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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is] '가려운 곳, 긁어주세요' 류준열의 3시간·장현승의 3일
팬들은 가려운데, 긁어주지 않는다. 긁어달라고 애원해도 들어주지 않았다.'태도논란'에 휩싸인 장현승이 스스로 화를 키우며 데뷔 이후 가장 큰 위기에 봉착했다. 화가 난 당사자가 곧 '열혈팬들'인데다 비스트 전체의 문제로 퍼져가고 있음을 감안하면 작은 문제가 아닌 셈. 하지만 장현승은 대수롭지 않은 일인듯 안일한 대처를 일삼았다. 소속사도 '늑장대응'으로 일관하긴 마찬가지. 핵심 멤버의 이미지가 땅에 떨어지고 나머지 멤버들과 비스트 라는 그룹 전체에도 큰 타격을 준 논란을, 어째서 팔짱만 끼고 바라본 것일까. 그 사이 비스트의 팬덤은 양분화됐고, 뒤숭숭한 기운이 가득해졌다. ▶ '태도 논란' 장현승, 묵묵부답 → 늑장대응 → 무성의 역풍 '답답'이야기의 시작은 20일 장현승의 팬임을 자처한 한 네티즌의 글로 시작됐다. 그는 수년전부터 장현승이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왔으며, 거짓말로 핑계를 댄 후 고가의 팬사인회에 불참하는 등, 팬들을 무시했다며 사과와 설명을 요구했다. 이에 온라인상에는 장현승이 과거 라디오·방송·공연 등에서 불성실한 모습으로 무대를 소화하거나, 음정을 바꾸어 부르는 모습, 인터뷰 도중 휴대폰을 보는 모습등이 회자됐다.정황이 담긴 자료들까지 수없이 읽히고 보여지자, 장현승의 태도논란은 더 이상 화가 난 한 팬의 근거없는 불만토로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장현승과 소속사는 단단하게 입을 닫았다.더 작은 논란이 불거져도 길어야 반나절안에 정확한 요점이 담긴 해명(사과)을 하는 현 연예계 풍토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은 셈. 사건의 전환점이 될만한 해명이나 사과가 없자 탈퇴설에 왕따설으로까지 번졌지만, 장현승과 소속사는 오해를 풀고 싶은 억울함조차 없어보였다. 비스트 측 한 관계자는 24일 오전 일간스포츠와의 통화에서 "이미 다 지난 일"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아꼈다. 이어 장현승은 그날 저녁에서야 팬카페에 사과문을 담았지만 이는 불난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그는 '최근 좋지 않은 소식으로 많은 팬 분들께 심려 끼쳐 드리게 돼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논란이 된 부분들은 변명의 여지없는 제 불찰이며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라며 '저와 비스트를 사랑 해 주시는 팬 분들을 위해 이렇게라도 용기를 내 진심을 전하고자 합니다. 다시 한번 심려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라고 밝혔다.다섯줄에 불과한 이 사과문은 팬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상처받은 팬심을 어루만지려는 의도도, 꼼꼼한 해명을 해 팬들의 화를 누그러트리려는 생각도 읽히지 않았다. 형식적인 어휘로만 채워져 '소속사가 시켜서 억지로 썼나'라는 팬반응이 나왔다. 이후 소속사도 나서 사과했지만 역시 성난 팬심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비스트가 속한 큐브엔터는 굴지의 대형 기획사. 발빠른 대처능력으로 논란이 불거진 직후 공연 영상과 라디오 출연 영상, 팬카페에 불참했던 사연을 조목조목 해명하며 팬들이 듣고 싶은말을 들려줬다면 상황이 현재처럼 악화됐을까. ▶ '일베 논란' 류준열, 소속사 → 본인→ 지인 → 법적대응까지 '북북'비슷한 시기에, 장현승 측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은 스타가 있다. tvN '응답하라1988'에 이어 '꽃보다 청춘'에 연이어 출연하며 데뷔 후 최고의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류준열이다. 그는 '다된 밥에 '일베'를 떨어뜨릴뻔 했지만 신속하고 '똑똑한' 대처로 조기진압에 성공했다.사건의 발단은 류준열이 스스로 SNS에 올린 사진과 글. 그는 절벽을 오르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에 '엄마 두부 심부름가는 길'이라고 썼다. '절벽'과 '두부'는 두부 외상으로 절벽에서 떨어져 사망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에서 쓰이는 어휘. 단 한장의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일베' 활동을 의심받을만 했다.류준열의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영화 '글로리데이' 행사 참여로 논란을 인식하지 못한 류준열 대신 나섰다. 소속사는 '두부'라는 단어와 절벽이라는 공간이 등장한 우연성을 강조하며 류준열이 '일베' 유저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어 행사를 마친 류준열은 즉각 본인이 나섰다. 그는 본인이 '엄마 두부 심부름 가는 길'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에 대해 '지인이 등반하는 사진에 '출근하러 가는 길'이라고 적은 내용을 재밌게 본 기억이 나서 표현을 빌려썼다'고 말했고, '두부'에 대해서는 '어머니의 두부와 콩나물 심부름을 가끔 했던 아들로서 쓴 표현'이라고 구체적으로 해명했다. 또한 그는 자신이 '일베' 유저가 아님을 강조하며 '특히 존경하는 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언급되는 것도 속상하다"고 진실된 마음을 담았다.본인과 소속사의 발빠른 해명과 사과에 지인들도 불편함없이 동참했다. 류준열의 20년 지기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류준열이) 노 전 대통령을 좋아했으며, 노 전 대통령의 엽서도 선물해 줬던 친구"라고 강조했다. 또한 절친으로 알려진 배우 변요한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로리데이' 포스터를 올린 뒤 "미풍에 흔들리지 말고, 정진. 화이팅"이라고 게재했다. 이어 영화 '거인' 김태용 감독은 "준열 배우의 행보를 응원하고 존경하는 신인 감독의 한 사람으로써 오늘 SNS 논란을 지켜보면서 이제 넓은 광야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 마라톤 선수가 첫 걸음에 지치지 않을까 많이 우려가 되네요. 힘내십쇼, 준열씨"라고 응원했다.여기에 '응답하라 1988'에서 형제역을 맡은 배우 안재홍마저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류준열의 해명에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 소속사는 마지막으로 류준열의 아이디를 도용해 일베에 가입한 네티즌에 법적 책임을 물을것임을 밝히며 팬들의 가려운 곳을 구석구석 긁어주는 '완벽한 대처'를 선보였다.박현택 기자
2016.02.26 10:00