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뀌는 대기업의 인재상, 크리에이터·프론티어·퓨처리스트
4차 산업 혁명, 디지털 전환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룹별 인재상도 변화하고 있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총수들은 이제 전체가 아닌 구성원별 상세한 전략까지 주문하고 있다. 이런 조직의 변화 흐름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주축 구성원으로 부상하면서 일어나고 있다. 총수들의 신년 메시지를 통해 그룹별 미래 지향적인 움직임을 살펴봤다. 달라지는 인재상, 크리에이터·프론티어·퓨처리스트5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침체 위기로 혁신을 추구하는 총수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수들은 2023년을 녹록지 않은 글로벌 환경에 따른 위기로 진단하고 신년 메시지를 통해 구성원들을 자극하고 있다.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올해를 내가 만드는 고객가치를 찾는 해’라고 강조했다. ‘내가’라는 표현을 통해 모든 구성원이 주인공임을 알리고, 적극적인 행동을 주문하는 모양새다. 이를 위해 구 회장은 ‘미래 인재상’으로 ‘크리에이터(Creator)’를 제시했다.구 회장은 “더 높은 고객가치에 도전하는 구성원을 ‘고객가치 크리에이터’라 칭한다. 구성원 각자의 고객은 누구이고 그 고객에게 전달하려는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고 제안했다.구성원 개개인에 임무를 부여한 구 회장은 본인의 고객을 ‘임직원’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저의 고객은 LG의 이름으로 고객 감동을 만들어 가는 여러분이며, 모든 고객가치 크리에이터 한 분 한 분이 고객 감동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가 만드는 고객가치”라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급변하는 대내외 상황에 대처하는 구성원을 ‘프론티어(개척자)’라고 부르며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했다. 어려운 글로벌 경영 환경을 타파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최 회장은 “우리에게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며 경영시스템을 단단히 가다듬는 기회로 삼아 나간다면 미래는 우리의 편이 될 것”이라며 “새해에는 무엇보다 구성원 곁에 다가가 함께 행복을 키우는 기회를 늘리고 구성원 목소리가 경영에 반영되는 시스템을 계속 만들겠다”고 피력했다.총수들은 변화의 물결 속에 기업의 조직 시스템에 대한 재정립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범LG가’ 2세들 중 막내인 만큼 시대 흐름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그는 LS의 인재상을 ‘퓨처리스트’로 제시하며 미래를 향한 돛을 올리고 있다. 그 결과 LS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인 18조원 달성이 점쳐지고 있다.지난 2일 그룹의 2030 비전을 제시한 구자은 회장은 ‘탄소 배출이 없는 전력(CEF)을 위한 신성장 사업 육성을 선포했다. 2030년까지 20조원 이상을 투자해 현재의 2배 수준인 자산 50조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그는 “퓨처리스트는 LS의 CFE 사명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LS그룹 관계자는 “미래 지향적인 생각과 사고방식을 추구하는 인재상이 ‘퓨처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적극적인 퓨처리스트 육성을 위해 구자은 회장이 직접 20명의 혁신 리더들을 데리고 ‘CES 2023’(IT·가전 최대 전시회)에 참관하고 있다”고 말했다.허태수 GS그룹 회장도 유례없는 경기 침체에 현장 인재를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2일 신년사에 비상 경영 체제 전환을 선포한 그는 현장 직원까지 조직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그러고는 “위기 극복의 지혜와 기업의 생존이 ‘자발적으로 혁신하는 현장의 인재’들에게 달려있다”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조직문화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다. MZ세대들이 소비의 대세이자 그룹의 주축 멤버로 떠오른 가운데 사고방식과 조직 시스템도 이에 맞게 유연하게 바뀌어야 하는 시점이다. 과거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조직을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시대는 지났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과거의 조직문화는 흔히 얘기하는 ‘떡볶이 문화’였다. 떡볶이는 쌀알이 하나하나 분쇄돼 ‘떡’이라는 결과물이 탄생한다. 여기서 쌀알이 개인이고, 떡은 조직이어서 전체 조직을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문화라 볼 수 있다”며 “요즘 ‘주먹밥 문화’라는 얘기를 한다. 주먹밥은 쌀알 하나하나가 살아서 조화를 이루는데 개인 개성을 살리면서 조직 성과도 높이는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 몰입 경영’ ‘국가대표 사업’ 새로운 경영 키워드 제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침체 돌파구 마련을 위해 경영 메시지도 고차원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새로운 경영 키워드들이 제시되며 눈길을 사로잡았다.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고객 몰입 경영’ 키워드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던졌다. 고객 몰입 경영은 경영전략·관리시스템·조직문화·리더십 등 경영활동의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이 가장 중심인 경영을 뜻한다.조현준 회장은 “고객의 목소리 경청 활동을 넘어 고객 몰입 경영으로 나아가야 생존할 수 있다. 고객을 다면적, 다차원적으로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비슷한 키워드를 LG그룹도 추구하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올해 키워드 ‘내가 만든 고객가치’를 내세웠고, 이를 통해 고객감동에 방점을 찍을 수 있기를 요구하고 있다.최태원 회장은 기업의 새로운 ‘관계(Relationship) 설정’을 주목했다. 앞으로 기업 경쟁력은 관계의 크기와 깊이, 이해 관계자들의 신뢰 크기에 좌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그는 “이제 기업에도 관계가 중요한 시대로 나를 지지하는 ‘찐팬’이 얼마나 있는지, 내가 어떤 네트워크에 소속되어 있는지가 곧 나의 가치”라고 강조했다.한화그룹은 ‘국가대표 사업’ 육성을 기치로 내걸었다. 국내 대표 산업인 조선업과 미래 추진 산업인 항공우주·방산 분야에 특화된 경쟁력 향상을 주문하고 있다.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함해 지속적인 신사업 확장과 사업 재편 같은 미래 지향적 경영 활동을 지원할 새로운 조직문화가 필요한 시기”라며 “국가를 대표하는 사업을 키운다는 책임감으로 지역 사회와 국가 발전을 이끄는 글로벌 메이저 사업을 키워나가자”라고 강조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1.06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