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최태원 회장 세 자녀 모두 SK 계열사 입사, 경영수업 본격화
“최태원 SK 회장의 장남이 계열사에 입사했다는 건 후계 경쟁도 시작됐다는 의미다.” 재계 관계자들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남 인근 씨가 SK E&S에 입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렇게 입을 모았다. 지난 21일 수시채용으로 전략기획팀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인근 씨는 아버지가 수장인 SK그룹 계열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SK 측에서도 “외부에서 후계 구도에 대한 시선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만큼 사원급 처우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세 자녀가 모두 SK 계열사에 근무하게 되면서 SK그룹의 후계 구도 경쟁도 막이 올랐다. 이혼 소송 중인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최 회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자녀들의 경영 참여에 대해 “회사 경영을 하든, 다른 일을 하든 간섭할 일은 아니다. 만약 회사 경영에 참여를 원한다면 냉정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3명 모두 SK 계열사에 입사하면서 3세 경영에 대한 의지도 엿보이고 있다. 최 회장이 남녀 차별을 두지 않고 냉정하게 평가한다는 입장이라서 후계 구도가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높다. 최 회장은 세 자녀를 국내외 포럼에 데리고 다니며 자연스럽게 ‘경영 수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SK 주력 계열사에 자녀들이 배치되고 업무를 익힘으로써 그룹 경영 전반의 이해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녀 윤정 씨는 지난 2017년 바이오 기업인 SK바이오팜에 입사해 책임 매니저로 업무를 수행했다. SK바이오팜은 선대 회장 때부터 공들여온 신약 개발을 하는 바이오 기업으로, SK의 미래 먹거리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 코스피에 상장하면서 기대를 받았고, 한국 바이오기업 최초로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 혁신 신약 2개를 보유하고 있다. 2017년 결혼한 윤정 씨는 지난해 미국 스탠퍼드대 석사 과정을 밟기 위해 잠시 휴직을 한 뒤 유학길에 올랐다. 바이오인포매틱스(생명정보학) 과정이라 바이오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차녀 민정 씨는 2019년 SK하이닉스에 대리급으로 입사했다. 대외협력총괄 산하 인트라(INTRA) 조직에 있는 민정 씨는 현재 미국 워싱턴DC에서 글로벌 이슈 대응 업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이어 시가총액 2위로 최 회장이 주도한 인수합병 중 가장 성공적인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민정 씨는 집안의 반대에도 총수 자녀로는 처음으로 해군 장교로 자진 입대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해군 중위로 전역한 뒤 SK하이닉스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는 모양새다. 장남 인근 씨는 SK그룹의 에너지 계열사인 SK E&S에 자원해서 입사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 E&S는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가상발전소(VPP) 등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최근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을 민간 최대 규모로 수주하긴 했지만 SK그룹의 핵심 계열사는 아니다. 미국 브라운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고, 보스턴컨설팅그룹 인턴십을 거친 인근 씨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선택한 셈이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이 '친환경 사업'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듯이 인근 씨도 SK E&S에서 실전 경험 쌓은 뒤 향후 SK그룹에서 힘을 주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 신사업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1998년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타계한 뒤 최 회장이 총수로 취임한 지 올해로 22주년이 됐다. SK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1960년생으로 여전히 정정하고 건재해 경영권 후계 이야기를 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9.24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