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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홀린 '하찮지만 소중한' 브라키오…린가드·NC의 '공룡 사랑' 이유 있었네

어린 시절 추억 속 공룡이 2D 화면을 벗어나 캐릭터 IP(지식재산권) 사업으로 확장하며 오프라인에서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국내 대표 공룡 캐릭터 '둘리'의 위상에 작고 하찮지만 소중한 '조구만' 초식 공룡이 깜찍한 도전장을 내밀어 눈길을 끈다."공룡 캐릭터에 힐링 받을 줄이야"IPX(옛 라인프렌즈)는 오는 11월 4일까지 라인프렌즈 스토어 강남에서 운영하는 '조구만 자비 없고 잔인한 브라키오 팝업'이 MZ세대 방문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16일 밝혔다.이번 팝업스토어의 주인공은 초식 공룡 조구만 IP의 인기 캐릭터 '브라키오'다. '자비 없고 잔인한'이라는 수식어에도 삐뚤빼뚤하면서 사랑스러운 특유의 그림체가 특징이다.팝업스토어는 브라키오의 성격과 세계관을 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내재된 성격, 정체성, 세계관 등은 SNS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숨겨진 매력을 재발견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초식 공룡을 넘어 강한 신념과 용기를 지닌 브라키오라는 입체적인 캐릭터의 정체성과 성격을 만나볼 수 있다. 기존 팬덤은 물론 조구만을 단순 공룡 캐릭터로만 알고 있던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했다.IPX는 브라키오의 강인한 모습(전사)과 여린 모습(프로 걱정러)을 한 공간 안에 반영해 대비 효과를 극대화했다.특히 쓰레기통에 들어가 있는 브라키오의 모습을 담은 포토존이 공감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번쯤 자신이 쓸모없어 보일 때가 있는 만큼 위로를 받았다는 후기가 잇따른다.반려견 '우디'를 지키기 위해 '건들면 물어요'라는 메시지를 담아낸 벤치 포토존, 경고 사인이 잔뜩 붙은 벽돌 건물에 등장한 거대 브라키오로 꾸며진 외관이 인증샷 명소로 꼽힌다.이 외에도 눈물을 흘리거나 분노하는 브라키오의 모습을 담은 미니 플러시 얼굴 키링, 춤추는 브라키오 실리콘 스티커 등 브라키오의 감정을 유쾌하게 풀어낸 제품들을 선보였다.오픈 당일 출몰한 브라키오와 인증샷을 찍기 위한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해외 관광객들이 오픈런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팝업을 방문한 팬들은 SNS에 "공룡 팝업에 와서 위로와 힐링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거나 "초록 공룡이 저를 울렸답니다", "우리 모두 조구맣지만 중요한 존재라는 걸 느꼈다" 등의 후기를 올렸다.IPX는 지난해 7월부터 국내 MZ세대 인기 캐릭터 조구만의 글로벌 IP 비즈니스로 일본, 대만 등에서 팝업 공간, 제품, 라이선싱 사업 등을 전개하며 해외 팬들과 만나고 있다. 축구·야구장서 활약하는 공룡 캐릭터들공룡 캐릭터들은 스포츠 영역에서도 남다른 인기를 자랑한다.아기공룡 둘리는 탄생 41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젊은 층의 뇌리에 깊게 각인돼 있다. 최근에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 출신으로 FC서울에서 활약 중인 축구선수 제시 린가드가 골 세리머니로 둘리 춤을 추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아기공룡 둘리는 1억년 전 공룡 시대에 빙하에 갇혔다가 현대 서울에 나타나는 아기공룡의 이야기를 그린다.X세대와 함께 성장했을 뿐 아니라 밈(온라인에서 유행하는)과 유튜브로 Z세대의 관심도 끌고 있다.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가 된다"는 표현이 Z세대 사이에서 퍼진 덕이다.지난 2015년에는 만화 둘리가 정착한 동네인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둘리뮤지엄'이 개관하기도 했다. 올해 8월에는 1980~1990년대 문구점을 테마로 한 기획 전시 '둘리네 문방구'가 둘리뮤지엄에서 열려 내년 2월까지 운영된다. 아예 공룡 캐릭터를 얼굴로 내세운 구단도 있다.2011년 창단한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는 공룡을 의미하는 '다이노스'를 구단명에 넣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호감을 가진다는 이유에서다.NC 다이노스의 마스코트 역시 두 마리의 공룡 '단디'와 '쎄리'다.알로사우루스를 모티브로 한 단디는 경상도 사투리로 '제대로 해라'라는 뜻의 '단디해라'에서 딴 이름이다. 브라키오사우루스를 본떠 만든 쎄리는 '치다', '때리다'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인 '쎄리다'에서 공을 강하게 때려 묵직한 공을 던진다는 의미에서 착안했다.인기 있는 공룡 캐릭터들은 대부분 NC 다이노스와 협업을 진행할 만큼 시너지가 크다. 2014년에는 인기 애니메이션 '뽀로로'의 캐릭터 '크롱'을 팀 캐릭터로 영입했으며, 2020년에는 둘리까지 합류시켜 화제가 됐다.지난 6월에는 조구만과 컬래버레이션을 펼쳐 조구만 레플리카 유니폼, 볼캡, 응원 배트 등 다양한 상품들을 야구 팬들에게 소개했다.업계 관계자는 "어릴 때부터 봐왔던 익숙한 공룡이 캐릭터로 변신해 다변화된 세계관과 성격으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생명력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사랑받고 있다"며 "공룡 캐릭터들은 강렬한 시각적 임팩트를 주는 동시에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성격을 띠며, 강하면서도 여린 모습을 동시에 드러내 사람들과 감정적으로 교감한다"고 말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10.16 14:33
영화

극명하게 엇갈리는 반응…‘조커: 폴리 아 되’, 전편 후광 이을까

영화 ‘조커: 폴리 아 되’가 개봉일부터 관객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흥행 청신호를 켰다. 다만 영화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어 장기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1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조커: 폴리 아 되’(이하 ‘조커2’)는 개봉일인 이날 낮 12시 기준 예매량 12만 689장을 돌파했다. 예매율은 32.9%로,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 중인 ‘베테랑2’는 물론, 동시기 개봉작 ‘대도시의 사랑법’까지 가뿐히 제쳤다.‘조커2’는 지난 2019년 개봉한 ‘조커’의 속편으로, 2년 전 고담시를 충격에 빠트린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아캄 수용소에서 리 퀸젤을 만나며 시작된다. 아서는 리를 통해 내면 깊이 숨어있던 조커와 다시 마주하고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개봉 전부터 ‘조커2’를 예열시킨 건 전편의 후광이다. 1편은 아서를 통해 현대 사회의 병폐를 보여주며 그해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대중성의 지표인 드라마 자체의 힘도 좋았다. ‘조커’는 R등급(북미 청소년 관람불가)에도 불구, 전 세계에서 10억달러(약 1조 3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국내 누적관객수도 528만명에 달한다.여기에 제작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던 레이디 가가의 합류도 관객의 구미를 당겼다. 레이디 가가가 연기한 캐릭터는 리 퀸젤로, 자신을 ‘할리 퀸’이라 지칭하는 인물이다. ‘스타 이즈 본’, ‘하우스 오브 구찌’ 등을 통해 배우로서 능력을 증명했던 레이디 가가는 할리 퀸을 자신만의 색채로 빚어내며 전작의 마고 로비(할리 퀸 역), 주인공 호아킨 피닉스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다만 이 모든 걸 능가하는 허들도 존재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영화가 언론에 선공개된 후 호불호가 가장 많이 갈린 지점이기도 하다. 1편을 통해 춤과 음악의 힘을 확인했던 토드 필립스 감독은 ‘조커2’를 하나의 뮤지컬 영화로 만들었다. 실제 아서와 리는 노래로 감정을 주고받으며 러닝타임 상당 시간을 채운다.이에 대해 필립스 감독은 “아서는 어설픈 면이 있는 외톨이지만 낭만적이다. 머릿속에서 항상 음악이 연주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뮤지컬 요소들은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도, 강렬한 효과를 내지도 못한다. 장르 특성상 다크하고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많다 보니 되레 엇박자를 내며 산만함을 가중시킨다.약해진 조커의 캐릭터성 또한 전편을 좋아했던 팬들에게는 아쉬운 지점이다. 이번 영화에서 조커는 ‘다크 나이트’, ‘배트맨’ 시리즈나 전편에서 봤던 모습과 달리 나약하고 지질하게 그려진다. 관객을 단번에 압도할 만한 한 방도 없다. “조커를 영웅시했다”는 1편의 비판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외신 평가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조커2’는 정식 개봉에 앞서 제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베일을 벗었다. 이후 “언제라도 불길이 치솟을 것 같은 영화”, “현대 미국 도시들을 폭발 직전의 무시무시한 화약고로 묘사한다” 등 호평도 있었지만, “놀라울 정도로 지루하고 무의미한 진행으로 관객을 경멸하는 영화”, “감동 없는 뮤지컬 곡들을 계속 이어 붙이고 있다”, “지루하게 질질 끌면서 정처 없이 우리를 데리고 간다” 등 혹평도 쏟아졌다. 그 결과 ‘조커2’의 로튼토마토 신선도는 64%(1일 기준)에 머무르고 있다.다행인 건 국내 극장가 상황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베테랑2’의 뒷심이 조금씩 빠지고 있는 데다 ‘보통의 가족’이 개봉을 일주일 미루면서 시장 경쟁이 다소 느슨해졌다. 엇갈리는 평가 속 ‘조커2’가 새로운 흥행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02 05:36
프로야구

"4안타 쳤는데 현수 형 배트 써야죠" 2년 만에 누린 '요술 방망이' 효과, 오지환 스트레스 싹 날렸다

LG 트윈스 '주장' 김현수가 건네준 새 배트가 오지환(34)의 한 경기 4안타를 이끌었다. 그는 "4안타 쳤는데 배트를 사용하지 않는 게 이상하죠"라고 웃었다. 오지환은 지난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에서 4타수 4안타 3타점 3득점으로 팀의 13-3 대승을 이끌었다. 안타 4개 중 홈런 1개, 2루타가 2개다. 오지환의 4안타 경기는 지난해 10월 4일 사직 롯데전 이후 323일 만이었다. 오지환은 이날 김현수가 건네준 새 배트를 들고 타석에 들어섰다. 김현수가 먼저 다가와 "이 배트를 한 번 써보라"고 했다. 김현수가 최근 미국 제조사에 주문해 건네받은 배트는 올 시즌 MLB(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신예 군나르 헨더슨이 사용하는 모델과 같다. 오지환은 "배트 무게나 길이는 다 똑같고 (노브 등) 모양과 스타일이 조금 다를 뿐"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118로 부진했던 오지환은 "안타 하나 치는 게 어렵더라. 안 되니까 뭔가 바꿔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신통하게도 결과는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첫 타석에서 볼넷 출루로 찬스를 연결한 오지환은 2회 말 2루타를 쳤다. 이어 6-3으로 쫓긴 4회 SSG 서진용을 상대로 2점 홈런(시즌 6호)을 뽑았다. 염경엽 감독은 "(3회 초) 수비 실책으로 (3점을 뺏겨) 쫓기는 분위기로 흐르던 상황에서 오지환의 투런 홈런으로 흐름을 뺏기지 않고 이길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후에도 오지환은 6회 1타점 2루타, 8회 우전 안타로 4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오지환은 올 시즌 타율 0.254 6홈런 4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타율 0.269 25홈런 87타점을 올린 2022년과 비교하면 크게 차이난다. 오지환은 "몸도 마음도 지치고, 날씨도 너무 덥다. (최근 선두 싸움에서 뒤쳐지는 등) 여러 가지 요인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터닝 포인트를 만들고자 (배트 등) 뭔가 바꿔보고 싶었다. 다행히 좋은 결과가 있었다. 오늘 하루는 기분이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사실 오지환이 김현수 배트 효과를 경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에는 개막 후 11경기까지 타율 0.175 0홈런 4타점에 그쳤다. 이때 김현수가 방망이 한 자루를 건넸다. 오지환은 평소 무게 860~870g, 길이 33.5인치 배트를 썼는데 김현수가 건넨 것은 880~890g, 34인치로 더 무겁고 더 길다. 오지환은 방망이를 바꾼 날 마수걸이 홈런을 쳤다. 이 대포를 시작으로 프로 데뷔 후 가장 빠른 페이스로 20홈런을 돌파했다. 이 정도면 김현수가 건넨 배트는 '요술 방망이'었다. '홈런 치는 유격수'였던 그는 생애 첫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했다. 올 시즌에도 김현수의 '요술 방망이'는 터닝 포인트가 됐다. 시즌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늦게라도 '터닝 포인트'가 됐으면 한다. '김현수가 건넨 배트를 계속 쓸 것인가'라는 말에, 오지환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4안타 쳤는데 계속 써야죠"라고 했다. LG는 최근 KIA 타이거즈와 주말 3연전에서 싹쓸이 패배를 당해 3위로 처졌다. 2위 삼성 라이온즈와 1경기 차, KIA와는 7.5경기 차다. 오지환이 살아나야 LG도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 오지환은 "스윕패를 당할 수도 있고 위닝 시리즈를 할 수도 있다. 아쉬운 경기 결과였지만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게 끝은 아니다. 포스트시즌이 있고 거기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선전을 다짐했다.잠실=이형석 기자 2024.08.23 08:06
프로야구

'타자 전향' 2주...성숙해진 장재영 "삼진 당할 용기가 생겼다" [IS 인터뷰]

"많이 힘들었죠. 그래도 조금 성숙해진 것 같습니다."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험난한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야구 인생 가장 극적인 한 달을 보낸 장재영(22·키움 히어로즈)의 얼굴엔 결연한 의지가 묻어났다. 입단 계약금으로 9억원을 받을 만큼 비범한 재능을 인정받았던 '파이어볼러' 장재영은 지난달 19일 타자 전향을 결정했다고 알렸다. 프로에서 치른 3시즌(2021~2023) 동안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크게 손상되는 부상이 생겨 수술 권고까지 받았다. 결국 새출발을 선택했다. 장재영은 2일까지 출전한 퓨처스(2군)리그 11경기에서 타율 0.263·2홈런·7타점을 기록했다. 타자로 나선 첫 경기(5월 21일 두산 베어스 2군전)부터 1군 불펜 투수 정철원을 상대로 안타를 쳤다. 가장 최근 출전이었던 2일 KT 위즈 2군전 3회 말 타석에선 비거리 125m 홈런을 쏘아올렸다. 타자로서 연착륙 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고양 히어로즈(키움 2군) 홈구장(고양 국가대표야구훈련장)에서 만난 장재영은 1군에서 뛴 지난해보다 한결 편안해진 표정을 지어보였다. 내·외야 수비 훈련 뒤 인터뷰한 그는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벅차다"라며 웃었다. 타자로 변신한 지 2주가 지났다. 장재영은 "프로 선수들은 자신만의 결정구를 갖고 있다. 변화구가 좋은 투수는 상대하기 어렵다. 패스트볼도 고교 시절과는 레벨이 다른 것 같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홈런을 포함해 한 경기에 4안타를 쳤던 지난달 24일 LG 트윈스 2군전을 돌아보면서도 "솔직히 어떻게 친 건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장재영은 지난 2주 가장 큰 성과를 묻자 "루킹 삼진을 당할 용기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막 타자가 된 자신에게 안타나 홈런 등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였다. 장재영은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변화구의 궤적을 확인하고, 대처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직구가 들어오면 선 채로 삼진을 당할 때도 있지만, 내가 생각했던 스윙을 하고 있다. 그게 내가 빨리 성장해 팀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교 시절부터 지켰던 마운드를 내려왔다. 장재영은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였다. 처음엔 그도 팔꿈치 수술을 받고, 군 복무를 소화한 뒤 다시 투수의 길을 걸고자 했다. 하지만 '다시 마운드에 섰을 때 잘 던질 자신이 있느냐'라고 자문했고,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장재영은 "단점(제구력)이 명확했고, 연습으로 극복하기 어려워 보였다"라고 했다. 타자 전향을 결심한 장재영은 그동안 1군에서 던진 투구 영상을 보며 마음을 정리했다. 뒤늦게 첫 발을 내디딘 타자의 길은 더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는 걸 알았지만, 한 차례 실패를 자양분 삼아 버텨내겠다는 각오도 되새겼다. 고교 2학년 시절부터 미디어·야구팬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장재영. 이어진 실패 속에 박수보다 조롱을 더 많이 받은 게 사실이다. '9억 팔'이라는 수식어도 오히려 그를 희화화하는 도구가 됐다. 스물두 살 어린 나이에 또래보다 굴곡 많은 야구 인생을 건 그는 "내가 그렸던 프로 선수 생활과 정반대의 모습으로 보낸 시간이 많았다. '나는 무조건 잘해야 한다'라는 압박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라고 돌아보며 "그래도 다른 선수들보다 많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9억 팔'이라는 별명의 무게도 털어냈다. '타자 장재영'은 지금 못 하는 게 당연하다. 조바심과 절실함을 구분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겠다. 나는 야구할 날이 더 많이 남았다"라며 재기 의지를 드러냈다. 고양=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6.04 11:19
프로야구

[IS 피플] 양의지 이제 맘 놓고 쉰다, 진흥고 후배 김기연이 있으니까

지난해 친정팀에 돌아온 양의지(37·두산 베어스)는 포수 마스크를 쉽게 벗을 수 없었다. 포수로 총 773이닝을 소화했다. 30대 후반 나이인 그에게 상당히 많은 숫자다.약한 백업층이 문제였다. 백업 포수 장승현은 노련하게 투수를 리드하는 수비형 포수였다. 타율 0.158로 타격에선 큰 역할을 못 했으나 수비에선 걱정이 없었다. 백업 포수로는 충분했지만, 팀 사정이 문제였다. 그해 팀 타율 9위(0.255)였던 두산은 타선에 장승현을 배치할 경우 득점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호세 로하스, 김재환, 양석환 등 지명 타자 출전이 필요한 다른 선수들이 있는 것도 이승엽 감독이 고려할 문제였다.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양의지는 지난 22일 잠실 SSG 랜더스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대타로만 한 타석을 소화했다. 지난 15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입은 부상이 낫지 않아서다. 당시 최형우의 파울 타구에 왼쪽 무릎을 맞았는데 회복이 쉽게 되지 않았다.양의지는 21일 SSG전에서도 결장했고 앞서 18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도 출전하지 않았다. 최근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도 지명 타자로 출전하는 정도다. 그런데 그 공백이 쉬이 느껴지지 않는다. 공격형 포수 김기연(27)의 존재감이 크다. 김기연은 22이 기준 26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1 2홈런 출루율(0.346)과 장타율(0.425)을 합친 OPS는 0.771을 기록 중이다. 양의지에 비할 바는 아니어도 타선에서 한 몫을 하기 충분한 성적이다.두산으로서는 김기연이 '복덩이'다. 김기연은 지난겨울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 트윈스에서 두산으로 이적했다. LG의 주전 포수는 박동원이었다. 리그 입지는 양의지가 더 높았지만, 3살 더 어린 박동원은 아직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어 백업 포수의 역할이 덜 필요하다. 2023년 통합 우승의 원동력이 두터운 선수층 탓에 김기연은 보호 선수에 들지 못하고 두산에서 새 기회를 얻었다.김기연은 그 기회를 완벽하게 살리고 있다. 22일 SSG전 승리 후 본지와 만난 김기연은 최근 활약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경기에 나가 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내가 아직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더 발전시켜야 할지 스스로 확실하게 알고 있다. 준비해야 할 게 많다고 생각한다"고 했다.3할 타율의 비결에 대해 묻자 "타격 결과에는 최대한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투수의 공에 타이밍을 맞추겠다는 생각만 한다. 코치님들께서도 항상 '충분히 잘 하고 있다. 너무 욕심내지 말자'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고 전했다.LG 시절 포수 수비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했던 김기연은 두산에 와 나날이 좋은 평가를 받는 중이다. 특히 어린 투수들을 편하게 하는 리드로 양의지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김기연은 이런 평가에 대해 "내가 느끼기엔 아직 부족한 게 너무나도 많다. 내 눈엔 모자란 게 확실하게 보인다. 나 스스로 만족이 안 된다. 갈 길이 멀다"고 웃었다. 양의지는 팀 선배인 동시에 그의 광주진흥고 선배기도 하다. 열 살 차이 대선배라 김기연에겐 조금 어렵지만, 그만큼 양의지가 그를 잘 챙겨준다고 했다. 김기연은 "선배님께서 정말 잘 챙겨주신다. 첫 홈런이 나왔을 때는 축하한다며 배트도 사주셨다. 항상 옆에서 '더 자신있게 해'라며 응원해주신다"고 전했다. 김기연은 "사실 워낙 대포수시다 보니 아직은 조금 어렵다. 선배님께 쉽게 먼저 다가가지 못했다"고 웃으면서 "그래서 오히려 더 다가와 도와주시고, 알려주신다"고 했다.김기연은 "어차피 목표는 주전 포수"라고 당찬 목표를 전했다. 김기연은 "백업 포수지만, 경기를 최대한 많이 나갈 수 있다면 모두 내게 좋은 경험이 될 거고 향후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어차피 목표는 주전 포수이니 기회가 될 때 최대한 많이 나가보고 싶다. 지금은 대한민국 최고의 포수가 계시니 백업으로 많이 나가면서 확실하게 배우겠다. 후일 주전 포수가 됐을 때 훨씬 더 잘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잠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5.23 08:29
생활문화

[다시, 홍콩⑤] 전 세계 12만 팬의 함성, 홍콩의 럭비 사랑 이 정도였어?

'네온사인의 도시' 홍콩이 엔데믹(풍토병화)을 거치며 새로운 매력으로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비행기가 날개를 접었던 코로나19 이전의 54% 수준으로 여행 수요를 회복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서너 시간이면 닿는 홍콩에 다시금 여행객들의 발길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3박 4일간 중국인 듯 영국 아닌 홍콩을 짧으면서도 알차게 즐기는 방법을 살펴봤다. 흔히 여행객들은 홍콩을 목적지로 고려할 때 쇼핑과 야경, 멋진 인증샷 등을 떠올리곤 한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앞세워 전 세계인의 축제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글로벌 최대 럭비 이벤트 중 하나인 '홍콩 세븐스'가 최근 막을 내렸는데, 수많은 나라에서 건너온 팬들로 홍콩이 모처럼 달아올랐다. 럭비는 영국에서 유래했다. 1997년 영국이 중국에 반환한 홍콩의 럭비 사랑은 여전하다.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홍콩 코즈웨이 베이 홍콩 스타디움에서 열린 '홍콩 세븐스 2024'에서는 24개 팀이 손에 땀을 쥐는 승부를 펼쳤다. 하루에 20~30개의 경기가 숨 가쁘게 돌아갔다. 럭비는 공을 든 상태에서 수비를 피해 상대의 골라인을 터치하는 게임으로, 7명이 한 팀을 이룬다.상대편 인골 영역에 공을 찍는 '트라이'(5점), 골대로 공을 차 넣는 '킥'(2점) 등 득점 방법과 앞으로는 공을 넘기는 것이 불가한 패스 규칙 정도만 알아도 생소한 럭비와 금방 가까워질 수 있다.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홍콩 세븐스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 티켓이 개막 전 매진됐다. 전 세계에서 모인 12만명의 팬들이 홍콩 스타디움을 가득 채웠다. 경기장에 들어서자 월드컵을 방불케하는 열기를 곧장 체감할 수 있었다. 스코틀랜드 전통의 치마인 '킬트'를 입은 남성들부터 배트맨과 원더우먼 등 히어로 복장으로 꾸민 개성 넘치는 럭비 팬들을 보니 덩달아 신이 났다.우리나라의 야구장처럼 경기장 안에서 치킨과 핫도그, 피자 등 음식을 구매할 수 있다. 관중석 곳곳을 돌아다니며 맥주를 파는 비어걸도 있으며, 양쪽 응원석 앞에서는 치어리더들이 쉬는 시간마다 흥을 돋우는 공연을 펼쳤다.미국과 영국 남성팀의 경기가 펼쳐지자 라이벌 매치답게 긴장감이 한껏 고조됐다.골이 들어간 순간 함성이 쏟아지는 축구와 달리 럭비는 공을 든 선수가 아슬아슬하게 수비를 피해 상대편 인골 영역까지 전력으로 질주하는 짧지 않은 시간 희비가 교차하는 색다른 매력이 있다. 뜨거운 열기를 가라앉히는 이색 장면도 다수 연출됐다. 휴식 시간 졸고 있는 한 관중의 모습이 전광판에 나오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럭비에 진심인 피지 팬들이 상대편인 호주의 공세에 풀이 죽자 하얀색 치마만 입은 한 남성이 그들 앞에서 화려한 공중제비와 우스꽝스러운 춤을 선보이며 호응을 이끌었다.득점할 때마다 틀어주는 음악도 인상적이다.각 나라의 특징을 반영한 곡을 골랐는데, 브라질이 점수를 따내자 현지 고유의 장르인 보사노바와 힙합을 섞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블랙 아이드 피스의 '마스케나다'가 흘러나왔다. 관객들의 떼창은 콘서트장을 연상케 했다. 경기장 밖도 놀 거리로 가득했다. 후원사 룰렛 이벤트존과 캐릭터 포토존은 아이들로 북적였고, 소규모 공연을 선보인 어쿠스틱 밴드 앞에는 경기를 보다 쉬러 나온 관람객들이 모여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힐링하고 있었다.이번 대회에서 럭비 강국 뉴질랜드가 2년 연속으로 남성과 여성 두 개의 타이틀을 모두 가져갔다.남자 대표팀은 마지막 경기 프랑스에 밀리다 10대 7로 극적으로 승리를 따냈다. 여자 대표팀도 미국을 36대 7로 가볍게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크리스 브룩 홍콩·중국 럭비 연맹 회장은 "환상적인 주말이었다"며 "이벤트가 매진되고 많은 해외 관광객들이 홍콩을 다시 방문해 기쁘다"고 말했다. 홍콩은 럭비뿐 아니라 마라톤과 사이클 등 다양한 스포츠 이벤트를 앞세워 관광 산업의 제2 도약을 노린다. 오는 6월 열리는 국제 용선 경주의 흥행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홍콩은 현대 용선 경주의 탄생지다. 침사추이 이스트와 빅토리아 하버의 해안을 따라 경쟁하는 레이스에서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을 위한 다채로운 볼거리도 제공할 계획이다.이처럼 홍콩이 관광 수요 회복에 박차를 가하면서 현지에 기반을 둔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은 인천과 홍콩을 오가는 노선을 매일 4회, 주 24회로 운항하고 있다. 홍콩국제공항에는 4개의 프리미엄 전용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홍콩=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04.12 07:00
프로야구

'어디다 던져야 할지' 체구도 작은데 발도 빠르다, 삼성의 1m63㎝ 테이블세터는 '신의 한 수'?

2024시즌 삼성 라이온즈는 리그 '최단신' 테이블세터를 꾸렸다. 지난해 팀 내 출루율 1위(0.408, 350타석 이상 기준) 김지찬(23)과 후반기 타율 2위(0.352) 김성윤(25)이 중책을 맡았다. 두 선수의 키는 1m63㎝로, KBO리그 최단신이다. 두 선수 모두 출루율이 높고 타석에서의 작전 수행 능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발이 빠르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삼성은 이들의 장점을 살린 라인업으로 새 시즌을 준비했다. 새 시즌 이들을 위한 호재도 가득하다. 일명 '로봇 심판'이라 불리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과 베이스 크기 확대 등 올 시즌 KBO리그가 새로 도입한 규정이 이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기 때문이다. 타자의 신장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하는 ABS는 작은 키인 두 선수에게 유리하다. ABS가 판단하는 스트라이크 존의 상하 기준은 각각 타자 신장의 56.35%, 27.64%. 작은 키 선수들에게는 다른 선수들보다 다소 좁은 존이 설정된다. 투수의 제구가 탁월하게 좋지 않은 이상 이들을 상대로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 실제로 지난 23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김지찬은 6타석을 소화하며 볼넷과 안타를 한 개씩 기록했다. 20개의 투구 중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온 공은 6개에 불과했다. 김성윤도 18개의 공 중 7개가 볼 궤적으로 존을 통과했다. 김지찬도 "ABS를 의식하는 건 아니지만, 키의 영향이 조금은 있는 것 같다. 장점을 잘 살려서 출루를 많이 하고 싶다"라고 인정했다. 다만, 키가 작다고 무조건 유리한 건 아니었다. 이들을 상대한 KT 포수 장성우는 "스트라이크 존이 키에 따라 달라지는 건 맞는 것 같다"면서도 "비슷한 코스로 들어오는 공이더라도 낮은 공일 때 김성윤은 스트라이크, 구자욱(1m89㎝)은 볼이 되는 경우가 있더라"며 오히려 키 작은 타자가 불리한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 역시 "어제(23일) KIA 타이거즈 경기를 봤는데 작은 키의 김선빈(1m65㎝)에게 오는 낮은 공이 스트라이크가 되는 경우가 있더라"며 낮은 공은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성윤도 높낮이보단 존 너비를 더 신경쓴다고 말했다. 그는 "2군에서 경험했던 ABS보다 너비가 2㎝가 더 넓은 느낌이다"라면서 "더 아무래도 배트를 짧게 잡고 치고 팔도 남들에 비해 짧은 편이라 바깥쪽 대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더 생각을 하고 있다. 높낮이보단 몸쪽이나 바깥쪽으로 깊게 들어오는 공을 대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베이스 크기 확대는 확실한 호재로 작용했다. KBO는 올 시즌 베이스 한 변의 길이를 15인치(38.1㎝)에서 18인치(45.7㎝)로 확대했는데, 베이스 간 거리가 줄어들어 도루 시도에 큰 도움이 될 거란 평가가 있었다. 김지찬은 23일 경기에서 도루 2개를 성공했다. 김지찬은 "육안으로도 베이스 크기가 커지고 많이 가까워진 느낌이 난다. 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겼다. 이제 막 두 경기를 치른 시점이지만, ABS와 베이스 크기 확대 모두 두 최단신 선수에게 확실히 도움이 된다는 것이 결과로 증명됐다. 박진만 감독은 "이들의 장점을 잘 살려 초반부터 공격적인 야구를 하고자 한다. 많은 볼넷으로 출루하고 빠른 발로 한 베이스를 더 가는 플레이를 한다면 우리 타선에 큰 힘이 될 것이다"라며 이들의 활약을 기대했다. 수원=윤승재 기자 2024.03.25 07:34
연예일반

[단독] 홍사빈 “연기 못한단 열등감, 덜 창피하려 이를 악물었어요” [IS인터뷰]

“연기 못한다는 열등감이 있었어요. 지금 창피해야 나중에 덜 창피할 것이란 생각에 이를 악물었어요.”첫 주연작으로 칸국제영화제 초청이란 행운을 누렸지만, 홍사빈은 결코 처음을 잊지 않았다. 누구보다 연기를 못한다는 열등감, 뭐라도 해봐야 할 것 같은 좌절감, 그렇게 방황했던 시간들. 홍사빈(26)은 ‘화란’으로 칸국제영화제 초청과 제44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제8회 런던아시아영화제 라이징스타상 등을 수상했지만, 그 영광을 뒤로 하고 지난 19일 입대했다. 입대 전 서울 중구 KG타워 일간스포츠를 찾은 그는 “연기를 못하니 무조건 부딪혀보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홍사빈은 자사고를 다니다 수시로 한양대 연극영화학과에 입학했다. 소위 명문대들도 합격했지만 굳이 어려운 길을 택했다. ‘연기를 본격적으로 배운 적이 없지만 이 길이 제일 재밌을 것 같았다’는 생각이었는데 당연히 어려운 길이었다. 중학교 때 어려운 시간을 홀로 버텼던 그는 살아남으려면 어찌 해야할지 고민하다가 공부를 택했었다. 대학교에선 연기 준비가 미리 돼 있었던 친구들에 비해 너무 못해서 겉돌았다. 홍사빈은 “교수님도 너는 연기를 못 하니 다른 분야를 살려보라고 하셨고, 저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2~3년 동안 연출부, 음향, 조명 등 스태프 일을 열심히 했다. 그러다 친구가 연극 연기가 그렇게 힘들면 단편 영화에서 연기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권했다. 홍사빈은 “처음으로 연기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다”며 “그 뒤로 자신감이 조금 생겨서 연극을 다시 시작했다. 지금 창피해야 나중에 덜 창피할 것이란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연출부를 하면서 주차장을 정리할 때 마침 차를 대던 ‘조씨고아’ 고선웅 연출가를 보고 “저 좀 뽑아달라고”고 무작정 부탁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조씨고아’ 오디션을 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모든 스크립터를 외우고 무술 합도 모조리 외워 오디션에 임했다. 합격했다.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 주인공 정해인의 죽은 친구로 잠시 등장하고, 드라마 ‘지리산’에 출연했다. 그러다가 올해 티빙 ‘방과 후 전쟁활동’에 조연으로 합류해 시청자들과 만났다. 비로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오디션으로 합격한 영화 ‘탈주’를 찍던 중 운명처럼 ‘화란’ 이야기를 접했다. ‘화란’은 의붓아버지에게 징글징글하게 가정폭력을 당하며 언젠가 돈을 모아 화란(네덜란드)으로 떠나는 것만이 꿈이던 소년이 자신과 비슷한 과거를 가진 조직폭력배 중간보스와 만나고 점점 폭력에 물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홍사빈이 주인공 소년 연규 역을, 송중기가 중간보스 치건 역을 맡았다. ‘화란’은 송중기가 시나리오에 반해 노개런티로 출연을 자처해 화제를 모으기도 한 작품이다.홍사빈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묘한 끌림이 있었다”면서 “20대 때 배우로 좋은 인장을 갖고 갈 수 있으리란 이상한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오디션 끝물에 참여해 주인공으로 뽑혔다. “막상 하려니 ‘와, 진짜 어렵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이 영화의 장면, 순간들이 내겐 없었을까 고민했죠. 중학교 때 따돌림 당했던 순간들도 끌어왔고, 방황했던 시간들, 열등감에 고민했던 나날들을 다 끌어왔어요. 그러다 보니 이해가 안되는 건 하나도 없었어요.”“너무 많이 나와서 고민이 컸다”는 그는 “세밀한 건 집에서 고민하고 현장에선 아무 생각 없이 나오는 대로 하자고 마음 먹었다”고 털어놨다. 촬영장도 그런 홍사빈을 최대한 배려하는 분위기였다. “한 장면을 놓고 네 가지 연기 패턴을 준비한 다음 ‘어떤 게 좋으세요’라고 하면 다 리허설을 해주셨어요. 신인인데도 말도 안될 정도로 배려를 해주셨어요.”홍사빈은 “예컨대 의붓아버지를 야구배트로 때리려 하는 장면은 영화 ‘세븐’에서 따왔다”면서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보고 배운 것들을 내 것으로 해보려 애를 썼는데 결국은 많은 준비를 한 뒤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게 택함을 받더라”고 말했다.마지막 홍사빈이 의붓 여동생 역의 비비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떠나는 장면은 원래는 홍사빈 홀로 떠나는 장면이었다. 현장에서 바뀌었으니 어떤 얼굴이 그 장면에 맞을지 스스로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결국 영화에 쓰인 건 테스트컷이었다. “조직 대보스 역의 김종수 선배님이 전체 리딩을 하고 난 뒤에 ‘현장에선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돼, 주변에서 같이 해주니까’라고 하셨어요. 전체 리딩 때 그간 준비한 걸 다 쏟아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이것저것 다 했는데, 결국 현장에선 선배님 말씀대로였어요. 송중기 선배님에겐 어떻게 작품에 임해야 하는지, 스태프와 동료들에게 어떻게 해야할지, 정말 귀중한 태도를 배웠어요.”홍사빈은 그렇게 ‘화란’으로 영화를 배우고, 인생을 배웠다. 인생 첫 레드카펫이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이란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많이 울었다. 제작사 사나이픽쳐스 한재덕 대표가 전화로 “사르빈, 우리 영화 칸에 간다”고 했을 때 “‘내가 그렇게 못하지는 않았구나. 영화에 폐는 끼치지 않았구나’란 생각에 펑펑 울었다”고 했다. 긴장한 탓인지 칸영화제의 모든 기억은 삭제됐지만. “올해 너무나 많은 기쁨과 사랑을 받았지만 제게 아닌 것 같아요. 들뜨는 걸 안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때다 싶어 누리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홍사빈이 좀 더 많은 걸 누릴 수도 있었지만, 바로 올해 군입대를 결심한 이유기도 하다. “박정민 선배를 정말 좋아해요. 그 형을 보고 배우에 대한 꿈을 가졌어요. 정민이 형이 연극을 할 때 제가 스태프로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 이야기가 정민 형이 쓴 에세이 ‘쓸만한 인간’에 나와요. 박원상 선배를 보고 배우를 꿈 꾼 박정민 형이 21살 사빈이 녀석을 보면서 갖는 생각을 이야기해요. 부족하지만 지금 해야 하는 게 무엇인가란 이야기죠.”“전 눈이 작아요. 또 짝짝이죠. 부족한 것도 많아요. 그렇기에 척 봐도 실력파인 것처럼 되고 싶어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많이 바닥에 처박혀 봤으니 어찌 해야 바닥을 벗어날 수 있을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급할수록 체하는 것 같아요. 군대 다녀와서 다시 처음처럼 열심히 오디션을 보러 다닐 생각이에요.”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12.27 05:13
프로야구

[주간 MVP] 공이 뜬다, 넘어간다···FA 효자 박동원의 질주

지난주 포수 박동원(33·LG 트윈스)은 KBO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자였다. 6경기에 출전, 안타 7개를 기록했는데 이 중 3개가 홈런이었다. 주간 홈런 공동 1위. 장타율(0.850)과 출루율(0.409)을 합한 OPS가 1.259에 이른다. 조아제약과 본지는 박동원을 5월 마지막 주 주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했다. 그는 "너무 감사하다. (주간 MVP를 받은 게) 처음이라 더 감사하고 너무 뜻깊은 거 같다"며 웃었다.박동원의 활약은 지난주에 국한하지 않는다. 올 시즌 연일 맹타다. 5월 30일 기준 홈런 13개로 공동 2위 그룹에 4개 앞선 1위. LG는 전신 MBC 청룡 시절을 포함해 역대 단 한 명의 홈런왕도 배출하지 못한 구단이다. 홈으로 사용하는 서울 잠실구장의 규모가 큰 편이어서 장타 생산이 어려운 탓이다. 잠실구장은 홈 플레이트에서 좌우 펜스까지 길이가 100m. 중앙은 125m다. 여기에 펜스가 2.6m로 높아 투수 친화적이다. 구장을 함께 사용하는 두산은 1995년 김상호, 1998년 타이론 우즈, 2018년 김재환까지 역대 3명의 홈런왕을 탄생시킨 바 있다. 그러나 LG는 매년 입맛만 다셨다.2010년 데뷔한 박동원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은 2021년 달성한 22개. 개인 한 시즌 최고 장타율도 그해 기록한 0.460이다. 그런데 올 시즌 확 달라진 모습으로 매섭게 배트를 돌린다. 일찌감치 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하더니 어느새 장타율(0.590)을 6할 언저리까지 끌어올렸다. 그는 "겨울부터 장타를 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시즌 초반이지만 지금까지는 준비한 대로 잘 이어지고 있다"며 흡족해했다. 박동원은 최근 두 시즌 연속 뜬공보다 땅볼을 많이 쳤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땅볼/뜬공 비율이 0.88로 뒤집혔다. 발사각을 올려 타구를 띄우고 풀 스윙으로 추진력을 만들어 긴 비거리를 만들어 낸다. 프로야구 현장에선 "배트에 걸리면 넘어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박동원은 "땅볼보다 뜬공 비율이 더 높아진 게 (장타가 늘어난) 직접적인 이유인 거 같다. '잠실 홈런왕'은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며 "이제 시즌이 2개월 지났기 때문에 지금 욕심낼 부분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팀이 더 이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몸을 낮췄다. 홈런이 늘면 타율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런데 박동원은 오히려 반대다. 최근 3년 0.242~0.250에 머물던 타율이 0.280 안팎까지 올랐다. 염경엽 LG 감독은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박동원을 두고 "점이 아닌 면으로 치는 방법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이 배트에 맞는 면적이 넓어지면 정타가 많아지고, 그만큼 좋은 타구가 될 확률도 높아진다. 오프시즌 내내 구슬땀을 흘린 박동원은 훈련의 결과를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고 있다.이적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박동원은 지난해 11월 자유계약선수(FA)로 KIA 타이거즈를 떠나 LG로 팀을 옮겼다. 주전 포수 유강남이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한 LG는 그의 공백을 채우려고 박동원에게 4년 총액 65억원을 베팅했다.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박동원은 "처음엔 (부담이) 조금 있었다. 강남이가 좋은 선수였기 때문에 LG의 성적도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대신 나만의 장점을 잘 키워서 강남이의 빈자리를 커버하려고 했다. 공격과 수비 두 부분 모두 강남이의 장점을 쫓아가기보다 내 강점 더 살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박동원은 아직 한국시리즈(KS) 우승 경험이 없다. 히어로즈 소속이던 2014년과 2019년, 두 번 KS 무대에 올랐지만 모두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LG는 1994년 KS 우승 이후 긴 침묵 중이다. '이적생' 박동원이 LG에 새바람을 불어넣으며 팀의 선두 경쟁을 이끌고 있다. 그는 "2014년 KS 우승이 가장 아쉽다. 그 아쉬웠던 기억을 이젠 좋은 결과로 만들어 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6.01 07:56
프로야구

[IS 시선] 서로 자극하는 심판과 선수...야구팬은 무슨 죄

프로야구 현장에서 선수와 심판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양쪽 모두 야구팬 눈치를 봐야 할 때다. 지난 23일 열린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전 4회 초. KIA 타자 황대인은 한화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와의 승부에서 불리한 볼카운트(1볼-2스트라이크)에 놓였고, 4구째 몸쪽(우타자 기준) 포심 패스트볼(직구)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공은 스트라이크존(S존)을 명백히 벗어났다. 이영재 심판의 스트라이크 콜이 나오자, 황대인은 잡고 있던 배트를 지면에 떨궜다. 집어던진 건 아니다. 이후 배트를 그대로 놓아둔 채 더그아웃으로 향했다.무언의 항의였다. 이영재 심판은 황대인의 이름을 몇 차례 부르며 ‘배트를 가져가라’고 경고했다. 선수가 말을 듣지 않자, 결국 퇴장 명령을 내렸다. 황대인은 2회 초 첫 타석에서도 같은 코스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너무 넓은 이영재 심판의 몸쪽 공 S존에 쌓인 불만을 표출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영재 심판은 28년 차 베테랑이다. 2017년 KBO가 선정한 심판상을 받기도 했다. 그런 이력을 갖춘 심판이기에 이날(23일) 퇴장 명령은 더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심판의 오심과 권위적인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20일 잠실 LG 트윈스-한화 이글스전을 이끈 심판진은 명백한 ‘수비 방해’ 상황을 ‘타격 방해’로 결론냈다. 경기 뒤 KBO가 이를 정정했다.이 경기 12회에는 권영철 심판과 LG 선수 박해민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심판은 공 판정을 두고 헬멧을 던지며 분노를 표출한 박해민에게 '야, 나도 고생해'라고 소리쳤고, 선수도 '누가 안 고생한다고 했느냐'라고 받아치며 험악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야구팬은 '심판이 경기를 지배한다'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고압적인 태도로 반말을 하는 모습에 불쾌감을 드러낸 이들도 많다. '나도 고생해'라는 권영철 심판의 토로는 밈(meme·인터넷에서 입소문을 타며 유행하는 이미지나 영상)으로 번지며 조롱을 당하고 있다. 황대인을 향한 이영재 심판의 퇴장 결단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다. 숲을 보지 못했다. 베테랑으로서 자신의 경기 운영 능력이나 S존 정확성에 자부심을 가질 순 있다. 하지만 심판진을 향한 선수들과 야구팬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먼저 헤아려야 했다.원칙을 고수하고, 예외 없이 적용하는 것만이 심판의 권위를 잃지 않는 길이라고 여겼을까. 분명한 건 이영재 심판은 경고 정도로 마무리할 수 있던 상황에서 석연치 않은 결단(퇴장)을 내려 논란을 자초했다. 최근 벌어진 다른 심판들의 오심과 태도 문제도 다시 거론되게 만들었다. 항상 심판만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LG 내야수 오지환은 지난달 29일 잠실 KIA전에서 삼진을 당한 뒤 함지웅 심판의 공 판정에 격분하며 배트를 두 번이나 지면에 내리쳐 조각냈다. 남은 손잡이도 집어던졌다. 당시 잠실 구장은 만원 관중이었다오지환은 너무 폭력적인 모습으로 분풀이를 했다. 당시 심판진은 오지환을 퇴장시키지 않았다. 허운 KBO 심판위원장은 이튿날 "퇴장 조치가 이뤄졌어야 했다"는 생각을 뒤늦게 전했다. 몇몇 선수도 알게 모르게 심판을 자극하고 있다. 큰 틀에서는 아구계 선·후배 사이지만, 동업자 정신을 공유하긴 어려워 보인다. 심판에게 항상 매끄러운 운영을 바랄 순 없다. 오심에 당한 선수가 매번 화를 삭일 수도 없다. 야구팬이 이런 갈등이 표출되는 장면을 봐야 할 이유도 없다.최소한 선수와 심판 모두 자신의 언행을 야구팬이 지켜보고 있고, 그게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은 가져야 한다. 리그에 흐르는 기류나 서로의 상황 의식 없이 '무관중 게임'을 하는게 아니지 않은가.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5.25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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