 출발은 지난 2년(2019~20시즌)과 다르지 않았다. 2019시즌은 전력이 약했다. KT는 이전 4년(2015~18시즌) 연속 최하위권에 머문 팀이었고, 이강철 감독 부임 직후에도 패배 의식을 떨쳐내지 못했다. 5연패를 당하는 동안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실책(7개)을 기록하며 자멸했다. 첫 3경기는 경기 후반에 역전을 허용했다. 2020시즌에는 믿었던 불펜이 무너졌다. KT 구원진은 개막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8.46을 기록했다. 블론세이브만 4개. 마무리 투수였던 이대은은 시즌 8번째 등판을 마치고 2군으로 강등됐다. KT 타선은 2020시즌 개막 초반 뜨거웠다. 이강철 감독은 달아오른 타선이 식기 전에 마운드 정상화를 노렸다. 올해는 반대다. 타선이 침체됐다. 팀 타율(0.258)은 10개 구단 중 3위지만, 팀 득점(37점)은 8위다. 득점 응집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2020년 타격 4관왕(홈런·타점·득점·장타율) 멜 로하스 주니어가 일본 리그 한신으로 이적하며 생긴 공격력 저하를 절감하고 있다. 로하스 공백은 예견된 변수였다. 새 외국인 타자 조일로 알몬테도 9경기에서 타율 0.294·1홈런·6타점을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타격 능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무게감 차이는 있다는 평가다. 중심 타선(3~5번) 강백호를 제외하면 '장타자'라고 볼 수 있는 타자가 없다. 로하스를 중심으로 앞·뒤 타순 타자들이 시너지를 내는 '우산 효과'가 사라진 셈이다. KT는 타격감이 좋은 강백호의 컨디션을 활용하기 위해 4번이었던 그를 3번에 배치하기도 했다. 아직 KT의 2021년 레이스를 예단한 시점은 아니다. 마운드 전력은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두 차례씩 선발 등판을 소화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소형준·고영표·배제성 모두 1번 이상 호투했다. 데스파이네는 2연패를 당했지만, 모두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했다. 소형준도 10일 삼성전에서는 4이닝 4실점하며 고전했지만, 한화와의 개막전에서는 5⅔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병역을 마치고 KT에 복귀한 우완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도 2연속 QS다. KT가 4연패에 빠져 있던 13일 잠실 두산전에서 6이닝 3실점을 기록하며 승리(8-7) 발판을 놓았다. 첫 등판(8일 LG전)에서 4⅓이닝 6실점(5자책)한 배제성도 14일 두산전에서 5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등에 담 증세가 생겼던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는 15일 두산전에서 복귀전을 치른다. KT는 1승을 기대할 수 있는 선발 투수 5명이 꾸준히 등판할 수 있는 팀이다. 셋업맨 주권, 마무리 투수 김재윤도 순항한다고 볼 순 없지만, 크게 나쁘지도 않다. 정규시즌을 마치면 '결국 투수 놀음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타격 사이클은 수 차례 오르내린다. 1득점으로도 승리할 수 있다. KT가 현재 투·타 밸런스가 조화를 이루지 못해 승률 관리에 고전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여전히 강력한 무기를 가진 팀이다. 일시적 침체와 선전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팀 분위기가 지난해 정규시즌 2위에 오르는 과정에서 자리 잡았다. KT의 레이스는 이제 시작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4.15 12:30
야구

팔이 올라가지 않을 때, 배제성은 책임감을 새겼다

배제성(KT·25)이 2020 정규시즌 기록한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39.7㎞다. 최고 구속은 142~3㎞에 불과했다. 2019시즌은 143.3㎞(이상 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까지 찍혔다. 140㎞대 후반, 강속구를 뿌렸다. 1년 사이에 구속이 크게 떨어진 것. 일종의 '2년 차 징크스'였다. 배제성은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을 소화한 2019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는 "(2019년 마무리캠프부터) 몸에 통증이 많았다. 보강 훈련에 매진하느라 웨이트 트레이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여파가 2020시즌에 나타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시즌 중에는 (오른쪽) 팔이 잘 안 올라왔고, 세게 던져도 구속이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던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렇게 상황이 흘러갔다"고 돌아봤다. 이강철 KT 감독도 "풀타임을 처음으로 치른 뒤 팔이 떨어진 게 보였다. 2020시즌은 억지로 버티는 게 보였다. 올해는 일단 투구를 지켜보고, 쉬는 타이밍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군대를 보낼 생각도 했다"며 배제성의 구위 저하를 주목했다고. 배제성은 2020시즌, 구위 저하에 시달리면서도 10승(7패)을 거뒀다. 평균자책점(3.95)도 나쁘지 않았다. 패스트볼 구속이 떨어지다 보니, 변화구 구사 효과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더 정교한 제구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고, 타자와의 수 싸움을 위해 공부도 많이 했다. 호투 뒤에는 도움을 준 포수 장성우를 향해 "고맙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당시 배제성은 '버틴다'는 마음가짐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그는 "'3점을 내주면 4점, 7실점하면 8번째 실점은 막아내자'는 자세로 공을 던졌다. 납득할 수 없는 투구를 해도 책임감을 갖고 던지기 위해 노력했다. '끝까지 해야 한다'는 정신력이 키워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팔 각도가 높아지지 않았던 탓에, 구속과 공 끝의 힘이 떨어졌지만 1이닝이라도 더 막아야 하는 선발 투수이기에 마음을 다잡았다. 배제성은 2019시즌에도 "승수보다는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게 선발 투수의 임무"라고 말한 바 있다. 다가올 2021시즌은 더 좋은 투구가 기대된다. 구위가 돌아왔다. 배제성은 스프링캠프 첫 라이브 피칭에서 시속 148㎞를 찍었다. 지난 25일 열린 한화와의 시범경기에서도 147㎞를 기록했다. 배제성은 "올 시즌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원래 힘이 약한 편이라 높은 강도는 소화하지 않았지만, 꾸준히 했다. 지금은 세게 던지지 않아도 작년보다 구속이 더 나온다"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도 "'저 친구(배제성)을 꼭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2018년 마무리캠프 때 투구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며 반겼다. "2년 연속 풀타임 선발로 나선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전했다. 배제성은 스프링캠프에서 특별 인스트럭터로 KT 투수진을 지도한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25일 한화전 등판에 나섰다. 선 감독은 배제성에게 "겨우내 준비를 잘 했으니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고 평소처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남겼다고. 선 감독의 눈에도 배제성의 준비 상태는 매우 좋았다. 배제성은 "올해는 꼭 규정 이닝을 채우겠다. 평균자책점과 이닝 소화에 더 신경쓰겠다"는 시즌 목표를 전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3.29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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