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A=연합뉴스 "이 배트는 여러모로 합리적인 선택이다. 왜 100년 넘게 아무도 이런 방식의 배트를 생각하지 못한 건지 모르겠다."
지난해 가을야구를 지배한 지안카를로 스탠튼(36·뉴욕 양키스)의 뒤에도 '어뢰 배트', 토피도(Torpedo)가 있었다.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최근 양키스가 선도하고 있는 토피도 배트 유행에 대해 스탠튼 역시 지난해 이를 썼다고 전했다.
스탠튼은 통산 429홈런을 때린 거포다. 2014년(37개)과 2017년(59개) 내셔널리그 홈런왕을 수상한 그는 2017년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고, 2018년 양키스로 이적해 지금까지 팀을 지키고 있다. 다만 부상과 노쇠화 등으로 최근 부진하다. 지난해 정규시즌 성적은 타율 0.233 27홈런 72타점에 그쳤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773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AFP=연합뉴스 그런데 포스트시즌에선 달랐다. 지난해 가을야구 총 14경기에 출전한 그는 타율 0.273, 장타율 0.709 OPS 1.048을 기록하며 리그를 폭격했다. 홈런이 7개에 달했고, 타점도 16개를 수확했다. 특히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만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장타율 0.889, 5경기 4홈런을 폭격해 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월드시리즈 때도 시리즈 1차전 역전 투런포를 치는 등 파괴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런데 이 파괴력의 뒤에 바로 토피도 배트가 있었다. 영어로 어뢰를 의미하는 '토피도 배트'는 공이 맞는 스위트스폿 부분에 더 많은 나무(질량)를 집중시켜 타구의 질을 향상한다. 모양이 볼링핀의 흡사하다는 평가도 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양키스의 '토피도 배트'는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 박사 출신인 애런 린하르트가 개발을 주도했다.
토피도 배트를 쓰는 재즈 치좀 주니어. AP=연합뉴스 야구 팬들에게 낯선 모양이지만, 사실 규정엔 아무 이상이 없다. 사용하는 선수들 입장에서도 낯설면서도 반가운 혁신이다. 스탠튼은 MLB닷컴과 인터뷰에서 "이 배트는 여러모로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런데 왜 100년 넘게 아무도 이런 방식의 배트를 생각하지 못한건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MLB닷컴은 "스탠튼은 지난 2024년 강속구 시뮬레이션 타격 연습을 거듭하던 끝에 2023년 배트의 무게와 길이는 유지하면서 배럴(배트의 타격 면) 위치를 조정한 모델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스탠튼은 "결국 내 손에 익숙해야 한다. 야구 선수들은 습관의 동물이다. 배트가 손과 하나가 된 것과 같은 느낌이 들어야 한다"며 "무게 중심과 균형이 맞다면 크기와 배럴 위치를 조정해가면서 테스트해볼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효과를 보는 만큼 애런 분 양키스 감독도 변화를 반긴다. 분 감독은 "골프채를 맞춤 제작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모든 과정은 규정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이젠 배트 길이, 무게로만 고르는 게 아니다. 선수들은 배트 제작에 더 깊이 관연해 맞춤 제작 과정을 거친다. 구단도 선수들과 협력해 이 배트 최적화 작업을 함께 한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다만 스탠튼의 경우 복귀 과정이 문제다. 그는 양쪽 팔꿈치에서 테니스 엘보(팔꿈치 염증) 증상을 느껴 결장 중이다. MLB닷컴은 "스탠튼은 지난 시즌 이 배트 조정이 부상 원인일 수 있다고 밝혔지만, 복귀 후에도 계속 토피도 배트를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매체는 "스탠튼은 현재 트라젝트 피칭 머신(투수의 투구 모습과 실제 공 스타일을 모사해 던지는 피칭 머신)을 활용해 타격 감각을 되찾고 있다. 현재 통증이 남았지만, 회복되고 있다"며 "복귀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스프링캠프를 아예 거른 건 (데뷔 후) 처음이다. 실제 라이브 피칭 때 얼마나 빨리 적응하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스탠튼은 마이너리그 재활 경기를 거쳐 복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